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교시 수리영역.

문제를 다 풀고 OMR 마킹까지 완벽히 끝냈다.

컴퓨터싸인펜 뚜껑을 닫으며 한숨을 포옥 내쉬어본다.

수능의 가장 큰 고비인 수학을 무사히 넘겨서 스스로 매우 뿌듯했다.

얼마 안 가 종이 치고 감독관이 뒤에서부터 문제지와 답안지를 차례로 걷어왔다.

그런데 감독관 선생님이 내 책상에 다 와놓고 그냥 지나치는 게 아닌가.

당황한 나머지

"저기, 제 껀 왜 안 가져가세요?"

라고 물어봤더니 뒤돌아본 감독관은 능글맞기로 소문난 학원 국어선생님이었다.

평소의 익살스런 성격과는 딴판인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근엄한 목소리로 내게 한마디 선고를 날렸다.

"니 껀. 안 걷어간다."

선생님은 쿨하게 나머지 애들 답안지를 걷어가고 그대로 2교시 종료.

나는 쉬는 시간동안 책상에 엎드려 울면서

"제발 제 답안지 걷어가주세요. 수능 또 보기 싫어요 죽기 싫어요 안돼, 으아아아앙아우ㅜㅜㅜㅠㅠㅜㅜ"

라고 울음 반 비명 반의 괴성을 내질렀다.

가끔씩 고개를 들어 선생님께 '제발'이라는 눈빛을 보냈지만 그 분은 날 향해 매우 흐뭇한 표정으로 방긋방긋 미소를 날릴 뿐이었다.

울음소리가 점점 커져 괴성으로 바뀌는 그 순간, 나는 진짜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났다.

얼굴은 눈물범벅이 되어 엉망이었다. 비록 꿈이지만 살면서 그렇게 펑펑 울었던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렇게 난 울면서 시험장으로 향했고, 내 답안지가 무사히 걷히는 모습을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긴장을 풀 수 있었다.

그 전에 1교시 시험 도중에만 화장실을 세 번 갔지만 -_-;






작년에 겪은 일입니다. 내일이 벌써 수능이네요, 햐. 시간이 참 빠릅니다.

수험생 여러분, 부디 울지 말고 시험보러 가세요?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