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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4/26 22:53:22
Name 스토너
Subject [일반] [스포] 스즈메의 문단속 막차탄 사람의 감상기 (극스포) (수정됨)
최근, 아주 뒤늦게서야 한참 동안 장안의 화제였던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았습니다.

사실 주위에 물어보니 호/불호가 극렬하게 갈리기에 대체 어떤 물건인가 궁금함이 들더라구요. 덕분에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소녀 스즈메가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는 이야기’…라는, 정말 완벽하게 스포일러지만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어서 상관없었던 문장만 듣고서 영화를 보러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압도당하는 영상미와 귓가에 울리는 OST의 호강을 누리면서도 머리로는 한 다섯 단계쯤 점핑하는 스토리와 감정선을 쫓아가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어떤 분께서 ‘그냥 점프가 아니라 퀀텀 점프 신뢰의 도약을 서너 번’ 한다고 평해주셨는데 정말 딱 그 심정 대로였습니다. 비추천한 친구의 말이 귓가에 어른거리더군요….

다만 뭔가 전체적으로 퀀텀 점프한 곳들을 잘 메워 넣으면 참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지 않았나 싶은 미묘하게 아쉬운 심정이 발목을 잡아서 개인적인 키워드들을 몇 가지 적어보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 요석과 미미즈의 관계는 소위 지맥에 말뚝 박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런갑다, 이 세계관에서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수준으로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들은 ‘삶에 대한 의지/생명에 대한 찬사’라는 키워드였어요. 그런 키워드에서 봤을 때 꽤 인상 깊었던 지점들을 몇 개 정리해보고 싶습니다.


1. 스즈메와 소타

저는 스즈메의 묘사를 보면서 기묘한 느낌을 받은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 저세상을 보면서 ‘아름답다’고 느끼는 감상
- 죽음이 무섭지 않냐는 질문에 한치의 망설임 없는 ‘무섭지 않아요’라는 답변
- 자신이 이모의 짐인 것 같다는 고백
- 요석이 된 소타를 박아넣은 후 하게 되는 ‘내가 요석이 되겠다’는 결심
- 드라이브 중간에 아름다운 광경이라는 세리자와의 말에 의아해하는 모습

세 번째야 일반적인(?) 가족갈등이라고 쳐도 그 외에는 어쩐지 평범한 여고생이 한다기에는 묘하게 어색한 말들인 것 같았거든요. 마치 금방이라도 세상에서 둥실 떠오를 것 같은–어쩐지 삶에 미련이 없는 듯한 모습으로 보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설마 처음 소타를 보며 ‘아름답다’고 표현한 것도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신비로운 모습에 끌린 건 아닌가 싶기까지 했습니다.

반면 소타는 처음에는 신비로운 청년으로서 등장하지만 이후 점점 현실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모습들이 드러납니다. 소타가 교사가 될 예정이라고 할 때 저도 스즈메만큼 의외였거든요. 토지시를 한다고 해도 생계는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나 열심히 교원 공부와 토지시로서의 업무를 하고 있던 방의 모습에서도 그런 현실감이 느껴졌구요. 중간중간 보이는 소타의 꿈에서도 죽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이나 살고 싶은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요석이 된 소타를 스즈메가 끌어올릴 때 소타의 시선에서 보는 ‘무섭다, 죽고 싶지 않다’는 감정이 절절히 표현되죠.

다 보고나서야 이런저런 해석글을 읽으니 원래 소타가 여성이고, 둘 사이의 감정은 동경에 가까울 것이라는 표현이 보이더군요. 개인적으로 만약 스즈메가 소타를 동경한다면 그 중 한 가지는 소타의 땅을 밟은 현실감, 삶을 살아가려는 마음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아니면 얼굴 외에는 답을 낼 만한 게 없으므로…)

만난 지 일주일된 사람을 위해 그 먼 여행을 떠나고, 죽기로 다짐할 수 있을까?

저는 저 질문에 대한 답이 윗 문단에 있다고 생각되더라구요.
‘아. 저 정도로 살고싶어하는 사람이라니. 그래. 저 사람은 죽으면 안 돼. 차라리 나 같은 (언제든 별로 죽음이 두렵지 않던) 사람이 대신 죽는 게 나을지 몰라.’

애초에 살고 싶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삶을 향한 강한 열망을 가진 사람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도저히 사랑만으로는 스즈메의 희생 정신을 설명하지 못해서 끼워 맞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요. 다만 삶에 대한 강렬한 열망과 죽어도 상관없다는 체념을 대비한다면 그제야 저는 스즈메의 선택을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2. 미미즈를 돌려보내는 것들

위와 같은 키워드를 가지고 보면서 ‘문단속’을 들여다보면 (역시 끼워 맞추기지만) 그 내용이 흥미로웠어요. 토지시들이 문을 닫고 열쇠로 잠글 때, 그들은 ‘그 땅에 살아왔던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그 땅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일상, 그 삶의 기척들을 되새길 때에야 비로소 열쇠구멍이 나타납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파괴할 미미즈를 가두어 잠구기 위한 키워드가 다름 아닌 ‘삶의 기척’이라는 것이, 마치 죽음을 저곳에 보내두는 것은 이 땅에서 계속 살아왔고 살아가는 흔적이라고 느껴졌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마지막에 소타가 소리친 말이 새롭게 와닿더라구요.
앞으로 1년, 앞으로 하루, 아니 아주 잠시라도 저희는 오래 살고 싶습니다.

어쩌면 사다이진은 소타가 진심으로 아뢴 삶에 대한 열망에 비로소 다시금 미미즈를 봉인하는 본인의 역할을 허락해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미미즈를 봉인하는 마지막 문단속을 위한 기원은 소타가 올린 것은 위에서 언급했듯 소타가 스즈메가 아직 가지지 못했던 삶에의 의지를 대변하는 인물이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3. 그리고,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

영화를 보는 중에는 깨닫지 못했지만 이후에야 토지시의 주문이 일종의 승신식 혹은 추도식이라는 해석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뢰옵기도 송구한 히미즈의 신이시여.
머나먼 선조의 고향 땅이여.
오래도록 배령한 산과 하천,
경외하고 경외하오며, 삼가 돌려드리옵나이다.

저 주문의 실존 여부나 감독의 의도는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감상에서도 이 기원이 어떠한 끝맺음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더이상 사람이 살지 않게 된 폐허에서 올려지는 기원이라는 점에 대해서도요.
이 땅을 터전 삼아 살아갈 수 있게 해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오래도록 이땅에 살아왔으나 (이제 이 땅에서의 생활을 끝맺음하게 되어) 신께 돌려드립니다.

대략 이런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여기에서의 끝에는 절망이나 슬픔은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기원을 외기 위해서는 먼저 이 땅에 살았던 사람들을 생각해야 한다는 점까지 고려해본다면, 이 의식을 (긍정적인 의미의) ‘추모식’이라고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과거의 삶과 기억을 되새기고, 그러나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떠나며 문을 닫아걸고 신께 돌려드린다는 이미지에 더 가깝습니다.

의식 없이 버려진 폐허에서 미미즈가 나올 수 있게 된다는 점. 그걸 막기 위해서는 어떠한 끝맺음을 삶의 세계에서 수행해야 한다는 점. 그리하여 삶 속에서 끝을 받아들이고 다음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점. 저는 이것이 ‘어떻게 사람들은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해 감독이 낸 답변이라고 생각되더라구요. 그리고, 재난을 겪고 그저 이 시간을 견뎌 나가고 있는 이들에 대한 감독의 메세지가 아닐까 싶기도 했구요.
(물론 이게 재난을 겪지 않은 사람(=저)가 하는 입바른 말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만…)


4. 그리하여, 문단속(성장)이란.

미미즈를 봉인해야하는 큰 스케일의 여정의 마지막 장면이 어린 스즈메와의 개인적인 회후인 것은 좀 뜬금없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위에서 말한 키워드들을 조합해 납득해보려고 합니다.

어쩌면 어린 스즈메가 엄마를 잃고 저세상을 헤메다가 간신히 돌아왔을 때, 그때에도 스즈메의 무언가는 저세상에 남아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건 스즈메가 자기 자신을 안아주며 자신을 ‘스즈메의 내일’이라고 소개할 때, 그래서 오래 저세상에서 헤매오던 (죽음과 가까이 있던) 자신과 작별인사를 하면서 비로소 돌아온 게 아닐까요.

사람은 살면서 단 한 번만 그 문을 통과할 수 있다면, 사실 어렸던 그 날 이후 스즈메는 반은 삶에서 발을 뗀 채로 살아온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삶을 살아가는 소타를 동경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죽일 순 없어 동경하는 소타를 희생시키고, 끝내 그런 소타를 다시 구해내고, 소타의 (삶을 향한) 기원을 통해 미미즈를 봉인하면서. 그제야 스즈메는 아픔 후에 다시 살아가는 삶도 있다는 것을 자각한 게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상실의 이야기에 끝맺음을 맺고 살아가던 삶으로 발 딛어 돌아온 스즈메의 ‘문단속’이고 구원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문단속은 문을 닫고 떠날때에야 하는 것이니까요. 과거의 시간과, 그 끝에 인사를 고하고 새롭게 살아가기 위해 길을 나서야 하는 우리의 문단속인 셈이죠.



사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을 많이 보는 편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하나의 주제와 서사로 꽉 짜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취향에 안 맞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네요. 보는 그 시간만큼은 압도당해서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명장면은 미미즈가 도쿄를 뒤덮던 바로 그 순간…)

다만 그 압도당했던 만큼, 그 음악에 매료되었던 만큼의 마음을 담아 뭣도 아닌 감상글을 쓰려고 하는데 꽤 길어지고 말았네요.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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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6 23:24
수정 아이콘
신카이마코토는 내적으로 좀 양보하면 참 재밌죠

근데 점점 그거 믿고 커플링 너무 대충대충하는거같음...
스토너
23/04/27 00:01
수정 아이콘
중간에 살짝 멍때리고 보는 게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크크크
그래도 영상미와 OST는 역시 명품이더라구요. 이맛에 신카이 마코토 보는 건가 했습니다..
23/04/27 02:35
수정 아이콘
저는 오히려 만난지 일주일도 안된 존잘남때문에 온갖고생을 하고 죽을결심을 하는 여고생이란 현실에 있을법하다 생각하기에, 그 부분을 개그적으로 좀 꼬집거나 하는 장면만 좀 있었어도~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너무 진지해서 퀀텀점프하는 느낌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스토너
23/04/27 08:19
수정 아이콘
차라리 깔끔한 로맨스물이면 또 이런 생각은 안들 것 같은데 말이에요. 그냥 첫눈에 반한 감정 -> 죽을 고비를 겪으며 진심으로 발전 클리셰도 충분히 많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작중의 재난이 크고 진지해서 오히려 개인의 감정선은 좀 듬성듬성한 느낌도 있네요.
시린비
23/04/27 04:13
수정 아이콘
행동엔 문제가 없었는데 사람들이 ? 를 많이 띄운다면 그냥 그부분 대사가 급발진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흐름상 매끄러움은 덜한 대사선정이 아니었을런지. 뭐 그럼에도 그렇게 말하게 만든 의도가 있었겠지만...
스토너
23/04/27 08:20
수정 아이콘
사실 일주일 만나서 얼굴에만 사랑에 빠진 채로 대신 죽기로(요석이 되기로) 결심한 셈이라.. 그 일주일 사이의 감정이 좀 더 채워졌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 같기도 해요.
시린비
23/04/27 08:52
수정 아이콘
사랑만이 아니라 여러가지가 있었을 수 있거든요. 자기가 요석을 뽑아서 이리 되었다는 죄책감이나 책임감등도 있고
재해 PTSD로 삶에 미련이 없었는데 생긴 미련이라던가 여러가지가 있었을텐데
그걸 다 표현하기엔 소타씨 없으면 못살꺼같아는 좀 미묘하지 않았나 싶어요
스토너
23/04/27 14:21
수정 아이콘
아. 그런 의미라면 동의합니다. 저도 스즈메의 행동에는 오히려 죄책감과 책임감이 있을 것 같았는데.. 대사에는 사랑만 남아있는 것 같았어요..
23/04/27 06:00
수정 아이콘
(수정됨) 스즈메가 소타를 처음 마주쳤을 때 극적이었던 반응을 생각하면 첫눈에 반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첫단추를 이성적인 설렘이었다고 끼워맞추면 이후 등장하는 수많은 동경 요소들도 연심을 깊어지게 만드는 기폭제로 쉽게 받아들여지더군요.
짧은시간동안 세기의 사랑을 하는 테마가 드문 편도 아닌데 갑작스럽다 느낀 관객이 많았던 건, 아무래도 직접적인 내면묘사가 적었던 점이 크지 않았을까요. 소타는 잠깐동안이었던 소타시점 회상만으로 스즈메에게 빠져든 거 설득해냈으니
스토너
23/04/27 08:22
수정 아이콘
하긴 사건에 오히려 치중해서 스즈메가 연심을 품는쪽 묘사가 부족한 것 같기도 해요.
23/04/27 07:49
수정 아이콘
저는 매우매우매우 만족하면서 봤습니다.
여러가지 감정이 떠오르던... 영화였네요.
스토너
23/04/27 08:25
수정 아이콘
빈틈을 잘 메우고 차라리 충분한 호흡이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그걸 메울 수 있게 되면서 다회차를 할수록 더 영화가 깊게 보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근데 다회차하기엔 너무 늦게 본 것 같네요... 흐흐..
다시마두장
23/04/27 08:2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도 바로 얼마 전에 막차 탔습니다 크크.

제 개인적으로는 사람들이 불호 요소로 느끼는 개연성 - 스즈메가 왜 처음 본 남자를 위해 목숨을 걸면서까지 따라다니느냐는 문제는 의외로 감상에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았습니다. 초반의 '어디선가 본 적 있지 않느냐'는 대사를 보고 나중에 뭔가 이유가 나오겠지 싶기도 했고(이 부분은 스즈메와 소타가 어린 시절의 스즈메와 같은 공간에 있었으니 운명적인 기시감을 느꼈겠거니 스스로 정리해 납득했습니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면서 왜 끈적한 동료애와 사랑으로 묶이는건데!' 라고 태클을 걸고싶어지는 JRPG를 많이 즐긴 탓에 무뎌져서 그런가, 그냥 그런가보다 싶더라구요.

제게 가장 큰 걸림돌로 느껴진 건 다이진의 캐릭터였습니다.
다이진이 스즈메를 좋아하게 돼서 세상에 남아있고 싶게 된 과정, 그러나 일련의 경험을 통해 스즈메가 사토를 좋아한다는 인간의 마음을 깨닫는 묘사를 넣었으면 이야기도 훨씬 흡입력있게 다가왔을 것이고 다이진 역시 가오나시처럼 '민폐였지만 결국은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을거란 생각이 들어 아쉬웠습니다. 아니면 하다못해 스즈메의 엄마와 연결고리를 넣어서 눈물샘 자극을 유도하는 장치로라도 쓰든가... 어찌 보면 극의 모티브를 이끌어가는 캐릭터인데 행동의 근거가 묘사가 안 되니 전반적으로 이야기의 흐름이 갑작스럽고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마지막엔 정들어서 스즈메가 눈물까지 흘리길래 다이진을 희생하지 않는 제3의 방법을 찾는 흐름으로 가는가보다 하고 있었는데 냅다 호쾌하게 꽂아버리고 말이죠. 이럴거면 더더욱 '요석으로 돌아가기는 싫지만 이제는 스즈메를 이해하는'묘사를 넣었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이 부분에 관련해서 영화가 끝나고 친구와 '결국 잘생긴 남자 vs 한낱 축생을 저울질 하면 이렇게 되는 것 아니겠느냐'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네요 크크.

전반적으로 장편에서 기승전결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은 신카이 마코토 특유의 호흡(내지는 쪼...)이 다시 불거진 점이 아쉬웠는데, 결국은 이 모든 문제가 거기서 비롯된건가 싶기도 했습니다. 조금 더 가지치기를 하고 힘 줘야 할 부분에 힘을 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달까요.
일본에 잦은 지진이라는 자연재해를 이렇게 대중적인 판타지로 해석한 걸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고 중간중간 미미즈가 나타나는 위치를 현실의 문제와도 맞닿아있는 폐교, 폐허가 된 유원지 등으로 설정해 놓은 부분에서는 그 탁월함에 감탄이 나오기까지 했는데 조금만 더 디벨롭했으면 '넥스트 지브리'라 칭할만한 작품이 나올 수 있었을 것 같아 아쉬움이 더 큰 영화였습니다.
23/04/27 21:34
수정 아이콘
다이진 노이해되는 관객 여기 한 명 추가요 크크크
스토너
23/04/28 23:09
수정 아이콘
다이진은 이해하려다가 살짝 포기한 감도 있습니다 크크크 온전히 스즈메와 소타에 집중했을 때 개인적인 감상이 더 정리가 잘되는 것 같아서요.. 처음엔 신의 변덕스러움을 어떻게든 이해해보려다가 그냥 빠른 포기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다이진의 키워드는 마지막 대사("다이진은 말이야, 스즈메의 아이는 될 수 없었어. 스즈메의 손으로 원래대로 되돌려줘.")가 아닐까 싶어요. 스즈메의 아이는 될 수 없었다는 말이, 이모가 스즈메에게 "우리 애가 될래?"라고 물었던 말과 묘하게 대칭되는 느낌이어서요.
그리고 다이진의 욕망은 은근히 스즈메와 반대방향인 듯해요.
(개인적인 감상에선) 별로 삶에 의지가 없는 스즈메 <-> 요석의 역할(저세상)에서 벗어나 삶을 즐기고 싶은 다이진
이모의 아이가 된 (함께 살아가기를 선택한) 스즈메 <-> 스즈메의 아이가 될 수 없었던 (헤어져야 하는) 다이진
(후반부에) 살고 싶다는 기원을 함께 올리는 스즈메 <-> 스스로 요석의 역할(저세상)으로 돌아가기를 받아들이는 다이진

뭔가 묘하게 스즈메의 거울상같은 행동인데.. 개인적으로는 저세상에 남기고 온 (그리고 이제 문을 닫아 완전히 헤어진) 스즈메의 일부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석된 다이진을 호쾌하게(...) 꽂아버리는 장면은 아직도 해석을 못하고 있어요 크크크
뻐꾸기둘
23/04/27 09:11
수정 아이콘
스토리가 점핑하는 부분을 좀 잘 만지면 정말 좋겠다는 평가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의 거의 대부분(단편인 별의 목소리 정도만 제외될듯)에서 나오는 아쉬움이긴 하죠.

메인플롯이나 소재, 그걸 표현하는 연출력에 비해 이야기 전개의 디테일이 매번 좀 아쉬운...
스토너
23/04/28 23:09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소재와 메세지였다는 생각이 드는데.. 영상미와 음악도 참 뛰어난데.. 아쉽습니다..
Miles Davis
23/04/27 09:1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는 스즈메가 소타한테 그런 행동을 한 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고생이 존잘남한테 반해서 일 수도 있고, 자기 때문에 요석도 빠지고 소타가 의자가 된 거에 대한 죄책감일 수도 있구요. 다른 부분들도 그럴 수는 있다고 생각했는데 대사나 상황들이 뜬금없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보면 영화의 밀도도 좀 아쉽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압도적인느낌에 좋았습니다. 너무 좋았습니다. 차라리 TVA로 나왔으면 마음도 들더군요.
갠적으론 너무 아쉬우면서도 너무 좋은 영화였어요. 여기서 더 바라는 건 욕심이겠죠?
시린비
23/04/27 09:47
수정 아이콘
많은 사람들도 행동엔 공감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할아버지대면씬의 그장면 대사에는 당황들 했을거같아요 뭔가 설명이 부족했던느낌
스토너
23/04/28 23:11
수정 아이콘
정말 차라리 러닝타임이 길고, 잘려나간 호흡선들이 충분히 살아있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아요. 그러면 표면적으로도 훌륭한 로맨스물로, 내부적인 희망의 메세지로도 알찬 더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 같은데요..
벨로린
23/04/27 12:29
수정 아이콘
일본은 현재 포스트-대지진 세대의 창작계 약진을 맞이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IMF나 코로나 수준의 전 세대가 경험한 상흔은 어떻게 이해하고 해소할 수 있을 것인가가 큰 물음인듯 합니다. 스즈메 캐릭터의 기묘한 조영은 그 부분을 생각하면 일본의 젊은 세대가 어떻게 구성되었을지 예상해볼 수 있을 것 같더군요.
스토너
23/04/28 23:11
수정 아이콘
상흔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소할 수 있을 것인가.. 딱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던져지는 질문이네요.
23/04/27 13:57
수정 아이콘
전 애니에 주인공이 미성년인만큼 러브라인의 개연성은 크게 신경쓰지이지 않았고, 미미즈를 막는 과정에서 잔잔하게 드러나는 위로와 여기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 일상의 소중함 이런 정서가 아름다운 화면과 음악이랑 어우러져서, 일본인이 아닌데도 굉장히 먹먹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스토너
23/04/28 23:13
수정 아이콘
사실 찬찬히 곱씹으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감정과 정서라는 게 가장 아쉬운 점이었죠:) 특히 감정이 북받치는 중간중간의 장면은 정말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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