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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12/29 18:25:08
Name BLUE
Subject [유머] [단편] 대문자 D
#1.


  “캬~ 이 벌쳐 때깔 좀 봐라. 죽이지 않냐? 남자라면 이 정도 벌쳐는 타줘야 어디 가서 ‘고놈 프로프 좀 잡겠구만~’ 이런 소리 듣지 안 그러냐. 변민아?’”

  “......”

  철조망 사이로 마을이 훤히 보이는 학교의 옥상. 남을 잘 부추길 것 같이 생긴 깔끔한 청년 하나와 깡통 하나만 있어도 라면은 먹고 살 만큼 불쌍하게 생긴 청년 하나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깔끔한 청년의 이름은 김정민. 불쌍하게 생긴 청년의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대충 변민인 것 같다. 어쨌든 정민은 [주간 레이싱]이라는 잡지를 넘기며 변민에게 벌쳐에 관해서 일장 연설을 하고 있었다.

  “이 벌쳐 말야, 정말 간지난다! 햐~ 이런 벌쳐를 내가 앞으로 알바를 2달만 더 뛰면 살 수 있다니! 정말 감동이라는 거 아니냐? 안 그러냐? 변민아?”

  정민이 묻자 그제야 변민이 우물쭈물 뭔가를 말하려 한다.
  
  “형, 그건 알겠는데, 내 이름은...”

  “캬~ 이것 봐. 최신 업그레이드인 마인 기능까지 있네!! 언제 이런 튜닝이 된 거지?”

  하지만 정민은 변민이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계속 떠들어 댄다. 불쌍한 변민은 말을 삼키고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정민은 신나게 잡지를 넘기다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변민에게 질문을 던졌다.

  “근데 말야, 변민아 소문 들었냐? 이번에 티원 고등학교 놈들이 시합을 걸어왔다. 뭐, 우리라고 해도 길섭이가 있으니까 쉽게 질 것 같지는 않지만... 남자라면 스피드 아니냐? 머큐리 언덕에서 하는데, 어때? 너도 구경 올래?”

  “...난 그런데 흥미 없는데...”

  “캬! 이 자식 역시 생긴 것만큼이나 소심하구나. 아이고, 너 같은 녀석이 우리학교에 있다니 머큐리 언덕의 전설이 울겠다.”
  
  정민은 말을 마치고 다시 잡지에 열중했다. 변민은 멍하니 하늘을 쳐다본다.

  - 머큐리 언덕의 전설 -

  예전 한 사내가 이뤄 낸 속도의 신기원으로서 그가 모는 마을버스 2-1은 머큐리 언덕에서 무시무시한 속도로 주파하여 승객 중 개그맨 출신 한 명은 속도의 공포를 이기지 못해 뛰어내렸다고 하는 엄청난 전설이다. 그 후 그가 몰았던 마을버스 2-1은 머큐리 언덕의 코스 레코드를 보유하게 된다. 그 기록은 단 한 번도 깨진 적이 없다고 한다.

  어쨌든 이걸 아는지 모르는지 변민이라고 불리는 사내는 하늘만 멍하니 쳐다볼 뿐이다.


#2.

  “훗. 여기가 머큐리 언덕인가?”
  
  남자가 봐도 홍조를 뚸고 홍조가를 부를 만큼 잘생긴 미청년이 간지 나는 검정색 벌쳐에서 내렸다. 헬멧이 꽉 끼는 듯 보였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그의 이름은 임요환. 티원 고등학교의 레이싱 클럽 [벌쳐겐세이]의 부장이다. 검정색 벌쳐는 그가 아끼는 풀튜닝 벌쳐 [대괄호]로 무패의 기록을 자랑한다. 그는 내일 열리는 레이싱 시합에 앞서 머큐리 언덕의 코스를 미리 둘러보려 하루 일찍 케텝 마을에 도착했다.

  “한 번 달려볼까?”

  그는 [대괄호]에 탑승했다. 그리고 시동을 걸고 달리기 시작했다. 굉음과 함께 달리는 그의 벌쳐는 속도의 한계에 도전하는 듯 바람을 가르며 달린다. 한참을 달리자 임요환의 눈이 날카롭게 빛난다.

  ‘여기가 머큐리 언덕의 난코스, [변종석 커브]인가?’

  [변종석 커브]란 도로설계자 변종석이 만들었다는 난귤한 커브. ‘여기서는 어떠한 차도 30km 이상으로 달릴 수 없다.’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레이서들의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드는 난코스지만 한 때 마을버스 2-1은 230km로 이곳을 주파했다는 소문이 있다. 어쨌든 그러한 코스인 만큼 처음 코스를 밟는 임요환의 가슴은 두근거렸다.

  ‘200km 이상을 밟겠다!!!’ 요환은 각오를 다지며 기어를 바꿨다. 그의 차 [대괄호]는 주인의 마음에 응답하는 듯이 상큼하게 변종석 커브를 돌파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커브 막판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아니! 저건 뭐야?’

  커브를 돌파하던 요환은 브레이크를 살짝 밟았다. 정육면체의 상자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속도가 잠시 쳐지긴 했지만 어쨌든 성공적으로 커브를 돌파한 요환은 나머지 코스를 돌고 시간을 보았다.

  - 3분 21초 58 -

  요환은 ‘쯧!’ 하고 혀를 차며 헬멧을 벗었다. 그는 그 기록이 케텝 고등학교의 어떠한 레이서보다 빠른 기록인 줄은 생각하지 못한 듯 보였다.


#3.

  - 3분 21초 58 -

  케텝 고등학교의 주장 홍진호는 자신이 잰 요환의 기록을 믿기지 않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그는 요환의 도착을 짐작하고 미리 머큐리 언덕의 한 켠에서 그의 주행을 보고 있었다. 처음엔 워낙 난코스인 머큐리 언덕이기 때문에 양 팀 모두 실수가 잦은 접전을 벌일 것이라 예상하고 타임을 재고 있었는데 막상 주행이 끝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의 팀 부원 중 머큐리 언덕 코스 레코드 보유자 변길섭조차 4분대의 기록이 고작인데 임요환은 첫 주행에서 가뿐히 3분대를 끊었으니 놀라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감독님에게 알려야 겠다.’ 진호는 심각한 표정으로 머큐리 언덕을 벗어나 케텝 고등학교로 향했다.


#4.

  “너 이노무 쉐킷! 뻥치는 거 아냐?”
  
  정수영 감독은 진호의 말을 듣자마자 호통을 쳤다. 매일 같이 머큐리 언덕을 연습하는 자신의 부원들조차 돌파하지 못한 3분의 벽인데 첫 주행에 3분이라니... 의심하는 것 또한 당연했다.

  “음감독님이제말을듣고의심을품으는건것도당연할수있지만그의벌쳐는우리의벌쳐와는다르게묘하게속도가빠르달까?그런차이점때문에일수도있지만어쨌든제가본건사실이거든요?”

  당황한 진호의 랩을 들은 척 만 척 정수영 감독은 옆에 있던 김창선 매니저에게 이유를 물었다.

  “어떻게 댄 거지? 아는 것 있으면 말해봐.”

  김창선 매니저는 안경을 바로 잡으며 그의 본토발음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제가 볼 땐 말이죠, 티원팀의 vulture는 아마 Ion Thrusters가 upgrade된 vulture 같아요. 그러면 현실적으로 저희 팀 vulture기종 가지고 이길 수는 없죠. 이대로 있다간 안드로메다 가겠는데요?”

  창선의 설명을 들은 수영의 표정은 어두웠다.


#5.
  수영은 어느 한 버스 공장 정문 앞에 있었다. 그는 티원에게 만큼은 지고 싶지 않았다. 머큐리 언덕이 자신이 이끄는 팀의 홈그라운드 인 점도 있지만 매번 그의 발목을 잡는 주훈의 얼굴을 떠올리면 분한 마음이 솟구치기 때문이다.

  ‘나도 이겨서 네이버 메인에 게임계의 히딩크로 뜨고 싶단 말이다...’
  
  때문에 그는 전설에 의지하기로 했다. 그의 눈앞에 [연성운수]라는 간판이 보였다.


#6.
  “그래서? 나더러 머큐리 언덕을 달리란 말이오?”
  
  순박하게 생긴 청년이 정수영 감독에게 물었다. 그의 이름은 최연성. 머큐리 언덕 전설의 장본인이다.

  “제발 이번 한 번만 뛰어주시오. 케텝고등학교, 아니 케텝 마을의 명예가 걸린 시합입니다.”
  
  정수영 감독은 연성에게 빌다시피 부탁했다. 하지만 연성의 눈은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나도 티원 마을 손님들을 안 태우는 것도 아니고... 매일 케텝마을에서만 운전하는 것도 아니니... 이것 참.”

  연성이 머뭇거리자 정수영 감독은 품에서 카드 한 장을 꺼냈다.

  “이게 뭐요?”

  “티머니 선불형이오. 1억 2천만원이 들어있소. 이번 시합을 뛰어주는 것에 대한 조그마한 성의입니다.”
  
  “허, 이것 참...”

  연성이 헛기침을 하며 티머니 카드를 받으려는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연성의 전화였다. 연성은 눈짓으로 정수영 감독에게 양해를 구하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이거 주훈 감독님, 오랜 만입니다. 네? 티원 마을에서 티머니 1억 2천만원짜리를 주겠다고요? 예? 정수영 감독 거기 안 왔냐고요? 아뇨, 아뇨 안 왔습니다만. 예예, 이번 시합 저 나가냐고요? 아뇨, 아뇨, 안 나갑니다. 요환이 형 볼 면목이 있지 제가 감히 어떻게 시합을 나갑니까? 예예, 그렇게 알고 수고하십쇼~”

  연성은 전화를 끊자마자 정수영 감독의 시선을 피했다.

  “죄송합니다. 역시 거절하겠습니다.”

  당황하는 정수영 감독을 내버려둔 채 연성은 자리를 떴다.

  ‘미안하오. 정수영 감독. 60만 고객의 티원마을을 버릴 수는 없소이다.’

  연성의 얼굴에 비정한 사나이의 세계가 어려 있었다.


#7.
  연성의 마음은 불편했다. 정수영 감독의 말을 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티머니 1억 2천만원짜리... 2개면 2억 4천만원...’
  
  연성의 머릿속에서 빙빙 도는 티머니 카드의 환상이 그의 마음을 흔들고 있었다. 그때였다. 한 청년이 그의 가게에 들어왔다.

  “연성이 형, 나 왔어~”
  
  그의 불쌍한 얼굴을 본 연성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하지만 입영민이 출동하면 어떨까?’

  그렇게 생각한 연성은 영민에게 간곡한 표정으로 말했다.

  "영민아 내 대신 레이싱에 좀 나가줘야겠다."
  
  "형... 내가 왜."

  불쌍한 영민이 난감해했으나 연성의 제안에 영민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나가면 인터뷰로 100플 낙는 법을 가르쳐주마..."



#8.

  시합당일. 막상 요환의 [대괄호]를 눈앞에 둔 정수영 감독의 마음은 심히 불편했다. 과연 길섭이 이길 수 있을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그의 단련된 벌쳐 드라이빙은 초일류였기 때문이다.

  ‘저 쉐킷, 밥 쳐먹고 벌쳐 겐세이만 연습했나? 왜 이리 잘해!!’
  
  저 멀리서는 승리를 확신한 듯한 주훈 감독의 미소가 엿보인다. 정수영 감독은 벌써부터 패배 후 ‘로스터 발로 짰냐’는 마을주민들의 비난 소리를 듣는 듯한 절망감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정말 연성은 안 오는 것인가...’ 정수영 감독은 단 하나의 기적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드디어 시합 개시를 알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정수영 감독은 출전을 앞둔 길섭에게 열심히 하라는 말을 전하려했다. 그 때였다. 한 대의 흰색 차량이 그들의 앞을 스치며 지나갔다.
  
  “뭐지?” 정수영 감독의 눈앞으로 듣도 보도 못한 새하얀 차가 지나갔다. 시합은 시작되었고 길섭의 벌쳐 대신에 요환의 검정색 벌쳐와 새하얀 차는 동시에 머큐리 언덕을 달리기 시작했다.
  

#9.
  주행을 하는 요환은 자신만만했다.
  
  ‘훗. 케텝 녀석들. 승산이 없으니까 우연을 바라고 있는 건가? 저런 듣도 보도 못한 차로 나와 대적하다니.’

  요환의 말은 단지 자신감뿐만이 아니었다. 흰색 차는 그의 벌쳐에 비해 직선 주로에서의 속력이 월등히 딸리는 듯 보였다. 벌써 요환은 흰색 차량과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10.
  정수영 감독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차라리 길섭이를 믿고 보내는 것이 나은 판단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럴 정도로 직선주로에서의 두 차량의 차이는 큰 것이었다. 요환의 곡선 주행은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매끄러운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여기서 차이가 벌어지면 승부는 이미 기운 것이나 다름없었다.

  “정민아, 니가 보기에도 승부는 기운 것 같지 않냐?”

  정수영 감독은 옆에 있는 정민에게 물었다. 이럴 때는 잘 부추기는 그의 한마디가 확신을 가져다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릴 뿐이었다.

  “세이버 프로... 이 차를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을 줄이야...”


  #11.
  두 대의 차는 [변종석 커브]로 접어들었다. 요환은 유연한 커브 주행으로 돌파하기 위해 기어를 바꾸고 때를 기다렸다.

  ‘어제는 비록 상자가 거슬려서 속력을 낮췄지만 오늘이라면...’
  
  드디어 문제의 상자가 보이고 요환은 속력을 올렸다.

  “여기다!!”
  
  요환의 벌쳐는 굉음을 내며 달렸고 요환은 뒤따라오는 세이버 프로를 확인했다. 그 때였다. 요환은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세이버 프로는 진로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상자에 돌진했기 때문이었다.

  ‘저... 저거!!’
  
  요환은 순간 움찔하고 감속해서 상황을 확인했다. 세이버 프로는 상자에 부딪히려는 순간 드리프트를 하며 부딪히는 면을 바꿨고 그 반동을 이용해서 가속했다. 순식간에 요환의 벌쳐와 하얀색 차의 간격은 종이 한 장 차이로 바뀌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저런 주행이...’

  하지만 후회해도 때는 늦은 법. 요환은 특유의 침착함을 살려 주행을 계속했다.
  
  ‘아직은 내가 앞선다...’
  
  두 대의 차는 [변종석 커브]를 지나 코스의 중간점을 돌파했다.


#12.

  정수영 감독을 비롯한 케텝 레이서 모두 흰 색차의 주행을 보고 경악했다. 상자의 반동을 이용해 속도를 올리는 주행이 말도 안 되지만 그런 행동을 하고도 멀쩡한 차 자체 또한 미테스리였다.

  “저게 뭐냐? 정민아? 혹시 저 차에 대해 아는 거 있냐?”

  정수영 감독은 당황한 채 정민에게 물었다. 자동차 매니아인 정민은 아까부터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세이버 프로의 주행을 보고 있었다.

  “저건... [GM넥슨]에서 개발한 카트라이더 시리즈의 하나입니다. 비록 개발사는 표절의혹을 가진 개발사지만 웬만큼 루찌를 가진 사람 아니면 차를 팔지 않았기 때문에 차의 대수는 극히 한정적이라고 들었었는데 이 눈으로 직접 저 차를 볼 줄이야... 어흥어흥어흐흥.”

  정민의 말을 들은 수영은 뭔소리인지 그저 추측만 할 뿐이었다.


#13.
  이상하게 하얀색 차는 드리프트에 유난히 강점을 보이며 계속 도로위에 기름자국을 내면서 요환의 [대괄호]를 집요하게 쫓아왔기 때문이다. 요환은 이런 자신의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다.

  ‘저런 허접스러운 차에게 질 순 없다.’

  요환은 각오를 다지고 비장의 무기를 쓰기위해 감속했다. 그리고 머큐리 코스의 4분의 3을 지나는 길이 좁아지는 지점을 노리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끝장을 내주마!!’

  그것은 요환의 필살기 마인 심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한 때 배틀넷에 유행했던 벌쳐달리기에서 공방 고수들이 양민들을 약 올릴 때 썼다는 마인 심기. 좁은 길에 마인을 심음으로써 마인이 박히는 순간 뒤따라오는 벌쳐가 길이 막혀버리는 순간의 텀을 이용하여 간격을 벌리는 기술. 요즘에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이 기술이 바로 요환의 주특기였다.

  드디어 길이 좁아지기 시작했다. 요환이 감속하며 마인을 심은 순간!!! 하얀색 차는 환하게 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로의 위치는 뒤바뀌어 드디어 하얀색 차가 요환의 [대괄호]를 앞서기 시작했다.


#14.
  경악의 연속이었다. 길이 좁아짐에도 전혀 감속하지 않는 하얀색 차를 모는 레이서의 배짱도 배짱이지만 박히는 마인을 씹으며 지나가는 기술 또한 본 적 없는 것이었다. 정수영 감독은 궁금함을 못 이기고 정민에게 따지듯 물었다.

  “정민아 어떻게 된거냐? 저게 무슨 일이야? 어떻게 마인을 씹고 지나갈 수 있는 거지?”

  “...........실드..........”

  “뭐? 실드? 그게 뭐냐.”

  연속해서 묻는 정수영 감독을 무시 한 채 정민은 계속 중얼거렸다.

  “역시, 아까 상자에 부딪힌 것 이걸 계산한 것이었단 말인가. 차가 좋은 게 아니다. 레이서의 실력 또한 초일류다.”
  
  정민의 중얼거림으로도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는 정수영 감독은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


#15.
  결국 레이싱은 후반부로 접어들고 요환은 뒤로 밀린 채 좀처럼 틈을 공략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얀색 차가 마치 뒤에 눈이 달린 듯 그의 움직임을 읽고 블로킹하기 때문이다.

  ‘깡이 좋은 거냐? 아님 바보인거냐? 내가 속력에서 앞서는데 그렇게 우직하게 막다니? 설마 부딪힘을 각오하고 있는 건가?’
  
  요환은 상대의 의도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었다. 여태까진 커브가 섞인 길이라 용케 사고는 피하고 있지만 이대로 직선주로에 들어서면 벌쳐의 속력이 세이버 프로를 웃돌기 때문에 계속 블로킹하다간 사고가 일어난다.

  ‘그렇다고 질 순 없다. 나는 엑셀을 밟을 뿐이다!!!’

  요환은 마침내 각오하고 길을 내어주지 않으면 부딪힌다는 심정으로 엑셀을 밟았다. 속도가 올라가고 마침내 세이버 프로의 번호판이 보일 정도로 두 차의 간격이 가까워졌다. 그 순간. 세이버 프로는 의도적으로 감속했다.

  “파팍!!”

  차가 부딪히는 마찰음이 요란하게 들려옴과 동시해 요환은 에어백이 터질 것을 예상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하얀색 세이버 프로는 가속이 붙은 채로 골을 유유히 통과했다. [대괄호]와 요환 차와 사람모두 멍하니 가만히 서있을 뿐이었다.


#16.

  - 이겼다. -

  정수영 감독은 기적과 같은 승리에 감격했다. 비록 불가사의한 일의 연속이긴 했지만 승리의 열매는 달콤한 것. 상대편 티원고 벤치는 그저 어안이 벙벙 뿐 평소의 의기양양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얀색 세이버 프로는 유유히 골을 지나 정수영 감독의 앞에 멈췄다. 정수영 감독은 승리를 이룬 사람의 얼굴을 보기 위해 다가갔다.

  “감사합니다. 당신 덕분에 이겼습니다.”

  정수영 감독의 깍듯한 인사를 받은 레이서는 차에서 내렸다. 의외로 그는 불쌍한 얼굴을 가진 눈썹이 옅은 소년이었다. 옆에 있던 김정민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변민아!!! 너 였냐?”

  정수영 감독은 이상한 이름에 의아해 하며 레이서의 이름을 물었다.

  “죄송하지만 성함이...”

  “안녕하세요. 프로게이머 Dlqudals입니다...”

  - 대문자 D 끝 -




보다 웃겨서 퍼왔습니다^^;

출처는 스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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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29 18:37
수정 아이콘
푸하하하하하하 ㅠ_ㅠ 아~ 너무웃겨~ 으악~
으악~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섞여있는 이런저런 개그쏘쓰들이라니..
센스쟁이..ㅠㅠ
낭만토스
05/12/29 18:39
수정 아이콘
풉.....
추억속의 재회
05/12/29 18:57
수정 아이콘
역시 입영민이군요
紫雨林
05/12/29 18:58
수정 아이콘
이야,, 정말 스갤인들의 머릿속에는 뭐가 들어있는지,,
이디어트
05/12/29 19:18
수정 아이콘
역시 카트게이머=_=乃
05/12/29 20:08
수정 아이콘
가히 최고 -_-)b
youreinme
05/12/29 20:16
수정 아이콘
아........... 펌만 아니면 추게감인데요..
05/12/29 20:31
수정 아이콘
-_-;;;;;;;;;;;;
풍류랑
05/12/29 21:31
수정 아이콘
이니셜 D에서

백작님을 연상하신 원작자는 정말 센스 만점
05/12/30 00:55
수정 아이콘
제목에서부터 웃어버렸어요. 센스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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