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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12/24 21:24:00
Name 비싼치킨
Subject [일반]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기와 남포동 가기 (난이도7) (수정됨)
안녕하세요 아들과 두번째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비싼치킨입니다
첫번째 크리스마스엔.... 누워있었구요
두번째 크리스마스엔 붓싸싸람은 남포동엘 가줘야져
이브는 평일이니까 사람없을꺼야^^ 하고 남편을 꼬셔서 남포동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남포동은 진짜 주차할 곳 없어요
이런 날 차가지고 가는 건 10분에 한 번씩 길바닥에 오백원짜리 동전을 뿌리겠다는 거져?
그래서 지하철을 타고 가되 우리집 근처엔 지하철역이 없으니 제일 가까운 역까지만 차를 타고 가서 거기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자!! 는 멋진 계획을 세웠습니다
물론 자갈치 공영주차장도 있긴 합니다만 자리도 잘 없고 운전하기 진짜 힘들어요
2층으로 올라가는 길이 진짜 좁고 커브도 심한데 내려오는 차들까지 봐가면서 가야합니다...
그렇다고 일반 주차장에 대려면 30분에 2천원^^
지하철이 최고예요

일단 제가 세운 계획은 이랬습니다
8-AE6-AD9-E-3-F44-4-A54-BAFA-679731-E2-E89-A.jpg
빨간선-깡통시장에서 일본 먹거리, 양주 사고 떡볶이, 유부동 먹기
초록선-국제시장에서 아들 캐릭터용품, 장난감 사주고 씨앗호떡 먹기
파란선-좌판에서 남편 작업복(짝퉁 등산복) 사주고 찌지미 먹기
까만선-사진찍으면서 지하철역으로 가서 귀가

완벽한 계획이었습니다
차에서는 모빌보면서 잘 놀던 아들이 기특하게도 지하철을 타자마자 자더라구요
어르신들의 이쁨을 한껏 받으며 자갈치역에 도착!
깡통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일단 입구에서 양주를 샀져
새 집 장식장에 양주 진열해놓고 싶었거든요...
산토리 700-38000원, 미도리 700-32000원 주고 샀습니다
그리고 시장 돌아다니면서 유부동 먹고 이가네 떡볶이 가서 떡볶이와 오뎅을 먹는 순간! 아들이 깼어요
자기도 먹고 싶다 이건가...
떡뻥하나 쥐어주고 마저 먹은 후 나와서 거인통닭을 포장해가자는 남편의 말에 그 쪽으로 갔습니다
한시간 삼십분 기다리래요
깔끔하게 포기하고 맞은편 밀양집에서 섞어국밥을 포장했습니다
이 집이 국물이 엄청 꾸시레한 맛이 나는데 마늘 다진 거랑 다대기를 넣으면 그 꾸시레한 맛이 깊은맛으로 바뀌면서 진해져요
일반 돼지국밥에 머리고기에서 나는 냄새를 좀 더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랑 남편은 되게 좋아하는 집인데 여기도 오랫만에 갔네요 ㅠㅠ

그리고 일본 먹거리 사러 가는데 아들이 칭얼대기 시작합니다
아빠등에 업혀있기 싫어 엄마가 안아줘 ㅠㅠ 하는거져...
가볍게 쌩까고 가게에서 카레, 밤양갱, 과자, 사탕 등등을 줏어담기 시작하는데 웁니다
떡뻥으로 겨우 달래고 나왔는데 몸을 뻗대는 게 장난이 아닙니다
등에 엎혀서 이쪽 저쪽 보면서 용을 써요
저러다 떨어지겠다 싶어서 제가 아이를 받아안고 갑니다
남편은 양주 두 병과 국밥 2인분 먹거리가 든 봉투를 들고 손이 후달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나 옷 안사도 되니까 그냥 사진찍으러 가면 안돼..?”
...니 옷보다 중요한 게 내 찌지미야... 라고 말하고 싶지만 남편의 간절한 눈동자를 보니까 그 말이 쏙 들어가더라구요
일단 어느 건물의 수유실에 가서 기저귀도 갈고 좀 쉬었다 가기로 합니다
저희는 지금 남포동에 도착한지 한시간이 채 지나지도 않았습니다...

(구)비앤씨 건물에서 숨을 좀 돌리도 다시 출발합니다
아기는 좀 기분이 좋아져서 칭얼대지도 않고 여기저기 구경하기에 바쁩니다
오랫만에 나온 남포동이라 골목골목 다 구경하고 싶은데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하는 게 심상치 않아요
일단 걸어가면서 길가에 있는 작은 트리들, 조명들이랑 사진을 찍다가 드디어 광복로에 대형 트리 앞에 도착합니다
(코스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2,3번이 과감히 생략되었습니다)
평일 6시도 안된 시간인데 사람들이 엄청 많이 나와서 사진을 찍고 있고 공연도 준비하고 있어요
좀 더 있다 가고 싶지만 아기의 볼이 차디찹니다
얼른 따뜻한 곳으로 들어가야겠다 싶어서 남포동 역으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가는 길에도 사진 찰칵찰칵은 쉬지 않고요

마지막으로 롯데백화점 앞에 있는 커다란 배 사진을 찍고 남포역 7번출구로 내려갑니다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를 보는데 세상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어요....
해지고 나니까 몰려드는 인파가 장난이 아니네요
우린 적절하게 치고빠지기 잘했다고 하며 집으로 갑니다
널널한 지하철 안에서 두시간 놀려고 이 고생하고 왔나- 싶어서 좀 아쉽기도 하지만
품안에 안긴 아기가 엄마의 뺨을 찰싹찰싹 치면서 지겨워- 하는데 어쩌겠어요
외식도 하고 싶었는데 그냥 집에서 국밥이나 데파먹자...

집에서 아기 밥 먹이고 남편이랑 저는 국밥 먹고
마지막으로 케이크에 불 붙여서 아기랑 성탄절을 축하하며(둘 다 무교)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던 하루에 크리스마스와 2시간의 남포동을 더했을 뿐인데도 활력이 생기는 것 같네요
내년에도 엄마 아빠랑 이쁜 사진 찍고 오자
내년엔 엄마 찌지미 좀 맘편하게 먹게 해줘?

다들 크리스마스 잘 보내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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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심군
18/12/24 21:42
수정 아이콘
이런 시간에 남포동이라...고생 많이 하셨을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는 남포동은 외국사람 구경(...)이랑 옷가게들 구경하러 갑니다. 의외로 부산에서 패션샾 최첨단을 볼 수 있는 거리예요. 음식점은 숙련도가 좀 붙어야 갈만한데 그럴 시간은 없고...사실 1호선 타고 30분 가량이면 되는데 잘 안가게 되더라고요.

아 맞다. 애기 데리고 다니느라 고생 정말 많이 하셨습니다. 이 시간이면 사람 지나갈 틈도 없을텐데요.
비싼치킨
18/12/24 22:25
수정 아이콘
저희가 여섯시 좀 안되서 남포동을 떴는데 그 때까진 괜찮더라구요
그 이후가 피크인 듯 했어요 흐흐
계란말이
18/12/24 21:42
수정 아이콘
오 부산분이셨군요. 육아의 위염...남포동까지 나가시는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집 앞에 조명보러 잠깐 다녀와도 찬바람 무서워서 10분만에 들어왔네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산타랑 사진 찍은게 그나마 수확이네요.
하얀소파
18/12/24 22:00
수정 아이콘
높은 난이도에도 불구하고 너무 잘 다녀오신거 같아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시기 바라요!
18/12/24 22:07
수정 아이콘
뭬리 크리스마스입니다!
WhenyouinRome...
18/12/24 22:16
수정 아이콘
나들이에 유모차는 필순데.. 고생이 많으십니다. 애기가 유모차를 안타면 갈수록 너무 힘들어지실겁니다. 처음에 힘드셔도 태우는 훈련 시키셔야 해요.. 제 아들도 처음에는 울고불고 했는데 그래도 계속 태우니까 나중엔 유모차만 타려고 해서 못타게 하기가 힘들었네요.. 아직도 여행만 가면 유모차 타려고 해서 들고다녀요.. 곧 일곱살인데..;;
비싼치킨
18/12/24 22:27
수정 아이콘
제가 힙시트를 좀 버거워해야 유모차 시도를 자주 할텐데 저부터도 힙시트가 훨씬 편해서 ㅠㅠㅠ
진짜 남편 있을 땐 무조건 유모차에 태우고 적응 좀 시켜야겠어요...
15키로까진 안고다닐 수 있을 것 같은데....
WhenyouinRome...
18/12/24 23:08
수정 아이콘
이게 몸무게만 느는게 아니라서요.. 힘도 같이 늘고 버둥버둥대는 활동량도 엄청 늘어나면 엄마 아빠 허리가 진짜 끊어져요...
십오키로짜리 쌀자루를 드는거랑 왔다갔다 움직이는 시계추를 드는 건 아예 다른 이야기인 것처럼요..
저도 와이프가 출산후 너무너무 아파서 아내랑 저랑 같이 나들이 할때는 근 이년정도를 제가 거의 다 업고 안고 다녔는데 진짜 삼십분만 지나도 허리 나갈거 같고 한시간 지나면 앉아서 일어나기 싫어지더라고요..(사실 못 일어났다는게 맞는..) 유모차 태우고는 너무너무 편해서 세상이 달라지고 활동량이 달라지고 여행의 길이가 달라집니다..
그렇다고 제가 저질 체력도 아니에요.. 팔굽혀펴기도 백개정도는 하고 턱걸이도 열개는 무난합니다. 축구도 매주 하구요..
차라리 쌀자루 이십키로 짊어지고 다니는거면 두세시간도 무난히 짊어지겠는데 애는 그게 아니더라구요..;
전경준
18/12/25 03:36
수정 아이콘
정말 유모차 훈련 필요합니다. 첫째 아이는 여섯살까지 안고 다녔어요. 유모차는 먼지만 쌓였죠. 마지막엔 머리위에 올라가서 놀다가 내 허리의 고장과 더불어 걷기로 바뀌었죠. 근데 둘째도 비슷한 테크트리를 타고 있죠. 지금 네살인데 걷는 거 반 안겨있는 거 반이예요. 집에 돌아오면 팔이 아파요....ㅡㅜ
김티모
18/12/24 22:39
수정 아이콘
밀양집 맛있죠. 부평동 30년 살다가 양산 이사왔는데 가끔 밀양집 그리워서 가가지고 퍼묵퍼묵 하고 옵니다.
젠지훈
18/12/25 15:00
수정 아이콘
헐..부평동이셨어.. 저는 본가가 보수동입니다. 오다가다 뵈었을듯..
보헴시가No.6
18/12/24 22:50
수정 아이콘
글을 읽는내내 찌지미가 뭘까 계속 생각하다 결국 구글에 검색했네요 크크
비싼치킨
18/12/25 15:55
수정 아이콘
사이오닉 스톰도 찌지미라고 합니다 흐흐
백곰사마
18/12/24 22:52
수정 아이콘
메리.크리스마스!!
빠삐용
18/12/24 23:14
수정 아이콘
요즘 번화가가 많은데 그래도 남포동 인가요?
비앤씨 없어졌군요.
비싼치킨
18/12/25 15:07
수정 아이콘
전 남포동 분위기가 제일 좋더라구요? 흐흐
비앤씨는 그대로 있고 건물이 바뀌었...
아니이걸왜들어가
18/12/25 00:47
수정 아이콘
깡통시장 물건 품질 괜찮나요?
술이나 음식은 좀 불안해서..
비싼치킨
18/12/25 15:08
수정 아이콘
술은 가짜양주도 팔아요
근데 보면 딱 티가 나서...
처음 가실 때는 몇군데에서 가격 비교해보시고 가는 게 나을 듯 합니다
가격이 몇천원씩 차이나더라구요
18/12/25 01:19
수정 아이콘
중고딩때 깡통시장에 옷사러 몇번 다니고 남포동은 안 가본지가 정말 오래 되었네요.
가을의전설
18/12/25 03:49
수정 아이콘
남포동 이브날 밤에 사람 터지기로 유명한대 낮에 다녀오셧군요!
비싼치킨
18/12/25 15:09
수정 아이콘
깡통시장은 일곱시만 되도 문을 많이 닫아서 흐흐
낮에 쇼핑할 거 하고 밤에 사진찍고 롯백에서 저녁먹자! 했는데 후반부 계획은 대실패....
혜우-惠雨
18/12/25 15:41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래서 저는 저번주 금요일저녁에 친정아버지, 어머니, 저, 아들내미 이렇게 넷이서 남포동을 다녀왔지요!!! 사방에서 번쩍번쩍하니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는 아들녀석 또는 손주녀석 때문에 계속 웃었네요 후훗

다른건 다 스킵하고 밤 9시에 출발해서 50분동안 사진찍고 구경하다가 10시쯤에 다시 집으로 왔습니다. 진짜 딱! 불빛만 보고왔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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