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에 답글은 몇 번 달았지만 처음 쓰는 글이 더지니어스 시즌2 관련 글이 될 거라곤 생각 못 했습니다.
하지만 뭔가 저도 흐름에 동참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시즌1을 저도 재미있게 시청한 사람으로서 시즌2도 나름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진호 형님의 순간적인 번뜩임에 감탄도 하고, 가버나이트의 흥왕, [임] 형님의 벙커링, 그리고 오늘의 논란까지.
피디도 인정했고, 이상민 씨도 트위터에 조금만 덜 욕해달라고 했을 정도로,
이번 화에서는 논란이 될만한 요소들이 많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논란들은 다 이야기하시고 있기 때문에 제가 추가로 거론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불판에서 생긴 하나의 논란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해서 남기고 싶었습니다.
이 프로그램 제목으로 '더 지니어스'라는 말이 붙어도 괜찮은 것인가? 에 대한 논란이었습니다.
한 분은 [이것도 지니어스다]라고 이야기하셨고, 다른 한 편에서는(실제로는 다수가) [이것은 지니어스가 아니다]라고 판단하시는 듯했습니다.
[Genius]라는 말은 사전적 의미로 보면 재능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그 재능이라는 것은 가치 중립적인 단어입니다.
누가 비꼬듯이 말씀하셨는데요. 도둑질 잘하는 것도 지니어스고, 사기 잘 치는 것도 지니어스가 아니냐 하셨는데.
맞습니다. 도둑질을 잘하는 것에도 지니어스를 맞출 수 있겠고, 사기를 잘 치는 것에도 지니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Genius]는 그야말로 [무엇인가에 뛰어난 솜씨를 나타내거나, 영향을 주는 것]을 이야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러한 행동들에 분개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지니어스는 가치 중립적이지만,
그 지니어스를 가지고 하는 [행동]에는 [Good]과 [Evil]이라는 가치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행동에 대해서 사람들이 선하게 생각하는지, 악하게 생각하는지에 따라서
[Good Genius]와 [Evil Genius]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던 재능은 평가받게 됩니다.
지금까지의 게시판의 모습을 보면
결합 게임을 통해 생존한 조유영 씨와 벙커링으로 승리한 [임] 형님처럼 개인의 능력으로 데스매치가 치러졌고,
상대와의 순수 지력 싸움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승리자에 대한 비난은 없는데,
각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적 판단력은 [Good Genius]에 속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반면 이번 화에서는 상대방이 게임에 참여조차 할 수 없도록,
다른 말로 표현하기는 좀 어렵지만, 상대방의 신분증을 [취득]하여 이익을 챙긴 후에 굉장히 미안해했지만,
자신과 연맹의 이익을 위하여 배신한 것을 보고
시청자들은 분노하고, 심지어 해당 연예인들의 SNS에까지 비난을 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몇몇 분들은 생존하기 위한 행동이다. 그런 행동을 잘하는 것도 재능이다. 그렇게 살아남는 것이 재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시고,
제 경우에는 아무리 생존을 하기 위한 행동이지만 다소 더럽다, 추악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행동에 대해서 제가 가치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다소 명확한 것이, 저는 [더 지니어스]가 [더 Good 지니어스]로 끝나길 원해서인 듯합니다.
세상에서 [Good Genius]만 가지고 성공하기가, 또 그러한 사람들을 보기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상민 씨가 뒤에 얘기하듯이 세상은 더 험한 꼴로 가득할 뿐입니다.
자신의 순수한 지적능력으로 세상에서 성공해보고 싶었던 222 씨는 [사기를 잘하는 재능을 가진] 사람들에게 걸려서 세상에서도,
본인도 다른 회차에서는 배신했지만, 예능에서도 쓴맛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티비 속에서만큼은, 판타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시즌1처럼 [Good Genius]가 성공하길 바랐던 저는...
오늘은 [인맥], [정치], [다수], [왕따], [속임수], [배신], [편법](신분증의 취득은 편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법에 접촉되진 않으나, 양심상 걸릴 거 없으면 줘도 그만 안 줘도 그만인) 등등, 그렇게 보기 싫다고 눈을 돌리던 아이들의 집합체가 이곳에...
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환경과 관계없이, 순수한 자신의 재능만 가지고 게임 속에서 우승하는 것을 보고 싶은...
현실에서는 그러한 모습을 보기가 정말 힘이 드니까 아마 티비 예능 프로그램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피디는 방조했으며, 시청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이 흘러가도록 강제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이게 현실이다, 뭐 예능이라고 특별한 거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금 드는 느낌은 김태호 피디가 좀비 특집 있는 그대로 편집해서 보여준 것처럼 했으면 좋았겠다 하는 아쉬움?
쟤들이 도의상 욕먹을 짓 많이 했는데, 그래도 너무 욕먹으면 나중에 캐스팅할 때 힘드니까 적당히 쉴드도 쳐주자고 내보낸 마지막 분량이
더 논란을 키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방조했으면 끝까지 방조해야지, 나중에 괜히 나서서 긁어 부스럼만 만든 것 같습니다. (이상민 씨의 충고 역시 마찬가지구요.)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는 속담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닌데 참 아쉬움이 남습니다.
뭐 어느 분이 불판에 리플로 이야기하셨는데, 이 모든 것이 [임]과 [콩]의 이미지 메이킹을 극대화해서, 최종화 임진록으로 대단원의 마무리-
그동안 연예인들의 친목 척결로 시청자들에게 더욱 큰 쾌감 선사- 라는 시나리오를 피디가 그렸을 수도 있으나, 희박한 것 같습니다.
그냥 [게임 잘 만들었으니 안에서 너희끼리 치고받고 싸우는 건 맘대로 해, 우린 찍고 내보낼 뿐]이라는 마인드고,
시즌1에서 진호 형님의 탁월한 개인 능력과 적절한 게임 배치가 결과적으로 멋진 그림을 만들었을 뿐,
시즌2처럼 게임을 배치했다면 진호 형님도 쉽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참가자 개개인의 차이도 있지만)
짧게 정리하고 싶었는데 말이 정말 길어져서... 하아... 말을 줄이고 간략하게 써야 하는데...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저는 프로그램 제목을 상당히 잘 정했다고 생각합니다.
[지니어스]라는 것은 가치 중립적인 단어이며, 사람들이 판단하기에 선한 것뿐 아니라, 악한 것에도 재능을 붙여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재능을 이용해서 승리를 추구하는 것이므로 제목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룰 브레이커] 역시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단어들을 그대로 해석하면 [범법자]...
우리는 게임의 룰을 초월한 획기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룰 브레이커]라는 표현을 쓰고 싶었지만...
사실 현실에는 법을 교묘히 피하고, 법의 효력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사람들,
편법과 위법을 통해 자신의 이득을 챙기는 사람들이 [룰 브레이커]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즌2의 모습은 매우 현실적인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의 룰과 머리 싸움보다는 정치와 배신, 편법 행위로 승패가 결정되는...)
그리고 그것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게임을 제작한 쪽에서 외부 환경요인에 의해 게임의 승패가 결정될 수 있다는 변수들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고(혹은 방조하고), 규칙으로 정해두지 못한 것에 더 둬야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습니다.
(뭐 하기야 [룰 브레이커]들이 작정하고 달려들면 악용 못 할 규칙이 어디 있겠나 싶기도 합니다만)
마지막으로 시청자로서 지나친 [룰 브레이커]들의 행동으로 인하여 메인 매치와 데스 매치에 대한 집중도가 확 떨어진다는 것은 매우 불만입니다.
계속 반복되는 사람 수 불리기, 정치, 배신으로 인해서 정작 메인 게임을 보는 재미가 사라진다면 다음 회차부터는 아예 안 보게 될 것 같습니다.
게임 자체도 재미있고 몰입이 되는 가운데 뒤에서 암약하는 사람들이 있고 또 그걸로 게임의 결과가 달라진다면 보는 재미가 더할텐데...
게임 자체가 성립이 안 될 정도로 연합이 강한 힘을 발휘하고 끝나버리니...
누가 얘기했던가요... 사람들은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것을(현실처럼 느껴지는 것) 바란다지만, 리얼을(현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싫어한다고...
이번 화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며 드러난 모습들이 예능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던 리얼리티를 넘어섰기 때문에 그걸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많이 갈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임빠] 중 한 명으로서 결승은 [임]이 올라갔으면 하고 소망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