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 이 이하는 영화 내용을 많이 언급하고 있으므로 조만간 영화를 보실 분은 주의해주세요.
일단 이 영화는 뮬란이 아닙니다. 사실 그건 제작 단계부터 그랬죠.
무슈가 안 나오고, 리샹이 안 나오고, 산유가 안 나오는데 이 영화를 뮬란이라 불러서는 안 됩니다.
이럴거면 알라딘 리메이크 할 때도 아부, 제스민, 자파를 삭제하고 만들던가.
주인공 이름이 뮬란이라는 여성이라는 것 외에, 뮬란 애니메이션과 이 영화는 어떠한 공통점도 없습니다.
따라서, 뮬란 원작팬들은 색안경을 버리셔야 합니다. 이 영화는 뮬란 리메이크가 아니라 디즈니가 만든 새로운 영화다...
디즈니가 새로 만든 뮬란이라는 영화는 어떤 영화일까요? 줄거리를 따라가며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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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작은 뮬란의 어린 시절을 소개하며 시작합니다.
뮬란은 어려서부터 활기찬 소녀인데요, 그녀에게는 사실 특별한 힘이 있습니다. 바로 '기'라는 힘이지요.
영화 설정상, 이 '기'라는 힘은 자연 만물에 깃드는 힘이지만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라고 합니다.
더불어 남자아이가 '기'를 가지면 영웅이지만, 여자아이가 '기'를 가지면 마녀 취급받습니다.
벌써부터 고개가 갸웃해지는데요. 아마 중국 무협영화에서 등장하는 무공 개념을 넣고 싶었나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무협지는 꽤 양성평등한-시대적 배경을 감안할 때-세계인데요. 여성이 기를 안다고 차별하는 무협지 봤습니까?
무공만 강하면 여자든 남자든 존중하는 것이 일반적인 무협지 세계관인데, 이 영화는 남녀차별적 세계관과 무협의 세계관을 섞었네요?
일단은 그러려니 합시다.
그런데 지나가듯이 나오는 설정이, 황제가 "우리는 사술을 쓰지 않는다" 라고 분노하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이 '기'와 '사술'의 구분을 작중에서 안 하기 때문에 아리송한 면이 있습니다. 추후 이야기하죠.
'기'라는 재능을 가지고 있으나 여성이기 때문에 가진 재능을 숨겨야 하는 뮬란은 시무룩하면서도 아버지의 충고에 따라 얌전하게 살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뮬란이 성인이 되는 시점으로 흐르며 장면은 중국의 실크로드 근처의 요새로 전환됩니다.
실크로드에서 교역하는 아라비아 상인을 죽이고, 근처에 건설된 중국의 요새를 '유연족'이라고 하는 유목민족이 습격을 해옵니다. 얼핏 몇 안되는 숫자의 기마에 불과하나 그들은 놀랍게도 화살을 튕겨내고,
[성벽을 맨몸으로 수직으로 타고 오르는] 놀라운 무술의 소유자들로 순식간에 요새는 엉망이 되어버립니다. 거기다가 요새 내에 침투한 상인은 사실 마녀가 변신한 것이었고, 내부에서 마녀가 깽판을 치며 마녀와 유연족이 한패거리임을 보여줍니다. 이 와중에 병사 한 명은 살려서 황성으로 전령을 보내고...
실크로드 근처가 유연족의 습격으로 무너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황제는 불같이 화를 내며 장정 징병을 명합니다.
다시 뮬란의 집으로 장면 전환. 원작처럼 가문마다 장정 1명을 내보내야 하는데, 뮬란의 가문에는 딸만 둘일뿐-원작은 외동딸이었는데-전쟁에 내보낼 남성이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뮬란의 아버지가 나가는 것으로 결정된 상황. 그러나 뮬란은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아버지의 검과 갑옷을 차고, 징집문서를 훔쳐 말을 타고 징병지로 향합니다.
징병지로 향하면서, 뮬란은 가문의 수호수인 불사조를 마주치게 되는데,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상호 소통이 안 되는 존재거든요.
원작 흐름과 동일하지만, 뮬란이 훔친 아버지의 검에 새겨진 '충성, 용기, 진실' 이라는 키워드는 앞으로 지겹도록 언급됩니다.
어찌어찌 병사 모집소에 도착한 뮬란. 남성네들이 가득한 곳에서 여자인 자신은 바짝 긴장할 수 밖에 없고, 당장 그날 밤 막사에서 홀딱 벗고 광란에 빠진 동기들을 보면서 뮬란은 곤란해합니다. 심지어, 공식적인 샤워 시간에 동기들이 뛰어나갈 때, 옷을 벗을 수 없는 뮬란은 자청해서 불침번을 담당하며 어거지로 빠져나가죠.
한편, 중국의 요새를 무너뜨리며 기세를 올리고 있는 유연족 족장에게는 자유자재로 모습을 변신시킬 수 있는 마녀가 붙어있습니다. 족장은 아버지를 중국과의 전투에서 잃었고, 복수심에 불타고 있었습니다. 마녀와 족장은 협력관계지만 두 사람의 사이가 부드럽지는 않습니다. 마녀는 단숨에 족장을 죽여버릴 수 있다고 경고하지만, 족장은 마녀는 족장 자신을 살려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투로 이야기하며 마녀를 데꿀멍시킵니다.
자, 앞으로도 계속 나오겠지만 이
[마녀] 설정이야말로 이 영화 최악의 오점이자, 나올 때마다 영화의 질을 떨어뜨리는 부분인데요.
일단 기본적으로, 영화 내내 마녀의 힘은 강대하게 표현됩니다. 온갖 인물로 자유롭게 변신 가능하고, 무술도 잘 하며, 심지어 동물떼로 변신해서 군대를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 마녀 본인이 족장을 단숨에 없앨 수 있다고 언급도 했구요.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어디서 읽은 이 대사가 떠오르더군요.
"판타지 세계관에서, 수만 군대를 단숨에 무찌르는 마법사가 있다면, 그 마법사는 왜 그 세계의 지배자가 되지 않는 것인가?"
마녀가 이 족장에게 연연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음에도, 나중에 드러나는 설정입니다만 유연족 족장이 마녀를 '노예'취급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나옵니다. 그 이유는 오로지 한 가지, 마녀가 여자라서요.
한편, 어찌어찌 남자들 사이에 섞여서 훈련을 받는 뮬란. 그와 가장 친하면서도 연애 플래그가 서는 '홍휘'라는 병사와 1:1 대련을 하게 되는데, 홍휘가 일방적으로 뮬란을 찍어누르자 뮬란은 그만 화를 참지 못하고 자신의 내면에 숨어 있던 '기'를 발휘해서 인간이 상상하기 힘든 무술을 펼쳐보입니다. 뮬란은 숨기고 있던 힘이 들통나자 자책하지만, 이내 그 힘을 이용해서 '특별한 힘도 없는 남자들을 찍어누르고' 훈련을 달성하는 등 선망의 존재로 거듭납니다.
얼추 훈련이 마무리되지는 않았지만, 유연족의 공격이 심각해져 결국 출동을 하게 된 뮬란의 군대. 그 군대의 지휘관은 텅 용이라는 자로, 뮬란의 아버지를 알고 있던 사람입니다. 뮬란은 훈련받는 내내 자신이 남장을 하면서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는 죄책감을 고백하려고 하지만 텅 용은 둔감하게도 눈치채지 못하게 됩니다.
유연족이 공격해들어오는 요새를 지키러 가면서, 도중에 전멸해버린 부대를 보고 뮬란 부대는 전쟁의 공포를 다시금 체감하면서도 그런 상대와 맞서싸울 결의를 굳히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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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영화의 질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요새를 공격해오는 유연족에 맞서, 텅 장군은 요격을 명합니다. 벌판을 끼고 야전을 벌이게 된 양 측. (왜 기마 상대로 야전?)
뮬란은 말을 타고 있습니다? 동기들은 다 보병들인데. 특별히 뮬란이 기마에 능하다거나, 기병 훈련을 받은 설정은 없는데요.
유연족이 공격해들어오자 활로 반격하는 중국군. 유연족 기병 중 일부가 말머리를 돌리자 장군이 명합니다. "추격해라!" (...네?)
뮬란은 기병이니까, 유연족 본대와 중국군 본대가 결투하는 전장을 뒤로하고, 추격대에 합류합니다.
그러나 유연족은 과연 유목민족. 파르티안 샷을 날리며 추격해오는 중국 기병대를 차례차례 쓰러뜨리는데
뮬란은 물론 '기'로 단련된 무적의 전사라서 죽지 않지만, 어느새 동료들은 괴멸해버렸습니다.
발키리 백샷에 뮤탈이 다 털린 저그가 분노하는 기세로, 뮬란은 혼자서라도 적 기병대를 추격합니다.
한참을 추격하니, 쫒기던 유연족 기병대는 간데없고, 갑자기 유황 연기가 가득한 지형에 홀로 남게 된 뮬란.
그녀의 앞에 등장한 것은 바로 마녀였습니다. 마녀는 뮬란을 도발하며 일기토를 신청하고 뮬란은 마녀를 공격합니다.
하지만 마녀의 압도적인 힘 앞에서 처절하게 발리는 뮬란. 마녀는 귓속말로 뮬란이 왜 마녀의 상대가 못 되는지 이야기해줍니다.
"네 마음에 거짓이 뒤덮고 있으면 날 못 이김"
그러니까 뮬란이 '여성인 뮬란'임을 부정하고 남장하고 있는 '준' 행세를 하면 마녀를 못 이긴다는 이야기인데요.
뮬란은 마녀의 정신공격을 무시하고 닥돌하지만, 마녀의 필살기 표창 투척에 가슴을 꿰뚫리고 사망합니다.
그리고 나레이션으로 "여기서 파 준은 사망했다." 라고 뜹니다. 영화 끝.
....는 거짓말이고, 뮬란은 멀쩡하게 살아있었습니다. 어떻게요? 심지어 마녀의 표창을 '가슴에 넣어둔 팬던트가 막아주었다' 클리셰도 안 뜹니다. 그냥 몸빵으로 살았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불공정하니까, 이후의 마녀의 행적을 감안하자면, 마녀는 애초부터 뮬란을 죽일 생각이 없어서 그냥 기절만 시켜놓은 겁니다. 이유는 나중에 나옵니다.
아무튼 죽음의 위기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뮬란이 그제야 깨닫습니다. 아하,
[거짓으로 남성임을 꾸민 파 준은 약한데, 여자라는 사실을 밝힌 파 뮬란은 강하구나]는 것을요. 그리고 그동안 입고 있던 남성용 무장인 투구와 갑옷을 벗어버리고 천옷에 여성의 상징인 긴 머리칼을 나풀거리며 말을 타고 다시 전장으로 달려갑니다. 이제 기다려왔던 진삼국무쌍입니다.
한편 유연족은 타고왔던 말은 대체 어디 두고왔는지, 친절하게 말에서 내려서 중국군과 백병전을 하고 있습니다.
여자로 각성한 뮬란이 말을 타고 도착하더니 피지알 유게에도 올라와있는 '그 발차기'로 멋지게 적을 죽입니다.
말에서 내린 뮬란이 몇 놈 잡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뮬란보고 마녀라는 외침이 들리더니 유연족이 패주합니다?
무능한 중남소추 유연족들이 뮬란을 보고 꽁지빠지게 도망가자 허공에서 나타난 마녀가 수천마리의 새떼로 변신해서 뮬란의 부대를 습격해서 갓치중녀는 격이 다르다는 걸 보여줍니다. 뮬란의 부대는 뭉쳐서 방패벽을 쌓아서 새떼에게 저항하려고 하지만
어디선가 유연족이
[트레뷰셋 투석기]를 가져와서 부대가 뭉친 곳을 포격합니다!
대체 사방이 평지인 전장에서 저 투석기는 어떻게 가져온 것인지, 나무가 없는 환경에서 자랐을 유목민족인 유연족이 투석기 만들 기술은 어디서 났으며, 저걸 만들 나무는 어디서 구했는지 이 작품은 말해주지 않습니다. 1개 포문인 주제에, 백발백중을 자랑하는 명중률도 그러려니 합시다.
동료들이 위기에 처하자 분노한 뮬란은 타개책을 찾는데, 마침 투석기를 발사하는 유연족들의 뒤에 눈덮인 산맥이 있네요.
뮬란은 재빠르게 전략을 짜고, 유연족의 등 뒤로 순간이동을 합니다. 네, 이렇게밖에 말할 도리가 없군요. 저는 사방이 평지인 곳에서 유연족이 말을 타고 아군의 배후로 우회하는 뮬란을 못보는 멍청이 집단이라는 해석보다는, 뮬란이 순간이동이 가능한 쪽이 더 현실적인거 같습니다.
눈뜨고도 멀쩡하게 배후를 뮬란에게 내준 유연족들. 뮬란은 언제 챙겨왔는지 자신의 주변에 동료들의 투구를 올려놓고 활질로 유연족을 공격하며 도발합니다. 유연족이 뒤돌아보자 뮬란이 바위위에 올려놓은 여러개의 투구들이 보이고, 흥분해버린 유연족은 그만 투석기의 방향을 돌려(?) 뮬란이 있는 배후를 공격하는데 크게 빗나가서 만년설이 뒤덮인 산맥을 공격(??)합니다. 그리고 유연족이 날린 투석기의 바위의 충격으로 대규모 눈사태가 일어납니다.
당연하지만 눈사태는 눈이 달려있지 않으니 유연족이고 중국군이고 뭐고 다같이 공평하게 싹 쓸어버립니다. 잠깐, 이거 팀킬 아닌가... 하지만 물론 디즈니 영화답게, 눈사태는 유연족만 골라서 죽이고, 중국군은 모조리 살아남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시청자를 안심시킵니다. 눈사태에 휩쓸려나가던 홍휘까지 구해낸 뮬란. 뮬란을 찾는 자신의 부대 앞에서 뮬란은 당당히 다가가 자신이 사실 여자였음을 고백합니다. 군법에 의하면(영화에서 언급된) '진영에 여자를 들이면 사형'에 의하면 마땅히 사형일 터. 지휘관은 관대하게 추방으로 용서합니다.
허망하게 부대에서 쫒겨난 뮬란. 집에도 못 돌아가고 멍때리고 있는데, 그런 그녀에게 다시 마녀가 나타나서 속삭입니다.
"너 내 동료가 되라."
사실 마녀야말로 뮬란과 비슷한 처지였군요.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재능을 타고났지만,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마녀로 낙인찍혀 쫒겨나게 된 속사정을 털어놓고는 뮬란을 동료로 꼬십니다. 저, 그런데, 기를 사용한다고 다 변신하는건 아니던데... 당신은 진짜 사술 사용자 아닌가?
뮬란이 이 꼬임에 넘어갔더라면 이 영화가 흥미진진해졌겠습니다만, 뮬란은 영화가 재밌어지는 것이 싫은건지, 마녀의 요구를 거절합니다. 거기다가 마녀는 이미 유연족 족장이 황성에 잠입했다는 사실까지 뮬란에게 가르쳐줍니다. 뮬란은 황제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텅 장군을 찾아가는데...
다시 나타나면 뮬란을 죽이겠다고 협박을 했었던 텅 장군. 그러나 뮬란은 두려워않고 황제의 위험에 대해 설명합니다. 그녀의 설명을 듣던 홍휘는 '파 준은 믿으면서 파 뮬란은 왜 못 믿는겁니까?' 라고 뮬란을 지지하고, 뮬란의 활약을 봤던 동료 병사들 모두가 뮬란을 변호해줍니다. 텅 장군은 뮬란의 충성과 용기를 인정하고, 소수의 날랜 기병을 황성으로 파견하여 족장의 계략을 저지하기 위해 달려나갑니다.
"뮬란, 황성으로 인도해라."
뮬란이 시골에서 징병때문에 갓 끌려나온 시골뜨기인데 비해, 텅 장군은 군의 고위인사로서 황궁으로의 길을 잘 아는 사람인데, 뮬란을 길잡이를 시키네요? 뭐지? 영화를 생각을 안하고 만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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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유연족 족장에 의한 황성 잠입 작전이 전개되는데...
마녀가 새로 변신해서, 황제가 신임하는 재상의 집으로 잠입하더니 금새 재상으로 변신하고는 황제를 알현하더니 대뜸 이렇게 얘기합니다.
"황성에 유연족이 침투했는데, 족장놈이 황제랑 맞다이를 신청하고 있습니다."
"그래, 좋다. 그 놈 아비도 나한테 죽었는데, 아들놈도 같이 죽여줘야 공평하지. 출진이다!"
황제가 좀 많이 Badass 합니다? 갑옷차려입고서 기세등등하게 족장을 찾으러 출정하는데...
아니 잠깐만요. 황제면 일단 국경에서 싸우고 있을 유연족이 어떻게 황성에 왔는지부터 알아야 하는거 아닌가?
그리고 손수 때려잡겠다고 출정요? 혹시 황제랑 선봉장을 혼동하고 있는거 아닌지?
그거야 어찌됐건간에, 황제를 함정에 빠뜨리고, 더불어 황성에 근무하는 모든 근위병을 한 자리로 모으라고 명하는 재상(마녀).
황제는 기세등등하게 병사를 데리고 족장이 기다리고 있다는, 건설중인 별궁으로 향하나 숨어있던 유연족 병사들에게 습격당합니다.
의외로 병사들이 다 죽었음에도 포창술로 (개인적으로 이 장면이 영화에서 제일 멋졌습니다.) 유연족 병사들을 때려잡던 황제지만, 다굴에는 장사가 없기 때문에 결국 포로로 잡히고 맙니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뮬란과 일행들은 황성에 도착하는데, 근위병들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당황합니다.
곧장 황제가 있는 궁궐로 향하던 일행은 앞길을 막는 수많은 유연족과 마주치게 되고, 팀의 에이스를 황제 구출에 보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일행은 "여기는 내가 막을테니까, 어서 가!" 클리셰를 씁니다.
궁궐로 가는 좁은 입구에서 피할 수 없는 싸움을 하게 된 뮬란과 홍휘와 기타 등등. 홍휘는 벽을 타고 내려오는 유연족들의 발을 붙잡으며 뮬란이 입구를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그리고 뮬란을 바라보며 장렬한 태도로 "출입문을 잠그라"는 지시를 하며 자기 희생을 합니다.
물론 그 출입문 좌우에는 담장이 있으며, 홍휘를 습격한 유연족들이 '성벽도 타고넘는' 무공의 소유자임을 눈으로 보고도 한 말이지요.
대체 왜 잠그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대문을 잠그며 뮬란은 황제에게 향합니다.
이윽고 옥좌에 당도한 뮬란. 옥좌에 앉아있는 사람에게 화급히 피하라고 진언을 하는데
눈부신 후광과 함께, 그 옥좌에서 일어나는 사람은 (놀랍지 않게도) 마녀였습니다!
마녀는 페미전사들이 보면 격찬을 아끼지 않았을 쎈 여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금 뮬란을 아군으로 만들기 위해 설득합니다.
심지어 그 논리가 "나라고 처음부터 착한일이 싫었겠어?" 입니다.
이보세요. 지금 당신이 죽인 사람이 수쳔이 넘는데?
심지어 뮬란의 반응은 더 가관입니다.
"아직 늦지 않았어. 네 재능을 살릴 길이 얼마든지 있을 거야. 항복해."
제가 방금 위에서 뭐랬나요. 이 마녀가 죽인 사람이 몇 명인데. 아직 늦지 않았다고?
뮬란이 열렬하게 설득하며 황제의 위치를 묻자, 마녀는 갑자기 새로 변신하더나 허공을 날아갑니다.
뮬란은 그런 마녀의 뒤를 쫒습니다. 어? 이거 배신 플래그?
한편 황제를 높은 곳 에 꽁꽁 묶어두고 있던 족장은, 갑자기 자신에게 날아온 마녀에게 황당해합니다.
"아니, 황성에서 근위병 진압하고 있을 네가 여기에 왜 오니?"
"지금 너 때려잡겠다고 저기서 한 여성(woman)이 오고 있거든.
"저 계집애(girl) 말인가?"
"여성(woman). 강인하고 전사인."
입만 열면
여성혐오 발언을 쏟아내는 족장에게 질려버린 탓인지 싸늘하게 대꾸하는 마녀. 족장은 마녀의 배신을 깨닫고 크게 분노합니다.
자, 이제 마녀 vs 족장인가... 마녀는 족장을 순식간에 목을 비틀 힘이 있는데 족장은 어떻게 대처할 생각이지?
...라고 생각하기 무색하게, 족장은 화살을 매겨 달려오고 있던 뮬란에게 날립니다. 뮬란의 능력으로 봐서 그깟 화살 날려봐야 죽지 않을 거 같습니다만, 그 화살을 새로 변신한 마녀가 급히 맞고 대신 죽습니다.
......???!!! ?!?!?!?!?!??!?
잔혹하게 민간인을 살육하고, 병사들을 난도질하며, 군부대를 위기에 몰아넣던 마녀의 허망한 죽음이었습니다.
이제 딱 3번 본, 그것도 적으로만 만났던 마녀의 죽음에 뮬란은 분노하여 족장에게 덤빕니다.
이상하게도 족장 옆에 남은 유연족들이 아무도 없네요. 아까 황제에게 다 죽었나?
1:1 일기토. 가건설중인 건물에서 족장과 뮬란이 치열하게 싸웁니다. 그러나 싸움 도중, 뮬란은 아버지가 소중히 간직해오던 가문의 검을 그만 떨어뜨리는데, 재수없게도 그 밑이 용광로라 검이 그대로 녹아버립니다. 가보를 잃어버린 죄책감에 뮬란이 혼란에 빠져있을 때, 인질로 잡혀있던 황제가 외칩니다.
"일어서거라, 뮬란! 일어서! 상대는 이 황제를 묶은 유연족이야! 일어서!"
이 영화는 야인시대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했을까요? 이 능력, 김좌진 장군의 특기 아니었나?
아무튼 혼란을 적당히 수습한 뮬란. 뮬란은 맨손이고 족장은 칼을 들고 있습니다만 중남소추 족장은 애초에 '기'를 마스터한 갓치 뮬란의 상대가 못되는 법. 몇 합 섞지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발리더니 높은곳에서 추락합니다. 족장이 죽은 줄 알고, 황제를 포박한 줄을 푸는 뮬란.
그러나 추락 직후에도 족장이 살아있었습니다. 족장은 마지막 힘을 내어 활로 황제를 저격했으나, 타이밍에 맞게 팔이 풀린 황제는 날아오는 화살을 맨손으로 잡습니다. 그리고 잡은 화살을 허공에 토스합니다. 뮬란이 그 화살을 발로 차내며 스카사하 보구를 시전합니다.
(참고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AhY3enaGHic&ab_channel=qwessseim ) 족장은 가슴이 화살에 꿰뚫리며 비로소 사망하게 됩니다.
내용이 길었으니 마무리도 간단하게 요약합시다.
황제는 뮬란을 장교로 임명하려고 하나, 뮬란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그 자리를 거절합니다.
영화 내내 연애 플래그를 쌓았던 홍휘가 가지 말라고 돌려 고백했지만 뮬란은 홍휘를 찹니다. (갓치에게 연애는 필요없다)
털레털레 혼자 고향으로 돌아온 뮬란. 가족과의 재회를 기뻐하고 있을 때, 마을에 텅 장군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가보를 잃은 뮬란에게 멋진 검을 선물하며, 사실 인간은 4가지 미덕을 깨우쳐야 함을 지적합니다.
이 영화 내내 지겹도록 나왔던 3가지 미덕인, 충, 용, 진이 새겨진 칼날 맞은편에는 '효'가 새겨져 있었고
뮬란은 황제에 의해 장군이 되어서 전설을 찍었다라고 나레이션이 나오며 영화가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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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막 감상
1. 노래 없습니다. 한 곡도 없습니다. 원작에 나오는 모든 노래가 짤렸음은 물론, 노래 부르는 장면 하나도 안 나옵니다.
2. 원작 뮬란의 팬이라면 권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의 모든 부분은 원작 능욕을 위한 설정으로 가득합니다.
3. 원작에서는 여혐 발언은커녕, 여자가 적이라도 침착하게 상대하던 산유가 마녀 없으면 아무것도 못했을 (본인 발언) 주제에 입만 열면 여혐 발언을 쏟아내는 보리 칸(유연족 족장) 으로 바뀌었구요.
원작에서는 연애노선을 타는 뮬란-리샹 커플에서 리샹이 상급자라서 '결혼으로 지위 상승'으로 보일것을 우려해 리샹을 지휘관/병사로 쪼개서 역할 배분했습니다. 그리고 연애 노선도 삭제했습니다.
디즈니 애니에서 감초로 항상 등장하는 '소동물' 무슈도 삭제하고 불사조로 대체. 그러나 이 불사조는 중요 장면에서 바탕을 차지하는 배경화면이지, 무슈처럼 뮬란과 소통하거나 함께 고난을 해쳐나가는 동료가 아닙니다. 아예 없었어도 무방했을 존재.
4. 마녀가 나오는 모든 장면은 페미니즘과 연관되어있고, 영화의 수준이 저질로 변했습니다. 기껏 최종보스인 주제에 중간보스에게 팀킬당해 죽는 포지션인건 할말을 잃었구요.
5. 원작 뮬란이 하고 싶은 말은 명확합니다. "여성의 몸이라는 한계를 가졌지만, 뮬란은 재치와 지혜로 어려움을 극복했다." 실제로 뮬란은 지혜로서 남자들이 못해내는 큰일을 해냈고, 후에 황성에서 황제가 납치되자 동료들에게 여자 옷을 입히고 여자로 분장시켜 잠입하는 등 훌륭하게 간접적으로 여성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했습니다.
6. 영화 뮬란은 훨씬 노골적이고 직접적입니다. 여성도 전쟁터에서 진삼국무쌍을 찍을 수 있다. '기'를 이용한 비현실적인 힘을 이용해서 여자가 남자들을 때려잡는 모습을 시종일관 보여주는데, 이 구도는 사실 스타워즈에서 빌려왔음을 짐작해 볼 수 있군요. 악역인 마녀가 단지 '여성'이라서 별것도 아닌 보리 칸의 노예 신세이며, 후반부에 자기 신세를 한탄하는 장면은 (착하고 싶었는데, 기를 가진 여자라서 탄압당했다) 뭐...
7. 꼭 페미니즘을 떠나도, 전반적인 영화 수준이 엉망입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아동을 위한' 이라는 이야기라도 가능하지만, 이 영화는 아동을 위한 영화가 아니잖아요? 개연성은 좀 지키지? 전쟁씬 이렇게 찍을 거면 전쟁 영화 찍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8. 영화 내내 시종일관 '충, 용, 진'을 때려박는데, 그건 그렇다쳐도 중국이 언제부터 '충용진'이었나요? 유교 사상은 '충효 사상' 아닌가?
분명히 영화 막판 엔딩에 '효' 집어넣으려고 일부러 무시한 걸텐데, 애시당초 발상도 안 좋았고, 연출은 더더욱 안 좋았을 뿐더러 이게 영화인지 사상교육인지 의심스러운 의도가 느껴집니다.
9. 정치적 이야기는 하나도 언급하고 싶지 않아서 빼놨습니다마는 위구르 현지 촬영 관련해서 논란이 많이 일고있습니다. 그리고 마땅히 할 수 있는 비난으로 보이구요. 그런데 이 영화는 그냥 명예삽니다.
"위구르 현지 촬영 잘못 언급해서 망한거야! 일종의 명예사지!"
그냥 못 만든 불쾌한 영화라서 망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