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12/13 13:57:35
Name 초모완
Subject [일반] 손윗사람 과의 대화
손윗 사람과의 대화는 늘 즐겁지 만은 않지만, 그분들과의 대화에서 연륜에 따른 삶의 지혜를 때때로 얻을 수 있기도 하다.


어느 영화에서는 모임 시간에 늦은 후배에게 왜 늦었는지 자초지종을 물어보고, 라면을 먹고 왔다는 솔직한 대답에

라면을 먹고와? 허허허 그라믄 안돼

라고 타이르기도 했다. 진심어린 선배의 조언에 그 후배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는 모임시간에 늦지 않았다.



조금은 대하기 어려운 선배들과의 자리가 있었다. 어찌저찌 하다가 당구장에 갔는데 사람이 많아서  편을 나누어야 했다. 각자 얼마씩 치냐고 묻는 와중에 내 차례가 왔다.


당구 얼마 치니?
예. 오십 칩니다.

그러자 선배가 환히 웃으면서

오십 치면은 저는 당구를 칠 줄 모릅니다. 라고 하는 거야.

세상 따뜻한 선배의 조언이었다. 사실 당구 오십은 스타로 치면 일꾼 뽑고 미네랄 우클릭까지만 할 줄 아는 실력이기 때문에 못친다고 말하는게 맞았다. 입장 바꿔 피씨방 갔는데 후배가 저는 미네랄 클릭 할 줄 압니다. 라고 했다면 난 몹시 화를 냈을게 뻔했다. 선배의 인내심에 감탄하며 그 이후부터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제주도가 고향인 선배와 여차저차 하다가 여행이야기가 나왔다.

혹시 제주도 가 봤어?
예. 2003년에 가봤습니다.


그러자 선배가 환히 웃으면서

2003년도에 가고 안갔으면 제주도는 아직 안가봤습니다. 라고 말해야 해요.  


세상 따뜻한 선배의 조언이었다. 우리 동네도 하루가 멀다하고 어제 있었던 가게가 없어지고, 어제 없었던 가게가 생기고, 엊그제만 해도 없었던 커다란 건물이 새로 생기고… 십여년 전 사진과 비교해보면 삐까번쩍 바뀌게 많은데 하물며 이십년전이라면… 그건 아마 보지 못한 새로운 풍경일 것이었다. 선배와의 대화에서 ‘난 제주도 가봤다’ 라고 으스대는 것이 아닌 겸손과 겸양을 배웠다.







예. 아직 총각 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Grateful Days~
22/12/13 14:10
수정 아이콘
저 선배님들이 다들 총각이죠?
22/12/13 14:30
수정 아이콘
고향은 부산이고, 부산에 가본 적은 없습니다.
터드프
22/12/13 14:31
수정 아이콘
공감 안되는 부분이 많은 글인데요.
저는 후배가 미네랄 클릭 할줄 안다고 해도 몹시 화내지 않을 것 같고 그냥 못하는구나 하고 웃으면서 받아들일 것 같고
2003년에 제주도를 가봤으면 가본거지, 안 가본거라는 결론이 나오는 논리에 있어서도 이해가 잘 안되고요.
게다가 이러한 말들이 으스대는 맥락이었다는 부분도..
반어법으로 쓰신 글인가요.
22/12/13 14:31
수정 아이콘
흐음… 미네랄 클릭할 줄 압니다에 왜 화가 나는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2003년에 가본 사람이 제주도를 안 가봤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이라 생각합니다.
자기 식의 말하기 방식을 권하기보다 '저 사람은 이러이러할 때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고, 뭔가 의아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난 그건 OO와 같다고 생각해'처럼 자기 의견을 말하는 식으로 존중해주는 쪽이 저는 더 좋더라고요. 개인차라 생각합니다.
海納百川
22/12/13 14:55
수정 아이콘
???
저 자신은 40대 아재인데 제 후배가 이런식으로 말한다면 전혀 불쾌할거 없고, 제가 이런식으로 말한다해도 제 선배들이 뭐라 할거 같진 않네요....
먼산바라기
22/12/13 15:17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봤습니다 ^^
탑클라우드
22/12/13 15:29
수정 아이콘
일단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무조건 가르치려 드는 것 참 싫습니다.

어차피 이 방대하고도 무한한 우주의 티끌 같은 존재인건 매한가지이고
각자가 자신의 영역에서 열심히 살아왔다면 본인만의 노하우와 방식이 정립되었을텐데
조금이라도 어려 보이면 너무 쉽게 가르치려 들거나 트집을 잡으려 하거든요.

네... 제 자신에게 하는 얘기입니다. 정신차렷!!
김건희
22/12/13 15:30
수정 아이콘
이거 꼰대들을 신랄하게 돌려까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크크
미고띠
22/12/13 16:03
수정 아이콘
크크크 글쓴분이 재밌어요
꿈트리
22/12/13 16:48
수정 아이콘
내가 꼰대라서 저런 꼰대를 안 만난 것인가?
아님 내가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인가?
그냥 수필이죠?
파프리카
22/12/13 17:07
수정 아이콘
이런게 문학 아닌가요? 크크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22/12/13 17:13
수정 아이콘
꼰대 문학이라는 새로운 장르인가요. 크크크.
20060828
22/12/13 19:27
수정 아이콘
얼마나 나이 차이 나는 사람이었나요?
(대답 안듣고) 그정도면 손윗사람이라고 하면 안돼요.크크크

해학적이고 재밌네요.흐흐
22/12/13 19:45
수정 아이콘
글 재미있네요 크크크크
22/12/14 03:42
수정 아이콘
손윗사람과의 대화법에 따른 마지막 답변이면

너 연애 안해봤니?
아 몇년정도 사귀다 헤어지고 블라블라~
...그럴땐 그냥 총각이라고 하는거야.

인걸까요.
로드바이크
22/12/14 09:19
수정 아이콘
몇치냐고 물어보는데 계속 못칩니다~ 하면 짜증날 거 같아요. "못칩니다 50 칩니다"라고 해야지. 물어본거에 정확하게 대답하는 사람이 좋아요.
DeglacerLesSucs
22/12/14 09:28
수정 아이콘
재밌네요 흐흐 잘 읽었습니다
애플프리터
22/12/14 16:01
수정 아이콘
저녁밥 먹었니? 아침에 라면 한끼밖에 안먹었어요.
아침에 라면먹으면 안되고, 라면은 밥이 아니니, 하루종일 굶었다고 하는거야. -> 어거지로 만들어 보는데, 다 맞는 소리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7427 [정치] 제가 보수로 전향한 첫번째 계기 [173] antidote20729 22/12/14 20729 0
97426 [일반] 아바타2 보고 왔습니다.(조금 스포) [37] 그때가언제라도11947 22/12/14 11947 3
97425 [일반] 아재 냄새나는 MP3기기 사용기 [43] 단맛10332 22/12/14 10332 6
97424 [정치] 임대차 3법 시행 2년이 지났습니다. [61] 만수르13342 22/12/14 13342 0
97423 [정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새로운 위원장이 임명되었습니다. [147] 네리어드18445 22/12/14 18445 0
97422 [정치] 주 69시간 노동의 시대가 왔습니다. [403] 아이군31735 22/12/14 31735 0
97421 [일반] <아바타: 물의 길> - 놀랍되, 설레진 않은.(최대한 노스포) [85] aDayInTheLife12464 22/12/14 12464 7
97420 [일반] 아르헨티나와 세계지리 [33] 흰둥12536 22/12/14 12536 4
97419 [일반] 빠른속도로 변화되어가고 있는 일본의 이민정책 [33] 흠흠흠17424 22/12/14 17424 23
97418 [일반] 이태원 참사 10대 생존자 숨진 채 발견…극단적 선택 추정 [81] Davi4ever18868 22/12/14 18868 12
97416 [일반] 성 니콜라우스(산타클로스)와 함께 다니는 괴물 Krampus! (중간은 없다! 선물 아니면 벌!) [14] Traumer9801 22/12/13 9801 6
97415 [일반] 적은 비용으로 삶의 질이 달라지는 DIY 인테리어 제품 2가지 [17] Zelazny10874 22/12/13 10874 12
97413 [일반] [풀스포] 사펑: 엣지러너, 친절한 2부짜리 비극 [43] Farce13201 22/12/13 13201 19
97412 [일반] 최근에 읽었던 고전 SF소설 세 편...(드니 빌뇌브 감독님 화이팅!) [14] 우주전쟁8974 22/12/13 8974 12
97411 [일반] 인터넷 트렌드가 한줌인지 그 이상인지 판단하는 기준 [35] 데브레첸14501 22/12/13 14501 14
97410 [정치]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 [60] 덴드로븀16089 22/12/13 16089 0
97409 [일반] 팔굽혀펴기 30개 한달 후기 [38] 잠잘까22423 22/12/13 22423 44
97408 [일반] 두 큰어머니의 장례식,,, 화장문화 [18] 퀘이샤11303 22/12/13 11303 3
97407 [일반] 군생활을 하면서 느낀 이중잣대, 차별의 위험성(수정했습니다.) [75] 오후2시14906 22/12/13 14906 18
97406 [정치] 문재인의 개, 이태원의 사람 [226] 아이군22902 22/12/13 22902 0
97405 [일반] 게시글이 대한민국 인터넷에 퍼지는데 딱 24시간 [24] 오곡물티슈14693 22/12/13 14693 12
97404 [일반] 손윗사람 과의 대화 [18] 초모완7929 22/12/13 7929 8
97403 [일반] IVE의 Love Dive 를 오케스트라로 만들어봤습니다. [8] 포졸작곡가7836 22/12/13 7836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