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블룸버그발 혁신지수 글을 읽다가 민간소비 관련된 리플이 올라오자 "이거 명목 아닙니까?"라며 쉽게 믿지 않는 것 같은 리플들도 보이고 해서 며칠 전에 나온 한은의 발표를 같이 공유하고자 합니다. 임금을 올리면 당연히 물가도 같이 올라가는데 어떻게 소비가 증가하며 성장을 하나? 예컨대 집 앞 감자탕 가게의 뼈해장국 가격이 7000원에서 8000원으로 오르면 외식 2번 할 거 1번 하게 되고, 당연히 소비가 감소하며 악순환이 되는 것 아닌가? 이런 주장을 쉽게 볼 수 있었죠.

사실 얘는 피지알을 포함한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파이어가 나던 주제라 발표가 나오고 굉장히 많은 논의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잠정이긴 하지만 막상 발표하는 타이밍에 다른 뉴스들이 펑펑 터지다 보니 관심에서 좀 멀어진 것 같기도 하구요. 그래도 전체적으로 가볍게 같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경제성장률은 2.7%로 3.1%인 작년보다 떨어졌습니다. 절대평가로 하면 좋은 평가를 내리긴 어렵겠지만, 상대평가로는 예상보다 선방했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시험 난이도가 높아지면 나만 어려운 게 아니라 같이 시험을 치는 옆 학생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니깐요. 또한 밑에서 얘기하겠지만 건설투자의 영향이 매우 컸습니다.


2. 18년 눈에 띄는 -는 건설 투자와 설비 투자입니다. 설비는 반도체 힘을 받아 17년에 14.6%로 많이 좋았기 때문에 기저 효과를 감안해야 하지만... 그래도 정부가 아프게 생각하고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건설은 부동산 거시건전성 관리 정책, 소극적인 SOC사업으로 인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결과입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SOC에 투자했다면 아마도 17년 경제성장률보다 더 좋게 나왔을 것이라 조심스럽게 예측을 하는데, 소위 삽질경제는 워낙 찬반이 첨예한 문제라 또 파이어가 날 수 있어 길게 얘기하진 않겠습니다.

참고로 16년에는 경제성장의 절반 이상을 건설이 담당했고(건설투자 경제성장기여도 1.6%p), 우리나라처럼 경제가 성숙기에 진입한 나라에서는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그래서 삽질경제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것이겠죠.


3.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정부소비가 늘어났습니다. 특별한 이야기도 아니라 길게 얘기할 내용은 없을 것 같습니다. 늘어난 민간소비에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4. 적지 않은 사람들의 예상과 다르게 17년보다 민간소비증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17년 2.6%, 18년 2.8%. 작년은 크게 올린 최저임금이 적용된 첫 해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해입니다. 아직 정보가 부족해 예상 정도만 할 수 있겠으나 정부소비 증가와 더불어 소득을 올려주는 정책이 영향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입니다. 더 정확하게 보려면 몇 달은 더 있어야겠지만 수치를 볼 때 그렇게 봐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또한 신중하게 실증을 보고 논해야 한다고 골백 번 말씀을 드려도, 소득주도성장으로 소비가 줄어들 것이 안 봐도 비디오라는 식으로 말씀하시던 분들은 좀 머쓱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명목 아니고 '실질'입니다. 우리나라는 MB때 도입된 연쇄가중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연쇄가격, 연쇄가중법이라는 게 도대체 뭔지 궁금하신 분들은 구글링을 통해 경제단체, 기관 등에서 쉽게 설명한 자료들을 볼 수 있습니다.


5. 마지막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지점이 작년 4분기 민간소비 증가에서 의료, 오락문화가 크게 증가했다는 한은의 설명입니다. 의료야 보험 보장성 확대로 그럴 수 있다고 치는데, 오락문화가 눈에 띌 정도로 증가했다는 것은 통계로 확인하기 전에는 개인적으로 쉽게 예상하기 어려웠던 부분이었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한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문재인 정부의 주 52시간 정책이 오락문화 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이전보다 여유 시간이 생기니 놀고 읽는데 돈을 더 쓰더라는 이야기죠. 물론 결혼관 등 여러 가치관 변화와 작년 뜨거운 감자였던 소위 페미 논쟁이 영향이 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쨌든 굉장히 재밌는 부분이라 앞으로 관심있게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