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정당이 다른 여자친구와 사귀실 수 있나요? 요즘 좀 시끄러운 주진우 기자와 가수 이승환씨가 어느 토크쇼에 나왔습니다. 이승환 씨가 썸 타는 여자에게 지지 정당을 묻느라 연애를 잘 못 한다고 주진우 기자가 핀잔을 주더군요. 이승환 씨는 어찌 국힘당을 지지하는 사람과 만날 수 있냐고 반문을 했습니다. 지금 와서 보니 주진우 기자는 이쪽 방면에서는 그렇게 결벽성을 따지는 것 같지는 않더군요.

전 예전에 몇 년간 만난 전 여자친구가 보수정당을 꽤 진지하게 지지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사는 곳이 강남이고 집안 내력 등을 고려할 때 그럴 가능성이 컸지만 전여친이 페미니즘에 관심을 많이 표명해 당연히 진보 정당 지지자인 줄 알았거든요. 결론부터 말하면 저는 이승환 씨처럼 행동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헤어지긴 했지만 전여친과 결혼까지도 생각했던 적이 있으니 정치 성향 차이가 크게 제 사생활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아니라는 걸 느꼈죠. 연애 쪽으로만 보면 외모>>>성격>종교>정치 등등 순서일 것 같네요.

일을 잘해서 괜찮게 생각했던 전 회사 동료가 알고 보니 열혈 일베 유저 인 걸 알았지만 별로 티를 안 내고 오히려 친해진 다음에는 일베나 본다고 술자리에서 놀리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조국 흑서 저자로 이름을 올린 강양구 기자가 절 고민에 빠뜨렸죠. SF소설을 좋아하는데 강 기자가 신문 지면에 올리는 추천 서평과 소설들을 보고 호감이 생겼거든요. (SF소설 ‘스테이션 일레븐’ 추천합니다.) 강기자의 책도 사고 신간 북콘서트도 갔는데 최근 정치관련 글을 보고 좀 뭔가 했거든요. 정치에 관해서는 강 기자에 동의하지 못하지만 과학 기자나 SF서평가로서는 아직 좋아합니다.

사람을 평가할 때 총량으로 봐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총량으로 볼 때 강 기자는 아직 좋아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저는 그다지 정치적 신념이 강한 사람이 아니라고 또 한 번 느꼈습니다. 이것도 어찌보면 전형적인 감성적 내로남불 입니다. 강기자를 미리 좋아하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 많이 비판했겠죠. 전부터 탐탁지 않게 보던 조국흑서 팀 내 진중권씨나 서민 교수와는 다르게 아직도 호의적으로 강 기자를 생각합니다. 정치는 감성보다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할 텐데 저한테는 감성의 영역에 머무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