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01/31 14:32:58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현대사] 미국이 바라본 문선명과 통일교의 정체 (수정됨)

코리아게이트로 박정희 정권과 미국의 관계가 파탄이 난 와중 미국 의회의 외교상임위원회는 방대한 분량의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1978년 프레이저 보고서로 유명해진 이 문건은 한미관계의 역사와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 이승만 정권과 박정희 정권의 역사를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통일교와 문선명에 대한 이야기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코리아게이트에서 활약한 박정희 정권 측 실무진들이 통일교 소속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한국과 미국 사이의 연락책이었고, 또 불법 자금 세탁에도 관여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정부는 통일교를 중앙정보부의 또 하나의 "팔"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한국정부와 미국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일교 주역들의 약력과 그들의 조직구성 그리고 이들의 한국, 미국, 일본에서 전개하고 있는 활동에 대해서 자세히 연구하고 이를 보고서로 남겼습니다. 

 

전부 읽어보지 못해 내용 전체를 소개해드리지 못합니다만, 몇 가지 인상적이었던 점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1) 통일교는 일본과 한국에서 다양한 기업을 운영하였는데, 그 중 하나가 군수품 생산에 가담했다는 점 (m-16 소총). 그런데 문선명의 한국기업 매출만으로 그의 거대한 조직과 사업을 지탱하기란 불가능. 분명 어디선가 막대한 돈이 들어오고 있다는 건데, 이에 대해서 정확히 밝혀진 바 없음 (일본과 미국에서의 자금세탁 추정) 

 

(2) 강력한 반공주의를 사명으로 하여 일본의 우익단체들과 깊은 관계를 형성했다는 점. 대표적으로 사사카와 료이치가 있는데, 그는 A급 전범이자 사사카와 재단의 창립자. 

 

(3) 이승만 정권 당시에는 배척당했으나 박정희의 쿠데타 이후 급속성장. 특히 미국 유학 경험이 있었던 장교 4명은 1950년대부터 문선명과 각별한 관계였고 이들이 문선명의 심복이었다는 점. 그리고 이들 모두 5.16 쿠데타의 주역. 이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상국(김종필 통역, 후일 김종필 비서), 김상인(통역장교), 한상길(주미대사관 무관, 후일 문선명 개인비서), 박보희(미CIA와 한국 중정과의 연락책, 후일 세계일보 사장)

 

(4) 문선명과 김종필은 상호의존적 관계를 형성, 통일교가 1960년대에 급속히 성장하는 것을 돕고, 또 통일교는 박정희 정권의 도구로서의 역할을 수행

 

(5) 통일교를 통해 미국 기업인, 언론인, 국회의원을 매수. 통일교 신도를 국회의원 비서 등으로 취업시키면서 문서탈취 또는 미국정치에 영향력 행사. 한편 중앙정보부는 미국 내 한인사회를 매수 또는 위협하면서 박정희 정권에 대한 비판을 침묵시킴. 

 

일단 여기까지가 1960~70년대 통일교의 활동입니다.

 

그런데 통일교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통일교는 악명높은 "이란 콘트라"(레이건 행정부가 적성국가였던 이란에 무기를 밀매하여 그 수익으로 니카라과의 우익반군을 지원한 사건) 사건에도 연루되었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고 (https://www.irishtimes.com/news/moonies-accused-of-involvement-in-drugs-1.1161827)

 

더욱 놀라운 것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도 협력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1960년대부터 쭉 반공주의의 최전선에 섰던 단체가 도대체 왜??? 정말 미스테리한 부분입니다. 문선명과 통일교는 일본우익과 반공주의 연합을 형성, 공산권 타도를 전혀 숨김없이 주장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통일교가 북한에 평화자동차를 만들고, 또 미사일 개발에도 연루되었습니다. (https://www.nocutnews.co.kr/news/4847747)

 

그리고 어제 북한당국은 문선명 탄생 100주년을 축하하는 카드와 화환을 한학자 여사에게 발송했습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00130147900005)

 

통일교의 정체, 그리고 이들이 현재 어느 정도의 영향력과 힘을 갖고 있는지 계속 추적하고 싶네요. 

이들의 역량이라면 가히 대한민국 정부에 큰 자산일 수도 있으나 또 동시에 큰 위험(?)일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별론이지만 프레이저 보고서를 보면, 정보기관이 실제로 어떤 방식과 루트를 통해 활동하는지 알 수 있어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첨보물 좋아하시는 분들께서는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추신. 프레이저 보고서의 원제는 "Investigation of Korean-American relations: report of the Subcommittee on International Organizations of the Committee on International Relations, U.S. House of Representatives"입니다. 기밀해제된 문건으로 인터넷에서 무료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링크: https://archive.org/stream/investigationofk00unit/investigationofk00unit_djvu.txt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강가딘
20/01/31 15:24
수정 아이콘
근데 문선명 사후에 부인과 아들들의 갈등으로 교단이 갈라지고 세가 많이 죽었죠.
개인의 카리스마로 세워진 신흥종교의 전형적 페턴으로 가고 있씁니다
이만희의 신천지도 곧 이럴지 않을까 싶습니다.
푸른등선
20/01/31 15:36
수정 아이콘
(수정됨) 아마 미국이나 서구권의 기성세대들에게는 두번째로 유명한 한국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첫번째는 누구나 다 아는 그분들(Kims)이고. 어째 두 한국인 모두 cult이자 종교의 창시자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북한 주체사상을 누군가는 종교로도 분류했다더군요. Kim's family는 다행히(?) 3대는 가고 있는데 Moon's family는 2대도 못 가 실패한 상황이고요. 아주 재밌는 것이 두 패밀리 모두 평안도의 개신교도 출신들이라는 점이네요. Moon이 Kim과 친했던 것도 이런 인연이 강력하게 작용했을 겁니다. 원래 기독교계 실향민들에게 평양은 제2의 예루살렘이라 칭해졌을 정도로 로망이었거든요. 문선명씨가 북한으로 기어이 간것도 그 이유였고 김일성은 그냥 비자금이나 슈킹하고 싶었던 것이고..그런데 의외로 직접 만나보니 비슷한 연배에 같은 동향에 기독교 기반에...평안도 사내끼리 형님 동생 하면서 말이 서로 아주 잘 통했나 봅니다. 조선시대 내내 수세기 동안 천대받고 B급 취급받던 이북 사람들이 각성을 하니 한반도를 넘어 세계사에 크게 족적(?)도 남기고 그런 셈이죠..

(그리고 통일교의 자금력을 너무 신비주의적으로 볼 필요가 없는 게 대부분 교인들의 자발적인 무료노동과 헌금, 내부적인 다단계 기업 운영 등등으로 캐시를 박박 긁어 모은 걸로 압니다. 무슨 어마 무시한 결사체 그런건 아닐겁니다. 지금은 거의 나가리된 상태고요. 친엄마랑 아들이 원수처럼 황제자리를 두고 전쟁을 하고 있으니..)
aurelius
20/01/31 16:12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말씀하신대로 김씨 다음으로 유명한 한국인일 거 같습니다. 그의 추종자를 지칭하는 Moonies라는 고유명사가 생길 정도로. 정말 비상한 재주를 가진 사람이었던 건 분명한 거 같습니다. 자금력 관련해서는 무척 궁금한 부분입니다. 말씀하신대로 다단계 운영과 앵벌이로 긁어모았다곤 하지만 1970~80년대에 보여준 놀라운 활약을 가능케할만큼의 수준인가 의문입니다. 물론 이쪽에 대해 전혀 아는게 없으니 뭐라고 판단할 기준도 없지만요. 그리고 완전히 세가 기울었다고 한다면 북한에서도 이용가치가 없어졌을텐데 여전히 화환보내고 하는 걸 보면 아직 뭔가 끈이 남아있나 싶기도 하고. 어떤 경우가 됐든 굉장히 흥미로운 단체인 거 같습니다.
푸른등선
20/01/31 16:30
수정 아이콘
(수정됨) 아, 그건 60-70년대 초창기때 시드머니의 출처를 제가 나름 추측해본 거고 그 이후로는 본문에 언급하신 것처럼 무기관련 기업 등등 문어발식으로 기업확장을 많이 한 걸로 기억합니다. (갑자기 일화의 맥콜이 생각나네요. 나름 맛있었는데..크크크.) 당시 군사정부에서도 투철한 반공주의 그룹이다보니 종교성을 떠나서 어느정도 음성적으로 후원은 했을 거고요. 물론 정부쪽에선 정통파 개신교 눈치도 봐야 하니 생각보다 깊은 밀월관계까지는 아니었을 겁니다.

그리고 북한은 지금 돈만 되겠다 싶으면 어디든 줄을 댈려고 할겁니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쪽과도 계속 메시지 주고받는 걸로 아는데 뭐 그냥 혹시나+어장관리라고 봐야겠죠. 정으니가 요즘 하도 돈이 궁하니..관광사업 끌어볼려고 여기저기 건물은 지어놨는데 제재받아 관광객은 없지 그나마 오던 중국관광객은 우한발 바이러스로 박살났고. 통일교가 나름 세계적(?) 종교다보니까 미국계/일본계 교인들이 북한으로 관광들어가고 그런식으로 아직 교류의 여지가 꽤 있을거에요. 투자해놓은 것들도 아직 북한에 남아서 돌고 있을 거고요. 부자가 망해도 3대는 간다는 말처럼 아직은 문선명의 통일교가 '삶은 소대가리' 수준인 문재인의 남한정부보다는 정으니에게 가장 절실한 캐시를 꽤 쏠쏠하게 줄 수 있는 존재일 거라는 시그널이 아닐까 싶네요. (주성하 기자 블로그글 한번 보세요. 괜히 친한척 화환보낸 이유가 대충 보여요. https://nklogin.com/post/Postmng?ptype=v&contentkey=BFC1579497158 )
aurelius
20/01/31 17:12
수정 아이콘
그럴 가능성도 상당히 높아보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그렇게 재롱떨어봤자 당장 통일교가 어떻게 도와줄 방법은 마땅히 없어보이는데, 헛된 바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만큼 북한이 절박하다는 의미겠죠.

다른 한편 통일교의 사례는 정부가 어떻게 공식적 루트(중앙정보부)를 통하지 않고 민간단체(통일교)를 활용하여 공작활동을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국내외 유사한 다른 케이스를 모아서 누군가 단행본 형식으로 엮어주면 좋겠습니다. 미국에서의 공작활동은 궁극적으로 무엇때문에 실패했는지, 그것이 주는 교훈은 무엇인지, 일본이나 중국 같은 곳에서도 비슷한 활동을 전개하고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다른 나라들의 hidden branch는 무엇이 있고 어떤 작전을 펼치는지, 정부기관과 민간단체의 이해관계가 항상 일치할 수 없는데, 이해관계가 달라졌을 경우 상호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등. 물론 음지에 가려진 일이 대부분이 정확히 파악할 수 없겠지만, 첩보전의 역사도 계속 써내려가야 후세대가 지식을 축적할 수 있지 않을까합니다. [Christopher Andrew가 MI6 역사 전문가]로 알고 있고, 저자 이름이 생각이 안나는데 [Legacy of the Ashes]라는 책을 쓴 저자는 CIA 역사 전문가라고 하더군요. 나중에 이들 저서도 한 번 구해봐야겠습니다.
박정희
20/01/31 18:01
수정 아이콘
문선명 아들 중 하나가 지금도 미국에서 조그마한 총기회사 하는 걸로 압니다
모리건 앤슬랜드
20/01/31 18:07
수정 아이콘
병원사업은 안한게 신기하네요. 대부분의 종교재단들이 병원 한개씩 끼고있는데 말입니다. 유병언의 세모그룹도 병원 짓다가 나가리됬고, 대순진리교도 의대 설립까지 하려다가 엎어졌었죠. 건물도 올리다가 만것도 여러개이고...
vanillabean
20/01/31 19:15
수정 아이콘
청심재단에 병원 있어요. HJ매그놀리아 국제병원이라고 전엔 청심국제병원이었어요.
강가딘
20/01/31 19:15
수정 아이콘
www.hjmmc.or.kr/sub/about/history.asp

가평에 hj매그놀리아국제병원(구 청심국제병원)이라고 병원 운영하고 있습니다
20/02/01 23:33
수정 아이콘
말씀만 들어서는 프리메이슨 같은 이 모든 역사의 흑막인가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4396 [일반] [역사] 18세기 중국이 러시아에 파견한 사신단 [14] aurelius7988 20/02/14 7988 13
84376 [일반] [역사] 만주족의 세계질서 [8] aurelius7669 20/02/13 7669 11
84365 [일반] 기생충의 또 다른 숨은 공신, 바로크 음악 [10] aurelius8911 20/02/12 8911 9
84353 [정치] [단상] 태영호 공사의 도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119] aurelius14445 20/02/11 14445 0
84342 [일반] [도서소개] 한 영국상인과 중국의 이야기 1816~1980 [5] aurelius6474 20/02/10 6474 2
84331 [일반] [도서] 오쿠보 도시미치와 동아시아 [3] aurelius7065 20/02/09 7065 1
84319 [일반] [역사] 건건록을 통해 배우는 국제정치 [8] aurelius6655 20/02/08 6655 15
84291 [일반] [역사] 일본이 배출한 최고의 스파이 [58] aurelius13448 20/02/06 13448 5
84285 [일반] [도서] 어제 배송된 책들 소개합니다. [2] aurelius7524 20/02/06 7524 0
84260 [일반] [단상] 한진가 연합 vs 조현아/사모펀드/반도건설 연합 [52] aurelius10987 20/02/04 10987 2
84212 [일반] (일상글)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가게 [5] aurelius5876 20/01/31 5876 6
84204 [일반] [현대사] 미국이 바라본 문선명과 통일교의 정체 [10] aurelius11447 20/01/31 11447 8
84187 [일반] [단상] 혐중, 혐일 그리고 한국의 고립 [109] aurelius15111 20/01/30 15111 20
84178 [일반] [역사] 19세기 조선, 그리고 서양과의 비밀접촉 [6] aurelius7247 20/01/29 7247 2
84169 [일반] [단상]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정치적 나비효과? [58] aurelius12982 20/01/28 12982 17
84152 [일반] [단상] 도를 넘어선 우리나라의 중국인 혐오 [260] aurelius23921 20/01/26 23921 45
84137 [일반] [단문] 프랑스에서도 우한 바이러스를 진지하게 다루네요 [27] aurelius10576 20/01/23 10576 7
84120 [일반] [역사] 청일수호조규는 어떻게 체결되었는가? aurelius8558 20/01/22 8558 5
84115 [일반] [기타] 매년 루이 16세를 위해 미사를 봉헌하는 성당 [5] aurelius7749 20/01/22 7749 1
84110 [일반] [역사] 19세기 거문도를 둘러싼 국제정치 [7] aurelius8875 20/01/21 8875 18
84089 [일반] [역사] 유길준의 서유견문에 대한 고찰 [1] aurelius7333 20/01/20 7333 4
84081 [일반] [역사] 1906년 어느 조선 지식인의 기고글 [17] aurelius8630 20/01/19 8630 6
84075 [일반] [역사] 1919년 어느 한 조선인 노스트라다무스의 기고글 [33] aurelius13435 20/01/19 13435 1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