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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2/25 18:35:13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027469028
Subject [일반] <스즈메의 문단속> - '다녀올게'라는 약속(최대한 노스포)

본 글은 개봉 전 프리미어 시사회 감상이므로 왠만하면 스포일러 없이 쓰려고 합니다.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고 왔습니다. 농담삼아 한 줄로 줄여보자면, '신카이 마코토는 분노의 5단계로 영화를 만드나?' 로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노골적으로 재난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인 3부작 중에서 <너의 이름은.>이 소망을 담았고, <날씨의 아이>가 (개인적으로 기시감은 많이 느꼈지만) 수긍을 담았다면, 이번 <스즈메의 문단속>은 어쩌면 그 이후의 성장을 바라고 있는 이야기는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재난 3부작'에서 이 영화는 조금은 튀는 느낌도 듭니다. 간접적으로 두 영화가 연결 되어 있다는 걸 드러낸 것과 달리 이번 영화는 따로 떨어져 있기도 하구요. 누군가를 향해 달려가는 '소년'의 이미지에 비해서, 이번 영화는 소녀를 중심에 놓은 점도 있고, 가끔은 조금 지나치게 감정적인 영역을 선타기 하는 느낌은 들어요.


개인적으로 영화를 순위 매기는 건 좀 애매하다 는 생각은 좀 들긴 합니다만, 굳이 세 편을 비교하자면 <너의 이름은.>이 가지고 있던 무시무시한 에너지와 서사적 빈틈을 메꾸던 돌파력이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최고였고, 기시감과 묘하게 수긍함의 아쉬움이 들던 <날씨의 아이>가 아쉬움이 제일 컸다면(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으로 나빴냐는 잘 모르겠긴 합니다.) 그 중간 쯤에 <스즈메의 문단속>이 있는 것 같아요. 영화의 정서나 제가 느끼는 완성도나 둘 다요.


영화의 이야기는 정석적이고, 시각적으로는 여전히 만족스럽습니다. 약간은 우연과 인연, 그리고 매끄럽지는 않은 연결과 동선들이 애매하기도 하고, 가장 중요한 두 사람간의 이야기가 그닥 납득이 가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렇게 되야하니까, 사랑에 빠지고, 둘을 이야기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동시에, 영화의 주제라고 할만한 부분과 둘의 이야기가 잘 호응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재난 3부작'에서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단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재난과 서로를 구하는 것, 이 두 가지 주제가 제대로 호응하는 영화인지는 자꾸 의문이 들긴 해요. 다만, 무시무시한 돌파력으로 이야기를 '뚫고 나가던' <너의 이름은.>과 수긍의 이야기가 조금은 아쉬움을 남겼던 <날씨의 아이> 사이의 감상이 영화에 대한 평가로 이어진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조금은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그렇기에 중간 정도로 느껴지긴 하더라구요.


결국 그렇습니다. '문'이라는 소재는 결국 어딘가로 이어지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돌아와야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곳에 있던 감정들을 느껴야 한다'는 이야기는 결국 그 사람들을 그런 방식으로나마 느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다녀올게'와 '다녀왔어'라는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들더라구요.


덧. 이 영화에서 3월 10일이라는 재난 날짜, 쓰나미라는 소재도 꽤 대놓고 드러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100년 전의 대지진을 언급하는 게 조금 더 걸리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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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규
23/02/25 19:46
수정 아이콘
올해 첫 영화관 방문작으로 기대하고있습니다
aDayInTheLife
23/02/25 19:46
수정 아이콘
재밌게 보고 오십쇼!
이경규
23/02/25 19:53
수정 아이콘
날씨의아이처럼 여운남아서 두세번 볼 수 있는 작품이면 좋겠네요!
o o (175.223)
23/02/25 19:49
수정 아이콘
언정부터 날아까지 신카이 영화 극장개봉 소식 들은 거는 다 가서 봤는데
이번 건 이상하게 별로 흥미가 안 생기네요.
캐릭터 비주얼이 취향이 아니라서인가 아님 또재난이라서인가;
aDayInTheLife
23/02/25 19:58
수정 아이콘
흐흐 괜찮았습니다. 저는..
abc초콜릿
23/02/25 20:27
수정 아이콘
마지막에 "100년 전"이라는 거 실수로 0 하나 더 붙이신 건가요? 100년 전 지진은 1923년의 관동대지진이 있긴 한데 그건 9월 1일인데.

그런데 신카이 작품이 너의 이름은부터 자꾸 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하는 느낌이라 점점 재미가 없습니다. 변함없이 슈퍼커브가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나긴 하지만요
aDayInTheLife
23/02/25 20:37
수정 아이콘
아 3월 10일로 언급되는건 (아마도) 동일본 대지진일테고, 100년 전은 관동 대지진일 겁니다. 따로 두개가 나오는데 혼동 되게 쓴 거 같네요.
서린언니
23/02/25 21:50
수정 아이콘
비주얼은 최고급인데 주인공 두명에게 감정이입이 잘 안됩니다. 나머지 인물들의 훌륭한 연기는 좋았습니다
aDayInTheLife
23/02/25 22:27
수정 아이콘
그 감정선이라는 게 잘 이어지는 느낌은 아니긴 하더라구요. 저도 그에 대한 연결성이 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23/02/25 22:20
수정 아이콘
스즈메의 문단속 영화 내용을 세 글자로 요약하면 ?

답 : 문OO
aDayInTheLife
23/02/25 22:27
수정 아이콘
무슨 뜻인지 보고 왔는데도 잘 모르겠;;;;
김매니져
23/02/26 12:32
수정 아이콘
친절한 에반게리온...각각의 갈등을 관객이 아닌 등장인물들 끼리 수긍하고 어물쩍 넘어가는등 약점도 있지만 재미있게 봤고 관객도 많이 들거 같아요.
aDayInTheLife
23/02/26 12:38
수정 아이콘
에반게리온은 안봤긴 한데, 관객이 너의 이름은. 만큼 들지는 잘 모르겠더라구요. 다만 어느 정도 본전은 치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크크
23/02/26 18:42
수정 아이콘
[약간은 우연과 인연, 그리고 매끄럽지는 않은 연결과 동선들이 애매하기도 하고, 가장 중요한 두 사람간의 이야기가 그닥 납득이 가는 이야기는 아니에요]부터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조금은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그렇기에 중간 정도로 느껴지긴 하더라구요]

전 현지에서 좀 늦게 오늘 보고 왔습니다만, 이 부분 감상은 놀랄만큼 작성자분과 동일합니다. 개연성이라고 거창하게 말해야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주인공 둘의 관계도 그렇고 캐릭터들이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 데 대한 설명이나 이유가 너무 빈약하다는 부분이 눈에 띄더군요. 개인적으로 가장 문제로 느껴진 부분은 귀여운 고양이 씨인데….(자세하게 말하면 스포일러이니 여기까지) 이런 부분을 중요시하는 분들에게는 좀 거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DayInTheLife
23/02/26 18:49
수정 아이콘
생각해보면, <너의 이름은.>도 막 되게 개연성이라고 할만한 게 뛰어난 작품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그걸 뛰어넘는 무시무시한 '돌파력'이 영화의 정서를 굳건히 지켰다면, 이번 영화는 그런 느낌은 아니더라구요. 개인적으로 중후반 부분까지는 꽤 그랬지만, 어느 시점 넘어가서는 조금은 감성을 넘어 감정적으로 넘어가는 부분이 있는 것 처럼 느껴지다보니, 묘하게 '자포자기'에 가까웠던 <날씨의 아이>보다는 나았지만, 조금은 (즐거웠지만) 아쉬웠다는 감상이 들더라구요. 조금 더, 조금 더, 세고 강렬하게 달려갔으면 어땠을까 싶더라구요.

생각해보면 제가 <너의 이름은.>을 좋아했던 이유가 그 영화의 내용이 저 같이 부정적인 사람에게는 쉬이 찾아볼 수 없는 에너지와 긍정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던 거 같기도 해요. 그 에너지와 힘이 제가 아마추어로 이것 저것 끄적이면서도 따라할 수 없는 성격의 것이다 보니까요. 흐흐.
23/02/26 19:12
수정 아이콘
사실 너의이름은-날씨의아이-스즈메의문단속 이걸 3연작이라고 칠 때, 말씀대로 날씨의아이조차 개연성에서 장점이 있는 서사는 아니긴 했습니다. 다만 그걸 압도적인 영상미와 감성에 특화된 서사로 메워버려서, 관객에게 개연성에 대해 생각할 틈조차 주지 않는 영화였죠.

저랑 많은 부분에서 감상이 일치하시는데 저 역시 이번 스즈메가 날씨의아이보단 감성의 강도가 증폭되었으나 너의이름은 정도는 아니다 라고봅니다. 이게 관객들이 이런 서사구조에 적응해버린 탓인지, 아니면 신카이 스스로의 한계인지는 저도 아직 깊이 생각해보진 않았지만요.

개인적으로는, 개연성의 부족을 메울 정도의 감성으로 다가오는 각본을 짜지 못한다면, 혹은 반대방향의 해결책으로서 개연성의 약점을 극복해내지 못한다면 신카이도 매너리즘에 빠질지도 모른다라고 보는 편이라, 차기작에 더 관심이 가네요.
에이치블루
23/03/08 22:33
수정 아이콘
저는 아릿하게 너무 좋았습니다. 동북 대지진을 생생하게 기억하고있는 사람의 하나로서,
정말 무서울 정도로 이야기를 잘 만들었다고 느꼈습니다.

3.11을 피해가지도 않고 정면으로 돌파해버리는 게 정말 좋았습니다.

은유 오마주 상징 성장 연결 정반합 등등의 어느 잣대에도 다 맘에 들었어요.

제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 가 봅니다.
소녀와 소년이 서로 좋아하게 되는건 사실 논리로 되는 일이 아니라고 수긍하는 나이가 되어서이기도 한 가 봅니다...
aDayInTheLife
23/03/08 22:41
수정 아이콘
그렇죠. 보이 미츠 걸, 혹은 걸 미츠 보이는 논리의 영역은 아니긴 하죠. 흐흐 다만 저는 훨씬 낙관적이면서도 정면으로 뚫고 들어가는 힘에서 너의 이름은. 이 더 좋지 않았나 싶어요. 이건 제 의견이고, 또 그런 류의 긍정적 이야기를 못 생각해내는 저라는 사람의 시샘이 들어간 의견이긴 해요. 재밌게 보신 감상이 느껴져서 저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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