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고보니까 반말체네요. 죄송합니다.
지니어스 시즌 중 가장 불호가 많은 시즌은 시즌 2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검은색 옷을 입은 조유영이 이쁘긴 했지만, 절도는 용서할 수 없는 것이고, 예능적인 재미는 좋지만 연예인 친목은 비호감이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으론, 조유영이 그 방송이 마지막일거라고 생각해서 차라리 우승상금으로 퇴직금 삼기라도 바랬지만 그러기에도 능력이 부족했죠.)
이러한 시즌 2의 서사는 204 회차에서부터 시작한다.
이은결의 행동 유무의 윤리성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이은결이 인터뷰를 통해 연예인 연합의 이야기를 꺼냄으로써
존재하나 실체가 없었던 것이 실체를 가지게 되었다.
정종연 pd가 시즌 2 출연자 중, 이은결을 가장 싫어하는 뉘앙스를 보이는 것이 일견 이해가 된다.
만약 그가 말을 꺼내지 않았다면, 지니어스 시즌 2는 그렇게 사람들이 불편하게 기억하지 않았을 지도 모르니까.
어쩌면, 그것이 노조이의 위기의식을 부채질 했을지도 모르고, 시청자들이 연예인 연합이라는게 존재한다고 인식하기 시작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시즌 2의 서사에 대해서 한 마디 더하고 싶다면, 202의 가버낫 발언도 빼놓을 수 없다.
'가넷이나 버는게 낫지 않아요?'라는 말은, 게임을 서바이벌로 만들어주었고, 지니어스를 욕망의 장으로 만들어주었다.
지니어스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시즌 2를 되돌이켜봤을 때, 이은결은 진짜 마술사였다. 사람들의 마음을 실체화시키는, 자신의 직업같은 마술사.
시즌 2의 서사는, 재미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은 202의 데스매치와, 역시 사실 싱거웠던 204의 메인매치로부터 쓰여지기 시작한다.
이번 회차, 407은 솔직히 게임으로만 보면 재미가 없어보인다. 사실 아직까지도, 나는 이번 회차의 룰을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베팅 게임에서 토론을 하고, 어차피 탈락자가 한 명이 정해지는 게임에서 아무도 떨어지지 않도록 행동하는건
어떤 의미로는 위선이며, 시청자에 대한 우롱처럼 다가왔다.
많은 이들이 원하듯 서로의 지능과 판단을 겨루며, 지니어스한 개인이 승리하는 것이 훨씬 재미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회차가 지니어스 그랜드 파이널의 서사에 어떠한 의미로 다가올지는 알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회차가 지니어스 그랜드 파이널 전체 서사의 중요한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지니어스 그랜드 파이널의 서사의 시작은, 모두가 왕좌에 앉아있다고 생각한 이상민의 탈락이었다.
그 장동민 조차도, 이상민만큼은 어려워했고, 장동민과 오현민의 준동 역시도 이상민은 테이블 밑에서 다 듣고 있었던.
이상민은 초반부의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그는 광대 김경훈에게 일격을 당했고, 그 왕좌에 가장 근접한 것은 장동민이었다.
그리고, 절대적으로 주도하며, 절대적으로 강한 자가 되었다.
하지만, 이번 회차의 의미는 그 장동민도 언제든지 왕좌에서 내려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결론이야 왕의 재능으로 살아남았지만, 시즌 2처럼 가장 강한 사람이 무난히 우승하는 스토리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는 서사가 쓰여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 몸인줄 알았던 장동민과 오현민도 언제든지 서로에게 칼날을 겨눌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급부상한 것은 광대 김경훈이다.
전에 분석글도 썼듯이, 그의 시작 위치는 광대였으며, 광대는 모두에게 천대받는 자였다.
그러던 그가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있는 왕을 엉겁결에 죽인 것 뿐 아니라, 모두가 무시할 수 없는 자가 되었다는 것은,
이번 회차는 노잼이라고 말할지 언정 시즌 4의 서사에서는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이제 지니어스는 누구든지 서로 죽일 수 있는 전쟁터가 되었고, 그 자리에 다소 어울리지 않게 생존을 도모하던 최정문은
운명의 주사위에 의해 탈락하였다.
서사가 흘러가는 길이, 반드시 굴곡만은 기억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회차의 메인게임은 솔직히 노잼이라고 느껴졌지만,
이번 회차가 그랜드 파이널에 어울리는 서사를 완성시켜줄 수 있는 실마리도 많이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짓갤문학]이라는 말머리로 올라온, 짓갤의 왕좌의 게임을 패러디한 글을 재미있게 읽었으며, 그 글을 모티브로 이 글은 쓰여졌다.
그리고 어쩌면, 왕좌의 게임이 시즌 4의 테마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 그리고 다음 회차의 서사가 어떻게 쓰여질지 모른다는 기대를 가지고서 토요일 밤을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