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01/07 17:16:31
Name Right
Subject 지금 이대로도 완전할까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말. 우리 사회에는 참 어울리지 않는 말 같습니다. 지금 이 상태는 문제가 있어보일때가 많습니다. 고시생들은 시험을 붙어야만 하고, 솔로들은 연애를 해야만 하고, 질병이 있으면 나아야만 한다고 생각하죠.

저의 삶을 돌이켜 보면 저는 항상 변해야 하고, 나아져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엄마는 남자인 저에게 외향적인 사람이 될것을 강조했습니다. 남자는 씩씩하고, 재밌어야하고, 강해야 된다고 했죠. 그래서 저 스스로 남자다운 사람이 되려고 했습니다. 외향적인 사람에 대한 동경도 있었죠. 하지만 타고난 성격이 조용해서 쉽게 바뀌지 않았고, 대학에 입학하고도 한참 후에야 이런 제 성격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습관은 변하지 않더라구요. 좋은 대학에 가야하고, 좋은 성적을 받아야하고, 좋은 직장에 취업해야하고, 연애도 해야하고, 키도 커야하고. 이 중 많은 것들은 이뤄내기도 했지만 그래도 지금에 만족하지 못하는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해, 좋아' 이런말을 가족들에게 들어본적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항상 '~해야지, 이렇게 했어야지' 와 같은 말이었죠. 이런 말을 들으면 열심히 살것 같지만 오히려 회피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눈앞의 현실을 바라보기 싫어서 유튜브나 게임같은 것에 중독되기도 하고요.

이런 압박감으로부터 조금이나마 벗어나게 해준건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수업'이라는 책이었습니다. 거기에 이런 문구가 있어요. '죽음을 앞둔 사람을 보면 사람들은 더이상 그를 이뤄낸 성과, 학벌, 소득 등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가 생전에 잘못한 것들, 잘한 것들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고, 그 사람 자체만 보게 됩니다' 라는 내용이 있어요. 이 말은 죽음이라는 필연 앞에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중요시하는 것들이 의미가 없어진다는 거죠. 그냥 그 자체로 완전한 존재가 있을 뿐입니다.

이걸 읽고나니 제가 해야만한다고 생각하던게 좀 줄어들더라구요. 대신 뭘 하고싶은지에 더 신경을 썼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은 남 눈치보지 않고 했습니다. 보드게임, 스케이트, 각종 동호회 등등... 진로도 바꿨구요.  

지금의 나는 완전한가, 라고 물으면 사실 잘 모르겠어요. 막연한 생각으로는 완전하다고 생각하는데, 원하는게 좌절되면 여전히 화나고 불안하네요. 제 인생에는 아직 배울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의 마음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완전함을 충분히 느끼고 지내시는지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1/01/07 17:20
수정 아이콘
저도 항상 느끼는 부분이네요. 향상심을 항상 가져야 할 것 만 같은 기묘한 강박은 어디서 오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동료들이 이직하는 걸 보니 더더욱 그러네요. 이대로 괜찮은가...
완전하다는 게 뭔지 헷갈립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게 되면 완전한 것인가 싶기도 하고...
21/01/07 17:28
수정 아이콘
인간 자체가 불완전한 존재인데 완전할리가요.

현실과 타협하고 만족하면 됩니다. 그게 안되면 누구에겐 삶의 원동력이 될수도 누구에겐 스트레스로 다가올수도 있죠.
타이팅
21/01/07 17:31
수정 아이콘
요즘 [오히려 좋아]를 입에 붙이고 삽니다
퓨쳐워커
21/01/07 17:39
수정 아이콘
고전적인 인생관이죠.

요즘은 나의 아저씨 처럼 편안함에 이르렀는지를 기준으로 살면 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데브레첸
21/01/07 18:50
수정 아이콘
저는 말씀하신 만족스러운 태도로 쭉 살았는데, 연애와 대학원 생활이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겨서 태도가 좀 바꼈습니다. 둘 모두 낯설어서 목표를 위해 많이 노력해야 하거든요.

스스로를 가혹하게 몰아세우지 않으면서도 목표 달성에 성공하는 균형점이 어디인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요슈아
21/01/07 19:13
수정 아이콘
향상심을 가지고 싶은 건 지금은 딱 하나 뿐입니다. 노래.
취미에서 끝나게 될 지 미래의 꿈이 될 지는 아직은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실력은 계속 느는 것 같고 괜찮지만 막상 제가 녹음 한 걸 들어보면 영 아닌 것 같고. 목표는 한~~~참 위에 있고 말이죠. 한 보컬리스트 그 이상을 기준으로 잡고 있거든요.

https://pgr21.co.kr/humor/409484

이 글과 같이 보니 조합(?)되서 들게 된 생각이었습니다. 충분히 여유있게 살고 있고 만족하고 있지만 여기에 만큼은 열망이 크네요.
metaljet
21/01/07 19:28
수정 아이콘
오직 마지막 종착지인 죽음만이 우리 인생에서 완전하고 확실한 것이지요
사딸라
21/01/07 19:46
수정 아이콘
전도서를 읽으면 현타 오지게 온 한 백금수저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결론이 받아들일 만한 것인지...저는 받아들였습니다.
시카루
21/01/07 21:51
수정 아이콘
원하는 게 특별히 없었던 가치관이다보니 큰 좌절을 할 일도 없었고 불만이 적은 인생을 살고 있네요
임전즉퇴
21/01/08 05:39
수정 아이콘
통째로 완전하다는 것은 영원한 미궁이고 한 가지만 완전-우월이 아닌 향유의 개념-해도 좋겠죠. 진정한 친구 하나면 족하다는 것이 한 예.
경쟁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고, 나의 완성과는 별개로 추구하는 게 차라리 맞지 않나 합니다. 방어선을 구축하기는 해야 하는 것이 한국사회는 말마따나 눈치가 많고 단일민족이라면서 '이래도 되는 상대'를 자꾸 골라대서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081 바야흐로 마라톤 개막 시즌 입니다. [30] likepa2900 24/03/06 2900 19
101080 총선용 의료대란과 꼬인 대처. 필수의료의 멸망. 모두의 패배. [444] 여수낮바다12615 24/03/06 12615 0
101079 의사들은 얼마나 돈을 잘 벌까? [174] 헤이즐넛커피8408 24/03/06 8408 2
101078 의사 사태 출구 전략 [178] 은달9417 24/03/06 9417 0
101077 밑에 글 후속작 : 북한 김주애 정권 승계가 과연 가능할까요? [24] 보리야밥먹자4313 24/03/06 4313 0
101076 잠이 오지 않는다. [36] 탈조루2336 24/03/06 2336 12
101074 여론조사 vs 패널조사 데스매치 [120] 버들소리14047 24/03/05 14047 0
101073 의사 대량 사직 사태 - 뒷감당은 우리 모두가 [266] 터치미18505 24/03/05 18505 0
101072 [역사]이걸 알아야 양자역학 이해됨 / 화학의 역사 ③원자는 어떻게 생겼을까? [31] Fig.14225 24/03/05 4225 19
101071 타오바오...좋아하세요? [60] RKSEL7957 24/03/04 7957 35
101070 세계 각국의 의사 파업 현황과 한국의 의료 현실 [183] 티라노10030 24/03/04 10030 0
101069 북한의 김씨왕조 세습이 이제 끝이 보이는거 같은 이유 [61] 보리야밥먹자10891 24/03/04 10891 0
101068 여의도 의사집회 구경 소감: 의사집단도 좌경화되는 것일까요? [56] 홍철7436 24/03/04 7436 0
101067 [전역] 다시 원점에서 [9] 무화2327 24/03/04 2327 16
101066 모아보는 개신교 소식 [8] SAS Tony Parker 3074 24/03/04 3074 4
101065 정부 “이탈 전공의 7000명 면허정지 절차 돌입…처분 불가역적” [356] 카루오스19433 24/03/04 19433 0
101064 왜 청소년기에는 보통 사진 찍는것을 많이 거부할까요? [58] lexial7204 24/03/04 7204 0
101063 식기세척기 예찬 [77] 사람되고싶다7682 24/03/04 7682 6
101062 [뇌피셜주의] 빌린돈은 갚지마라 [135] 안군시대13289 24/03/03 13289 48
101061 22대 총선 변경 선거구 분석 - 도편 - [25] DownTeamisDown6063 24/03/03 6063 0
101060 하얼빈에서 시작된 3•1운동 [42] 체크카드7182 24/03/02 7182 0
101059 좋아하는 JPOP 아티스트 셋 [19] 데갠4324 24/03/02 4324 1
101058 환승연애 시즌2 과몰입 후에 적는 리뷰 [29] 하우스8328 24/03/01 8328 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