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12/20 23:58:00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2961347638
Subject [일반] <서부 전선 이상 없다> - 오랫동안 기억될 불쾌감.

어디선가 그런 말을 봤습니다. '모든 전쟁 영화는 반전영화이다.' 전쟁을 다루면 다룰 수록, 모든 전쟁 영화들은 반전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다고. 영화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사람의 짧은 이야기만 기억에 깊이 남아있습니다.


이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3번째 영화화고, 또 많은 모티브가 된 소설 원작의 영화입니다. 그렇기에 어떤 점에서는 이 영화는 너무나도 뻔하고 너무나도 속이 들여다보인다고 표현해도 될 것 같습니다. 클리셰도 많구요, 이렇게 되겠다 싶기도 합니다. 영화의 방식은 너무나도 정직한 정면 승부입니다. 서사를 최대한 압축하고, 영화의 공간 속으로 관객을 옮겨 놓습니다.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아마도 '배틀필드 1'의 오프닝을 기억하실 겁니다. 몇 분만에,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사망하고, 1차 대전 전사자의 이름을 화면에 표시하던 그 오프닝을요. 영화를 보면서 저는 그 오프닝이 떠올랐습니다. 영화는 그런 점에서 몇 가지 영화적 서사를 제외하고선 관객에게 '체험'을 제안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니까, 이 잔인하고 차가운 1차 세계 대전의 한복판으로 조금씩 초대한다고 해야할까요.


그리고 개인적인 감상으로 이 경험은 속수무책으로 들어오는 투수의 패스트볼 같습니다. 그러니까, 불쾌하고 지저분하고, 이상하고, 영웅주의 따위는 개나 준, 말 그대로 불쾌하고 음울한 골짜기로 초대하는 기분이라고 해야할까요. 모든 것이 빤히 보이는 기분이지만, 그 기분 한 가운데로 끌고 들어와서는 이걸 보라고 외치고 있는 느낌입니다. 어떻게 표현해야할까요. 무슨 말을 해야할까요. 때때로 '이 잔혹한 환경을 보라!'라고 외치는 것이 조금은 지나쳐서 과하다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 공간으로 끌려 들어간 이후로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영화를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후반부의 각색은 조금 누군가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 같아 보여서 조금 아쉬움이 남았습니다만, 그걸 제외하고 영화는 너무나도 잔인하게 상황을 응시하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보여주고 느끼게 할 뿐입니다. 이 잔혹하고 음울한 구덩이를 저는 오랫동안 생각할 것 같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라이징패스트볼
22/12/21 03:01
수정 아이콘
모든 전쟁영화는 반전영화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처럼 전쟁에 대해 냉소적인 시각을 보인 영상물을 저는 한번도 본 적 없었습니다.
애국심, 동료애, 자기희생, 조국의 영광과 구원.....이 모든 환상을 걷어버리고 전쟁에서의 죽음은 전부 개죽음이다라고 선언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정말 좋아하는데 이 영화는 전혀 다른 의미로 잊을 수 없을 것 같네요.
aDayInTheLife
22/12/21 07:01
수정 아이콘
정말 직설적이더라구요. 영화를 보는 내내 직설적이다 못해 오히려 전쟁의 영웅 서사 같은 거를 조롱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냉담하고 직설적이었습니다. 저도 오랫동안 기억할 영화인 것 같습니다.
담배상품권
22/12/21 10:34
수정 아이콘
그쪽계열 전설적인 영화중에 컴 앤 씨라고 있습니다.
22/12/21 14:45
수정 아이콘
고등학교 때 숙제로 서부전선 이상없다를 읽었는데, 그 많은 이야기가 지난후의 앤딩은 잊을수가 없네요. 왜 명작이라는지 알거 같더군요
aDayInTheLife
22/12/21 16:12
수정 아이콘
저는 전혀 모르다가 이번 영화를 보고서 책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참 허망하더라구요.
나이스후니
22/12/21 17:59
수정 아이콘
저도 얼마전에 봤는데 참 냉정하게 희망하나 없이 표현 하더군요. 전쟁이 가끔 미화되기도 하는데, 적어도 휴전국가의 한국인들은 한번쯤 이런영화를 봐야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전쟁터에서 생사를 보면 운이 좋았다 말고는 다른 생각이 안들더군요. 한없이 찝찝하고 냉정하지만, 이것이 전쟁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aDayInTheLife
22/12/21 18:08
수정 아이콘
전쟁이라는게 참.. 나무위키를 보니 두 가지 상반된 시각의 전쟁 소설 이야기가 나오더라구요. 개인적으로는 이쪽 방향이 현실에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7500 [일반]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면 족한것인가? [25] 닉넴바꾸기좋은날10055 22/12/22 10055 2
97499 [정치] '확률형 아이템' 규제 게임법 개정안이 법안소위에서 계류되었습니다. [132] 하종화14021 22/12/22 14021 0
97498 [정치] 민주당 신현영 의원의 닥터카 탑승 관련 문제가 계속 터져나오네요 [290] 미뉴잇23574 22/12/22 23574 0
97497 [일반] [넋두리] 심각한 슬럼프가 왔습니다. [57] 카즈하13929 22/12/22 13929 31
97496 [정치] "이 사람 보수 맞나" 패널 누구길래…방송사에 공정성 따진 與 [115] 카린18297 22/12/22 18297 0
97495 [일반] 뉴진스 Ditto 후기 [15] 소시15422 22/12/22 15422 7
97494 [일반] 요즘 본 영화(스포) [1] 그때가언제라도8289 22/12/22 8289 4
97493 [일반] 2022년 시청한 애니메이션 감상 (feat. 요즘 이게 유행이라면서요) [29] 이그나티우스15037 22/12/21 15037 11
97492 [일반] 설득력 있는 글쓰기를 위해 (2) [2] 마스터충달8257 22/12/21 8257 20
97491 [일반] 배려왕 [13] jerrys8382 22/12/21 8382 10
97490 [정치] 당정 "건설 현장 외국인력 고용 제한 전면 해제 추진 [104] 기찻길17126 22/12/21 17126 0
97489 [일반] 틀리기 쉬운 맞춤법 [59] 꿀이꿀10139 22/12/21 10139 8
97488 [일반] (pic)2022년 한해를 되짚는 2022 Best Of The Year(BOTY) A to Z 입니다 [42] 요하네9750 22/12/21 9750 49
97487 [일반] 중국식 통계로 완성하는 방역 [36] 맥스훼인14651 22/12/21 14651 3
97486 [정치] 인권위 "남성 직원만 야간 숙직, 차별 아냐" [288] 닉넴길이제한8자23807 22/12/21 23807 0
97485 [일반] 설득력 있는 글쓰기를 위해 [30] 오후2시11553 22/12/21 11553 21
97484 [일반] 아바타2 - 놀랍지도, 설레이지도 않아(약스포) [50] v.Serum10722 22/12/21 10722 6
97483 [일반] <서부 전선 이상 없다> - 오랫동안 기억될 불쾌감. [7] aDayInTheLife10400 22/12/20 10400 4
97481 [일반] [웹소설] 혁명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추천 [21] 삼화야젠지야12101 22/12/20 12101 6
97480 [일반] 빌라왕의 피해자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수 있다 [37] lux17079 22/12/20 17079 40
97479 [일반] 보험전화를 현명히 거절하는 법 [83] 만수르14775 22/12/20 14775 7
97478 [일반]  SK하이닉스 P31 2TB 핫딜이 나왔습니다 [81] SAS Tony Parker 15637 22/12/20 15637 0
97477 [일반] 2022년 한국인들은 일본을 어떻게 보는가? [113] 데브레첸17222 22/12/20 17222 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