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클로스를 언제까지 믿었느냐 하는 문제는 하잘것없는 잡담거리도 안될 정도로 아무래도 좋을 이야기다만, 그래도 내가 언제까지 산타라는 상상 속에 존재하는 빨간 옷의 할아버지를 믿었느냐 하면, 이건 확신을 갖고 말하건대, 처음부터 믿지 않았다.
유치원 크리스마스 행사에 나타난 산타가 가짜라는 걸 이해했고 어머니가 산타에게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한 것도 아닌데 크리스마스에만 일하는 할아버지를 의심했던 총명한 나지만, 우주인, 미래인, 유령, 요괴, 초능력자, 악의 조직이나 그것들과 싸우는 애니메이션, 특촬물에 나오는 영웅들이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였다. 아니, 사실 눈치는 챘지만 그저 알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우주인, 미래인, 유령, 요괴, 초능력자, 악의 조직이 눈앞에 홀연히 나타나기를, 나는 마음 한 켠에서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이란 의외로 냉정하다. 세상의 물리법칙이 잘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며 어느샌가 나는 TV의 UFO 특집이나 심령 특집을 열심히 보지 않게 되었다. 우주인, 미래인, 초능력자? 그런 게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래도 존재하길 바라는 최대공약수 같은 생각을 할 정도로 나도 성장했다.
중학교를 졸업했을 무렵에는 그런 꼬맹이 같은 꿈도 졸업하고 이 세상의 평범함에 익숙해져 있었다. 나는 생각 없이 고교생이 되었고, 그 녀석과 만났다.
만연체
중요한 얘기는 아닌데, 난 옛날부터 산타클로스를 안 믿었다.
다만 초자연적 존재가 없다는 걸 안 건 조금 뒤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한 번만 그런 게 나타났으면 했다.
근데 크면서 초자연적 존재를 믿지 않게 되었다. 가끔은 바랐다.
그런 꿈도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사라졌고, 나는 생각없이 고교생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 녀석과 만났다.
간결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