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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1/06 22:5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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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대림 미술관 다녀온 후기, 단순해서 골치아픈 예술
제게 미술관이라고 하면 어릴적에 갔던 샤갈전시회밖에 없었는데요.
최근에 어찌어찌해서 서울 시내에 있는 미술관을 구경하게 되었습니다.
덕수궁 근처에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을 다녀왔고요.
경복궁 오른편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도 다녀왔습니다.
하여, 오늘은 경복궁 왼편에 있는 대림미술관을 다녀왔습니다. 전의 두 미술관은 공짜였는데 대림미술관은 입장료가 있더군요.
그런데 사람은 전의 두 미술관보다 훨씬 북적였습니다. 대림미술관이 작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요.
요즘의 젊고 어린 친구들은 특히 이 대림미술관을 좋아하더군요. 
어린 여자 사람들이 아주 강추하는 미술관이었습니다. 
그래서 과연 어떤 전시를 하길래 인기가 있을까 호기심이 있었어요. 
제가 보고 온 전시는 코코 카피탄 이라는 아티스트의 『오늘을 살아가는, 너에게』였습니다. 

img00.jpg
img07.jpg
(사진 출처
"패션을 너무 진지하게 다루는 게 지루했어요. 계속 반복되는 이미지를 재생산하고 있었죠. 하지만 전 재미있게 찍고 싶어 바지나 치마를 벗게 했어요. 패션이 없어도 패션을 볼 수 있게요."

패션이 없으면 패션이 안보이는게 아닐까요? 일단 바지와 치마를 안입은 친구들의 사진은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습니다. 
또 핸드 라이팅을 한 작품들이 여럿 있었어요. 벽면에 손으로 글씨를 써놓은 건데요. 
이를 통해서 여러가지 직접적인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 같더라고요. 

3층에 올라가니 해설사 분께서 구름관중을 몰고다니며 작품을 해설하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옆에 서서 귀동냥을 했어요.
예를 들면
img05.jpg
이런 사진이 있는데 이 사진이 뭘 의미할까요? 하고 해설사 분이 관람객들에게 물어보면 "죽음이요~" 하고 대답하는 식이죠.
왜냐하면 이 사진 위에 핸드라이팅된 글씨로 '죽음은 우리 삶의 일부분이다.'라는 식으로 써 있었거든요.
그리고 해설사분은 이 작품에 별이 몇개일까요? 상가위에있는 부엉이는 진짜일까요? 가짜일까요? 하는 식으로 질문을 했는데 
무슨 의미가 있는 질문인지 모르겠더군요. 답은 별은 2개이고 부엉이는 가짜이다 라는 것인데 속으로 어쩌라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층은 수영장처럼 꾸며져 있었습니다.
img08.jpg'>
요런 식으로요. 
저는 코코 카피탄의 여러가지 작업물에 대부분 비판적이었지만 이 전시만큼은 탄성이 나게 예쁘긴하더군요.
역시나 메세지는 마음에 안들었지만 말이에요. 
중간에 보면 수영장에 물을 채워넣은 것처럼 불빛을 은은하게 띄워놓았습니다. 
수영장물에 떠있는 메세지는 제가 사진을 찍어놓지 않아서 확실히 기억은 안나지만 
'이 수영잘 물에 떠 있는 내가 한 가지 아는 게 있다면 절대 가라앉지 않을거라는 거야.'라는 무한 긍정의 메세지일겁니다.
이 점이 확실히 마음에 안들었어요.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니, 코코님. 죽음은 삶의 일부분이며 결코 피할 수 없다면서요. 그럼 언젠가 가라앉는 게 맞잖아요.
아티스트가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하는거야 상관이 없다고 해도 줏대가 없으면 안되잖아요.
이 고민때문에 수영장물 앞에서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요.
옆에서 한무더기 관람객분들이 이야기를 하고 계시더군요. 근데 코코 카피탄이라는 아티스트가 이제 26살의 젊은 친구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때 딱 이해가 가더군요. 아.. 이 친구는 죽음이 뭔지도 모르면서 그냥 쓴 거구나 하고요.
사람이 나이때문에 편견을 가지고 대하면 안되겠지만 세상의 많은 부분들에서 나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정말 큰것도 사실이잖아요?
게다가 코코 카피탄이라는 아티스트가 26살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자마자 
그동안 보아왔던 대다수의 이해가 가지 않던 작품들이 단박에 이해가 가더군요. 

그래서 결국에는 중언부언했지만 이 코코 카피탄이라는 작가를 까기 위해 쓴글입니다..
그리고 또 대림 미술관에 사람이 북적이는 이유가 궁금해서 쓴 글이기도 합니다.
이게 바로 인싸들의 세계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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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Long Run
19/01/06 23:00
수정 아이콘
평균적인 생각의 깊이가 점점 얕아지는 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터넷 유머사이트에서 조금만 글 길면 3줄요약 없다고 욕하는 사람들을 본다거나 많은 10대들이 정보글 대신 정보 유투브를 통해 지식을 얻는다는 걸 알고 느꼈네요.

예술도 비슷한 것 같아요. 깊은 생각 없이 끄적인 예술은 그만큼 울림도 덜한듯...
미적세계의궁휼함
19/01/06 23:18
수정 아이콘
sns용 전시회라 해야할까, 그런쪽에 치중하는 미술관이 늘고 있긴 합니다. 저비용 고효율(?)일테니까요.
19/01/06 23:47
수정 아이콘
맞아요. 다들 뭔가 전투적으로 사진을 엄청나게 찍어대더군요..
스위치 메이커
19/01/06 23:22
수정 아이콘
대림미술관 디뮤지엄은 요즘 완전 인스타용 전시로 돌아섰습니다.

최근 전시중에서는 국립현대 뒤샹전이 가장 괜찮았네요.
19/01/06 23:48
수정 아이콘
국립현대미술관 11월달쯤에 다녀왔었는데 새로운 전시를 하나 보네요. 자주 바뀌어서 좋아요.
영수오빠야
19/01/07 14:56
수정 아이콘
뒤샹전 가보고 싶은데 전에 공부해서 가려고 합니다. 공부를 해보고 가는건 처음인데 어디서 찾아봐야할까요? 혹시 감상평 혹은 가기전에 공부하고 가신것들이나 평소에 지식들 가지고 계신게 있다면 조금만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19/01/07 18:27
수정 아이콘
저도 뒤샹전은 안가봐서 모르겠네요!
대신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에 들어가 사전자료를 읽어보고 가시면 좋을 것 같네요.
아니면 뒤샹에 관한 나무위키 문서를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영수오빠야
19/01/08 12:23
수정 아이콘
혹시 고전미술 쪽으로는 괜찮았던 곳이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나요?
스위치 메이커
19/01/08 12:39
수정 아이콘
고전이 어느 정도 고전을 말하시는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진짜 중세 고전 유화나 이런 거 많이 전시하는 곳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이구요
또 서울시립미술관도 간간히 외국 유명 작가들 전시를 열구요...


그거 말고 1900년대 모던 아트 상설전시하는 곳은 우리나라에선 리움 말고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ioi(아이오아이)
19/01/06 23:33
수정 아이콘
인싸는 예술에 대해서 깊이 생각 안 합니다.

나랑 같이 간 옆 사람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죠

아니면 내 인스타에 올린 사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거나요
방밀전사
19/01/06 23:47
수정 아이콘
인생샷찍기용 전시회가 요새 많아요. 얼굴을 아래로 향하고 두 손을 얼굴에 받쳐 눈감고 웃는 전형적인 인생샷을 위한 전시회가 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진 않지만 많은 여성분들이 좋아하시죠

예술이라는 것은 정의하기 나름이니 어떻게 작품을 만들든 상관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자신의 작품을 스스로 글로 설명하는 것은 작가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작품만을 감상해도 작가의 의도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작가의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저는 해설가 설명 듣기를 좋아하지 않고, 코코 카피탄 전시회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 두 작품의 모순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해석해본다면
죽음이 가라앉는다는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는 있죠.

마지막으로 나이와 생각의 깊이는 비례하지 않다고 봅니다.
한 개인은 나이를 먹을 수록 생각이 깊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람과 사람끼리 비교할 때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많이 생각한 사람이 생각이 더 깊습니다.
19/01/06 23:51
수정 아이콘
네 말씀하신 바 동의합니다.
저도 코코 카피탄의 문구가 생각이 얕다고 느껴졌거든요.
특히 제가 확실히 기억못할 수도 있지만 나는 열심히 일하지 않고도 편하게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식의 글귀는 실소가 나왔습니다.
19/01/06 23:49
수정 아이콘
리움미술관 추천드립니다.
19/01/06 23:51
수정 아이콘
네 관심있게 찾아보겠습니다
모지후
19/01/06 23:51
수정 아이콘
몇년 전 이곳에 열렸던 라이언 맥긴리 사진전을 인상 깊게 봤는데
요즘은 대림미술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나요.
스위치 메이커
19/01/06 23:54
수정 아이콘
한 15년도 전후로 해서 전시가 진짜 많이 '힙'해졌습니다.

최근엔 별관은 아예 인스타용 전시로 돌아섰고.. 본관도 거의 엇비슷할거에요
모지후
19/01/06 23:58
수정 아이콘
아...뭔가 아쉽네요.
흐름에 맞게 전시 형태도 변한다지만 인스타 인증용으로 하기엔 전시물들이 아까운 것 같기도 하고...
날씨가더워요
19/01/07 00:0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예술은 창작의 영역이지만 동시에 해석의 공간이기도 하잖아요?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20~30대 남성에게 실내 수영장이란 어떤 곳인가를 생각하니 수 많은 이미지가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보니까 삶과 죽음의 경계라는 점도 어떻게 연결이 되는 것 같기도 하네요. 여기까지 아싸의 생각이었습니다.
벽타는학생
19/01/07 00:14
수정 아이콘
대림미술관은 진짜 사진찍으러 가는 곳이 되버려서... 아싸인 저는 언젠가부터 자연스레 안가게되더라구요
비마이셀프
19/01/07 00:56
수정 아이콘
미술 작품도 음악처럼 취향이 있기 때문에 골라보는거죠. 나이 드니까 미술 작품에 대한 취향도 바뀌더라고요. (요새 불상에 관심이...)
애패는 엄마
19/01/07 01:42
수정 아이콘
대림미술관이 점점 인싸 인스타 위주로 간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왜 골랐는지 이해가 안가는 전시였습니다 솔직히 큐레이터가 누군지 그냥 쉽게 말해서 사진 작품 자체가 딱 컨셉도 걍 그렇고 임팩트도 없고 감각적인 느낌도 없고 쓴 문구는 똥 싸고 있네 라고 생각하면서 나왔습니다 아무리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준다지만 진짜 목격할 줄이야 하는 심정이랄까
춘호오빠
19/01/07 02:06
수정 아이콘
이쪽 업계에 발만 살짝 담그며 살고 있습니다만.. 당장 파리에 있는 유럽사진미술관 다음 전시 예정 작가가 코코 카피탄입니다. 사진계에서 유럽사진미술관에서 전시를 한다는 건 꽤 큰 의미를 가집니다. 단순히 힙해보인다, 나이가 어리다 라는 이유 만으로 평가절하하기엔 너무 박한 평가인듯 합니다. 대림미술관의 기획자들이 그 정도로 생각 없는 사람들은 아닐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도슨트는 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네요. 아직도 전문성이라곤 1도 없는 대본만 달달 외운 알바생들이 하나요? 후기들 보면 아직도 그러는것 같은데..
19/01/07 02:07
수정 아이콘
드는 생각은 게이머를 직업으로 절대 못보는 사람들이 딱 이런 글을 쓸꺼같다는 생각만 드네요.
사비알론소
19/01/07 02:12
수정 아이콘
+1
존콜트레인
19/01/07 13:42
수정 아이콘
2
춘호오빠
19/01/07 02:12
수정 아이콘
덧붙여 사진전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는 ‘문명’ 전을 반드시 보시라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국현의 학예사들이 몇 년을 준비한 전시라고 들었는데 과연 명확한 기획과 그에 맞는 작가, 작품 선정이 되면 전시의 퀄리티가 어떻게 되는지 느껴볼 수 있는 전시가 아닌 듯 싶습니다. 마리 관장의 임기 초반의 사진전이 어설픈 큐레이팅으로 아주 많은 욕을 들어먹었는데 임기 막바지에 아주 좋은 사진전을 선보이고 퇴임하실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 생각됩니다.
저격수
19/01/07 15:46
수정 아이콘
추천 감사합니다.
19/01/07 05:47
수정 아이콘
많이들 언급했지만 원래 대림미술관 타겟 자체가 2-30대 젊은층이죠.
작가의 나이를 이유로 대기에는 미켈란젤로 '피에타', 피카소 '아비뇽의 처녀들' 다 20대 중반 작품들이죠.
글쓴이가 좋아할만한 칼럼 링크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30% 정도 공감합니다.
http://www.gqkorea.co.kr/2014/01/02/나는-왜-라이언-맥긴리의-전시에-가지-않는가/
19/01/07 07:55
수정 아이콘
대림미술관은 통신사에서 무료 입장권을 뿌려대기도 하고, 방문 후 서촌 맛집으로 동선짜기도 좋아서 저도 즐겨 갑니다. 이번 코코 카피탄 전시회도 봤는데, 제 눈에는 허세 가득한 작가로만 보이더군요. 본인의 작품과, 작품 속 글들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하드코어
19/01/07 09:05
수정 아이콘
전 그냥 허세 부리는 맛을 즐기고 왔습니다.
19/01/07 09:14
수정 아이콘
인스타에 사진올리기 좋잖아요 크크
데이트 코스죠... 여자친구 없은후론 안갑니다 흑
요시오카 리호
19/01/07 11:04
수정 아이콘
예전의 대림미술관은 나름 모더니즘 작품이나 pop아트 전용 전시를 꽤했습니다. 건물 자체도 슈뢰더 하우스를 보는 듯 하고요. (특히 계단에서 보면 잠깐이나마 그 느낌이 진하게...)
제 생각에는 그 시절이 오히려 더 인스타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모던한 느낌 충만한 곳이었는데..

요새는 pop아트라고 불리기에도 민망한 수준의 전시가...
얘네들(?)은 인스타를 광고로 활용하는 미술관 같더군요.
전시관 어디에서도 카메라가 허용되는 기이한 곳.
19/01/07 11:20
수정 아이콘
글과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글에서 나온것 같이 덕수궁 시립미술관 - 경복궁 국립현대미술관 , 대림미술관처럼 미술관 다니는 코스같은거 아시는분..?
아니면 전시 추천해주실만한거 있으신가요?
헤헤.;;;
19/01/23 02:14
수정 아이콘
동선까지 짜드리긴 제가 아는 게 짧아서 힘들 것 같구요.
전시 보러 가는 곳이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관, 서울역 구역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대림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본관,
간송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리움미술관, 예술의 전당(한가람미술관이었던가...) 이 정도 가본 것 같구요.

다 어느 정도 퀄리티가 보장되어 있고, 위에도 써놨는데 리움미술관 진짜 강추드립니다.
19/03/29 07:42
수정 아이콘
잘갔다왔어요 감사합니다 ㅠㅠ 감사가 조금 늦었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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