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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7/20 08:36:40
Name 희주
Subject [유머] [단편호러]불행을 부르는 광대 wrtten by cennyjang
불행을 부르는 광대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빠른 손놀림으로 타자를 쳤다. 대화방의 사람은 많지 않

았다. 나와 대화를 하고 있는 사람은 24살의 직업 여성이었다. 그녀는 나에게 자신의 신세

타령을 했다. 고만고만한 재미가 있었기에 나는 대화를 계속 했다. 책상 위에는 사진이 어

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정리를 하려고 꺼내 놓은 것이다. 내 나이만큼이나 사진의 수도 많

았다. 시계는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보통 2시 30분에 잠을 자니까 아직 30분이 더 남았

다. 30분 동안 어떻게 해야 이 여자를 만날 약속을 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했다. 빗발은

약해지고 있었다. 창문 너머에는 어둠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무서운 이야기가 떠올랐다.

skyup 무서운 얘기 하나 해드릴까요? ^^

angel76 싫어요.

그녀는 무서운 것을 싫어한다는 하나의 정보를 알게 되었다.

angel76 오늘밤은 자꾸 누가 뒤에서 처다 보는 것 같아요.....

2시 10분. 밖은 아주 어둡다. 그리고 혼자서 방안에 있다면 당연히 무서움을 느낄지도 모

른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나도 조금 무서워졌다. 자꾸 어두운 창문 쪽으로 눈길이 갔다. 뒷

쪽의 아파트에는 한점의 불빛도 새어 나오지 않았다.

angel76 내일 일도 있고 해서 빨리 자야겠어요. 즐팅~

그녀는 내 대꾸도 듣지 않고 전화선 밖으로 빠져 나갔다. 비도 그치고 해서 컴퓨터에서 나

는 소리가 방안을 메웠다. 이 소리가 싫다. 나는 빨리 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윈도우를

종료 시켜놓고 책상 위에 사진을 간단히 치웠다. 컴퓨터를 끄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

았다. 잠시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침대에 눕자 무서운 이야기들과 영

화 장면이 머리 속을 파고  들었다. 열어 놓은 창문으로 차가운 공기가 흘러 들어왔다. 차

가운 공기는 창문을 타고 바닥을 훝어 보다가 이불 사이로 들어와 내 다리에 닿았다. 제길

문을 안 닫았군. 창문을 닫으러 가면서 아파트 아래쪽을 쳐다보았다. 차 하나 지나가지 않

는다. 창문을 닫았다. 블라인드를 칠까 생각하다가 그만 뒀다. 침대에 누우면 커다란 창문

을 통해 하늘을 볼 수 있다. 하늘이라도 보이는 게 완전히 밀폐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

다. 부엌의 냉장고에서 윙하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깊은 잠에 빠져들지 못했다. 10분쯤 잤을까? 내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먼

곳에서 들리는 듯 하더니 점점 가까워졌다. 속삭임 같은 것이었다. 잘못들은 것이겠지. 나

는 떴던 눈을 감았다. 더 이상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뒤집어 누웠다. 얼굴을 배게 속

에 파묻는 것이 잠이 잘 올 듯 싶었다. 등뒤로 시선이 느껴졌다. 통신에서 만난 그녀가 내

게 한 말이 원망스러웠다. 잠이 오지 않았다. 다시 돌아누웠다. 하지만 눈을 뜰 용기가 없

었다. 만약 내가 눈을 떴을 때 누군가 나를 쳐다보고 있으면 어떡하지? 스스로 무서운 생

각에 빠져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서 차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사라졌다.

내 귀는 모든 소리에 민감해져 있었다. 창문 쪽에서 툭 하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눈을 뜰

용기는 없었다. 여기는 12층이고 도둑이 창문을 넘어 들어올 리도 없다. 나는 스스로 안심

시켰다. 그러면서 나는 잠에 빠져들었다. 악몽에 시달리다 잠에서 깨났다. 아직 1시간쯤밖

에 안 잔 듯했다. 손목 시계를 보았다. 3시 30분. 손목 시계의 불빛에 눈이 부셨다. 손목 시

계의 불이 꺼지자 시계 위쪽으로 커다란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커다란 창문에 붙어

있는 나를 바라보는 커다란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어둠 속에서도 그것의 모습은 잘 보였

다. 난쟁이 광대였다. 그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고 커다란 눈은 내 얼굴을 응시하고 있었

다. 창문 바깥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광대는 내 눈을 끊임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소리

도 지를 수 없는 공포에 빠졌다. 어둠 속에서 커다란 눈만이 빛나고 있었다. 몸은 가냘 폈

고 얼굴은 컸다. 옷은 꽉 끼는 광대 복을 입고 있었고 얼굴에 색칠을 한 것이 보였다.

그 후로 우리 집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부모님이 모두 교통 사고로 돌아가셨고 내 동생

은 실종되었다가 며칠 뒤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나는 갑작스런 변화에 적응할 수가 없었

다. 너무 많은 것이 변했다. 한 가지 적응할 수 있는 것은 매일 내 방 창문을 통해 나를 바

라보는 광대뿐이다. 아무도 광대에 대해 믿어주지 않았고 집안에 큰 일이 많이 일어났는

데 이상한 소리만 하고 다닌다고 수군거리기까지 했다. 나는 광대에 대해서 다른 사람에

게 말하기를 포기했다.

친척집으로 옮기기 전날, 그날 밤도 광대는 어김없이 찾아 왔다. 창문에 바짝 달라붙어 나

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광대의 눈도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커다란 눈에 핏줄이 보였다. 창문을 조용히 열었다. 그 순간 내 몸이 앞

으로 기울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광대는 내 머리를 잡고 바깥쪽으로 잡아 당겼다. 저항은

소용없었다. 이미 내 몸은 공포에 굳어 있었다. 12층 아래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어릴 적 읽었던 요괴에 대한 책을 생각해냈다.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불행을 가져다주

는 요괴. 그 책이 얼마간의 사실을 바탕으로 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도 불행을 가져

다주기 위해 나는 아파트 벽을 기어오르고 있다.  




출처 : www.adultoby.com
재밌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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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20 08:53
수정 아이콘
넵// 좋은 하루 보내세요 ~ ..
05/07/20 13:06
수정 아이콘
재밌긴 한데,뭔가 아쉬운..단편이라 그런가?
05/07/20 13:22
수정 아이콘
^^; 여태껏 올린것과는 다르게 소재가 신선하지 않아서 그런걸까요? 원출처 사이트 가보시면 재밌는 작품이 굉장히 많거든요? 한번에 여러편씩 보고싶으시면 직접 가서 보시는것도 추천합니다. 사실 두세편씩 올리고 싶은데 도배가 될까봐 못올리는게 좀 아쉽네요.
하얀잼
05/07/20 13:35
수정 아이콘
잘보고있습니다~
05/07/20 13:38
수정 아이콘
하얀잼님 잘보고 있다니 기분이 좋습니다.^^ 아이디에 'did'양이 눈에 띄네요.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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