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집계 된 3월4일자 박스오피스 현황에 의하면 50,400여명의 관객수를 기록하며, 누적관객수 3,797,903명을 달성했고, 동시에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의 국내 흥행 1위의 타이틀을 가진 "너의 이름은"  (누적관객수 - 3,802,086명)과의 격차가 5,000명 이하로 줄어 들었습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가 오늘 종전의 기록을 경신할 것은 이미 확정되었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입니다.

이는 "포스트 지브리 애니메이션" 이라는 평가를 받고, 국내에서 많은 이슈를 만들어 내면서 2016년부터 약 7년간 유지됐던 작품의 기록이 깨지게 되는 셈입니다.  노 재팬과 코로나의 연이은 발생, 그리고 인상된 티켓 가격으로 인해서 한동안 이 기록을 뛰어넘는 작품은 없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지만, 그 어려운걸 슬램덩크가 해냈습니다.





가뜩이나 개봉시에 경쟁작이 올해 최대 흥행작으로 점쳐지던 '아바타 2' 였기에, 슬램덩크 의 전망은 어두워 보였습니다. 실제로 첫주차에 50만도 안되는 성적으로 인해서 100만 관객만 넘기면 잘 싸운 수준이라는게 대부분의 의견이었습니다.

하지만 3,40대 를 중심으로 하는 슬램덩크 팬들의 n차 관람에 힘입어 상영관을 꾸준히 배정 받을 수 있었고, 그러던 와중에 예상외의 높은 작품성이 SNS에서의 입소문을 타고 10대 20대 신규 팬들을 유입 시켰습니다. 그 결과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개봉 4주차인 24일 만에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쟁취하게 되고, 선두자리를 7주차까지 약 3주가량 유지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꾸준한 판매량을 보이며 오늘의 기록에 이르게 되었죠.

날이 갈수록 문화 컨텐츠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는 사회로 변해가는 가운데에, 이번의 슬램덩크 열풍은 30대와 40대 팬들이 이끌어 나갔다는 점이 주목할만하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의 3040 세대는 유행을 리드할만큼 충분히 젊고, 세련되었다 라는것을 증명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저는 나이로 따지면 소위 말하는 '슬램덩크 세대' 회원분들 보다는 조금 어립니다. (아직 앞자리가 '2' 입니다.)

초등학교 입학전에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어머니의 직장인 출판사에 자주 따라다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사무실안은 지루하기도 했고, 어린 나이지만 업무를 보시는 어머니를 귀찮게 할 수는 없었다는 정도는 알았기에 밖에 나와서 기다리곤 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어린 저와 놀아 주었던 친구는 책장에 비치된 만화책들과 게임북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슬램덩크와 드래곤볼은 몇 번씩이나 다시 봐서 대사를 외울정도 였습니다.

언젠가 저녁에 집에서 에네르기파를 흉내내는것을 보여주자 어머니께서 저를 꼭 안아주시면서 우셨는데, 그 이후로 겁이 나서 집에서 만화 이야기를 안하게 되었던 기억이 있네요.

어찌 됐든 그 시절의 만화책들은 저의 자아를 형성하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고, 저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어른이 되면 먹고 사는게 바쁜터라 소년의 감각들은 많이 무뎌지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저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늙어가는 중이었습니다.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웹 서핑 도중 어느 티저 영상을 보았고, 그 순간 어찌나 심장이 뛰던지..!

약 반년간을 기다린 끝에 여러분도 보셨을 그것을 보게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영화를 보며 꽤 많이 울었던것 같네요. 그 후에 두차례 더 보았습니다. 사실 횟수를 안 세고, 틈 날때마다 보려고 했는데 그만 두었습니다.

재미가 없어졌다기 보다는 소중하고 재밋는 경험이 반복되는 시행에 의해서 그 가치가 퇴색 되는게 싫어서 였습니다. 세번째 볼때까지도 울컥하는 부분은 있지만, 더 이상 눈물이 나지는 않더라구요. 그래서 아직 영화관에서의 경험이 "울컥" 한채로 남아있는 기억을 그대로 보존하고 싶기에 이 이상의 n차 관람은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실은 더 빨리 자게에 리뷰를 올리려고 했는데 몇번이나 글을 쓰다가 지웠네요. 다른 분들의 글은 작품내부의 연출과 분석적인 이야기를 조리있게 이어나가는 반면에, 제 글은 단순히 감상문 같아서 부끄러웠던게 컸던것 같습니다. 하지만 국내 영화계에 슬램덩크가 이름을 새기는 의미있는 날인 만큼 키보드를 잡아 봤네요. 우리가 좋아하고 소중히 여겼던 것을 새로운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모습에 가슴이 벅찼던 지난 두달간 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말이 많지만 저는 돌아온 슬램덩크에게 이 말은 꼭 해주고 싶었습니다.

"이렇게나 멋진 모습으로 다시 만나러 와 줘서 고마워."

끝으로 유치하고 발칙한 상상을, 한편으론 수컷으로서의 자각과 사색을 할수 있게 해준 저의 유년시절을 함께 해준 모든 소년만화들에 경의를 표하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