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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8/14 23:51:03
Name 패스파인더
Subject [일반] (스포) 헌트 리뷰입니다
1980년대의 한국은 군사정권이 지배하고 있다. 그들은 나라가 혼란한 틈을 타 권력을 얻어 사리사욕을 챙기고, 나라를 통제할 목적으로 안기부라는 조직을 만들어 국내 파트와 해외 파트를 두고 나라 안팎으로 국민들을 억압한다. 그리고 그들이 제일 중요시하는 것은 군사정권의 수뇌부인 전두환의 안위이다. 작중 워싱턴에서 전두환을 대상으로 암살사건이 발생했을 때 암살범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정부조직에 북한의 동림(밀정)이 있다는 첩보가 들어오자 서로를 동림으로 지목하며 음모를 꾸미는 등 조직에 충성을 다한다.

그런데 그 두 조직의 수장의 속내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 정 반대이다. 국내 파트의 팀장인 김정도(정우성)은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진압군으로서 대한민국 국민들을 학살한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으며, 군대에서 안기부로 적을 옮긴 후 대통령을 암살하고 새로운 군정을 세우는 기회를 노리고 있다. 반면 해외 파트의 팀장인 박평호(이정재)는 13년 동안 안기부에서 일한 베테랑으로서 다년간 부하들과 함께 작전을 진행해왔지만, 한편으로 많은 부하들을 잃으며 군사독재에 환멸을 느끼고 전두환이 제거된다면 북한과의 평화통일이 이루어 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품고 있는 고민은 그들의 행동으로서 나타난다. 각각 안기부의 팀장으로서 동림을 찾아내는 일을 하지만 동시에 박평호는 체제에 반하는 학생들을 지켜 주기도 하고, 미국 CIA가 정권의 유지를 위해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를 함구하라고 김정도를 압박하지만 국민을 배신할 수 없다며 끝끝내 거절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들은 항상 본업과 자신의 신념을 저울질 당하지만 자신이 이루고 싶은 것에 부합되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결국 군사정권의 하수인으로 서의 과오를 뉘우치고자 하는 마음을 나타낸다.

그 와중에도 상대방에게서 동림을 찾고자 하는 김정도와 박평호의 싸움은 계속되었고, 결국 박평호의 부하가 해외 입출국기록에서 수상한 점을 발견하여 박평호가 동림인 것을 알아내게 된다. 박평호는 동림인 것을 들키자 자기파멸적인 감정을 느끼며 수년간 동고동락해왔던 부하를 살해하며 북한의 남한 총책과 접선하고, 이용가치가 다한 채 죽임을 당할 위기에 놓이나 때마침 김정도가 현장을 습격하여 구사일생하게 된다. 김정도는 박평호가 동림인 것을 눈치챘으나, 전두환을 죽이고자 하는 목적이 같음을 확인하고 살려두게 된다.

국내의 어수선한 정국으로 전두환은 예정되어있던 일본 방문을 취소하고 방콕으로 행선지를 변경하게 되는데, 미리 정보를 알고 있던 북한의 특수부대와 대통령을 암살하고자 하는 김정도, 전두환이 암살되면 북한이 침공을 개시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어 대통령의 암살을 막기로 결심한 박평호가 서로 얽혀 아수라장이 되지만 결국 전두환은 목숨을 부지한 채 도망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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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김정도와 박평호는 전두환을 죽여 각자의 목적을 이루고자 하였다. 둘은 신념이 형성된 계기이자 자존감을 만족시켜주는 행위를 계속하고자 하지만, 실제로 그것으로 인해 바뀌는 것은 없고 그들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변절 혹은 목성사 착복과 같이 더러운 수단을 이용하기도 하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혼돈한 인물들이다. 설령 목적이 성공한다 한들 김정도의 시나리오에서는 새로운 군사정권이 탄생할 뿐이요, 박평호의 시나리오에서는 북한이 남한을 침공해 동멸하는 결말을 맞이할 예정이었다. 바꾸고자 하는 의지는 있지만, 그 후에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청사진을 제공할 수 없는 개인의 한계이기도 했다.

나이브한 환상을 가졌기에 실패는 당연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죽기 직전 김정도가 박평호에게 말한 내용인 박평호의 궁극적인 소망은 살고 싶다는 것 – 자신과 주변인이 행복해지는 것 – 이 더 큰 목적이듯 이상향은 높았으나 잘못된 목표를 가지고 움직였기에 마지막 순간까지도 번뇌하며 선택을 바꾸었다. 결국 마지막 장면에서 조유정에게 박은수라는 이름이 적힌 여권을 건네주며 자신의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원했지만 감독은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않은 채 관객의 몫으로 남겼다.

결국 씁쓸한 마무리이다. 가상의 이야기지만 후대의 입장에서 보면 전두환 암살은 정의의 실현이겠지만, 실제로 그들이 암살을 실행하게 된 트리거는 워싱턴 암살미수로 인해 자신들의 자리가 위태로워진 것 때문이었다. 실제 역사에서 안기부와 안보사가 권력경쟁을 하다 끈 떨어진 신세가 된 김재규가 합리화를 하며 박정희를 쏴 죽인 것과 겹쳐 보이는 것은 우연일까. 어쩌면 둘의 정의로움은 허상이고 생존본능이었을지도.





처음 써보는 장문의 리뷰라 글을 잘 못쓴것 같아요
개인적인 감상쪽에는 논란이 되는 정치적인 입장이 들어갔을 수 있어 문제시 자삭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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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toryFood
22/08/15 00:18
수정 아이콘
이정재가 또 밀정이라니
바보영구
22/08/15 04:04
수정 아이콘
이정재가 또 신세계라니
22/08/15 08:32
수정 아이콘
미묘하게 걸리는 부분이 많네요.

1.아시겠지만 안기부는 중앙정보부가 명칭을 바꾼 조직으로 10.26 사태에서 중앙정보부장이 대통령을 사살하는 사건이 터지면서 80년대에는 오히려 역할이 축소된 형태로 운영되었습니다. 또 중앙정보부장이 명칭 변경 당시 그대로 유임되었죠. 이런 내용들에 미루어 볼때 나라를 통제하기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라는 표현은 미묘하게 잘못된 뉘앙스로 느껴집니다.

2. 박평호가 언제부터 간첩이였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영화는 83년부터 시작되고, 3년전 일본에서 감시자가 붙어있는 상태였으니 최소 80년부터는 이미 간첩이라고 볼수 있겠습니다. 그런 박평호를 군사독재에 환멸을 느껴 대통령 암살에만 협조하는 캐릭터로 해석하는 것도 역시 미묘합니다. 차라리 10.26 사태때 김정도로 부터 고문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그 이후 변절했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그 역시 영화에서 표현되지 않은 관객의 개인적 상상의 영역이라 봐야할겁니다.

3. 박평호가 체제에 반하는 학생들을 지켜준다는 말도 미묘합니다. 정확하게는 자신과 연이 있는 조유정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얹혀들어온 정도이지 박평호가 적극적으로 비호하는 스탠스를 보이진 않습니다. 그리고 설사 비호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하더라도, 북에 충성하는 간첩이라면 당연한 행위로 보입니다.

4. CIA의 요청은 광주민주화 운동에 대한 함구가 아니라 김정도가 몸담고 있는 군부세력의 대통령 암살 및 쿠데타 계획에 대한 것으로 해석해야합니다. 애초에 김정도가 광주민주화 운동에 대해 대외적으로 뭘 터뜨릴 낌새를 보여준적이 없고, 영화 내내 대통령 암살계획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왜 저런 해석이 나온건지 의아하네요.

5. 박평호가 당한건 당성테스트이지 살해위기가 아닙니다. 메모가 1호 제거 후 동림 제거, 즉 대통령 살해까지 역할을 하고 제거할 계획이였기 때문에 김정도 덕에 구사일생한건 아닙니다.

6. 동멸이라는 단어가... 있나요? 공멸의 오자 인듯 합니다.

7. 위싱턴 암살시도는 김정도가 속해있는 군부세력의 소행입니다. 김정도는 실패 이후 암살자들을 모두 사살하여 증거인멸 하는 모습을 보이죠. 박평호는 워싱턴 암살계획과는 무관하게 이미 북한의 간첩이였고요. 워싱턴 사건은 영화의 시작점일뿐 어떤 트리거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8. 10.26 사태때는 안기부가 아니라 중앙정보부였고 김재규와 권력을 다투었던건 대통령경호실장 이였던 차지철이였죠. 안기부ㅡ안보사 이야기는 무슨 의미 인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태클을 많이 건 것 같아 죄송합니다만, 해석의 영역 이전에 사실관계가 엇나간게 많은것 같아 몇 자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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