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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1/24 13:43:11
Name 죽력고
Subject [일반] 지금까지 해본 알바 경험담
나름 며칠이상이라도 한 알바들만 적어봅니다.

나이키 판매 알바

당시 대형할인마트내에서 신생으로 생긴 나이키 매장에서 여름방학동안 한 알바입니다. 말그대로 판매죠 판매. 매장에서 대기타고 있다가 손님들어오시면 뭐 찾으시는거 있는지 여쭤보고 옆에서 보조해주고, 아침에 오픈도 제가 하고 아침 조회도 제가 들어가고(알바 주제에), 코너장님은 대충 점심먹기전쯤 출근해서 클로징은 코너장님이 하고 그랬습니다. 근무시간은 아침 8시 20분~저녁8시 / 일당 하루 3만원
2002년 치고는 급여가 낮은 편은 아니었죠. 첫 알바라 돈독이 올라서 방학동안 신검받으러 간 딱 하루 제외하고는 풀타임 했습니다.

기억나는 에피소드
1. 직원용통로에서 어떤 아줌마랑 부딪힌 얘기
아침에 출근하면 전날 판매한 박스(특히 운동화)들을 분리수거장에 갖다버립니다. 아침에 좀 바쁘면 점심시간등에 그러곤 하죠. 박스들을 직원용 통로로 걸어내려가서 버리는데 그날따라 박스가 좀 많았습니다. 천천히 내려다가 앞에서 계단 내려가던 어떤 아줌마랑 살짝, 정말 살짝 부딪혔는데......그때까지 살면서 먹어본 욕중에 가장 많은 욕을 먹었습니다. 자기가 얼마전에 허리를 다쳐서 수술을 했는데 이거 부딪혀서 그게 골정되면 어떡할거냐부터 해서 맥스옥타브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쓰레기 취급을 하더니 결국 제 연락처까지 받아갔죠. 원래 박스버리고 점심먹으러 가는 길이었는데, 그길로 매장 올라와서 신발창고(저희는 신발창고가 매장에 바로 붙어있었어요.)들어가서 근무자 목걸이 집어던져버리고 한참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당연히 연락은 안왔습니다.

2. 불매운동하던 노인네 얘기
어느날인가 딱봐도 성깔있어보이는 할아버지쯤 되어보이는 손님이 몇명 오더니 뭘 물어도 대답도 안하고 뭔가 삐딱한 포스만 내비칩니다,
그러더니 결국 하는 말이 "우린 나이키 불매운동하는 사람들이야"
....아니 뭐 어쩌라고... 결국 절 한참 야리더니 그냥 사라져버렸네요. 여러번 생각해봐도 어처구니가 없던...

3. 옆 맥도날드 유리창 깨진 얘기
제가 근무하던 코너에서 11시 방향으로 맥도날드 매장이 있었습니다. 대형할인매장 근무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손님이 없으면 대개 입구께에 나와서 서있어야했어요. 맥도날드 매장이 가까워서 늘 시야안이었구요. 근데 어느날 오후엔가 정말 갑자기 누가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통로쪽으로 나있던 유리창이 지혼자 깨지더니 파편이 아주 가루져서 흘러내렸습니다. 솔직히 무서웠어요. 이거 위에서 눌려지는 압력때문에 깨진거 아니냐 근무자들끼리 말이 많았거든요. 삼풍백화점 생각도 나고.....뭐 19년이 지난 지금도 그 건물 아직 멀쩡하기는 하네요.
나중에 알아보니 유리가 뭐 어떻게 되면 지 혼자 깨질수도 있다던데

4. 같은 근무자들 이야기
근무자들의 인간군상이 상당히 다양했습니다. 저야 20살이었으니 거의 막내였는데 같은 스포츠라인 매장 누나들(신기한게 남자가 코너장들 빼곤 한명도 없었음)이랑도 친하게 지났고 저희 앞에 구두매장들 있었는데 거기 형들끼리 막 야동비디오 서로 주고받는 것도 라이브로 보고
특히 누나들이 예뻐라해줬었는데 20살 여름까지 첫키스도 못했다고 하니 엄청 놀림받기도 하고(천연기념물이라고 하더군요), 당시 잴 친한 누나가 얼굴도 참하게 생기고 되게 예쁘장해서 밥도 자주 같이먹었는데 어느날 엘리베이터타고 가다가 손목에 무슨 자국있길래 농담으로 담배빵이냐고 물어봤더니 맞다고 해서 엄청 놀랐던 기억도 있고, 옆에 스포츠매장 누나가 밤 9시에 저 혼자 자기집으로 술먹으러 오라고 했는데 완전 쑥맥이었던 저는 피곤하다고 안간적도 있고

5. 도둑
손님이 막 몰리던 어느날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후로 보니 입구에 걸려있던 티 하나가 그대로 실종... 코너장님이 자기 사비로 메꿈...

좋았던 점: 일하는게 재밌기는 했었고 나중에 근무하면서 입은 티는 그냥 사장님이 공짜로 줌. 그리고 그만두는 날 직원DC로 신발사서 나옴. 사람상대하는 첫경험을 쌓음

나빴던 점: 사람 상대하는게 뭣같다는 걸 아주 절실하게 느낌....


고깃집 알바

고깃집에서 서빙알바였는데, 20살의 힘이란...힘든 줄 하나도 몰랐고 오히려 먹을걸 너무 잘 챙겨줘서 정말 잘 먹고나온 알바였습니다. 
시급은 2700원이었나? 이거 알바한 돈으로 등록금 보태고 플스 샀어요. 2달정도 했는데 다행히 큰 진상은 못만났습니다.

1. 장기독점
4명정도 되는 대학생 남녀무리가 들어와서 고기 4인분에 소주 2병인가 시키고 6시간 정도 있다가 간적이 있습니다. 추가도 없이. 
주방이모랑 같이 저 진상들 왜 안가냐고 우리끼리 궁시렁 거렸었네요. 저같으면 자리를 이동하거나 눈치보여서라도 음료수라도 추가했을텐데.

2. 유흥회식
어느날 딱봐도 어디 유흥업소 회식이 왔었는데(사장을 제외하곤 전부 삐끼나 여종업원으로 보이는), 막 자기들 서빙잘해주면 팁준다 어쩐다해서 유독 신경써서 찬 빈거 거의 오토로 체크해서 엄청난 서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팁안줌

3. 군인들 감사
알바하던 고깃집에서 잴 비싼게 소갈비였는데, 어느날 군인무리가 주말에 회식을 왔다가 소갈비살 한접시를 아예 굽지도 않고 자리를 뜸
그거 알바들끼리 그 자리에서 다 구워서 냠냠

장점: 정말 잘먹었습니다. 공식적으로 6~11시 알바였는데 출근하면 일단 해장국이나 냉면으로 저녁 먹고 일 시작, 10시 되면 주방이모,사장님이 무조건 야식을 먹는데 무조건 고기였습니다. 거기에 손님들이 좀 많이 남기고 간 안구운 고기는 그때 다 구워서 먹었어요.

단점: 화장실 청소. 우웩 


대기업연구원 연구보조

사는 곳 특성상 인근에 대기업연구원들이 많았는데, 레이저프린터 토너 개발하는 부서 연구보조로 3개월 정도 했습니다. 주5일 보장에 점심 무료 제공, 거기에 주휴수당까지 다. 대기업답게 확실하게 챙겨주긴 했지만, 당시 최저 시급 자체가 지금에 비하면 워낙에 낮은 편이라..(한달 내내하고 세후 손에 쥐는게 70정도?)-2007년 기준

장점: 점심 무료 제공, 일 자체가 좀 아기자기하고 재밌었음(완전 소수점 단위로 재는 초정밀 저울로 연구원분들이 오더하는 대로 재료 조합도 직접하고, 기계에 넣어서 돌리고, 그걸 코팅하고 다 저희 손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기계들 청소하는 것까지...)이상하게 재밌더군요. 요새 코로나때문에 사람들이 입는 그 방호복같은거 전 저거 토너 코팅하면서 입었는데요(워낙에 분진이 많이 날리는 작업이라 무조건 입어야 했음). 정말 더웠습니다. 어디선가 쓴 토너통오면 납으로 녹여서 안에 있는 토너잔여물 다 빼내고 청소해서 개발한 토너들 시험할수 있게 빈통으로 만들기도 하고.. 연구원분들은 우리가 코팅까지 마친 시험작들을 빈 토너통에 넣어서 봉해주면 그거 프린트 걸어놓고 출력물들을 미세 현미경으로 살펴보더군요. 

단점: 8~5시 근무. 

에피소드: 아재들은 기억하실 지도 모르는데, 옛날에 애정만세였나? 스타들이 일반인 여대생한테 구애하는 프로그램있었는데 거기서 후에는 개명하고 당시 이름이 '꽃님이' 였던 분이 이 연구원에 직원으로 계시더라구요. 당시 알바생들이 자체적으로 선정한 연구원내 미녀순위 3위에 랭크되었었는데, 근무도중 있었던 스탠딩가든파티에서 밴드 보컬로 나와서 김아중의 마리아 부르다가 삑사리 났습니다. 


국책연구기관 사무보조

사는 곳 특성상 인근에 국책연구기관도 많았는데, 6개월 계약으로 들어가서 일하던 거였어요. 제가 해본 알바중에 가장 꿀이었습니다.
주업무는 당시 해당 연구기관이 전산화로 점차 전환되는 과정에서 서고에 보관되어있는 과거 결재서류들을 전부 스캔해서 파일 및 목록화해서 전 부서들이 전자로 볼수있도록 전환하는 자료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양 자체가 엄청나보였죠. 처. 음. 엔. 

업무공간 자체가 지하에 완전 분리되어있었고, 감독관은 위층에 계시던 총무팀 선생님 한분. 저희 방에 cctv같은 것도 없이 최고급 컴퓨터에 초최초급 스캐너(스캔을 빨리 해야하니), 감독하시는 직원분은 가끔 내려와서 커피같은거 보충해주고 가시고...저희는 알아서 서고에 있는 거 빼다가 6개월안에 전산화만 마치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장점

개꿀 그 자체

일이 손에 익다보니 첫날 8시간 걸려하던 일을 3개월 정도 지나니 1~2시간이면 함. 해야하는 작업량이 한계가 있는고로 빨리 끝낼 이유가 없음(빨리 다하면 짤릴것 같은 느낌). 감독관도 없고 cctv도 없으니 하루 할당량만 끝내놓으면 완전 자유. 당시 한 일이 애니메이션보고 토익공부하고 영화보고 하루 8시간중 실근무시간은 1~2시간? 6개월 딱 끝나는날 정말 딱 마치고 나옴

단점: 알바생들끼리 사이가 개판. 남2(저포함) 여3이었는데 남1과 여1이 1달 정도 지나고 대판싸우고 서로를 무존재 취급하기 시작함
정확히는 여자애들(여1과 여2가 베프였음)이 일방적으로. 사무실 분위기 진짜 뭣같았는데 일 자체가 너무 꿀이라 그 5명이 6개월 끝까지 갔음


기억나는 에피소드 
여2가 어느날 엄마 수술한다고 감독하는 선생님께 말하고 결근했는데 다음날 코성형하고옴. 팔아먹을게 없어서 엄마를 팔아먹나




이외에도 뭐 다른 국책기관 업무보조 알바도 있고....교수 연구과제 참여연구원 참여한 알바도 있고 한데, 해당 알바들은 그닥 별 에피소드가 없어서...며칠씩 단기로 한 알바들도 많고, 고고학 쪽 알바도 잠깐 했었는데 땅을 아예 한꺼풀 걷어내더라구요. 들이는 노력대비 시급이 너무 짜서(허리 뽀사지는 줄 알았어요) 이건 원래 장기로 하기로 했는데 바로 때려치고 나왔었습니다. 

주말 출근한 김에 일은 하기 싫고 그냥 시간 떼울 겸 써봅니다. 이제 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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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4 14:41
수정 아이콘
판매알바하면 별사람 다 만나는거같아요.
저는 안전진단 알바 따라갔다가
ktx 다니는 기찻길에서 안전난간 잡고 ktx 피하던게 가장 기억에 남네요
죽력고
21/01/24 22:25
수정 아이콘
...? 안전한가요 그게?
한종화
21/01/24 17:33
수정 아이콘
뭔가 평범한 스토리인듯 하면서도 재미있네요.
죽력고
21/01/24 22:25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21/01/24 22:25
수정 아이콘
좋아용
죽력고
21/01/24 22:25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파이팅
21/01/25 12:49
수정 아이콘
이런 이야기들 유쾌하고 재밌네요.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크크
21/01/25 14:12
수정 아이콘
좋아용
서지훈'카리스
21/01/26 03:18
수정 아이콘
재밌네요
일이 꿀이면 사이가 안좋아집니다. 그런데 안 나가요
일이 힘들면 사이가 좋아집니다. 그런데 하나둘 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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