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8/12/26 20:17:11
Name 복슬이남친동동이
Subject [일반] 크리스마스 이브에 싸우고, 놀라고, 감동한 이야기. 그리고 부채의식의 무서움,


가장 먼저 있었던 일을 말하자면, 크리스마스 이브에 여자친구와 싸우고 말았다.

아니 그 날에도 싸워요? 평상시에는 얼마나 싸우시길래?

아주 가끔이다. 그런데 그 날의 나는 직장 일로 기분이 꽁기꽁기했고, 불가항력으로 약속시간에 늦었고, 여자친구는 여자친구대로 이브날에도 더 늦게까지 초딩들과 씨름했는데, 내가 늦어서 화가 났다.

물론 공방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인 학살극이었다. 뭐 보통 그렇다. 나는 특히 못 싸우는 6시고 상대편은 싸움에 일가견을 가진 12시이므로.

그렇게 여자친구의 ‘나는 다 맞춰주는데 너는 너만 생각해’의 논리에 묵사발이 되는 동안, 나는 한 가지 놀라운 말을 들었다.

“나는 게임 안 좋아해!”


???? 난 이상형이면서 취향까지 비슷한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걸 얼마나 자랑하고 다녔는데? 아니 최소한 싫어하진 않지?

오버워치도 나 없이 혼자서 하고 메이플도 해 봤다고 했잖아? 같이 서든어택도 했고 배그도 했고 내가 위쳐3 화면을 보여줬을 때 우앙! 했잖아?


난 너무 놀라서 오돌오돌 떨었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심지어 플스도 같이 샀는데! 어쩐지 내 집에 있다더라니!

제길 이제 취향 자랑은 못하겠다! 서포터 나미를 하면서 보여줬던 그 열정은 가식이었구나! 검은머리짐승은 믿는게 아냐!
안 그럴 것 같은 애가 게임을 좋아한다는게 솔직히 넘나 이상했다! 전여친들이 솔직한 거였군. 어쩐지 신발,옷은 주구장창 사면서 스팀 아이디도 없더라니!


그러나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니 감동스러운 점이 있었다. 아 얘는 게임을 싫어하지만 나의 강제듀오 및 피시방데이트에 참여했고, 게임을 싫어하지만 내가 새벽에 다 거르고 게임 방송을 봐도 관심있는 척 했던 거구나! 나는 솔직히 그런 적이 있었나?

예전에 스카이림의 세계에서 어떤 용이 묻기를, 선한 본성을 가지고 태어난 것과 악한 본성을 가지고 태어났으나 부단히 노력하여 극복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위대한가?


재미를 느끼지 못하지만 고귀한 취미활동에 함께 어울려주는 것이 가장 위대합니다.




그렇게 감동을 느낀 내가 지금 무얼 하고 있느냐고?

뮤지컬을 예매하고 있다. 차라리 내 피를 뽑는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비싼 뮤지컬을.




결국 놀란 내 내면에 부채의식이 생겨버렸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 글의 교훈은, 타인의 행동을 강제함에 있어 부채의식을 심어주는 것은 아주 탁월한 초이스라는 것이다.

물론 가끔 상환에 대한 의지가 사라지는 일은 있지만 그건 심적 부채 말고 물적 부채도 마찬가지 아니던가.

닉을 마음 속의 3금융권 채무자 동동이로 바꿔야할까 싶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8/12/26 20:25
수정 아이콘
부럽네여
ioi(아이오아이)
18/12/26 20:28
수정 아이콘
그래서 결론은 있기도 하고, 크리스마스에도 같이 보냈고, 앞으로도 같이 보낼거다?

전원~~~죽창을~~~ 들어라~~
외력과내력
18/12/26 20:37
수정 아이콘
(수정됨) 뮤지컬도 같이 볼 거다? 전원 앞에 창!

재미있게 읽었으니 추천은 드립니다, 흥
복슬이남친동동이
18/12/27 08:24
수정 아이콘
헤헤 죄송.. 행간을 읽어버린 아이오아이님의 실책이란 말이지
최종병기캐리어
18/12/26 20:36
수정 아이콘
포기하면 편해..
18/12/26 20:44
수정 아이콘
크리스마스 힘들게 지냈더니 시간차 두고 때리시네........
18/12/26 20:48
수정 아이콘
................기만자가 또..............
게이러브섹스턴
18/12/26 20:49
수정 아이콘
죽창...죽창을 달라
하늘하늘
18/12/26 20:52
수정 아이콘
아 짜증. 이걸 내가 왜 읽었나... 이렇게 된거 결혼까지 꼭 가시길~ 그리고 뮤지컬은 보다가 꼭 주무실겁니다!
복슬이남친동동이
18/12/27 08:26
수정 아이콘
모두들 결혼을 기원해주시는 걸 보니 역시 피지알은 따뜻한 커뮤니티군요!
저격수
18/12/26 20:57
수정 아이콘
전날 밤새서 과제하고 이브에 라보엠 보러 갔다가 자버렸던 악몽이 떠올라요..... 아직도 미안하네요. 일어나 있기도 힘들어서 그만..
복슬이남친동동이
18/12/27 08:27
수정 아이콘
저는 밤을 새지 않아도 가서 잘 자신은 있습니다. 앞쪽 자리라는게 좀 걸릴 뿐!
캐터필러
18/12/26 21:06
수정 아이콘
을 의 연애란 참 ........
여자들은 연애에서 자기가 갑이 되는법을 아주 잘, 본능적으로 알고있는듯.
18/12/27 09:48
수정 아이콘
정말 갑이면 좋아하지도 않는 상대 취미에 맞춰주지도 않았겠죠.
본인 취미를 강요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저정도는 상당히 양호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복슬이남친동동이
18/12/27 12:05
수정 아이콘
저는 을이 되는 법을 아주 본능적으로... 쿨럭!
18/12/26 21:10
수정 아이콘
그래서 있으시다?
사신군
18/12/26 21:43
수정 아이콘
여자친구가롤하자고합니다..
저는 싫은데 .. 유로트럭한다던지 이게 꼭좋지않아요
잘자하고 나만의시간이없어요
복슬이남친동동이
18/12/27 12:30
수정 아이콘
유로트럭은 저도 싫습니다... 운전 맨날 한다구ㅠㅠ
우리는 하나의 빛
18/12/26 21:46
수정 아이콘
한글날은 아직 멀었습니다. 부채는 여름에 필요한 물건이구요.
홍승식
18/12/26 22:28
수정 아이콘
내가 이 글을 왜 읽었는가.
꼭 결혼하시길 바랍니다.
복슬이남친동동이
18/12/27 12:30
수정 아이콘
덕담 맞죠? 어조가 마치... 음! 아닙니다
자유형다람쥐
18/12/26 22:53
수정 아이콘
새우튀김 편하게 드시고 싶으신지?
18/12/26 23:09
수정 아이콘
절.대.결.혼.해.
아유아유
18/12/26 23:36
수정 아이콘
취미활동이 같은건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
저희는 서로 이해는 못해도 인정은 한다는 분위기라...그냥 결혼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하하
그리고 뭐...[부채 의식]은 확실히 무섭긴 하죠.
예나아
18/12/26 23:44
수정 아이콘
자랑을 고급지게 하시네요
18/12/26 23:54
수정 아이콘
닉네임 남친말고 남편으로 바뀌길 기도하겠습니다.
착한아이
18/12/27 01:42
수정 아이콘
여자친구와 다툼 중에 말 속에서 배려를 읽은 동동이님이 훌륭하신 것 같아요^^ 동동이님이 지혜로운 분이라 좋은 연인을 만나신 것 같네요 크크..
18/12/27 06:23
수정 아이콘
백년해로하세요
18/12/27 08:46
수정 아이콘
겨... 결혼해서 혼나라!! 부들부들
18/12/27 08:50
수정 아이콘
초대합니다. 행복의 나라 결혼랜드로~
18/12/27 09:46
수정 아이콘
이건 결혼해야죠.
이쥴레이
18/12/27 10:10
수정 아이콘
결혼전에 제 아내도 그랬어요. 새로나온 게임이 있으면 같이 할려고 했고, PC방도 같이가고 그랬고요.
게임하라고 최신 울트라 노트북도 사줬고요.

취미도 이해해주고 친구들이랑 놀러 갔다오라고 하기도 하고요.

결혼하고 나서도 어느정도 그 기조를 유지해줬지만, 아이를 낳고 나서는 인생이 180도 바뀝니다.

......
MissNothing
18/12/27 12:26
수정 아이콘
코리안 boyfriend 불만있어요? 당신의 듀오 솔큐로 대체된다
Serapium
18/12/27 14:30
수정 아이콘
크크크 이분 종종 [내여친은 겜좋아하지롱]으로 자랑하셨었는데, 뒤통수가 띵~ 하는 기분이셨겠네요. 그래도 그만큼 사랑받고 계신것 같아 보기좋으네요. 이제 복수로 프로포즈를 하시면 될듯....
18/12/27 16:34
수정 아이콘
에휴... 솔로 천국 커플 지옥...
18/12/28 00:35
수정 아이콘
그런건 감동으로 오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9489 [일반] 크리스마스 이브에 싸우고, 놀라고, 감동한 이야기. 그리고 부채의식의 무서움, [36] 복슬이남친동동이9793 18/12/26 9793 24
79488 [일반] 김태우가 터뜨린 청와대 민간인 사찰 의혹건 [63] ppyn15223 18/12/26 15223 26
79487 [일반] 영화 범블비를 보았습니다. (스포주의) [26] 건투를 빈다7146 18/12/26 7146 2
79486 [일반] [단독] '이수역 사건' 여성일행 "물의 일으켜 죄송" [76] 밥도둑15106 18/12/26 15106 18
79485 [일반] 4박5일 초겨울 제주 #2- 함덕에서 일출 , 점심 흑돼지 특선, 비자림 [18] mumuban6419 18/12/26 6419 2
79484 [일반] 창고에 있는 게임CD들.jpg [60] 김치찌개13776 18/12/26 13776 23
79483 [일반] 오늘도 국군 장병은 죽어가고 있다. [185] 여왕의심복20102 18/12/26 20102 178
79482 [일반] 국민 신문고에 글 올렸다 신원노출로 자살까지. [46] 알레그리19026 18/12/25 19026 14
79481 [일반] 자영업자로써 느끼는 주휴수당 [96] MelanCholy16258 18/12/25 16258 26
79479 [일반] 김정호 의원이 사과문을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94] D.TASADAR13276 18/12/25 13276 5
79478 [일반] 크리스마스에 게임하는데 이유가 어디있어요!? [69] 영혼의공원11760 18/12/25 11760 20
79477 [일반] 기성세대들에게 하는 말-그냥 비참하게 사십시오. [140] 3.14159219501 18/12/25 19501 58
79476 [일반] 거수자 취급을 받았습니다. [42] d5kzu12742 18/12/25 12742 4
79475 [일반] '주휴 수당' 포함시켜 최저임금 산정 [228] 삭제됨19853 18/12/24 19853 4
79474 [일반] 하이틴 가족 액션 영화 봤습니다. (스포 유) [6] 작고슬픈나무5588 18/12/24 5588 2
79473 [일반]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기와 남포동 가기 (난이도7) [22] 비싼치킨7346 18/12/24 7346 9
79472 [일반] 크리스마스 이브는 왜 이브인가? [31] 한종화9301 18/12/24 9301 7
79471 [일반] 외래사상과 토착사상의 결합으로서의 페미니즘 [6] LunaseA9892 18/12/24 9892 2
79470 [일반] 김정호 "공항공사가 제보…김해신공항 검증 타격 주기 위한 것" [179] 미뉴잇16322 18/12/24 16322 17
79469 [일반] 원한의 언어를 생산하고 가부장제 언어를 재현하는 그들의 말과 언어 [71] 로빈12521 18/12/24 12521 28
79468 [일반] 투자가 아니라 투기를 하는 법 [29] 고통은없나9047 18/12/24 9047 5
79467 [일반] 자동차 브레이크 결함 관련 기사 [6] 로켓6756 18/12/24 6756 0
79466 [일반] 남초커뮤니티 구성원들은 번지수를 잘못찾았습니다. [121] Waldstein16695 18/12/24 16695 1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