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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5/31 10:01:13
Name kien
Subject [정치] 대학등록금과 합리적 복지/규제.
이번 정부 들어서 보편적 복지/포퓰리즘 등에 대한 비판을 보면서 문득 드는 생각입니다.

꽤 많은 보수 성향임을 표방하는 네티즌분들은 포퓰리즘 성향의 선심성 복지 좀 더 좋게 표현하면 보편적 복지를 싫어하거나 비판하는 글/댓글들을 꽤 많이 작성하고 선별적 복지와 무분별한 복지를 반대하고 국가/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또 다수의 보수 성향 네티즌분들은 노무현 때 대학 등록금이 폭등했는데, 이명박이 대학 등록금을 잡은 것을 업적이라고 생각하시고 또 주장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대학등록금 규제로 대한민국에서 대학을 가고 싶은 모두에게 등록금을 낮추는 보편적 복지를 구현해서 부잣집 아들/딸도 가난한 집안의 아들/딸과 같은 혜택을 보게 했습니다.(대학에 갈 여유 조차 없는 사람들에게는 아무 혜택이 없다는 얘기도 되긴 합니다만..) 반대로 얘기하면 대학의 재정적인 부분을 규제하면서 대학이 좋은 정교수/연구, 강의 교수/포스닥 등을 고용할 기회를 제약하고 좋은 실험 장비를 사는 것을 제약함으로서 대학의 경쟁력을 낮추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보수적인 태도로 이 문제에 접근했다면 대학 등록금은 규제하지 않고 명문대들은 등록금을 원하는 만큼 받아내게 해서 명문대들의 교육 경쟁력을 올려주고,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에게 선별적 복지로 대학 등록금을 지원해주고 또 미국처럼 군장학생 제도를 활성화해서 받은 금액만큼 부사관/사관으로 복무하게 하면 국방력도 강화하는 효과가 있게 하는 방향으로 나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등록금에 대한 선별적 복지가 다른 선별적 복지에 비해서 크게 난이도가 높거나 어렵다고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죠.

어떨 때 보편적 복지를 해야 하고, 어떨 때는 선별적 복지를 해야 하는 지는 판단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만,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보수 쪽이 이런 보편적 복지에 대한 허들이 높은 편이고 개인적으로 보수가 현정부 들어서 주장하는 복지의 허들이 아니더라도 저는 대학 등록금의 경우 보편적 복지가 적용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근데 이걸 객관화 시켜서 합리적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려면,

1) 대학경제력라는 것을 파라미터화 하고( 논문수+졸업 후 평균 임금? 정도나 파라미터로 잡힐 수 있겠네요. )
2) 그 다음에 대학등록금 규제가 대학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모델링하고
2) 대학경쟁력이 경제성장률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 지 확인하고.
4) 그 다음에 등록금 규제를 통해 얻은 복지적 이득들을 수치화 하고 깍인 대학 경쟁력에 의한 경제 성장률의 (-) term과 비교 해야겠죠.

이런 건 사실 논문 주제감이 되어버려서, 개인마다 선호하는/합리적인 복지는 나에게 도움이 된 복지였는가, 내 정치적 취향(?)에 맞는가로 판단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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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italismHO
20/05/3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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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인상 저지보다 국가장학금 제도가 더 유의미한 팩터라고 봐서 mb는 선별복지적인 스텐스가 맞긴 하다고 봅니다. 박근혜가 되려 보편복지에 가까웠죠.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인데 지거국 몰락에 국장이 좀 기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가난한 학생 기준으로 학기당 240만원이 그냥 기본으로 나오는데 이 금액이면 사립대 학비도 확 낮아지거든요. 덕분에 과거에 비해서 지방국립대에 똑똑하고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덜 들어가게 돼서 몰락이 가속화되지 않았나... 하고 뇌피셜로 생각중입니다.
CapitalismHO
20/05/31 13:39
수정 아이콘
그리고 경제학을 좌우로 나누는 것 자체가 엄밀하지 못한 일이긴 하지만, 국가개입을 선호하는 새케인즈학파를 일반적으로 진보로, 반대편인 새고전학파가 보수로 인식되는게 아마 대중적인 시선일 겁니다. 근데 이 새고전학파는 교육쪽에 투자하거나 복지정책을 시행하는데 꽤나 긍정적인 스텐스입니다. 프리드먼부터 교육복지에 호의적이었고 루카스도 인적자본 성장모형까지 만들어가면서 교육투자를 강조했죠. 굳이 멀리안가도 RBC에서 가장 중요한게 기술충격인데 기술충격하고 교육은 불가분한 관계니까요. 그런면에서 보자면 우파가 보편적 교육복지를 주장하는게 크게 이상한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0/05/3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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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연구비는 정부예산으로 밀어주는거지 학생들 등록금 모아서 연구실에 지원해 주는건 아주 소규모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애당초 등록금과 학술적 경쟁력하고 상관관계가 크지 않아서 전제부터가 좀 오류입니다.
그리고 객관화 프로세스라고 제시한 네가지가 애당초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거 자체가 큰 착각이죠.
뭐 1번은 어느정도 가능하다손 쳐도 어느대학에 어느정도를 밀어줄 지를 결정하는것은 결국에 정치적/이념적 결정이라 합리성/효율성을 보장할 수 있는게 아니죠.
1등을 밀어줄지 중위권을 밀어줄지 꼴지를 살려줄지 결정하는건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다분히 철학적인 문제입니다.

그냥 장학금/학자금 대출 늘려주고 규제 풀어줘서 대학들끼리 알아서 경쟁력을 갖추게 하면 됩니다.
이걸 복지 문제로 승화하면 늘상 결과가 그렇듯 구조조정도 안되고 효율성은 더 떨어집니다.
20/05/3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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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대로 논문수나 평균임금, 등록금, 대학임금의 상관관계가 크지 않을 수 있죠. 그냥 수치화 쉽게되는 항목만 말해본 거라서요. 등록금과 평균임금도 대학경쟁력과는 별도로 등록금을 올려 버리면 부자들만 올 수 있어서 올라가지 않을까 하고요.
20/05/3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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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그냥 시장에 맡겨두면 되죠. 왜 그걸 복잡하게 모델링을 해야합니까?
등록금 상한선을 만든다는거 자체가 에러에요. 당장에 서연고가 네임밸류 믿고서 등록금을 두배로 뻥튀기 한다면 수능랭킹이 유지가 될거 같습니까?
원래는 서연고 갈 친구들이 서성한을 가게 되는 거고, 그 빈자리는 졸부집 아이들이 채워서 입학경쟁률을 떨어뜨려 주죠. 그냥 각 대학이 알아서 등록금 책정하게 하면 되고, 학생/학부모들 자신들이 ROI 를 따져서 대학을 갈지 말지, 간다면 등록금 대비 어디가 좋은지를 결정해서 가게 하면 됩니다.
정부로서는 장학금 예산을 과하게 책정하지 말고 학자금 대출을 해주되 미국의 경우처럼 파산으로도 해소가 안되게 하는 조항이 없게 해서 대학들이 방만한 경영을 하지 못하게 하는 역할만 하면 됩니다.

수치계량도 불가능한 저런 복잡한 모델링을 대체 해서 뭐합니까
20/05/31 11:35
수정 아이콘
저는 그래서 상한제를 반대하는 데요.님이 말씀하시는 대로요.
20/05/3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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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에 등록금을 올려버리면 부자들만 올수 있다는 얘기는 상한선을 두는 따위의 형태의 규제를 옹호하는 입장이라 이해를 했습니다.
그리고 본문에는 마치 명문대는 원하는 만큼의 등록금을 매길 수 있다는 뉘앙스로 말씀을 하셨는데 이건 사실이 아닙니다.
대학들과 학생들은 바이어와 셀러의 관계고, 셀러 입장에서는 최대한 이윤을 남길수 있는 가격이 존재하는 것이고 그걸 찾아내는 것은 대학 각자가 알아서 할 일입니다. 그리고 바이어 입장에서는 ROI 를 고려했을때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거나, 난 죽어도 심리적 만족감 때문에 명문대 졸업장이 필요하다던가 (명문대 졸업장의 실질적 가치와 상관없이), 등등의 근거로 비싼 등록금을 지불하겠다고 하면 그렇게 하게 놔두면 됩니다. 어차피 거시적으로는 특정 대학의 졸업장의 가치가 등록금+기회비용 보다 낮다고 판단이 되면 그 학교는 정원을 못채우게 되어 있습니다. 그냥 시장논리에 따라 각 플레이어들이 알아서 하게 놔두면 되요. 그냥 놔두면 될걸 복지니 뭐니 하면서 복잡한 규제를 들이밀고 애당초 불가능한 효율성을 추구하려니까 별의 별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오는거죠.
답이머얌
20/05/31 21:54
수정 아이콘
명품시장 보면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애초 경제학의 전제가 합리적인 개인인데 이런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죠.

모든 시장에서 비합리적인 개인이 주류가 되진 않지만 특정 시장, 예로 든 명품 시장처럼 대학 졸업장 시장도 비이성적인 개인이 주류가 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20/06/01 06:30
수정 아이콘
비이성적으로 뻥튀기된 가격을 지불할 사람이 많지가 않죠. 실제로 명문대 가치가 그만큼 안되는데 뻥튀기된 가격을 지불할 사람이 얼마나 될것 같나요?
애플이 프리미엄을 붙여서 팔아도 잘 팔리는건 브랜드 밸류가 그만큼 되니까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고, 그 이상을 벗어나면 물건을 그만큼 못팔기 때문에 낼 수 있는 이윤이 적어집니다. 아이패드 프로가 제일 비싼게 천불 정도 하는데 앞으로 2천불씩 한다 그러면 그걸 누가 살 것 같나요?
구매자들은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존재들입니다. 명품 사는 사람들이라고 합리적인 생각을 안할거 같나요?
본인이 생각하기에 명품을 들고 있을때 드는 심리적 만족감이 그 정도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하는 겁니다.
20/05/31 11:21
수정 아이콘
(수정됨) 개인적으론 물고기를 잡는 기술을 알려주는 복지/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수 있게 돕는 복지는 찬성합니다.

물고기를 직접 챙겨주거나 어부할당제(?)같은 복지는 별로 안좋아하구요 크크

더해서 물고기가 시급한 상황도 아닌데 잘보이고자 좀 더 키워야할 치어까지 잡아서주는 정책은 극혐합니다. 이런 입장이면 보편복지에 대한 비판과 대학 등록금 인하 찬성이 양립가능하지 않을까요? 크크
20/05/31 13:50
수정 아이콘
야상 임원 할당의 경우도 목적중에 하나가 상무->전무 등으로 갈 수 있는 기술과 기회를 알려준다는 것도 있긴 하죠.
알라딘
20/05/31 11:40
수정 아이콘
국가장학금이 소득분위가 높아도 다 지급되었던건가요...??

전 정말 국가장학금 혜택을 많이봐서 다닐 수 있었네요... 나라에게 감사할정도..
국제제과
20/05/31 19:57
수정 아이콘
저희 집은 잘 사는 편은 아니었는데 받아본 적이 없네요. 이상한 건 의사 부모님을 둔 다른 친구들은 받더라는 겁니다. 결국엔 제 손으로 받긴 했는데 개인적으론 선정 기준이 좀 의문이었습니다.
20/05/31 11:42
수정 아이콘
말은 복지인데 현실적으로 보면 규제를 위한 규제네요...
번개맞은씨앗
20/05/31 11:57
수정 아이콘
문장을 짧게 쓰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빙짬뽕
20/05/31 12:22
수정 아이콘
(수정됨) 2학년 까지는 가정형편을 고려해서 넉넉하게 주고, 이후로는 학점으로 하면 좋을거같아요.
강미나
20/05/31 12:59
수정 아이콘
MB 정부 같은 경우엔 초기엔 국가장학금 위주의 지원 + 정권 중후반기로 넘어가면서 등록금 상한제(소비자 물가에 연동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1.5배였나 2배였나)를 시행했는데, 이미 그 전 정권에서 등록금이 너무 폭등해버려서 별반 의미는 없었죠. 국가장학금 같은 경우는 소득분위 기준이었으니 선별적 지원이었는데 그 소득기준이 기존의 수급자 차상위를 넘어 많이 상향되었기에 보편복지라고 착각하신 거 같네요.
BibGourmand
20/05/31 13:19
수정 아이콘
기회의 평등을 위한 복지와 결과의 평등을 위한 복지는 다르지요. 교육에 대한 투자는 전자로 인식되기 때문에 보수층이라 해도 반발할 이유가 적습니다. 그리고 국가장학금에는 소득분위가 반영됩니다.
20/05/31 13:48
수정 아이콘
위에도 언급했지만 교육 자체의 퀄리티는 규제에 의해서 떨어지거나 최소한 더 올라가지는 않겠죠. 국가 장학금에 대한 언급은 위에 없고요.
20/05/31 13:4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전 이명박이 잘한것중 하나가 한국장학재단으로 등록금 선별지원한거라고 생각합니다.
반값등록금같이 무분별한 전체지원은 지금 생각해봐도 돈낭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등록금 인상 저지가 꼭 부잣집 자녀들에게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간다고 볼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방치하면 대학 주머니로 더 들어가면 들어가겠죠. 서민 물가잡은거랑 대학 등록금 유지는 아직도 이명박이 너무나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20/05/31 13:49
수정 아이콘
돈이 대학으로 들어간다는 늬앙스 자체가 저는 대기업 사내 유보금을 쌓아놓고 있어서 이걸 풀어야 한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껴져서요.
20/05/31 17:48
수정 아이콘
딴건 모르겠는데 서민물가를 잡았다는건 어떤걸 말하시는건가요?
루트에리노
20/06/02 16:19
수정 아이콘
서민물가가 비서민 물가랑 분리가 되는 개념인가요?
20/05/31 17:20
수정 아이콘
이정부는 특정 대학의 경쟁력이 급상승하는걸 원하지 않아요. 아니, 하지 않는걸 원해요.
시니스터
20/05/31 19:58
수정 아이콘
일단 자제분들 국내대 출신 비율이 적어서...뭐 전정권도 다 비슷하려나요
antidote
20/05/31 20:18
수정 아이콘
1. 개인적으로는 대학 교육비를 복지의 일환으로 쓰는걸 반대합니다. 선별복지든 보편복지든 둘 다입니다. 이명박 시절에 등록금 상승 정부에서 억제한 것도 그럴 필요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대학교육이 과연 복지의 대상이 되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이미 한국은 수년째 아니 십수년 이상 대졸 일자리에 비해서 대졸자가 과다 배출되고 있습니다. 대학 졸업자를 많이 배출해봐야 사회적인 수요로는 더이상 감당이 안된다는 말입니다. 굳이 등록금을 복지의 일환으로 생각할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해당 정책은 포퓰리즘이라고 봅니다. 정말 유망한 분야라면 학자금 대출이 잘 되는 편입니다. 굳이 등록금 걱정을 할 필요도 없지요. 단적으로 말해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도 의대에 진학하면 학자금 대출, 마이너스 통장 잘만 뚫리니 대출로 학교 다니면 됩니다. 졸업하면 몇년 안에 다 갚습니다.

2. 대학의 경쟁력이라는 것은 분명히 존재할 것입니다만 논문이나 수입같은걸로 판명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그냥 잘 나오면 그 대학이 현재 명문대라는 현실을 설명할 뿐입니다. 역으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졸업생 수입의 기준은 뭔가요? 단적으로 기간제한을 안둬버리고 초장기(가령 생애기대소득) 수입으로 판명한다면 전 졸업생이 대학교를 졸업하고 의전원(물론 이제는 없어졌네요.), 치전원, 약전원, 법전원 등에 진학해서 전문직이 되는게 가장 좋겠죠. 그러면 대학교가 전문대학원 진학자만을 길러내는 것이 경쟁력 있는 대학인 것인가요? 요즘엔 의대가 없으니 아예 대학교에서 수능 전문 프로그램을 운영해서 4년간 공부 후 졸업 후 재수능을 봐서 의대를 보내는건 어떤가요? 논문은 어떤가요? 논문은 학과/학과내의 분야 등에 따라 실적이 다를수밖에 없는데, 오랜 역사를 가져서 논문 한편에 수년을 기본으로 쓰는 분야는 그러면 경쟁력이 없는 분야인가요? 아예 논문이 많이 나오는 나노, 바이오 관련 학과/분과로만 학교 정원을 다 채우는건 그럼 어떤가요?

쓸데없이 제가 좀 길게 쓰긴 했는데 어쨌든 재미없죠? 뭐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3. 그렇다면 결국 글쓴님께서 원하실 것으로 추정이 되는 "노무현 정부 시절 등록금이 올라가면서 대학은 재원을 확보하고 경쟁력이 올라가지 않았는가?"라는 명제가 옳은지에 대해서나 보는게 맞겠지요. 저는 일단 아니라고 봅니다. 등록금보다는 그 외의 문제 때문입니다. 이전 민주당 집권기의 대학을 말해보자면 김대중/노무현 시기를 거치면서 대학들은 개혁(?)을 몇개 합니다. 다른 것도 있겠습니다만 그 시점을 기점으로 중대하게 바뀐게 제 생각엔 세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3.1. 이 시점으로 바뀐게 산학협력단의 등장입니다. 대학교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교수와 대학원생들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각종 과제와 연구비 등을 관리하는 등의 업무를 위해서 만든 기관이지요. 대학마다 산학협력단이라는 기관을 만들었고 돈 들어가는 경로는 복잡하게 꼬아놨습니다만, 대학원생들에게 질문해보면 과연 그걸로 인해서 뭐가 좋아졌는지 모르겠다는 응답이 상당히 많습니다. 선진국의 제도에서 가져온 것으로 알고는 있습니다만 정작 여전히 한국의 대학원생들은 선진국 대학원생 대비 과다한 행정업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냥 관리감시 시스템이 생겨서 대학교 관련한 (행정직)일자리나 창출되었을 뿐이지요. 여전히 연구과제 수주는 교수/연구실과 기업/정부관련 부처 등의 서로의 이해관계, 인맥과 꽌시에 의해서 많은 부분이 좌우됩니다. 과제제안서는 여전히 대학원생이 씁니다. 산학협력단이 과연 능동적으로 대학의 역량을 강화시켰나? 생각해볼일입니다.

3.2. SCI논문 수/피인용 지수를 평가의 지표로 삼기 시작한 것이 이 시점을 기점으로 적극 도입되었습니다. 덕택에 이전의 방만하던(?)시절의 연구에 비해 SCI논문을 쓰기 위한 연구가 대학의 주류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만, 이는 향후 십년 이상 대학 연구의 방향을 크게 바꾸는 중대한 결정이었습니다. 이 지표가 주요 평가 지표로 등장한 이후로 공과대학의 모든 학과에서는 바이오, 나노 관련한 젊은 교수들을 위주로 영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의 전통적인 산업분야는 이제 (선진국의) 기업이 더 기술을 축적했고, 학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논문이 잘 안나오는 분야가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바이오, 나노, 그래핀 등 아직 논문이 많이 나오지 않아 소위 논문 공장장들이 논문 찍어낼 수 있는 핫한 이슈를 박사학위/포닥에서 다룬 교수들이 대거 교수 TO를 차지하게 됩니다. 그 결과는? 제가 기계공학을 전공해서 대학교 기계공학분야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만 설명을 드리자면 서울에 있는 대학교는 이제 사실상 유압 관련한 연구를 하는 연구실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미 수십년전에 선진국들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연구는 죄다 끝났기 때문에 SCI 논문을 찍어내기 힘든 분야거든요. 기계공학은 유압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가 대부분 다 그렇게 되었습니다. 다른 (공대)학과들도 비슷할거에요. SCI 논문 실적을 내기 힘든 분야에서 십수년간 교수가 될만한 연구자의 풀이 급격하게 줄어들었습니다. 물론 정량적인 지표가 평가에 등장하게 되면서 연구를 태만하게 하는 풍조는 이전에 비해 줄어들기는 했습니다만 대부분은 신임 교수들의 업무부담의 급격한 증가로 전가되었습니다. 그뿐입니다.

3.3 의학전문대학원이 도입되면서 명문대 이공계 대학생/대학원생/이공계 우수 인력의 상당수가 진로를 틀어 의사가 되었습니다. 명문대 이공계 학생들은 대학원을 중대 진로로 덜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졸업하고 의대가는 트랜드가 강해졌고, 이공계 직장이나 연구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중간에 진로를 바꾸기는 더 쉬워졌습니다. 이는 몇년간 지속되다가 의전원이 폐지되면서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만 우수한 학생들이 대학원에 많이 가던 풍토가 완전히 깨져버리기는 했습니다. 더불어 병역특례도 축소되고 군복무기간도 줄어들면서 군대를 안가기 위해서 대학원을 가던 학생도 상당수가 없어졌습니다. 어쨌든 80년대에는 상당수가 석사 이상 대학원을 다녔고, IMF 직후에는 취업을 잠시 미루고 대학원을 진학하는 트랜드도 있었다는 모양입니다만 이제는 그때에 비하면 대학 교수들은 학생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4. 개인적인 생각은 대학교/대학원을 바꾼 큰 정책들이 등록금의 상승/하락과 연관성이 적다는 입장이고, 과연 등록금의 상승과 무슨 상관이냐는 겁니다. 물론 대학교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겠습니다만, 김대중/노무현 시기에 그나마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되는 것은 등록금의 상승도 아니고, 각종 대학교에 대한 개혁정책이 아니고 BK21 로 대변되는 우수 대학원/대학원생에 대한 지원입니다. 이게 등록금의 상승과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고요. 관련이 있긴 있을겁니다만 정권 내에 판단 가능한 수준으로 단기적으로 나오는 문제는 아닐 것이고 초장기적으로 수십년, 100년을 두고 봤을때나 성과가 확인될 문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대학교의 경쟁력은 연구 잘하고/(국가라는 전체적인 관점이나 학생의 개인적 관점에서) 학생들에게 적절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경쟁력일텐데 이게 등록금의 상승과 비례해서 이뤄진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결국 대학교/대학원생/교수 등이 스스로 깨우치고 자정하고 노력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세대교체에 의해 서서히 진행될 수밖에 없는 영역이고요.

덧붙이자면 국립은 몰라도 사립학교의 등록금은 대학교의 자율로 두는게 맞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대졸자 청년실업이 심각해진지도 오래되었는데 대학교육을 복지수단으로 쓰는건 사회적으로 낭비라고 보는 입장이고, 사립대학은 등록금 자율로 두되 정부 지원은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가고 정부는 여러 지방에 소재한 국립대를 위주로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보는 입장입니다.
CapitalismHO
20/05/31 23:15
수정 아이콘
좋은 댓글 잘 읽었습니다. 석사과정인 지인이 sci급 논문을 2개인가 썼다고 별거 아닌 것처럼 말해서 공대생은 원래 그정도 하는건가 하고 생각했는데 기계전공인 친구랑 얘기해보니 논문에 대한 묘한 온도차가 있더군요. 지금보니 기계공학 자체가 논문내기 힘들어진 분야여서 그랬나 봅니다.
성야무인
20/05/31 22:3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 대학이 전체적이든 선별적이든

학생들에게 왜 지원을

복지차원에서 해줘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대학은 취업을 하는곳이 아닌 학문을 익히기

위한곳입니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 대학교육이상을 해야지

들어갈수 있는 직업군이 많이 늘긴 했지만

그렇다하더라도 한국은 대학이 쓸데없이 많고

대학교육이 필요하지 않는 직업군까지

대졸을 채용합니다.

즉 학문의 위치가 되어야하고 원래

대학이라는 곳이 학문의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곳입니다.

따라서 공부할 사람들이 뽑아야 하는것이지

취직을 위한 교육적 복지를 제공하는 곳이 아닙니다.
루트에리노
20/06/02 16:20
수정 아이콘
그건 너무 원론적인 얘기네요
임전즉퇴
20/06/01 00:50
수정 아이콘
(수정됨) 가난한 애들이 배고픈 학문이 됐든 의학이 됐든 진짜 관심이 가는 공부를 하려면(낭만이 아니라 실제 그 분야 발전을 움직이는 문제임) 그래도 등록금 자체가 낮은 편이 좋긴 합니다. 로스쿨 하위소득 다 방법 있고 돈 벌면 된다고 해도 못내 부정적인 이유도 같은 궤 아닌가요.
물론 기본대졸제라도 시행하는 것 같은 현 상황에는 찬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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