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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12/23 17:22:10
Name Gottfried
Subject [일반] 여성향 장르물에서 재벌과 왕족이 늘상 등장하는 이유
웹소설, 웹툰, 트렌디 드라마 등 팝콘 장르물이라 불리는 컨텐츠가 소위 순수문학과 구분되는 특징이 있다면,

집요할 정도로 독자의 대리만족에 그 가치를 집중한다는 점입니다.

순수문학 등 예술성을 중시하는 분야에서는 인생과 인간 전체를 꿰뚫는 보편적인 정서와,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도 그것을 인간이라는 범주 내에서 얼마나 승화시킬 수 있는지에 보통 초점이 맞춰져있는데 비해.

장르물은 노골적이고 생경하다 못해, 천박해서 좀 부끄러워질 정도로 독자에게 효율적인 대리만족을 시켜주는 것이 목적입니다.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입니다.

예전에 비해서는 좀 덜해지긴 했어도, 장르물을 보고 사적으로 잘 아는 사람들이 아닌 타인에게 '나 그 소설 진짜 재미있게 읽었는데!'라고 대놓고 이야기하기에는 약간 꺼림칙한 구석이 남는 것도 사실입니다. (꼭 노X피아나 BL까지는 안 가도 말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장르물은 독자의 욕망을 여과 없이 반영하고 있습니다. 돌려주는 게 길티 플레저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돈을 내고서라도 탐독하는 것은 그만한 정서적인 만족을 주기 때문입니다.

인종과 성별 등 선입견과 차별 이슈가 쉽게 불거지는 분류 대상에 대한 분석을 할 때, 워낙 사안 자체가 예민한 만큼 조심스러워지기 마련인데요.

거꾸로 생각해보면, 이 장르물에 대한 수요만큼 성별의 기호나 경향성을 적나라하게 반영하는 지표를 찾기는 어렵다는 생각도 듭니다.

남들에게 공공연하게 내보이기 싫은 독자의 은밀한 기호가, 순수하게 조회수와 매출로 딱 랭킹이 매겨지는 분야 아니겠습니까.

또한 장르물 시장은 남성향과 여성향이라는 분류가 별다른 중간 영역 없이 비교적 용이하게 구분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특히 지난 10년 사이에는 이들 사이의 애매모호한 중간계의 수요가 별로 없다보니, 대부분의 장르물은 남성향이나 여성향으로 쉽게 구분이 되는 실정입니다.

윤리, 철학, 종교, 체면, 풍습과 사회적인 선입견 등의 각종 여과지를 다 떼어내고, 순수하게 그 시대의 일반적 여성이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는지, 또 일반적 남성이 어떤 만족을 원하는지를 장르물 시장의 키워드나 배경 설정을 통해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이지요.

물론 같은 성별 내에서도 연령대 별의 차이는 세세한 기호 차이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연령대 전반을 관통하는 몇 가지의 키워드들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여성향 장르물 시장에서 그러한 보편적인 키워드 혹은 소재가 있다면, 아주 높은 확률로 그 배경 설정에 재벌, 왕족, 귀족 등이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주인공은 신데렐라 구도처럼 서민으로 시작할 수도 있고, 혹은 계략에 의해 정점에서 밀려나 재기를 꿈꾸는 귀족일 수도 있고, 혹은 회빙환을 거쳐 갑자기 보통 사람이 공주나 재벌녀의 몸에 깃들어버린 설정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서 주인공이 바로 활동하게 되거나, 혹은 우여곡절을 거쳐 서서히 파고들게 되는 것은 왕족-귀족-재벌가입니다. 소위 ‘높은 신분’에 해당하는 계층입니다. (요즘에는 연예계와 방송계도 그 변주된 배경으로 잘 쓰이고요. 실제로 연예계와 방송계에서 탑을 찍어 그 이름이 확실히 자리 잡은 사람들은, 일종의 새로운 형태의 귀족이나 졸부로 치부되곤 하지요. 어쨌든 본질은 다르지 않습니다)

주인공 본인이 직접 높은 신분이 되는 경우도 있고, 혹은 높은 신분의 남자(a.k.a. 왕자님)과 결혼해서 그 신분으로 편입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잘 생각하면 아무래도 후자가 더 많았던 것 같네요.

이 높은 신분이라는 것의 특징이 있다면, 자신이 그 배경 안에서 뭔가를 애써 얻어낼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미 있는 자산을 여유 있게 쓸 수 있고, 나중에 상속을 통해 그 소유권(돈, 권력, 명예 등)이 자신에게 자연스럽게 이전됩니다.

그 권리를 가지기 위해 공적이고 공정한 경쟁을 거칠 필요가 없죠. 왜냐하면 혈통이라는 생래적인 자산이 있기 때문입니다. 피가 이어져있고, 혹은 결혼으로 이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높은 신분에 딸려오는 각종 막대한 자산이 자동으로 주인공에게 전해집니다. 증여, 상속, 공유 등.

즉, 여성향 장르물에서 주인공이 추구하는 목표가 있다면, ‘많은 자원을 별다른 부담 없이 내 뜻대로 쓸 수 있는’ 지위나 역할입니다. 그건 왕비가 될 수도, 재벌의 상속녀가 될 수도, 혹은 재벌 2~3세의 배우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보통 이 때 자원의 소유권을 온전히 가지고 있는 인물(보통 남자)로부터 헌신적인 사랑을 쟁취하게 되는데, 왜냐하면 이런 상황에서 그 인물이 소유한 자산을 주인공이 최대한으로 가져다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냥 결혼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사랑, 그리고 그 뒤에 암묵적으로 따라오게 되는 남자의 ‘충성’을 원합니다. 오직 주인공 한 명만을 바라보고, 또한 주인공을 위해서는 뭐든 해주며 갖다 바칠 수 있는.

이와 같이 ‘최대한의 자원을 나의 명시적인 행동과 노력 없이도 최대한 가용할 수 있는 상태’. 이게 여성향 장르물에서 추구하는 해피엔딩의 조건이며, 또한 이를 통해 대다수의 여성이라면 손쉽게 대리만족을 얻을 수 있는 대상이며, 따라서 여성의 보편적인 욕망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봐도 무방할 듯 합니다.


반면에 남성향 장르물에서는 저러한 상태를 주인공의 궁극적 목표로 상정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극중 몇몇 시점에서 주인공은 저것과 비슷한 상황에 놓이는데, 왠지 지루함과 따분함을 느낀 후 또 새로운 뭔가를 시도하게 됩니다.

가끔 보면, 정점에 오른 주인공이 의도적으로 신분을 감추고 새로 시작하거나, 혹은 회빙환을 통해 아무 것도 없는 정말 평범한(혹은 아주 궁핍하고 추레한) 상황에서 새로 시작하여 또 한 번 그 정점으로 치고 올라가는 성공의 길을 반복하게 됩니다.

즉 남성향 장르물에서는 아래에서 위로 기어오르는, 즉 고난을 극복하고 경쟁자들을 밀어내며 결국에는 정상에 도달하는, 그 과정 자체가 보여주고자 하는 주제의식으로 내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일반적 남성의 욕망이라는 것은, ‘내가 이만큼 가졌고 또 이만큼이나 남들의 지원을 끌어낼 수 있다’라는 데에서 뿌듯함과 만족을 느끼는 여성의 욕망과는 달리, ‘나는 아주 불리한 상황에서조차 다른 모든 경쟁자들을 밟아 누르고 정상에 오를 능력이 있다’라는, 일종의 자기 경쟁력을 증명하고 과시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 과거의 장르문학에서는 그 정상에 오르는 과정에서 주인공이 겪는 고뇌와 갈등에 많은 비중을 할애했던 반면, 요즘의 웹소설에서는 그러한 어려움 없이 치팅을 통해 얻은 능력으로 그냥 손쉽게 성공을 이어나가는 ‘편안한 승리’에 방점이 찍히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밑바닥에서부터의 신분상승이 가능했던 고도성장기의 흔적이 점점 사라지며 계층구조가 고착되어가는 한국사회의 특성을 노골적으로 반영하는 변화라고 생각됩니다. 예전에는 가능했지만 요즘에는 거의 불가능해지고 있는 어떤 로망이, 사실상 포기의 대상이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치팅이 아니면 승리하는 게 불가능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많은 자산과 풍요로운 자원은, 그러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으면 결국에는 따라오게 될 것이므로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수 없는 것이지요.


달리 말하여, 여성향 장르물에서 왕족이나 재벌을 싹 다 뺀 서민들만의 알콩달콩한 일상물은 정말 소수에 불과하며, 트렌디 드라마에서도 결국 어느 한 축으로 ‘돈 많은 남자’ 혹은 ‘부유한 집안의 남자’가 한 명쯤은 반드시 등장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별다른 부담과 대가 없이 누릴 수 있는 풍요로운 자원’에 대한 여성의 보편적인 욕망이 등장하지 않으면, 독자로 하여금 감정이입을 하기도 어렵고 또 대리만족을 주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좀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여성향 장르물에서는 ‘남이 만들어 쌓아놨지만 내가 끌어다 쓸 수 있는 자원’이라는 보상이 빠져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소위, 소비와 지출에 대한 권리입니다. 주로 일처일부제 가정에서 안주인, 즉 어머니이자 여성이 맡고 있는 전통적인 역할입니다.

반면에 남성향 장르물에서는 주인공이 이 ‘소비와 지출에 대한 권리’를 대목적으로 두고 그걸 얻기 위해 극이 진행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저 권리는 경쟁에서 승리하기만 하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부산물일 뿐, 소비를 하며 만족을 느끼는 주인공은 찾아보기 어렵지요. 있다 해도, 손에 넣은 자원으로 영약을 사거나 무기 등 장비를 사거나 돈을 풀어 부하를 만듭니다. 이 모두, ‘다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투자’에 불과합니다. 그저 향유를 하며 내 뜻대로 쓸 수 있는 상황이 즐거운 경우는 없습니다.

현재 드라마화되어 인기를 얻고 있는 <재벌집 막내아들>의 웹소설 원작 역시, 회빙환 프레임을 택해 주인공이 재벌집에 다시 태어났지만, 그 시작점은 아예 밖으로 내쳐진 회장 셋째 아들의 어린 막내로 시작합니다. 주인공이 가진 건 미래의 지식과 투자 정보 정도이고, 아주 대단한 지능과 용기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무형의 자원만으로, 자기보다 훨씬 입지가 좋고 가진 것도 많으며 막강한 권력을 지닌 친척들과 경쟁하게 됩니다. 심지어 스토리의 중심에는, 모든 자원의 소유권을 지닌 회장과의 기 싸움과 내기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자기보다 강한 자와의 경쟁에서 자기만의 노하우로 아슬아슬하게 이겨가며 최종적인 승리를 쟁취한다- 남성향 장르물의 기본적인 구성을 모범적으로 따라가는 것입니다.


세 줄 요약 :

1) 여성향/남성향의 장르물은 보편적인 여성/남성의 욕망이 어떤 것인지 여과없이 읽어낼 수 있는 좋은 소재이다.

2) 여성향 장르물에서 아주 높은 확률로 왕족 귀족 재벌 등의 배경설정이 등장하는 이유는, ‘남이 만들어놓은 자산을 내가 뜻대로 끌어다 쓸 수 있는 상태’, 즉 지출과 소비에 대한 권리가 보편적 여성에게 대리만족을 주는 핵심 보상이기 때문이다. 헌신적인 배우자와의 결혼은 이 권리를 획득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전통적인 경로이다.

3) 반면에 남성향 장르물에서 이런 지출과 소비에 대한 권리가 주인공의 목표가 되는 경우는 별로 없으며, 오히려 자기보다 강한 경쟁자들을 이기고 승리를 쟁취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자기 능력과 가치를 증명하는 과정 자체가 극의 중심이 된다. 헌신적인 배우자와의 결혼은 최종적인 승리에 딸려오는 일종의 트로피로서의 의미가 있을 뿐, 중요한 수단이나 목적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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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의삶
22/12/23 17:28
수정 아이콘
진화심리학에서 말하는 남녀의 진화 궤적과 동일하네요. 웹소설 좀 보고 있으면 인류가 공유한다는 림보? 뭐 그런 게 이런 건가 생각이 듭니다.
Gottfried
22/12/24 11:43
수정 아이콘
동감입니다.
22/12/23 17:30
수정 아이콘
웹소설 제목들만 봐도 욕망이 읽히죠.. 대부분 인생 날로 먹고 싶다..
Gottfried
22/12/24 11:44
수정 아이콘
일 안 하면서도 풍족하게 살고 싶은 건 모든 이들의 꿈이죠...
Mephisto
22/12/2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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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향 소설 요즘 대세는 그런 노력따윈 그냥 켄슬시키고 이뤄놓고 시작하거나 죄다 회빙환 따위의 운빨 극대화로 재능러,노력러들 다 찍어누르고 지존이 되는게 주제 아니었나요? 볼때마다 "참 바라는것도 많아....."이런 생각만 들던데....
마라탕
22/12/23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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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대부분의 욕망이니까요... 재능이건 운빨이건 이능빨이건 남들보다 위에 서고 싶다는 욕망이고 그걸 대리만족 시켜주는거죠. 바라는것이 많아보이는것도 당연한게, 온갖사람들의 욕망을 대리만족시켜주는 거니까요
데몬헌터
22/12/24 05:20
수정 아이콘
해리포터:씨익
Gottfried
22/12/24 11:45
수정 아이콘
네. 그래서 그 부분을 중간에 (*)로 적어놓았습니다.
수메르인
22/12/2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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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보다 강한 자와의 경쟁에서 '자기만의 노하우'라고 하지만 사실 저것 자체가 치트키에 가깝습니다. 그냥 남한테 없는 언밸런스한 무언가로 이기고 싶은거지요.
Gottfried
22/12/2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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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마저 없으면 역사소설이나 순수문학이 되기 때문에... 허허
이정재
22/12/2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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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남녀성향 중간은 무협이 담당하고있죠
Gottfried
22/12/2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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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그런 것도 같습니다.
22/12/2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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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남성은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원한다면 여성은 남들보다 뛰어난 남자를 원하는 걸까요
세줄요약 2번의 '이 권리'를 획득하기 위한 기타 다른 경로는 또 뭐가 있을까요?
세줄요약 3번도 사실은 최근 남성향 장르물에서도 자산과 능력은 회빙환으로 낼름하고 그걸 마음대로 사용하는 쪽으로 옮겨 가고 있는 건 아닐까요?
Gottfried
22/12/24 11:47
수정 아이콘
결혼, 상속, 암묵적인 충성 서약(헌신적인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등이 있겠죠.

말씀하신 부분은 중간에 따로 (*)로 적어놓았습니다.
23년 탈퇴예정
22/12/23 17:43
수정 아이콘
이런 관점으로 노벨피아쪽 보면 최근 남자들은 나이가 어릴 수록 더 포기하고 여성화되는거 같네요
내가뭐랬
22/12/2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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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분위기가 그쪽으로 흐르는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정재
22/12/23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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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화되어가는 일본의 소년점프도 비슷한맥락일까요
자급률
22/12/23 22:59
수정 아이콘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교육이란것 자체가 남성성을 근대적 허상으로 보고 거부하려는 경향성이 있는것같아요. 말씀하신 '남성의 중성화 내지는 여성화' 현상도 포스트모더니즘 영향하에 있는 1세계 전체적으로 관측되는것 같고.
(별로 좋은 현상으로 보이진 않습니다만)
22/12/23 17:5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는 '욕망의 대상이 되는 것'을 여성향 작품의 핵심 대리만족이라고 생각합니다. 흐흐...

남성향은 대리만족을 '주인공의 원맨캐리'로 충족하는 경우가 절대 다수라고 생각합니다.
롤로 따지자면, 다른 라인들이 터져나가는 와중에 자신만이 계획대로 맞상대를 찍어 누르고, 자신을 시기하고 질시하는 같은 팀의 타 라이너도 위기에 몰아넣어 응징하고, 결국 혼자서 상대 다섯 명(+아군 트롤러까지) 처치한 다음에 주변인들에게 칭송받는 모양새가 남성향의 주 패턴인 것이죠.
즉, '주인공이 욕망하던 것을 모두 이루는 것'이 메인이라는 것입니다.

반면 여성향은 약간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원맨캐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독보적인 위치의 '남주'가 등장하고(북부대공 등)
그러한 남주의 절대적인 결핍을 오직 자신만이 채워줄 수 있는 관계가 정말 자주 나오더군요.
(주 패턴인지까지는 모르겠습니다. 로/로판은 100 작품도 읽지 못해서...)
결국 남주는 자신의 결핌을 채워주는 여주에게 종속되고, 이러한 능력 있는 남주를 자신만이 다룰 수 있다는 것을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데서 대리만족이 이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위의 과정과 결과에서 Gottfried 님이 말씀하신 '타인의 경제적 요소를 자유롭게 활용' 부분도 표현될 수는 있겠습니다마는, 능력여주 키워드가 메이저하게 활용되고 있는 걸 보면 조금 더 넓은 범위로 대리만족 핵심을 고려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네요 흐흐흐..
22/12/2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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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 분석에 좀 더 동감하는게 Gottfried 님의 분석은, 물론 Gottfried 님의 분석에서 제시되는 그런 경향이 없잖아 있는 정도가 아니고 꽤 강하긴 합니다만, 여성향 서브컬쳐를 약간 남성향 독자의 시각에서 읽은 느낌입니다.

라캉식으로 말해서 여성적 주체는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알지 못하고 다른 주체의 욕망의 대상이 되는 것을 욕망하는 주체죠. 그런데 그 욕망의 대상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 까놓고 말해서 아무개 장삼이사의 욕망의 대상이 되고 싶은 건 아니고, 이렇게 대단한 인간(잘생기고 쌈잘하고 돈많고 근데 충격적인 과거 때문에 싸이코가 된 북부대공님)의 욕망의 대상이 '일견 평범한' 나뿐이라는 것에서 오는 충족감으로 해소되는 것을 즐기는 게 여성향 판타지죠. 그 과정에서 북부대공님이 나만을 위해 돈이고 권력이고 아끼지 않는 것은 (일견 평범한) 내가 알고보면 그렇게 특별한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여자라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에다가 사이다를 첨가하는 부수적 과정일 뿐이고..

이게 고전 순정만화부터 내려오는 그냥 일반화된 구조에요. (남자의 지위와 재산에 무임승차해서 착취하고 싶은 여성의 욕망을 표현하고 있다고 하기엔 역사도 깊고 바리에이션도 많죠. 남성향 배틀물의 성취 서사가 역사가 길고 바리에이션이 많은 것처럼.) 학교에서 제일 잘나가는 그남자, 그러나 어쩌다 은따에 수수한 나를 사랑하게 되는데 등등. Aiurr님이 지적하듯이 그런 잘난 남성과 대등하겨 겨루는 능력여주라든가 별의별 고생을 하면서 구르는 피폐물이라든가 하는 기존 순정물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지만 무임승차 욕구로 해석하기는 마땅찮은 서브장르가 꽤 많죠.
실제상황입니다
22/12/23 21:09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렇게 치면 사실 남성 또한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는 주체이고 그럼 주체라는 게 과연 있기는 한가 싶죠. 그리고 남성향이든 여성향이든 젠더적으로 해석해보면 그게 결국 착취와 억압의 성격을 드러내는 것이라 볼 수 있구요. 언제나 그렇듯이 그 영역과 방향성이 서로 다르다는 결론이 나올 뿐이고. 그럼 그 다름은 어디서 나오는 거냐 하면 결국 그게 실은 우리들의 욕망이 아니라 느그들의 욕망이 투영된 거라는 식이죠. 저는 뭐 그런 편견적 판타지와 욕망의 연쇄를 긍정하자는 쪽이지만요. 그게 한쪽에서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게 아니라 서로 교차하면서 다양하게 변주되기도 하구요
22/12/23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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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말해서 알파남이죠
Gottfried
22/12/2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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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씀입니다.

남성은 자신이 직접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고, 여성은 그러한 특별한 남성에게 특별 대우를 받는 유일한 존재가 되고 싶어하는 것이 보편적인 인간의 욕망에 가까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결과로 여성 주인공 쪽이 본문에 기재한 보상을 받게 된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위 명제가 장르물에 국한하지 않은 모든 형태의 픽션에 적용된다면, 한편 장르물에서는 보상이라는 부분이 좀 더 부각되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좀 더 드라마틱하고, 개연성을 좀 포기하더라도 비현실적일 정도로 규모가 큰 배경을 내세우면서요. 재벌과 왕족을 굳이 논한 것은 그러한 장르물의 특징 때문입니다. 주인공과 별 다를 바 없는 이웃의 적당한 훈남과 결국 이어져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도 좋겠지만, 적당한 훈남 대신 재벌 3세와 왕자님 쪽이 대리만족의 정도는 더욱 커질 테고요.
앙겔루스 노부스
22/12/23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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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본문을 보면서 교과서적인, 남성은 쟁취해내고 여성은 만들어내는데 관심없다는 류의 남성취향적 관점으로 본 여성향 평이란 생각이 들어서, 여성스스로/여성입장의 관점에서는 어떻게 볼지 궁금했는데, 이 댓글이 딱 그런 부분이네요. 잘 봤습니다.
22/12/2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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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자신의 능력인 매력으로 남성을 충성하게 만들고 그 매력있는 나에게서 우월감을 느끼고
남성은 자신의 능력으로 타인을 짓밟는 승리하는 유능한 나에게서 우월감을 느끼는게 아닐까요

물론 상대적인 겁니다만
Gottfried
22/12/24 11:59
수정 아이콘
동감입니다.

그 매력이라는 것 자체가, 나의 풍요로움과 안녕을 위해 나 대신 열심히 일해줄 사람을 구해 내게 가급적 오랫동안 헌신적으로 만드는 파라메터입니다.

하지만 매력 자체가 현실 자원의 생산성으로 이어지지는 않지요. 일하는 사람 따로, 그 과실을 먹는 사람 따로.
만수르
22/12/23 18:08
수정 아이콘
예전에 만화영화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1. 여성향 만화영화는 본인이 달라지는게 많았습니다.
요술공주 밍키, 세일러 문 등 옷이 바뀌고 키도 커지고 머리도 길어지고, 무엇보다 몸매가..;;;
레벨업한 본인이 주가 됩니다.

2. 남성향 만화영화는 자신이 변하는게 아니라 로봇이나 자동차, 아이템이 열일하는 경우가 많고요.
22/12/23 18:25
수정 아이콘
2번은 완전 이누야사...
멍멍이개
22/12/23 20:28
수정 아이콘
일본이야 잘 꾸미는 여자에 대한 동경이나 선호가 워낙 강하니까요.
안녕!곤
22/12/24 11:43
수정 아이콘
피카츄, 몸통박치기!!!
Gottfried
22/12/2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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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와 매력의 레벨업 / 장비의 레벨업? 으로 대별해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래도 남성향 장르물에서는 장비보다는 본인의 능력 레벨업 수요도 조금 더 많은 듯 합니다... 그런 점에서 판타지 -> 현대물 -> SF물로 갈수록 장비라는 것도 자기 능력의 연장선상으로 취급되는 느낌이고요.
22/12/2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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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말하는대로 날로 먹고 싶다라는 욕망은 같은데 결이 많이 달라서 재밌는 부분..(드라마에도 이런게 좀 보이긴 하는데 여기가 훨씬 적나라함)
전 그래서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페미니즘적인 여성상?(주체적이라거나 비꼬는거 아니고 진짜 걸스캔두애니띵)
그런거에 냉소적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니들이 원하는건 딱히 그런거도 아니면서..이런 느낌
Gottfried
22/12/2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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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 (*)에서 따로 적어놓았듯이,

남성향 장르물에서도 날먹의 욕망이 노골적으로 두드러지는 건 신분상승 가능성이 소실되고 있는 시대적인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2/12/23 18:18
수정 아이콘
대표적인 작품 적어주시면 좋겠군요. 남성향 작품들은 많이 봤는데, 여성향은 본 적이 없어서...
티타임
22/12/23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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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이니 같은 말 할필요가 없는게 여성향 중에서 안그런 작품 찾는게 힘들정도에요.

안그런 작품 대표작을 적는게 빠를겁니다.
22/12/23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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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스토리가 대부분 그런거긴한데

한중일 전부 히트했던 꽃보다 남자가 꽤 정석입니다

이게 또 동서양 차이도 좀 있는데, 하여튼 동양은 그게 되게 스텐다드라고 봐요
22/12/23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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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와 상실을 통해 배우고 시련이나 유혹앞에 번민하거나 굴욕을 감내하고 와신상담하며 극복하는 빌드업, 인간찬가적인 내용을 목막힌다고 호구, 고구마 취급받으며 보기 힘들어졌죠. 먼치킨, 치트, 날먹... 기연이 양반이다 싶을정도의 불합리하고 편파적인 경쟁이 판치고 rpg식 스펙성장에 최적화하다보니 캐릭터들도 비인간적으로 되어갑니다. 여러 클리셰 중 회귀가 유독 자주 애용되는 이유도, 회귀전 이미 시행착오 다 해봤고 후회될 거리도 다 알기 때문에 답답함 없이 처음부터 다 잘할 수 있다는 개연성 확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변화는 독자층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스낵컬쳐스러움이 폭증했고 짧은 호흡의 기승전결을 강요하는 편결연재시스템 정착 영향이 크다고 생각하는데, 시대상이 반영된 변화라는 가설에 맞춰 분석하면 성장과 성공에 대한 동경은 일관되지만 그러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 쓴맛에는 더 눈길을 주기 싫어한다 정도 되겠네요.

여성향 작품은 예전에 여주가 황후인 작품 잠깐 봤는데, 평민출신 연적에게 '평민주제에 어딜 감히...' 이런 댓글들이 마구 달리는 걸 보고 괴리감을 느꼈던 기억이 있습니다. 유독 높은신분, 현대 배경에서도 상류층과 연관된 소재가 많아보이는데 남성향은 능력, 천재성, 비범함 이런쪽에 눈돌아가있는 것처럼 상향혼 본능이 고귀한 혈통에 대한 동경과 맞닿아있나 싶기도 하네요.
Gottfried
22/12/2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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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간에 (*)로 언급했듯이, 말씀하신 부분은 고도성장기가 끝나 개인능력으로 신분상승하는 게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무리 발버둥쳐봐야 큰 성공을 하는 게 어려우니 남은 건 상상 속의 치팅 정도겠죠.

장르물을 둘러싼 이러한 변화가 개인적으로도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혈통과 핏줄의 좋은 점은, 본인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혈통이 확실하다는 것만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본인이 그 혈통을 가지기 위해 애쓸 필요도 일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그 존재만으로 대우받고 싶은 욕망. 윗 덧글에서 논했던 매력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매력을 가진 것만으로도 대우를 받죠.
22/12/2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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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단순하게 애니계가 모에 이전과 이후로 격변한것처럼, 장르소설계도 문학티를 못 벗던 시절에서 점점 더 원초적이고 상업적으로 검증된 방식으로 변화를 거듭해온 엑기스가 지금의 모습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시절에도 대히트 치며 먹혔을지도 몰라요.
딸기우유먹보
22/12/23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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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장르문학이 순문학과 대비되는 가장 큰 포인트는 역시 주인공의 절대적인 승리라는 법칙이 보장된다는 점입니다. 남성향에서는 갖은 역경, 여성향에서는 연적들로 표현되는 위기가 찾아오지만 이건 스토리적인 장치일 뿐 결말에서는 주인공이 이를 모두 극복하고 승리를 쟁취할 것 이라는 믿음이 독자들에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선 이런 스토리 전개용 위기조차도 치트능력으로 스킵하고 바로 승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 오히려 대세입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주인공에게 위기가 닥치면 고구마 집어치우고 사이다를 달라는 댓글들이 아우성 칩니다. 그리고 사이다를 주는데에 있어서는 치트 능력이나 재벌/왕족의 막강한 권력으로 찍어누르는 것이 제일 쉽고 빠릅니다. 너무 가볍고 유치하지 않냐고요? 그 유치함, 클리셰 범벅인 전개가 독자층을 안심시키는 걸요.
그렇다고 이런 팝콘장르물 독자들이 머리가 텅텅 빈 사람인건 아닙니다. 그저 혼란스러운 현실, 어떤 안전도 장담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해 머리를 싸매느라 지친 마음을 팝콘장르물의 말초적인 자극을 통해 위로하는 것 뿐입니다.
Gottfried
22/12/2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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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입니다.

현실이 힘들어 장르물을 보는데, 그 와중에까지 긴장하고 두려워하고 불안해하고 싶지 않은 거죠.

이 부분을 본문의 중간에 (*)로 기재해두었습니다.
숨고르기
22/12/23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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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그러고보니 기억이 나는게 과거 인기 드라마 "파리의 연인들"에서 결말에 아시발쿰... 엔딩을 냈다가 분노한 여성팬들로부터 한동안 엄청난 융단폭격을 받았던게 떠오르네요. 남성향 판타지라면 그런류의 현실복귀 엔딩이 드물지는 않은데..
22/12/2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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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향 판타지에서 아시발쿰 엔딩은.. 남성팬들에게도 욕쳐먹을 것 같은데요?
'님들 이거 사실 다 꿈임 크크' 하면 몰매 맞을 것 같은데..
샤이닝 로드라고 남성향 웹소에서 아시발쿰 엔딩낸 거 하나 기억나네요.
22/12/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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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xx 웃는데요?
Gottfried
22/12/2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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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여성향 남성향을 떠나서 귀한 독자분들의 대리만족 바구니를 엎어버리는 처사라서... 허허
darkhero
22/12/23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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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현실사회의 갈등 양상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는 분석으로 보입니다
Gottfried
22/12/2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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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입니다.
단비아빠
22/12/2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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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 독자의 대리만족
순수문학= 작가의 자기만족
포프의대모험
22/12/2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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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 대공감이네요
22/12/23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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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Gottfried
22/12/24 12:12
수정 아이콘
아... 이 촌철살인이라니.

대중들에게 널리 공감받을만한 작가의 자기만족이 나타날 확률이 드문 만큼, 순문학에서 성공하는 작품도 드문 것 같습니다...
우자매순대국
22/12/23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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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남성을 지배하는 여성우위세계 이런건 잘 안팔리나봐요? 크크크 오히려 일본 남성향 소설에는 종종 있던데
22/12/23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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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amu.wiki/w/%EC%98%A4%EC%98%A4%EC%BF%A0

3번 항목 작품이 꽤나 유명합니다
Gottfried
22/12/24 12:15
수정 아이콘
남성의 충성과 헌신을 받아내는 매력을 가지는 게 여성향 장르물의 대표적인 대리만족이라면,

이쪽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강력한 권력과 지위로 대상화된 남성을 대놓고 길들이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남성'이 극에서 제거되는 순간 이런 장르도 공중분해되겠죠...

반면에 남성향의 히전죽 프레임을 보면, 남성향 장르물에서는 여성의 존재가 자그마한 트로피 대우도 못받는 게 이상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죠. 물론 이게 바람직한 현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이그나티우스
22/12/23 22:19
수정 아이콘
좋은 분석입니다. 평소에 저도 생각하던 내용인데 명쾌하게 정리되어있네요.

웹소설은 아니지만, 코믹스나 애니메이션과 같은 다른 매체도 마찬가지에요. 여성향 로맨스와 남성향 로맨스를 가르는 가장 극명한 차이는 "성취지향성"에 있습니다. 남성향 로맨스의 경우 상대의 마음을 얻어나가는 과정이 주를 이루는데 비해, 여성향 로맨스는 그런 과정이 삭제되어 다른 내용으로 대체되어 있죠.

그래서 전 "여성서사"가 과연 여성의 주체성과 직결되는지에 대해서 좀 회의적입니다. 사실 서사에서의 주체성이라는게 까놓고 표현하면 죽어라고 굴러야 한다는 얘긴데, 여성들이 자신의 감정이입 대상인 여주인공이 그렇게 허리가 끊어지게 구르는걸 좋아할까? 라는 생각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그토록 욕을 먹는 남성주의 서사라는 것도 결국에는 남주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목숨을 걸고 몸뚱아리를 갈아넣는 내용이 대부분이거든요.

굉장히 아이러니한 부분은 여성의 주체성이 극단적으로 도드라지는 작품들은 오히려 남성향 서브컬쳐에서 많이 발견됩니다. 심지어 러브라이브 같은 IP는 애초에 남자가 거의 등장하지 않고, 극의 모든 전개를 다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헤쳐나갑니다. 어떻게 보면 벡델테스트 만점을 받을 이런 작품들이 역설적으로 여성들에게는 딱히 큰 호응을 얻지 못한다는 점을 보면 여성 소비자들이 딱히 주체적인 등장인물에 딱히 감정이입을 안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키모이맨
22/12/23 22:34
수정 아이콘
저도 마지막 문단에 대해 좀 재미있게 생각했던 기억이 나네요

미소녀동물원은 과연 가장PC한건가 가장 언PC한건가..크크
분명히 남성에게 의지X 연애노선X 여성캐릭터들만나와서 여성캐릭터들이 주체적으로 위기를 해결하고 성장해나가는게 메인테마인데
일상물이 아니고 여성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죽어라 싸우고 구르면서 위기를 해결해나가는 작품들도 널렸죠
근데 이건 다 남성향이란 말이죠 기존 남성향 작품에서 딱 캐릭터만 그냥 눈요기로 보기좋게 바꾼걸로 생각해야하나 크크

예전에 봤던 애니중에 크로스 앙쥬라는 애니가 있었는데 미소녀동물원(애초에 배경이 여자만 모여사는 여군)+거대로봇+드래곤
+밀리터리 에다가 대놓고 B급애니로 각종 잔인하고 선정적인(여자캐릭터들의)장면 많이 넣어놨는데 신기하게 이건 여성팬덤이
과반수 이상일정도로 여성들한테 인기가 많았다고하더군요
22/12/23 23:38
수정 아이콘
때문에 여성들이 말하는 '당당함' 도 사실은 꽤나 재미있는 주제죠
Gottfried
22/12/24 12:20
수정 아이콘
맞는 말씀입니다.

보편적인 여성이 원하는 건 '그렇게 죽도록 노력하지 않고도' '특별한 나의 존재만으로 자연스럽게 권리와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니,

여성 주인공이 힘들게 액션을 취하면서 역경을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대리만족의 정도는 확연히 줄어들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거야말로 소년만화의 전통적인 프레임에, 그저 주인공을 여주로 넣은 것뿐인(...) 상황이 아닐까 합니다. 말씀하신 그대로지요.
베가56
22/12/23 22:20
수정 아이콘
남성향이든 여성향이든 대부분의 장르소설은 독자들의 니즈에 맞춰서 잘 팔리는 쪽으로 하다보니...
Gottfried
22/12/24 12:21
수정 아이콘
그렇습니다. 그 잘 팔리는 니즈를 면밀히 정량적으로 분석해보면, 정말로 보편적인 여성과 남성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성적으로 명제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이 글의 요지입니다.
닉네임바꿔야지
22/12/23 23:05
수정 아이콘
남성향은 좀 그렇죠. 언급된 재벌집 막내아들의 경우도 끝없이 순양을 얻기 위한 경쟁만 다루다가 순양을 얻는 순간 손에 넣은 순양을 어떻게 굴리고, 어떻게 누리고, 어떻게 그 권력을 과시하는 지 그런 게 없이 얻는 순간 바로 끝나버리죠. 순양이라는 트로피를 얻는 게 소설의 목적이었던거에요. 대부분 남성향 웹소설이 좀 이렇죠. 보다보면 그거 얻어서 뭐 좀 생산적인 걸 하는 걸 보여줘야 하나 싶기도 하면서도 그거 나와봤자 분량 늘리기 뿐인 거 같기도 하고...
Gottfried
22/12/24 12:23
수정 아이콘
그래서 본문에 넣을까 하다가 뺀 내용이 창업과 수성에 관련된 것입니다.

보편적인 남성은 제로 단계에서 높이 쌓아올리는 멋드러진 창업의 과정을 좋아하고 또 거기에서 대리만족을 얻지만,

이미 높이 올라간 그 성을 관리하고 유지하며 그 과실을 천천히 따먹는, 수성 및 2세-3세 경영의 풍경에서는 그다지 대리만족을 얻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자급률
22/12/23 23:23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봤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론 이 글이 기존의 여성향은 잘 설명하는데 최근의 여성향까진 다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최근엔 여성향에도 걸스캔두애니띵 느낌으로 여주가 개인 능력으로 빌런이나 경쟁자들을 능가하고 위로 올라가는 작품, 혹은 아예 정상에서 강아지형 남캐들을 트로피처럼 거느리는 작품도 늘어나고 있는걸로 보이거든요.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판타지를 대변하는 작품군이 형성되고 있다고 봐야겠죠)
Gottfried
22/12/24 12:28
수정 아이콘
맞는 말씀입니다.

말씀하신 서브카테고리가 여성향 장르물의 주류가 되어갈 것인지 지켜보겠습니다.

구미권의 대중문화에서는 이러한 목소리가 좀 더 먼저 적용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빌보드 랭킹에서 놀고 있는 여성 가수들의 곡을 보면, 주제의식이나 가사 등에서 강하고 독립적이며 남성에게 구애받지 않는 여성상을 내보이려고 애쓰고 있죠. 가끔 보면 좀 안쓰럽거나 억지스럽게 느껴질 정도로요.
겨울삼각형
22/12/23 23:27
수정 아이콘
남성향 여성향 뭐 나눌게 있을지 모르겠네요..

대부분 소설이 주인공이 먼치킨 아닌가요?
Gottfried
22/12/24 12:28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그건 성별을 굳이 가지고 올 필요 없는 인간 본연의 욕망(...)이라고 생각합니다.
22/12/24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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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향은 ‘강박’적으로 뭔가를 ‘이루는’ 재미.
여성향은 ‘히스테릭’적으로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재미. 라고들 흔히 구분하죠. 재미있는 글 감사합니다.

다만 댓글처럼 최근에는 남성향과 여성향의 쾌감이 섞이는 내용이 많습니다. 특히 남성향이 여성적으로 ‘남에게 인정받는’ 쾌감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스트리머 물이 그 절정이고. ‘천마는 평범하게 살 수 없다’ 같은 겉보기에 상마초물 같은 작품이 자세히 보면 남들이 이뻐해주는(?) 내용 뿐이라 흥미롭습니다.

요새는 웹소의 기초는 나오고 이를 변주하고 뒤섞는 작품이 흥행하는 시대인듯 합니다. 남성향과 여성향도 섞어줘야 하는거 같아요.
Gottfried
22/12/24 12:37
수정 아이콘
말씀대로 남성향 여성향의 전형성이 시대의 변화와 함께 허물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요.

좀 민망할 정도로 주인공을 추켜세워주고 빨아주는 작품들은 아주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 악명높은 '패왕의 별'부터 시작해서 말이죠...

사실 거의 모든 남성향에서, 분량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남들이 '우와아' 하면서 주인공을 대단하게 여겨주는(!) 장면은 안 나올 수가 없는 듯 합니ㅣ다.
22/12/25 20:13
수정 아이콘
네넵. 결국 웹소설은 대리만족이라, 시대의 흐름을 잘 대변해주는거 같습니다. 요즘 남성과 여성의 쾌감이 섞이면서 하나가 되어가는 느낌을 받는데 웹소도 그 트렌드를 따라가는거 같기도 합니다.
Logicracy
22/12/2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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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트렌드는 잘 모르지만 마망류는 비주류가 된건가요? 장르소설이야 이야기를 진행해야 할 위기나 목표가 있어야 하니까 일상물같은 이야기가 힘들고, 그때문에 남성향 특유의 쟁취하는 행위가 나올수밖에 없죠. 하지만 좀 더 자유로운 씹덕 분야에서는 그냥 평범한 주인공이 스펙 뛰어난 여캐들의 애정을 날먹하는 작품들도 흔한걸로 기억합니다.
Gottfried
22/12/24 12:39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부분은 이미 널리 인정받은 서브장르가 아닐까 합니다... 특히 망가 쪽에서요.

평범하지만 우유부단하고 눈치없는 주인공에게 자기보다 고스펙의 아름다운 여성들이 왠지 모르게(* 특 - 극 진행 되는 내내 계속 몰라야 함) 계속 달라붙는데...??
누텔라칼국수협회
22/12/25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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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쾌한 글 감사합니다. 뭇 여성의 궁극적 지향점은 흔히 아는 세계 영부인들과 같은 삶이 아닐까 생각을 오래 했습니다만..
레이디 고디바 역시 허구의 이야기라고 하던데 흥미롭습니다.
현실의 모습은 고디바와 같은 비현실적 자기 희생이라기보다,
역으로 그런 감성적인 전설이 부여하는 숭고함의 외피를 두른 채 소비하며 즐거워하는 자체에 지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디바 초콜릿을 대낮의 커피랑 삼삼오오 즐기는 모습이요.

많은 수수께끼들이 술술 풀리는 시대라서 재밌네요.
많은 국민들이 그런 여성향 세계관에 푹 빠진 시대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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