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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1/13 08:51:10
Name 중상주의
Subject [일반] 원래 무효인 계약 - GS건설과 새마을금고
https://www.jmbc.co.kr/news/view/29511

최근 새마을금고 직원이 고객 예금 4억5천만원을 횡령했는데, 피해자가 새마을금고에 이를 배상하라고 한 민사소송에 대해 법원이 그에 대한 개인의 책임도 있다며 일부 배상 판결을 내렸습니다.

아마도 사기죄의 공소시효와 채권의 만기시효를 내세운 판결일 테지만.. 저는 그 사건을 보며, 지난 2016년에 판결이 있었던 반포주공3단지재건축조합(현 반포자이)와 GS건설의 소송전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간단히 사실관계를 정리하자면, 2001년 GS건설과 조합이 맺은 도급(가)계약에는 초과이익 조합원 공유제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도급계약 당시에는 분양가가 정해져 있지 않으니, GS건설의 브랜드파워로 일반분양가를 높여서 사업의 이익을 충분히 벌어 오면 그 이익을 조합원들에게 나눠준다는 조항입니다. (물론 당시에는 LG건설이었고, 최초의 자이가 등장하기 전이었습니다. 최초의 자이는 GS건설보다 빠른 2003년 이촌동에 지어진 LG한강자이였습니다.)

보통 초과이익공유제는 개발이익공유라고도 불리는데, 브랜드파워가 영향을 끼쳤다고 봐서 시공사의 몫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여기서 반포주공 조합원들이 자신의 몫으로 한 계약을 맺은 것은 그만큼 당시의 반포자이가 재작년 한남3구역만큼이나 재건축 시장의 대어여서 시공사가 다소 출혈을 감수한 조건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시간이 흘렀고,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거쳐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었습니다. 재건축 사업이 흔히 그렇듯이 사업은 지연되고 지연되었습니다. 그리고 물가상승비를 반영한 공사비 증액(흔히 에스컬레이션이라고 합니다.)을 고려하니 시공사가 요구한 공사비 증액분이 약 2,000억 원이었습니다. 여기서 시공사와 조합의 흔한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더 줘라, 못 준다. 한참 실갱이 하던 끝에, 정 그렇다면 조합이 초과이익공유를 포기하는 대신 GS건설이 에스컬레이션 분 2천억원을 부담하는 계약을 맺습니다. 조합원 총회 결과 55% 동의로 과반수 동의하였기에 조합장 명의로 계약도 체결했습니다.

현재로서는 믿기 힘들지만 반포자이가 분양된 2008년경, 반포자이는 미분양이었습니다. GS건설이 분양가를 사정없이 불렀기 때문입니다. (평단가 3천만원 가량)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결과는 다 아시다시피, 완판에 피가 엄청나게 붙었죠. GS건설은 결과적으로 1,600억원을 벌었습니다. 초과분양이익이 3,600억원이어서였습니다. 계약할 당시에는 GS건설이 손해인 것처럼 보였지만 시공사의 혜안이 돋보인 부분입니다.

그리고 조합원들은 최초 계약조건과 다르게 초과이익을 다 뺏겨(?) 억울해하던 차에, 최초에 초과이익공유 포기에 반대하던 45%의 조합원들이 절차상의 하자를 찾아내었습니다. 도정법상 재건축조합의 정관은 "중대한 의사결정"의 경우 전체 조합원 2/3의 찬성을 얻도록 되어 있고 반포자이도 그렇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분담금에 영향을 주는 공사비 증액-초과이익 포기는 "중대한" 의사결정에 속합니다. 하지만 조합원 총회의 의사 결과는 과반수(55%) 동의에 불과하였기에 해당 계약은 무효라고 주장한 것이며, 따라서 초과이익을 공유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법정싸움이 시작되었고, 1심과 2심은 시공사가 이겼습니다. 조합장의 명의로 체결된 계약이므로 적법의 추정은 당연하며, GS건설 입장에서 해당 재건축조합의 총회 동의율을 알 수 없으므로 해당 계약의 공신력을 의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논지였습니다. 아울러 시공사가 재건축조합의 정관을 숙지할 의무도 없으며, 조합원 총회에서 추인한 것이 정관상 규정된 내용보다 우선한다고 본 것입니다.

하지만 대법 판결은 결국 조합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논지는 간단했습니다. 정관상 2/3 찬성을 해야 하는데 그에 미달하므로 "원래 무효인 계약"이고, 그 계약에 따른 제반 사항도 무효라는 것입니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눈뜨고 코를 베였고, 조합원 입장에서는 세대당 약 2억 가량의 초과분담금을 벌어 쾌재를 부른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2017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불장에 돌입하게 되니 반포자이 조합원들로서는 참으로 행복한 시기였을 것입니다. (물론 아파트를 매도하지 않았으면..)

다양한 법리적 해석이 가능하겠으나 2016년 있었던 이 대법 판결은 제게는 "반포자이 살려주기 + 대기업 돈뜯기" 의 징벌적 판결에 다름아니라 생각합니다. 저 조건대로라면 시공사는 조합과 계약을 맺기 전 정관과 총회의 결과부터 제출받아 검토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논리라면 사기업간의 거래라도 계약 전에 각 기업의 정관상 규정된 계약관련 결재권이나 정관 절차상 하자가 없는지부터 상호 검토해야 합니다. 말도 안 됩니다. 민사소송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판결입니다.

이번 사례에 저 법리를 적용시키면 더더욱 말이 안 됩니다. 새마을금고측이 본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건 간에 실질은 새마을금고 (전)직원이 예금주를 기망한 것이고, 범죄행위에 의한 계약이므로 "원래 무효인 계약"입니다.
(물론 질권 설정 및 대출에 걸친 서류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전제 하에서입니다. 부동산 담보대출계약조차도 인감과 인감증명서는 기본으로 필요한데 해당 직원이 어떤 핑계를 대고 피해자의 신분증 외 제반 문서와 인감을 수령한 것인지, 아니면 없이 무단으로 진행한 것인지.. 문서, 절차상 하자가 존재한다면야 애초에 말도 안 되는 것입니다.)

원래 무효인 계약이지만 사기죄의 공소시효가 지났으므로 계약이 유효하게 된다는 것인지.. 아마 민법상 규정된 소멸시효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 - 소멸시효 10년)가 판결의 주요 근거가 아닐까 싶은데, 소멸시효의 기산일을 무엇으로 삼았는지도 궁금하네요. 2009년의 만기일인지, 최초에 질권을 설정한 2007년인지.. 만약 피해자가 1,000명이 넘는 수천억대의 사기 사건이었어도 이렇게 판결하였을지 궁금해지는 부분입니다.

항소심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요즘 피고가 누구냐 원고가 누구냐에 따라 사법부의 법리해석이 고무줄 잣대가 되는 일이 자주 보입니다. 사법부의 일원들은 대법원 앞에 서 있는 정의의 여신이 천칭, 칼을 들고 눈을 가린 이유를 다시금 되새겼으면 하네요.

천칭은 공명정대함을. 칼은 엄정한 신상필벌을. 그리고 눈을 가림은 고관대작부터 거지까지 그 누구도 법 앞에 평등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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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오스
23/01/13 09:05
수정 아이콘
한국의 정의의 여신상은 눈을 가리기는 커녕 새파랗게 뜨고 있고, 칼 대신 법전을 들고 있는게 여러 의미를 주는거 같습니다
중상주의
23/01/13 09:12
수정 아이콘
혹자는 불의를 용서하는 자애로운 어머니상 이라고 표현하신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라멜로
23/01/13 09:20
수정 아이콘
기망에 의한 계약이면 원래 무효가 아니라 취소 아닌가요?
양현종
23/01/13 10:17
수정 아이콘
질권 설정 계약에서 고객이 인감을 도용 당한거라면 질권 설정은 당연히 무효이고,
위조된 문서를 가지고 대출계약을 체결했으니 피기망자는 은행으로서 대출 계약이 취소 사안일 것으로 보입니다.
23/01/13 09:22
수정 아이콘
무효인 계약으로 부당이득을 얻었더라도 소멸시효는 10년이긴 하죠..
antidote
23/01/13 09:57
수정 아이콘
두 건은 다를수밖에 없죠.
대법원의 판결이 고무줄인 것과는 별개로
전자는 부동산과 그에 관련한 채권에 대한 건이고 후자는 동산에 대한 건입니다.
전자의 판결이 시공사에 부당하게 보일 정도 불리하게 내려졌다는 말씀에는 동의합니다만 후자의 경우는 동산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완전 무결하고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법에서 동산의 물권과 그에 수반하는 채권 그리고 부동산 사업에 관여하는 채권을 다르게 다루는게 이상할 것은 없다고 봅니다.
아 전자의 판결이 옳아보인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전자 판결에 대해서는 글쓴님 의견에 전반적으로 동의하는 편입니다.
양현종
23/01/13 10:18
수정 아이콘
새마을금고 사건은 판결문을 봐야 사실관계와 어떠한 공방이 오고갔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기사는 내용이 불충분해서 그것 만으로는 비판하기가 어려워 보이네요.
앙몬드
23/01/13 10:56
수정 아이콘
새마을금고 사건은 간만에 너무 얼척없는 사건이라 판결문을 보고 싶네요
23/01/13 11:17
수정 아이콘
눈 감고 대충 휘두르다가
천칭에 돈이 올라가면 반대쪽으로만 휘두르는거 아니었나요
완전연소
23/01/13 11:20
수정 아이콘
새마을금고 판결을 제가 내용을 잘 모르니까 뭐라고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반포자이 판결은 대법원 판결이 타당한 사안입니다.

각종은행, 건설사, 주금공 등 의뢰로 부동산 PF 사업약정서 등 각종 계약서를 작성하고, 관련사건들을 여러 건 진행해본 입장에서
조합 총회 결의를 확인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겁니다.

대표이사가 날인을 했더라도 회사 의사결정도 정관상 이사회의 의결을 요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이사회의사록을 첨부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너무 당연합니다.

하물며 재건축조합은 더욱 총회 결의 여부를 확인하고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는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돈이 한두푼 들어가는 사안도 아니고 당연히 외부 법무법인 검토를 거쳤을텐데 너무 안일하게 계약한게 아닌가 싶네요.
VictoryFood
23/01/13 13:12
수정 아이콘
본문에 따르면 조합 총회 결의도 동의로 나온 거 아닌가요?
그게 2/3 동의가 아니라 1/2 동의니까 부결되어야 한다면 반대 측에서 공사가 진행되기 전에 총회 결과에 대해 법적으로 진행을 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총회가 끝나고 공사가 끝나기 까지 시간이 적지 않았는데 별도로 총회 결과에 대해 이의제기가 없었다면 총회 결과를 인정한다고 보는 것이 맞죠.
완전연소
23/01/13 13:32
수정 아이콘
법령마다 사안마다 각 의결정족수가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는 경우라면 55% 동의로 동의가 되었다고 볼 수 있겠지만,
2/3 이상 찬성으로 동의라면 실제로 동의율이 66.7%를 넘었는지 확인을 해봐야되겠지요.

그리고 권리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묵시적인 추인이 잘 인정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고,
단체법적인 영역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답이머얌
23/01/13 11:32
수정 아이콘
정의의 여신상이 눈을 가린 것은 상대가 누구냐를 보지 않는게 아니라, 천칭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졌는지 알수 없는(정의가 무엇인지 판단 불가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천칭이 확실히 기울 경우 안봐도 들고 있는 손의 느낌으로 알 수 있지만, 약간 기울면 느낌으로는 알 수가 없죠.
판결이 틀릴 수도 있다고(100% 정의를 구현하지는 못한다) 자백하는 것 같습니다.
포카칩은소금맛
23/01/13 11:37
수정 아이콘
09년이든 07년이든 2023년 현재 시점에서 10년도 더 된 일이라...... 전 정말 4억 5천을 맡기고 은행 한 번 안 찾아가본 그분이 제일 이상합니다. 한두해도 아니고 10년이면 계약서도 안쓰고 이상하다고 생각할 법도 한데...
아프락사스
23/01/13 11:49
수정 아이콘
피해자는 지속적으로 은행에서 이자가 지급되었다고 했으니 찾아갈 이유가 없었겠지요.
NoGainNoPain
23/01/13 11:52
수정 아이콘
기사상으로는 2009년에 대출만기가 되었다고 하니 그때부터 통장 잔액에 심하게 문제가 생겼을 겁니다.
아프락사스
23/01/13 11:56
수정 아이콘
피해자가 무엇을 보고 이자지급을 확인했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자지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면 잔고에 문제생겼을 꺼라고 생각하지 않았겠지요.
NoGainNoPain
23/01/13 12:01
수정 아이콘
상황을 짐작해 보면 피해자의 다른 통장에 이자랍시고 일정 금액을 주기적으로 넣어놓은 것 같은데, 원금이 들어있는 계좌와 이자가 들어오는 계좌가 다르다면 의심해 봐야 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23/01/13 12:03
수정 아이콘
예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거라서 잔액은 그대로죠.

저 대출은 위조서류로 이뤄진 거구요.
NoGainNoPain
23/01/13 12:08
수정 아이콘
잔액이 남아있는 기간이 대출 만기가 되는 2009년 까지밖에 안된다는 겁니다.
대출 만기가 되었는데 갚지 않으면 은행 입장에서는 잔액을 회수해 가겠죠. 그럼 통장 조회할때 문제가 드러날 것이구요.
포카칩은소금맛
23/01/13 12:01
수정 아이콘
이자가 지급되는것도 이상하지 않나요? 우리가 은행가서 뭐 하면 간단한 업무해도 작성하는 서류가 한가득인데, 그거 하나도 작성 안하고 돈이 들어오고, 정상적인 시세 이율보다 큰 이율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는데요. 은행이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나에게 그런 특별취급을 해줄 이유가 없잖아요? 보통 일반적인 이자율보다 큰 돈이 계약서도 안 쓰고 계속 들어오면 사기일 가능성이 당연히 크다고 봐야하지 않나 싶어서 저 분이 안타까운 것과는 별개로 당연히 법원은 소멸시효 인정 하는게 정상인거 같습니다.
아프락사스
23/01/13 21:41
수정 아이콘
추가적으로 이자 지급한다는 거에 대해서는 가짜서류라도 작성해보라고 기망했을 수도 있지요. 아니면 서류는 알아서 은행직원이 작성하겠다고 해주었을 수도 있고요. 정상적인 은행거래에서도 직원이 서류의 대부분을 작성해주는 일은 흔했습니다.
NoGainNoPain
23/01/13 11:43
수정 아이콘
https://pgr21.co.kr/humor/471343#7442830
MBC 동영상에 나온 판결문 일부를 텍스트 형식으로 옮겨놓았으니 판결문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보셔도 괜찮을 듯 합니다.
VictoryFood
23/01/13 13:18
수정 아이콘
어르신들은 은행에 대한 신뢰가 있으니 은행 직원에 대해서도 신뢰가 높죠.
그러니 은행 직원이 직원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서 사기를 쳤으면 은행이 변제하고 직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앙몬드
23/01/14 05:08
수정 아이콘
저도 이게 상식적이고 정상이라고 봅니다만 법에 있어 문외한이라 해당 직원이 사망한 점이 이러한 판결을 나오게 한 이유 중에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지가 궁금하네요
최종병기캐리어
23/01/13 13:30
수정 아이콘
앞으로 새마을금고에서 뭔가 할 때에는 난 당신네 직원 못 믿겠으니 대표 나오라고 해!! 시전해야하는건가...

주기적으로 새마을금고가서 내가 예치한 돈 실물 가져와 이러면서 확인해야하는건가...
일각여삼추
23/01/13 14:35
수정 아이콘
인터넷 뱅킹 한번도 안해봤다면 미필적 고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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