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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3/06 19:34:17
Name 상록일기
Subject 너의 목숨값은 얼마나 되느냐
한국전쟁 와중인 1951년 초, 거창에서 국군이 최소 수백명의 민간인을 살해합니다. 학살이었습니다. 어린 아이부터 늙은이까지 씨몰살을 당한 집안도 있었습니다. 빨치산 토벌이란 이름 아래 산간마을이 통째로 불에 타 없어지기도 했습니다.

책임자는 크게 처벌당하지 않았고 피해자들이 도리어 눈총받았습니다. 이승만 정권은 이를 북의 빨치산 소행이라 왜곡하려 했습니다. 그가 하야하고 하와이로 망명을 간 이후에도, 군사정권은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려는 유족들의 아우성은 군홧발로 짓밟았습니다. 군인들은 위령비를 징으로 쪼개 땅 속으로 묻어버렸습니다.

헌데 영원할 줄 알았던 군인들의 시대가 끝났습니다.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가 차례로 들어섰습니다. 과거사는 규명되고 진상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억울함은 이제까지라구요.

학살 이후 반세기가 흘러 살아남은 아이들은 늙고 병들었습니다. 국회의 의원들은 이들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킵니다. 국가의 죄를 뉘우치며 금전으로라도,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길 원하면서요.

정부에서는 거부권을 행사합니다. 유사사건을 고려하면 정부에게 너무 큰 부담이 된다고 이유에서요. 고건 총리가 탄핵된 노무현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을 맡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그는

"한국전쟁 중의 민간인 희생자 보상에 대한 최초의 입법례가 돼 유사 사건으로의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국가재정에 막대한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한겨레, 2004년 3월 24일자 보도)

라고 거부권행사 이유를 밝혔습니다. 한국전쟁 때 살해당한 이들이 워낙 많아 이들을 다 평등하게 배상한다면 재정상 어려움이 크단 말입니다. 같은 기사에서 이 정부관계자는 25조원의 비용이 예상된다고 추정합니다.

권한대행의 역할이 한정적이라는 걸 고려해보면 이 거부는 고건 총리의 독단이라기보단 일관된 한국정부의 입장일 겁니다. 그러니까 정부는 말하는겁니다. 25조원이 학살당한 이들의 삶보다 중요하다구요. 너무 많이 죽여서 배상을 못하겠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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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6 19:48
수정 아이콘
그나마 광범위한 민간인 학살이었던 보도연맹 사건에 대해서는 사법부가 유족들에 대해 배상판결을 내는 중이기는 합니다.
다만 유족들이 대부분 고령이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관계로 재판을 통한 배상보다는 입법부에서 특별법을 제정하는게 더 빠른 보상이 가능하기는 할 텐데, 입법부 역시 국가재정 부담을 이유로 이 문제에 소극적이죠. 실제로 2020년 즈음인가 보도연맹 배상 관련한 입법시도가 있었지만 법사위를 넘지 못했습니다.
드라고나
23/03/06 20:0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 시기에 11사단이 벌인 학살은 거창만이 아니라 산청 함양 등 지리산을 둘러싼 지역 곳곳에서 벌어졌습니다. 그나마 진상이 좀 밝혀지고 책임자들이 처벌이라도 당한 게 거창군 신원면에서의 일일 뿐인 거죠.

어처구니 없는 건 그나마 처벌당했다는 인간들조차 사면 후 한국군에 복귀했다는 거지만요

4.19 이후 2공화국 때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외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5.16 이후 진상 규명 외치는 목소리는 국가보안법으로 두들겨맞았고요
차라리꽉눌러붙을
23/03/06 20:44
수정 아이콘
(수정됨) 김일성이 죽인 남한사람 숫자에 못지 않은 남한 사람을 죽게 만든 국부...
차라리꽉눌러붙을
23/03/06 21:26
수정 아이콘
한 사람당 1 억 하면 25만명...
23/03/06 22:19
수정 아이콘
아... 진정 허망한 인생이여
고오스
23/03/06 22:28
수정 아이콘
이승만은 공과 과 논하기엔 자국민 최소 수십만명을 학살한 학살자라 논할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위대함과 환상사이
23/03/06 23:22
수정 아이콘
이제는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된 저작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이유는 민족주의를 뛰어넘어 보편적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 국가주의를 넘어서자는 저자의 주장 자체에 있는 게 아니며, 한국전쟁에 대한 기억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압제이자 상처입은 육신에 고스란히 각인된 학살 생존자의 억압된 체험과 강요된 침묵 속에 있기 때문인 것은 전혀 아니지만,

성폭력 가해자 박원순을, 그것도 매우 저급한 비유로 옹호하던 원저자 김동춘의 새로 발견된 속물성 앞에, 그의 기념비적인 저작, '전쟁과 사회' 속 정의로운 학문적, 아니 차라리 사회고발적 실천적인 지식인의 관점이 어떻게 한 인간 속에 그토록 모순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인간적 의구심을 자아내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전쟁과 사회'란 책 안의 관점은 추천하고 싶지만, 그 책은 결코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수메르인
23/03/07 00:49
수정 아이콘
저희 친조부님께서 담양에서 저런 형태로 돌아가셨습니다. 산에 숨어 있던 빨치산들이 밤사이 내려와 무기를 들이대고 식량을 약탈했는데, 날이 밝으니 국군이 몰려와 적에게 식량제공했다고 집단으로 처형했다합니다.
저야 시간상 수십년이 흘러 듣기만 이야기고 전쟁중에 일어난 일로 치부할수 있겠지만, 이 나라 위정자란 자들이 저런 희생자들에 대해 어떤 식으로 바라보는지는 역겨울 정도로 잘 알게 됐네요.
23/03/07 15:05
수정 아이콘
한국 정부의 입장이 그러한건
'25조원이 학살당한 이들의 삶보다 중요해서'라기보단,
'25조원 세금이 지지율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해서'가 아닐까- 싶네요.

'과거사 청산 및 사회 정의 구현이 중요하냐' 물으면 누구나 그렇다 대답 하겠지만,
'내가 모르는 사람 위해 내 세금 쓰이는건' 아깝다 싫다 할 사람 많으니까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 해결은 어려워질텐데... 아직까지 해결 안된거 보면, 참 씁쓸합니다.
결국 불쌍한건 고인과 유족들인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구요.
아구스티너헬
23/03/07 18:40
수정 아이콘
간단합니다 학살보상특별세로 소득세를 2%정도 몇년간 올리면 해결가능하죠 독일 통일세 처럼요
물론 납세자들은 난리나겠고 지지율은 바닥을 기겠죠

정의에 대해 내돈이 아닐땐 관대하지만 그게 내돈이 되면 입장이 달라지기 마련이죠

보도연맹 + 국민의용군 만 합쳐도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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