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01/30 02:38:14
Name 아난
Subject [일반] 100만엔의 여인들 - 짤막한 감상기 (스포일러 약간) (수정됨)
100만엔의 여인들 (일본 드라마 / 넷플릭스)

1
확실히 하렘물이다. 하렘물의 기본 설정은 대개의 남자들이 끌릴 만하다. 어느 정도 밝히고 그리 잘 생기지 않았어도 기본적으로 아주 착한 남주인공 둘레로 제 각각의 매력이 있는 여성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현실에서는 자신과 비슷한? 그런 남자들은 별로 인기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는 나이별로 제 각각이어서 여고생에서 30대 콜걸 업체 사장까지 걸쳐 있다. 생김새들도 엄청 다르다. 신기하게도, 다들 한드 여주인공이나 주요 조역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 같은 생김새들인데도 보면 볼수록 생김새들도 매력적이고 성미들도 그렇다. 생김새상 가장 즉각적으로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여인한테조차도 4화부터는 끌리기 시작한다. 이 드라마는 남주인공과 별 관련없는 그녀들 각각의 삶의 면면도 보여주지만 이 드라마의 핵심은 그녀들이 남주인공에게 행복감을 줄만한 행동을 하는데 점차 거리낌이 없어지고 제 각각의 능력이나 언변으로 남주인공을 도와주려고 애쓰는 장면들이다. 힐난하고 쏘아붙이는 사장님조차도 기본적으로 호의가 깔려있다. 아직까지는 가장 적극적이지 않은 여인조차도 조금씩 점점 더 적극적이 될 것 같다. 남주인공은 착할 뿐만 아니라 소설가로서의 재능이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는 한편 그의 불운은 속물들의 작품인 면도 있어서 그 애씀이 마냥 황당하지는 않지만 사실 마냥 황당하다. 하렘물은 판타지이고 이 드라마는 하렘물, 그것도 더 세심한 하렘물이라는 의미에서 그렇다. 더 세심한 하렘물이라는 것이, 그녀들 제 각각의 매력과 제 각각의 호감표현과 제 각각의 조력을 세심하게 보여준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재미이다. 내가 이 드라마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이 소위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비난을 들을만한 것인지, 또는 이 드라마가 페미니스트적 비평을 잘 견뎌낼 수 있을 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이 여인들이 꽤 당당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착하고 재능있지만 속물적인 환경이나 우발적인 불운에 결박된 그리 잘 생기지 않은 남자가 여러명의 매력적인 여인들의 호감을 사고 조력을 얻는다는 판타지가 그 자체로 나쁜 것 같지도 않다. 만약 알고보면 이 드라마가 나쁜 드라마라면 이 드라마는 남자로서의 나의 (드라마) 취향의 한계를 보여주는 드라마라는 장점도 갖게 된다. 아, 엄청 귀여운 고양이가 나오기도 한다.  

2
예상 외의 전개 때문에 이 드라마가 확실히 하렘물이라는 첫 문장은 확실히 거짓말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동일한 이유로 이 드라마를 더 즐길 수도 있게 되었다. 이 드라마는 하렘물적인 요소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하렘물 이상이다. 사실 그 전개 이전에도 이 드라마에는 하렘물적인 요소를 강화하는 것과는 관계가 없는 내러티브 요소가 있다. 사형수인 아버지의 악했던 행위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주인공의 감정세계와 그 행위에 대해 원한감정을 갖는 이들과 주인공 사이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요소이다. 이 요소는 머물러 있지 않고 반전까지 포함하면서 발전한다. '누가 나를 죽이는지 모르겠다'는 아버지의 말로 표현되는 사형제도에 대한 짤막한 문제제기도 꽤 의미심장하다. 사실 '사형의 주체'라는 제목으로 1000쪽이나 되는 (형)법철학 책이 나와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주인공이 마침내 받게되는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의 심사자들 중 한명이 주인공의 작품에 대해 하는 칭찬 - '감정을 표현하는 낱말들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지만 작품 자체가 감정을 표현한다. 이것은 새로운 감정이다' - 도 거의 미학적으로 훌륭하다. 그 외에도 대단히 미묘하거나 지적이라기보다는 대중계몽적인 수준이기는 하지만 소설의 재미있음과 작품성에 대해 곱씹어 생각할 만한 화두들을 던져주고 있기도 하다. 일드 좀 본 사람들은 일드가 대놓고 교훈을 주기를 즐겨하며 비주얼이나 스토리가 가장 극단적인 경우에조차도 종종 그리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일부 사람들은 그점을 진부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이 드라마에도 확실히 그런 지점들이 있다. 나는 적어도 이 드라마에서는 그런 지점들이 좋았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키르히아이스
21/01/30 03:44
수정 아이콘
읽으면서 이상하게 어색하다 싶었는데.. 하렘물이라고 쓰려고 하신거죠?
21/01/30 03:56
수정 아이콘
맞아요. 제가 하렘을 할렘으로 알고 있었네요. 게다가 하렘물도 아니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0369 [일반] [서평] '내가 행복한 이유' 그렉 이건 作 [6] cheme9461 23/12/01 9461 11
100134 [일반] 범죄자의 인권 [178] 우사고12182 23/10/26 12182 2
100007 [일반] 뉴욕타임스 10. 4. 일자 기사 번역(미국인은 교사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 [16] 오후2시8686 23/10/10 8686 5
99943 [일반] The Marshall Project 8.31. 일자 번역 (사형수의 인간성 회복) [7] 오후2시10121 23/10/02 10121 8
90235 [일반] 100만엔의 여인들 - 짤막한 감상기 (스포일러 약간) [2] 아난9687 21/01/30 9687 0
90022 [일반] 엄벌주의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글에 대한 반론 [87] 거짓말쟁이12410 21/01/14 12410 77
90011 [일반] 엄벌주의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141] 토루15104 21/01/14 15104 62
88614 [일반] 몇 편의 무협소설 추천 글. [46] Getback16451 20/11/03 16451 9
87748 [일반] 한국 문화는 얼마나 보수적인가? - 동북아 선진국들과의 비교 [54] 데브레첸13892 20/08/22 13892 35
86396 [일반] [단상] 유럽인이란 무엇인가? [22] aurelius10022 20/05/25 10022 18
79212 [일반] 화난 사람들을 달래주지 못하는 정부. [434] 미하라22657 18/12/09 22657 91
79155 [일반] (부분 번역) 형벌의 경중이 판결에 미치는 영향 [28] OrBef7097 18/12/05 7097 6
77862 [일반] [번역]무라카미 하루키의 옴진리교 사형집행 관련 기고문 [26] 及時雨19831 18/08/10 19831 55
77206 [일반] 우리나라 왔다가 어제 귀국한 두테르테 이야기 [171] Blackballad17942 18/06/06 17942 5
75895 [일반] 사형 / 국가이미지 [69] lexial10631 18/02/22 10631 6
75891 [일반] 현실적으로 사형 집행이 한국에 손해가 되는 이유 [83] Misaki Mei20109 18/02/21 20109 89
74368 [일반] [스페인] 카탈루냐 사태 10/28일자 최신 상황 [25] aurelius11583 17/10/28 11583 1
73497 [일반] 원말명초 이야기 (11) 하늘의 천당, 지상의 천국 [9] 신불해7175 17/08/29 7175 52
72332 [일반] 영국 총선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한 메이 총리가 DUP와 연정협상을 하고 있습니다. [11] 루저5944 17/06/11 5944 2
70872 [일반] 잡생각들 (1) 장기매매는 악행인가. [106] 이라세오날9721 17/02/28 9721 2
69448 [일반] 최근 읽었던 일본 미스터리 소설들 [39] ESBL7787 16/12/16 7787 1
67106 [일반] 14세 청소년이 아버지를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네요. [35] 릴리스8964 16/08/20 8964 0
59649 [일반] 양심적 병역거부는 인정받을 수 있을까? [204] 황 간사8169 15/07/07 8169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