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05/16 22:50:20
Name 묻고 더블로 가!
Subject 궤양성 대장염 2년 후기 (수정됨)


확진 판정 받은 후 지난 2년 동안 겪은 것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궤양성 대장염이란?

직장부터 시작된 만성 염증이 대장까지 이어지고 그 증상이 없어지지 않는 난치병입니다.
불치병이 아니라 난치병인 이유는 최후의 수단으로 대장을 절제하면 완치되서인 것 같아요.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급증하고 있는 이유가 서구화 된 식습관 때문인 것 같다고는 합니다만
아직 이게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듯.
다만 증상과는 밀접합니다.

그리고 활동기와 관해기가 있는데
활동기엔 뭘 먹어도 설사를 하고 관해기는 그냥 일반인 분들과 큰 차이 없는 상태를 유지합니다.



발견은?

2년전 대학 졸업하고나서 한참 아르바이트를 하던 이맘 때쯤이었는데
어느날부터 혈변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어릴 때부터 장이 남들에 비해 매우매우매우 안 좋은 편이라 그냥 자극적인 음식을 먹었었나보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는데
이게 3~4일이상 이어지니 심각한 건가 싶어서 동네 작은 내과에 갔습니다.
병원 가기 직전에 변을 봤을 땐 아주 변기가 피로 새빨갛게 물들 정도였던 것 같은 기억이 있네요.

증상 설명 후 염증약을 처방받고 일주일 정도 복용해도 차도가 없기에 다시 병원에 들렀고
대장내시경을 촬영했고 의사분께서 궤양성 대장염인 거 같다고 하시며 가톨릭성모병원에 보내셨습니다.
그 곳의 의사분께서 내시경 촬영 CD를 보시고나서 확진 판정을 받았네요.

먹는 약과 좌약을 같이 처방해주셨는데 이게 금액이 상당합니다만
산정특례가 등록 되어서 다행히 10% 정도만 부담하고 있습니다.



치료는?

저 같은 경우 그냥 매일 아침 먹고나서 새끼손가락의 한 마디만한 약 3정을 물과 함께 삼키고
매일 자기전에 좌약을 손수 넣는 게 다입니다.
세 달에 한번씩 의사분 만나서 근황 보고하고 처방 다시 3개월치 받는 식이고요.

다행히 처음 처방받고나서 복용하기 시작했을 때 이후로 지금까지 혈변은 안 나왔습니다.
가끔씩 항문에 상처가 나있어서 조금 피가 묻습니다만.

완치약이 개발될 때까진 평생 복용해야 하는 듯 합니다.



달라진 건?

기름진 튀긴 음식, 자극적인 매운 음식, 가공된 적색육을 기피하게 됐습니다.

튀긴 음식을 아예 안 먹는 건 아닙니다만 후라이드 치킨이나 돈까스 같은 걸 먹으면 더부룩해서 소화도 잘 안되고
설사도 99% 정도 확률로 합니다.
그래도 가끔씩 생각나면 먹긴 먹습니다. (그리고 후회하지요)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이 병에 걸리고나선 좋아하던 불닭, 틈새라면, 불닭볶음면은 한번도 안 먹었습니다.
먹는다고 죽기야 하겠습니까만은 전혀 엄두가 안 나네요. 1시간 뒤 어떻게 될지 잘 알기에...
그리고 지난 2년 동안 한국은 정말 매운 음식이 많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햄이나 소세지 같은 가공육 같은 경우엔 대장암 발병율과 확실한 연관성이 있다고 해서 되도록이면 최대한 안 먹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장이 확실히 스트레스와 밀접한 부위다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속이 좀 쓰려와서
최대한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멘탈 관리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잡설

-
궤양성 대장염 확진자들은 군면제를 받는다고 하네요.
(물론 저는 전역한지 오래 되지않아 걸려버린 재수 없는 케이스ㅜㅜ)
롤 프로게이머 테디도 이 병을 가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약 두 달 전에 내시경을 다시 받아봤는데 작은 용종이 발견되서 제거했습니다.
안 그래도 이 병을 가진 사람은 대장암 발병확률이 높다고해서 항상 신경 쓰였는데
이번에 용종까지 발견되고나니 더욱 더 불안한 마음이 커지네요.

육류 섭취를 줄여야 하는데 평생 끼니마다 고기반찬을 달고 살았던 저로선 아주 어려운 일.

-
궤양성 대장염 환자분들이 모인 카페에 가입하고 이따금씩 둘러보는데
활동기가 찾아와서 혈변을 잔뜩 보고 심한 경우엔 병원에 입원까지 하셨다는 분들도 보입니다.
그래도 저는 상태가 제법 양호한 편이 아닌가 생각을...
방심은 금물이지만요.



결론

피똥 싸시면 바로 병원으로 갑시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MagnaDea
20/05/16 22:55
수정 아이콘
연말정산할때 세법상 장애인 꼭 처리하세요. 의외로 병원에서 이건 안챙겨주더라구요.
묻고 더블로 가!
20/05/17 00:44
수정 아이콘
예 감사합니다
20/05/16 22:56
수정 아이콘
종종 매운소스 들어간 음식먹으면 피동 한번싸는데 지식인에 따뜻한물에 목욕하면 괜찮다해서 그리 실행하니 나아져 그렇게하는데 살짝 걱정되군요...
조말론
20/05/16 22:59
수정 아이콘
제 사촌동생이 혈변을 봐서 항문외과를 갔더니 치질인거같다며 치질수술을 했지요 차도가 느리고 그랬는데도 혈변이 나와서 늦게 낫는구나 했지요 그런데 작년말에 너무 심해지고 안색이 안좋아져 병원에 다시 갔더니 대장암이라고 하더군요 삶이 어찌 그런지..

잘 나아지시길 바랍니다
피쟐러
20/05/16 23:00
수정 아이콘
헐... 젊은 나이에 대장암이라니 ㅠㅠㅠ
묻고 더블로 가!
20/05/17 00:46
수정 아이콘
허... 꼭 나으시길 바랍니다.
WeakandPowerless
20/05/16 22:59
수정 아이콘
ㅜㅜ 아버지가 10년 앓으시다가 더는 못 참고 이대로는 못 살겠다며 대장을 다 제거하셨습니다... 소장만 있는 매우 불편한 몸이 되었으나 그래도 그 고통 감내하고 살던 것 보다는 낫다고 하시는거 보니 고통이 미루어 짐작 갑니다. 아무쪼록 힘내시고 응원합니다
묻고 더블로 가!
20/05/17 00:52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아직 생활하면서 아픈 건 거의 없는데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저도 그렇게 될 수 있겠군요.
DownTeamisDown
20/05/16 23:14
수정 아이콘
아 저도 고기를 줄여야하는데... 그나마 술은 안하니까 다행인건가...
진하늘
20/05/17 01:2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도 궤대인데 증상이 설사뿐이라 회사 검진때 뜬금없이 나와서 어리둥절하고
지역구 큰병원 갔더니 의사선생님께서 중증환자 장애인증명서를 영구로 쿨하게 끊어주셔서 연말정산 세제혜택 3년째 보고있어요
특이하게 직장에는 염증이 없어서 펜타사 경구투여만 했었는데 약한 증상완화만(독한 방귀가 없어지고 설사 빈도가 줄어든 정도)
부작용으로 얼굴여드름 대폭발이라 지금은 임의로 끊고 청대먹고 있는데 바나나변 3달째라 인생 행복해요 전 닭강정을 못끊어서..
평소에 많이먹는편이 아니라서 증상을 몰랐나 싶기도 하더라구요 피자먹고 윗배 답답해도 자고일어나면 멀쩡해져서..
방귀냄새가 어느시점부터 갑자기 너무 독해졌는데 술자리 별로 없으시고 식단도 문제 없는 분들은 꼭 대장내시경 해보세요 저는 이쪽 케이스였어요 대장 소화기능이 현저히 떨어져서 방귀 냄새가 몇년전부터 장난아니었다가 지금은 다시 냄새 거의 안나고요
일개 개인의 의견이지만 메살라진 효과가 딱히 없으시거나 부작용이 있다면 대안으로 청대 시도해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면역억제제 먹는것보단 낫다고 봐요..
묻고 더블로 가!
20/05/17 12:32
수정 아이콘
말씀만 보면 그래도 증상이 경미한 경우 같으시네요. 다행입니다.
FRONTIER SETTER
20/05/17 01:45
수정 아이콘
저도 직장 농양 수술 했는데 몇 달이 지나도 피가 나고 안 나아서 궤양성 대장염 의심했는데 조직검사 하고 내시경도 해보니 다행히 궤양성 대장염은 아니더라구요. 대신 선종이 커다란 게 발견돼서 잘라냈지만... 술은 원래 좋아하는데 이후로는 몇 달에 한 번 정도만 마십니다. 얼마 전에 소맥이랑 좀 달렸는데 크게 후회하고 다시 금욕으로 돌아가 있네요...
바카스
20/05/17 01:54
수정 아이콘
궤양성 대장염 확진 2009년에 받고 지금까지 지내고 있습니다.

글쓴이처럼 매운 음식은 이제 근절하다싶이 했지만 이 놈의 튀김류와 맥주는 쉽게 끊기가 힘드네요.

매년 대장내시경 받고 있고 2012년에 다시 증세가 악화된 이후로 관리에 신경을 쓰면서 요즘 2~3년은 아사콜 하루에 2번 각 2정씩 복용 중입니다.

죽을 때까지 달고 살아야한다는데.. 휴....
묻고 더블로 가!
20/05/17 12:34
수정 아이콘
ㅠㅠ 저희 모두 화이팅입니다.
말다했죠
20/05/17 07:17
수정 아이콘
가족이 혈변으로 1년 넘게 동네 내과 다니다가 뒤늦게 지역 종합병원에서 대장내시경을 받고 진단을 받았습니다. 펜타사 먹다가 고생을 좀 하고 신약으로 갈아탔고 그 이후에 아사콜도 안 쓴지 몇 년 됐습니다. 대신 레미케이드가 효과가 있어서 지금은 술 잘 마시고 배달음식 달고 사는데 사실 식단이 좀 걱정입니다.
20/05/17 07:38
수정 아이콘
최근 몇년 간의 제 증상이랑 비슷하네요.
당시 저는 대장내시경 후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라는 소리만 들었는데...
궤양성 대장염일수도 있겠다는 생각 드네요.
병원가기 싫은데...ㅠㅠ
교자만두
20/05/17 12:44
수정 아이콘
몇달간 소화기능이 좋지않아(잦은설사) 인생처음으로 내시경을 했습니다.
대장에 엄청 많은 염증이 있다고 하더군요. 결과는 1주일 뒤에 알 수 있다고하는데.. 궤양성 대장염을 많이 의심하더라구요. 선생님께서..ㅠㅠ
혈변도없고..통증도없는데 이상하게 설사만.. 걱정됩니다. 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0856 구축 다세대 주택이 터진 사례 [74] 네?!11210 24/02/05 11210 6
100855 '최은순 가석방' 추진? -> 법무부 검토한적 없다 반박 [96] 시린비12323 24/02/05 12323 0
100854 강남 20대 유명 DJ 만취녀... 벤츠로 오토바이 들이받아 라이더 사망 [115] 프로구213998 24/02/05 13998 7
100852 역대 그래미 어워드 헤비메탈 퍼포먼스 부문 수상곡들 모음(스압주의) [26] 요하네즈4547 24/02/05 4547 6
100851 민주당은 선거제 전당원투표한다더니 결국 연동형 유지하고 위성정당 만들기로 했네요 [115] 홍철12233 24/02/05 12233 0
100850 우리집 미국놈 자폐맨 이야기 [44] Qrebirth10557 24/02/05 10557 171
100849 전세사기가 터지는 무자본 갭투자의 유형 중 하나 [34] 네?!8064 24/02/05 8064 10
100848 자폐스펙트럼 아이는 왜 바지를 내릴까 [332] 프로구217453 24/02/04 17453 48
100847 사람은 과연 베이즈 정리에 따라 살아가는가 [12] 계층방정5088 24/02/04 5088 5
100846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 김경율 결국 불출마 선언 [53] 빼사스8667 24/02/04 8667 0
100845 민주 탈당파 뭉쳐 '새로운미래' 창당…이낙연·김종민 공동대표 [39] Davi4ever9910 24/02/04 9910 0
100844 [팝송] 제가 생각하는 2023 최고의 앨범 Best 15 [12] 김치찌개4040 24/02/04 4040 19
100843 내과 전공의 1년차 후기 및 책 소개 [34] 헤이즐넛커피6114 24/02/03 6114 31
100842 [뻘글] 완전자율주행 시행 전에 원격주행을 시행하는 건 어떨까요? [37] VictoryFood4986 24/02/03 4986 1
100841 보이스피싱을 당해보고 쓰는 안내(?)사항 [46] 삭제됨6321 24/02/03 6321 26
100840 20년 이상 지속되었던 의사집단의 정치적 우경화 경향이 윤석열 때문에 끝나는 것일까요? [104] 홍철12021 24/02/03 12021 0
100838 <추락의 해부> - 추락을 해부하거나, 혹은 해부당하거나. (약스포) [4] aDayInTheLife3378 24/02/03 3378 2
100837 주호민 사건 재판 유죄 판결 이후 특수교사 인터뷰 [509] 종말메이커18693 24/02/03 18693 12
100836 라이젠 8600G,8700G 벤치마크: 그래도 이젠 쓸만한 내장그래픽+ 5700X3D는 정보가 아직 부족 [19] SAS Tony Parker 3750 24/02/02 3750 0
100835 인니 기술자 KF-21 자료유출 적발 [14] 어강됴리6168 24/02/02 6168 3
100834 <웡카> - 극상의 가족영화. [15] aDayInTheLife4435 24/02/02 4435 6
100833 尹지지율 2%p 떨어진 29%…9개월 만에 20%대로 하락 [78] Davi4ever11540 24/02/02 11540 0
100832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 [13] 번개맞은씨앗6054 24/02/02 6054 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