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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1/15 02:46:55
Name 리듬파워근성
출처 http://www.ppomppu.co.kr/zboard/view.php?id=humor&page=1&sn1=&divpage=27&sn=off&ss=off&sc=off&select_arrange=headnum&search_type=&desc=asc&no=152973
Subject [유머] 분명히 처음보는 글인데 가족처럼 친근한 글
벌써 두어달 여 전이다. 내가 성년자가 되어 투표권이 생긴지 얼마 안 되서 사당 인근에 내려가 살 때다. 탑골공원 근처에 약속이 있어 왔다 가는 길에 일단 버스를 환승 해야 했다. 공원 근처 길가에 앉아 수꼴 노인들 상대로 훈계하던 노인이 있었다. 누구에게 투표할지 고민하던차 단일화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고 했다. 간을 되게 보는 것 같았다.

"결과만 말해 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결과만 들으면 가서 투표하겠소? 꼬우면 허경영 찍던가..."

대단히 무뚝뚝한 노인이었다.

내 정치성향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하고 그저 좋은 후보를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후보들 이야기를 해댔다. 처음에는 박근혜 비난을 하다가, TV토론회, 부동산 공약, IT공약, 경제민주화이야기, 양극화 이야기를 하며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야권 후보면 아무나 상관없는데 자꾸만 더 고르고 있었다.

야권이면 괜찮으니대충 골라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타야 할 버스 줄이 길어져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고르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정해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고민할만큼 고민하고 단일화 해야지, 아무생각없이 합치면 대통령 되냐?"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정권교체면 다 좋다는데 무얼 더 고른다는 말이오? 노인장, 외고집이시구먼. 앉아가야 한다니까요."

노인은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서 물어보우. 난 안 말하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앉아서 가기는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골라 보시오."

"글쎄, 아무렇게나 합치면 당선이 힘들다니까. 적절한 시기에 합리적으로 누구나 수긍하도록 해야지 야권이라고 무조건 뽑아주리라 생각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공약이 실린 신문을 무릎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휴대폰으로 애니팡을 하고 있지 않는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한 후보를 놓고 이리저리 검증해 보더니 다 골랐다고 알려준다. 사실 고르기는 아까부터 다 골라져 있던 후보이다.
줄 후미에 서서 앞문에 끼여가야 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썰을 풀어서 탑골공원에서 사람이 모일리가 없다. 수꼴노인들 들으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그저 자기만족이다. 그래 가지고 자기주장만 늘어놓는다. 대선(大選)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노인이다.'

생각할수록 짜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노인은 태연히 허리를 펴고 무릎위에 올려놓은 노트북으로 일베사이트에 접속해서 장애인들을 상대로 훈계하고 있었다.
그 때, 글을쓰고 있는 옆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노인다워 보였다. 멀쩡한 모습을 하고도 키보드로 여권지지자들 상대로 흔들림없이 토론을하여 이기면서도 또한편으론 부드러운 눈매로 유머글들을 보며 낄낄거리는 모습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노인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減殺)된 셈이다.

집에 와서 후보를 정했다고 커뮤니티에 글을 썼더니 회원들은 좋은후보 골랐다고 야단이다. 신의한수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야권후보자가 정권교체만 하면 됬지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회원들의 설명을 들어 보니, 생각없이 문재인으로 단일화 했다가는 정권잡기에 급급한 민주당 세력에 휘둘리기 쉽고, 그렇다고 무조건 안철수로 하여서는 말만 단일화지 세력이 두쪽나서 망하기 십상이라는 것다.

이처럼 적당한 공약정치와 가능성있는 실천방안 및 민주적 협상절차를 통한 단계에서의 단일화 후보는 없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노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엣날부터 내려오는 좀 한다는 정치가나 군인들은 혹 위기에 빠지거나 선거에서 질 것 같으면 쿠데타를 일으키거나 계엄령하에 투표를 하여 좀체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공고화된 이마당에 민심을 잃으면 선거는 걷잡을 수가 없다. 예전에는 체육관에서 친구들을 모아놓고 투표를 하여 대통령을 뽑았다. 이것을 '대머리식민주주의'라 한다.

선거만 해도 그렇다. 미국에는 한나라의 수장을 뽑는 시즌이 되면, 민주당은 누구누구 공화당은 누구누구 후보들이 등장하여 온 나라들 돌아다니며 민심을 통한 전당대회를 열어 대표를 뽑았고 대표가 확정된 이후엔 각 주마다 레이스를 펼치며 선거날까지 치열하게 공약과 토론을 통하여 국민들에게 후보의 장단점을 각인시켜주어 국민의 손을 통한 진정한 민주주를 실현시킨다. 눈으로 보아서는 능력이 있는지 뽑아도 되는 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 토론을 통하여 알아보는 것이다. 이게 진정한 검증이다. 그런데 한국은 토론도 없다. 어짜피 상관없이 지지층이 나뉘어 있는데 토론을 통하여 표깍아먹을일도 없고 또 토론보고 실망했다고 수꼴들이 야권에 투표할리도 없다.

예전에는 선거는 선거요, 당선은 당선이지만 단일화 하는 그 순간만은 오직 훌륭한 후보를 정한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리고 노태우가 당선이 되었다. 그렇게 순수하게 패망(敗亡)하였고 이는 김영삼의 삼당합당으로 이어졌다.

이 노인의 단일화고민도 이러한 심정에서 이어졌었을 것이다. 나는 그 노인에 대해서 죄를 지은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그 따위로 해서 무슨 썰을 풀어먹는담." 하던 말은 "그런 노인이 나 같은 청년에게 멸시와 증오를 받는 세상에서 어떻게 아름다운 후보가 정해질 수 있담." 하는 말로 바뀌어 졌다.

나는 그 노인을 찾아가 깐부치킨에 맥스라도 대접하며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다음 일요일에 시간나는 길로 그 노인을 찾았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당했는지 노인이 앉았던 자리에 노인은 와 있지 아니했다. 나는 그 노인이 앉았던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은 사과드릴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맞은쪽 피씨방 화면을 바라다보았다. 여전히 일베사이트에서는 박근혜 칭찬하는 글이 쉴새없이 올라왔다. 아, 그 때 그 노인이 저런글을 읽으며 혈압오르고 있었구나.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며 현피뜨자고 하다가 막상 자리에 나가보면 혼자와있는 노인의 거룩한 모습이 떠올랐다.

오늘 투표를 하고 집에 들어갔더니 방송에서는 출구조사를 발표한다고 하고 있었다. 선거방송을 찾아본 지도 참 오래다. 요사이는 개그콘서트이와 무한도전 이외의 방송을 본지 오래됬다. 조롱(操弄)을 담은 인터넷 알바들의 글도 오늘 오후부터는 올라오지 아니하였다. 문득 몇 달 전 단일화 고민하던 노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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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는 링크
깨알같은 선관위와 대머리식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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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12/11/15 02:52
수정 아이콘
개인적인 궁금증인데 혹시 닉네임이 줄다리기와 관련이 있으신가요?
12/11/15 12:04
수정 아이콘
후보를 고르면 뭐하겠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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