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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10/10 00:08:27
Name 규리하
Subject [일반] [야구]준플레이오프 2차전. 9회말 2아웃.

팀의 선발투수는 에이스 손민한. 전날 참패의 빚을 갚기 위함인지 그의 fastball은 정규시즌 후반기에 비해 구속도 3~4km이상 웃돌았고 무브먼트도 소위 쩔었다. 에이스는 평소와 다르게 직구의 구위로 누르며 게임을 잘 풀어나갔지만, 어깨부상경력이 있는 75년생 34살 노장에겐 직구 위주의 피칭은 부담이었다. 80개쯤 던진 5회. 흔들렸고, 루상을 꽉채운채 에이스는 마운드를 내려갈 수 밖에 없었다.  4.2이닝 2실점. 5K. 평소보다 많은 삼진 수가 그의 역투를 증명해주지만, 3BB. 평소보다 많은 볼넷 역시 그가 져야 했던 짐을 보여준다.

롯데가 자랑한 불펜 좌완 퐈이어볼러 랜디영식. 그를 무너뜨린건 한국 야구의 전설 양준혁이었다. "너를 믿는다. 승부하고 이기고 오라" 평범한 선수였던 그를 변화시킨 주문대로 그는 승부했고, 전설에게 당한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결과론으로 그를 탓할 수 없다. 그리고 그는 무사 2,3루에서 1루를 고의사구로 채워주고 한타자를 내야플라이로 처리한후 역시 루상을 꽉 채운채 7회. 마운드를 뒤로했다.

내려오던 강영식의 손을 호기있게 치며 올라간 이는 '향운장', 최향남이었다. 2:2 팽팽히 맞선채 7회초 1사 만루. 맞서는 이는 한국 야구의 국보급 유격수 박진만. 여기서 더 물러설 수 없었다. 평소와 같이, '운장'이라는 팬들이 붙여준 그의 호처럼 그는 자신의 공을 뿌렸다. 파울, 볼, 볼, 헛스윙. 주자는 꽉차있고 2S 2B. 여기서 승부라는건, 타자도 알고 투수도 알고, 너도 알고 나도 안다. 그리고 모두가 숨죽여 지켜보던 중으로 그리고 날카롭게 배트가 돌았을때 튕겨나간 공은 외야를 갈랐고 두명의 주자가 홈을 밟았다. 4:2. 아쉽지만, 게임은 아직 지지않았다. 끝나지 않았다. 향운장은 다시 마운드에 올랐고 비어버린 1루를 채워주고,, 삼진, 또 삼진. 7회초는 끝난다.

..8회초, 8회말, 9회초..

3루!!!!!! 다이빙 케치!!!!!!! 김민성이 좋은 수비 보여주네요!!!

그렇게 삼성의 마지막 공격이 끝났고.. 9회말.
주 어진 마지막 기회에 타석에 들어선 이는 바로 직전에 몸을 날렸던 신인 김민성이었다. 그는 아무리 긴장된 상황에서도 자기 스윙을 할 줄 아는 타자였다. 그의 1군 첫 데뷔타석을 나는 기억한다. 심장이 미칠듯 뛰던 그때처럼., 아무리 지금 생전처음 서본 준플레이오프고 9회말이고 상대가 '끝판대장' 오승환이더라도 그에게는 그가 가진것들을 두려움없이 펼쳐 보여줄거라 기대할 수 있었다. 스트라이크, 헛스윙, 볼, 볼, "끝이다 루키." 작정하고 몸쪽 직구를 찔러들어온 오승환의 공을 시즌의 대부분을 2군에서 보냈던 루키는 기가 막히게 받아치고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안타 하나 쳐주세요 박기역~~" "목청껏 부른 노래에도 불구하고, 조선의 9번타자. 그가 절묘하게 밀어친 바깥쪽 높은 슬라이더는 야속하게도 우익수 글러브 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게 야구다. 아무리 잘쳐도 아웃될 수 있고, 아무리 잘하는 타자라도 10번에 3번 치는게 고작이다. 하지만, 내가 이번에 못쳐도 나 다음 동료가 쳐줄수 있음을 기대할 수 있는게, 그게 곧 야구아닌가.

오. 주멘. 게임내내 그라운드를 뒤흔들어댄 그가 타석에 들어섰다. 이제껏 김주찬을 보고 첫눈에 반해 구애를 펼친 감독들이 몇이었던가. "30홈런 타자로 만들어줄께", "리그 최강의 리드오프로 키워주마" 온갖 칭찬과 구애의 말, 그리고 고된 훈련으로도 터질듯 터지지 않던 그의 포텐셜이, 물건너 멀리서온 매니져가 자유롭게 뛰어놀게 하자말자 터져버린건 아이러니다. 그리고 여기, 지금 이때에도 그는 역사를 펼쳐보였다. "아~ 좌중간, 좌중간~~~ 가릅니다!!!! 주자 홈으로 들어오고 4:3 한점차!!!!로 따라붙습니다!!!"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아쉽게 '인구사와라' 이인구가 헛스윙 아웃당했지만. 하지만 그는 오늘 그의 몫을 했었다.
불씨는 꺼지지 않았고 더 크게 타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9회말 2아웃. 주자 2루. 4:3 한점차. 여기 마지막의 그.
안타하나면!! 안타하나!! 동점이고, 홈런이면 역전이야!!

마지막 타자는 오늘 4타수 무안타의 롯데 3번타자.
주 장. 해결사. 군기반장. 조병장. 조턱돌.. 모든 그의 별명에 비추어 부끄럽게도 오늘의 활약은 그답지 않았다.. 롯데가 살려면 그가 살아야 한다. ,7월 무너져가던 팀을 일으켜세운것도 나고, 시즌내내 맹타를 휘둘러 팀을 4강으로 이끈것도 나다. "내가 해내야해!!" 그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방망이를 잡으며 타석에 들어섰다. 마주본 오승환의 눈에서는 직접 안겨줬던 지난 2번의 굴욕의 흔적을 찾을 순 없었지만, 그도 긴장한 것만은 분명했다.

"와라"

공하나를 흘려보내고,
바깥쪽 직구!!!

순간 온갖 생각이 교차하며 동시에 둥근 공과 둥근 배트가 교차했고,

공은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담장을 넘어갔다.

------
음.. 어라.. 뭔가 다른듯... -_-

담엔 이기겠죠.

롯데 팬 여러분 우리 힘내요~

사실 오늘 게임은 무척 재밌었던지라 큰 불만 없네요.

3,4차전 잡고 5차전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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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0/10 00:21
수정 아이콘
말씀대로 오늘 경기 참 재밌었습니다.
다음 3차전에서 이런 재밌는 경기가 끝이 나면 안될텐데요...
규리하
08/10/10 00:24
수정 아이콘
으앙. 진짜 무플방지위원회는 천국갈꺼에요.
눈팅만7년째
08/10/10 00:37
수정 아이콘
삼성을 응원하지만, 이 글은 정말 좋군요.
정성이 가득한 글 규리하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하지만, 승부는 삼성이 3차전에서 스윕할거에요!
좋은밤 되시길
iloveoov
08/10/10 00:41
수정 아이콘
와~재밌네요 경기를 못본 저는 대략적인 상황을 알듯한데요 국문과 아니세요;?
잘읽었습니다. 담번엔 롯데가 이기겟죠~~
08/10/10 00:42
수정 아이콘
잘읽었습니다. 담번엔 롯데가 이기겟죠~~ (2)
08/10/10 00:44
수정 아이콘
잘읽었습니다. 담번엔 롯데가 이기겟죠~~ (3)

무슨 일이 있어도 5차전 예매해서 갈껍니다 ㅜㅜ
Legend0fProToss
08/10/10 00:50
수정 아이콘
갈샤의 1루선상타고 가는 2루타성 타구 채태인이 잡은게 너무 뼈아팠음... 거기서 2점 쫙나주는 분위기였는데 예술수비ㅠ
강예나
08/10/10 00:58
수정 아이콘
아 그래도 주처님 어제 정말 사랑합니다. 아니 오늘도 사랑할게 내일도 좀 파이팅.(...)
그리고 주장님, 이때까지 잘해왔으면서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잖아~ㅠㅠ
08/10/10 01:19
수정 아이콘
순간 온갖 생각이 교차하며 동시에 둥근 공과 둥근 배트가 교차했고,
은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담장을 넘어갔다.
음.. 어라.. 뭔가 다른듯... -_-
담엔 이기겠죠.
//뿜었습니다-

..으하하하하하...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ㅜㅠ..

조반장님과 비싼 남자, 대구에서는 터지리라 믿습니다!
Return Of The N.ex.T
08/10/10 02:02
수정 아이콘
강영식 선수는 그래도 롯데가서 포텐 터진듯 하네요.

삼성에 있을때는 그렇게 불안하더니..-_-;
08/10/10 02:17
수정 아이콘
3,4차전 잡고 5차전 고고.~(2)
김민성 호수비 부터 봤는데 정말 아쉬운 한판이었습니다.
08/10/10 11:45
수정 아이콘
순간 온갖 생각이 교차하며 동시에 둥근 공과 둥근 배트가 교차했고,

공은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담장을 넘어갔다.

"파울!"
죽은곰
08/10/10 13:32
수정 아이콘
장원준의 크레이지모드가 발동 되지 않으면 롯데의 필패일꺼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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