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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11/27 16:07:39
Name Needs
Subject [MD인터뷰] 전 LG투수 김혁섭, e스포츠에서 '제2의 인생' 만개
[마이데일리 = 김선문 기자] " 미래에도 e스포츠의 안정적인 방향을 만드는 것이 내 꿈이다 "

MBC게임 HERO의 김혁섭 코치가 전 LG트윈스 투수 출신이었다는 것은 e스포츠를 좋아하고 관심있게 지켜본 사람이라면 잘 아는 사실이다. 93년 당시 고교 졸업후 당시 고졸 투수 최고 연봉으로 입단했다. 92년 고졸신인 돌풍을 일으킨 정민철(한화), 염종석(롯데) 이상의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계속된 부상은 그의 발목을 잡았고 2001년 선수 생활을 그만둔 김혁섭은 이후 전혀 낯선 프로게임팀 코치로 변신했다.

2006시즌 MBC게임이 전기리그 준우승과 후기리그 우승, 그랜드파이널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선수들의 힘과 팀 창단 효과가 컸지만 김혁섭 코치의 능력도 무시할 수 없다. 프로선수라고는 하지만 아직 어리기만 한 프로게이머들을 상대로 자기 관리를 강조한 김혁섭 코치. 그로 인해 MBC게임 선수들은 그 어느 팀보다 강한 정신력으로 경기에 임했다. 이는 프로야구 선수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정신을 선수들에게 심어준 김혁섭 코치의 역할이 컸다.

다음은 김혁섭 코치와의 일문일답.

▲ 부상은 선수인생에서 가장 큰 아픔이었다

- 91년 청룡기 예선대회 우수투수상과 92년 황금사자기 예선대회 감투상 등 화려한 고교시절 성적을 자랑했다

" 성적은 그리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서울시에서는 상위권이었고 가능성을 보였던 정도다. 2학년때에는 상위 선배를 받쳐주는 역할을 확실히 해냈지만 팔꿈치 부상이 있었다. 또한 팀 사정상 타자를 병행해 (투수로서) 좋은 성적을 내기는 힘들었다 "

- LG에 입단한 이후에도 팔꿈치가 아팠나?

" LG에서도 인정을 했던 부상이었다. 그래도 스프링 캠프 성적도 좋았고 시범경기 및 캠프에서의 성적을 통해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시범경기에서도 3이닝 무안타 무실점의 기록을 올렸다. 김성근 감독님의 지도 아래 입단 동기인 (이)상훈이 형과 함께 피칭 훈련을 함께 했다. 당시 상훈이형은 최고 투수였기 때문에 지지 않기 위해 무리했던 것이 문제였다 "

- 다른 부상은 없었나?

" 피칭 도중 허리를 삐끗했는데 움직이기 힘들 정도였다. 광주 원정에서 당시 이광환 감독님께 이 사실을 말씀드리기가 힘들었다. 이유는 당시 고졸 투수에게 이렇게 신경써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고 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참을 수 있는 만큼 참으려 했었다. 하지만 다음 날 운동을 못할 정도로 고통이 찾아왔고 2군으로 내려가 재활을 시작했다. 2군 성적은 좋았지만 당시(94년) 멤버들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1군 복귀가 힘들었다. 95년에 역시 고졸 최대어였던 신윤호가 입단하는 바람에 난 관심에서 벗어났고 바로 현역으로 입대했다 "

- 군 제대후 다시 선수로 복귀했는데?

" 공백이 있기 때문에 2군에서부터 다시 시작했다. 김영덕 2군 감독님 밑에 한 해 동안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당시에도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나를 당장에 쓸 생각이 없었다. 이후 토론토 블루제이스 연수에서 실력을 인정받을 정도로 좋아졌다. 하지만 프로 6년차인지라 고민을 많이 했다. 98년말에는 야구를 1년만 더 하고 그만두자는 생각도 있었다. 99년에 선발과 중간계투를 번갈아 하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팀 성적도 좋지 않았고 심재학이 투수 전향하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그리고 재활후 2000년에 다시 해보자는 생각이 있었지만 선수협 사태로 인해 하루하루 공을 던지는 것이 스트레스였다 "

▲ 야구를 그만둔 것에는 후회가 없다

- 야구선수를 그만 둔 이후에 어떻게 생활했나?

" 결국 2001 시즌 끝나고 일본 캠프에서 고민상담을 했다. 내가 갖고 있던 불만을 모두 김성근 감독님께 이야기 했다. 야구는 하기 싫지만 기회가 된다면 열심히 하고 싶다고 말이다. 그 당시 다른 팀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 있었지만 다른 일 해서 열심히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은퇴 이후 야구장도 한번도 안 가봤다. 야구가 싫어서가 아니다. 실력이 떨어진게 사실이지만 야구를 꾸준히 해본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도 후회는 없다 "

- 은퇴 후 어떤 일을 했는가?

" 할수 있는 일을 여러가지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2001년 7월부터 여러가지 일을 했다. 회사에 취직을 했었는데 비전도 보이지 않고 '이렇게 살아서 안되겠다'고 생각해서 신림동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아버지가 부동산을 하셨는데 신림동 쪽은 먹는 장사가 잘됐기 때문에 분식집을 시작했다. 벌이는 괜찮았고 어머님도 도와주셨지만 고생한 것에 비하면 잘 되지 않았다. 한 2년을 하니까 주변에서 젊은 사람이 이런 일을 한다는 것에 안타까운 시선을 보냈었다 "

- 스타크래프트를 접하게 된 계기는?

" 선수 시설 괌 현지훈련을 갔는데 김민기 선수가 가르쳐 줬다. 2~3일 해봤지만 훈련때문에 많이 하지는 못했다. 이후 스타크래프트는 한번도 못해봤다. 이후 신림동에서 분식집을 하던 시절에 하태기 감독님을 알게 됐고 예전 야구선수 시절 사진을 분식집에 걸어놨는데 하 감독님이 야구에 관심이 많아 그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하 감독님은 e스포츠의 프로게이머라고 하지만 정상적인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팀이 없다고 생각해 내게 코치직을 권유해줬다 "

▲ 내 역할은 선수관리, 그리고 프로 의식 만들기

- 2005년 12월부터 POS 프로게임단에서 코치일을 시작했는데?

" 당시 박성준, 박지호, 염보성의 '박지성 라인'과 함께 했었다. 12월에 오긴 했지만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약 4개월간 비스폰팀으로 지냈다. 비스폰팀이라는 점에서는 힘든것이 없었지만 선수들 밥을 해주는 등 모든 e스포츠 코치들이 겪었던 그 모습을 했었다. 사실 선수들의 의욕이나 팀 체계가 잡혀져 있지 않았다. 하 감독님은 프로선수 생활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게이머들에게 프로 마인드를 심어달라고 주문했다 "

- 야구 선수의 경험이 코치일에 많은 도움이 됐나?

" 처음에 오자마자 박성준은 잘하는 선수였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가능성에 비해 동기부여가 전혀 없었던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 대표적인 선수들이 서경종과 정영철이다. 정영철은 집에 가지 않고 열심히 연습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내 경험을 많이 이야기해줬고 서경종 역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경기에 임하는 자세를 요구했다 "

- e스포츠 코치의 역할은?

" 우리 팀을 예로 들자면 전략이나 빌드는 박용운 코치가 담당하고 나 같은 경우는 선수들의 경기 외적인 부분(멘탈 스포츠)이나 선수 관리를 담당한다. 나는 LG에 있던 선후배들과 주변인들의 예를 들어 잘되는 경우를 이야기한다. 박찬호, 이상훈, 최향남 선수의 예를 많이 이야기한다. 박찬호의 경우 한국에서 메이저리그를 간다는 상상도 하기 힘든 시기에 메이저리그를 생각했고 메이저리그에 가기 전에도 항상 LA 다저스 점퍼를 입었다, 심지어 술자리에서도 팔굽혀 펴기를 하며 몸 관리를 철저히 했다. 박찬호는 그만큼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그 위까지 올라간 것이다. 그런 설명들을 선수들에게 한다.

한편으로 (이)상훈이 형의 이야기도 선수들에게 자주 한다. 상훈이 형은 프로야구 선수가 자유계약을 풀린 상황에서 LG에서 그만두고 단장과 싸워서 주니치에 입단했다. 93년 입단 당시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공 1개만 던져도 소원이 없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상훈이 형의 예를 들면서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만이 꿈을 이룬다는 점을 선수들에게 강조한다 "

- 프로게임단 코치를 하면서 당황한 점이 있다면?

" 선수들의 마인드가 문제였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시간 약속이다. 팀이 움직이는 점에서 시간 약속이 깨지면 문제가 많아진다. 모두 함께 하는 약속 시간에 어떤 선수는 자고 있을 정도였다. 시간 약속이 중요한지를 몰랐고 예전부터 그래왔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연습시간 지각을 하면 벌금을 물리는 등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이제는 많이 지키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비스폰팀으로 팀을 꾸려오던 많은 분들에 비해 나는 힘들지 않게 코치직으로 왔기 때문에 주위의 따가운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있다.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시고 지금의 스폰서 팀으로 성장시킨 감독님들이나 그 외 e스포츠 관계자들의 노력을 존경하기 때문이다 "

▲ 미래에도 e스포츠의 안정적인 방향을 만들었으면… - 최근 프로게이머의 고민이나 목표는 무엇인가?

" e스포츠는 야구나 축구처럼 학원 스포츠가 아니고 마지못해서 하는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이쪽은 게임이 정말 좋아서 하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문제점이 있다면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냐는 것과 은퇴 후 무엇을 해야할 지에 대해 고민이 많다. 다른 학원 스포츠라면 그래도 갈 길이 있지만 e스포츠는 그렇지 않다.

또한 프로게이머로서의 흥미를 잃어서 그만두는 선수들도 많다.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채 스파링 파트너만 하다보면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기를 '어린데 뭔 걱정이냐?'고 하지만 이제는 자신이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선수들이 은퇴 후에도 안정된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이다 "

- 앞으로의 계획이나 e스포츠의 바람이 있다면?

" 내가 원하는 것은 선수들의 동기부여다. 나도 9년 동안 가능성만 갖고 성공을 못한 스타일이었다. 현재 프로게이머들도 그런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꽃을 피우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다. 인생의 선배로서, 프로스포츠의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 선수들을 가르쳐 단지 몇 명이라도 현재 실력보다 훨씬 뛰어넘는 선수들을 배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e스포츠 선수들이 은퇴 이후에도 프로게이머로 보낸 시간이 헛되지 않았었다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프로게이머 생활에 후회를 만들게 하고 싶지는 않다. 프로스포츠 선수 마인드와 함께 e스포츠의 선진 시스템을 만들어 현재와 미래에도 e스포츠의 안정적인 방향을 만들었으면 한다 "

(김선문 기자 har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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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를찾아서
07/11/28 01:26
수정 아이콘
와.. 그분이 맞네요. 제가 신림동 고시촌 부근에 사는데 고시촌 세컨드 골목에서 분식집을 하시던 그분이시군요. 1~2학년때 오뎅먹으면서
사진보고 신기해 했었는데.. 일하시는 모습도 많이 뵀구요. 작년이었나부터 장사안하시길래 뭐하시나했더니 hero팀 코치를 맡고 계셨군요
잘 알고 그런건 아니지만 뭔가 반갑고 신기한느낌.
Observer_
07/11/28 09:21
수정 아이콘
프로게임팀 가운데 처음 코칭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Hero의 전신인 POS였고,
처음으로 멘탈부분과 체력부분만을 전담하는 코치를 영입한것도 POS죠...

여러모로 대단한 팀입니다.
아케론
07/11/28 10:58
수정 아이콘
LG팬이지만 몰랐다...
눈알빠질따
07/11/28 11:07
수정 아이콘
전 첨에 웬 ㅡㅡ 모델이 저기 있지 했는데 ...;
성추니
07/12/03 13:10
수정 아이콘
아 항상 히어로즈 코치진에 천정명 닮은 분이 누군가 했더니 이분이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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