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명깊게 읽었던 글 공유합니다. 언어의 장벽이란게 생각보다 극복하기 힘들더라는 취지의 글입니다. 보통 네이티브급 영어? 이민가서 5년정도 열심히 공부하고 현지인들하고 어울리다보면 금방 준네이티브급 가능해! 이렇게 쉽게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고 아주 어린 나이에 가는게 아닌이상 평생 완전 정복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민을 갈때 그 부분을 감수하고 가야된다 라고 저는 느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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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을 오면 이 언어의 장벽 때문에 느끼는 잠재적인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훨씬 더 합니다.
저 같은 경우, 비록 전공은 산업공학 이었지만, 군대도 카투사로 나왔었고, 복학 하기 전에 심심(?)해서 영어 관광 통역 안내원 자격증(사실은, 이거 따기 아주 힘들었어요. ^^)도 땄었고, 대기업 수출부에서도 근무를 했었기 때문에, 교민 친구들 사이에서는 영어를 잘한다고 알려져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나는 홍반장” 처럼 여기저기 불려가 통역도 하곤 했었는데, 이민 생활을 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작아지는 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회의가 밀려 올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지식에 대한 목마름.... 정보에 대한 그리움....이랄까요?



이게, 무슨 이야기냐 하면, 비록 영어를 한다고 하지만 우리 나이에 Native Speaker처럼 잘 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강은 알 것 같은데, 확실하게는 모르는 답답함이 있었고, 그것에 기인해서 자신의 모습이 점점 초라해진 다고 할까요? ...

너무 확대 해석을 한지 모르겠지만, 예를 들어 생각해 봅시다.



한국에 있었을 때, 저는 누구보다도 뉴스에 정통했었고, 걸어 다니는 백과 사전이라고 할 만큼 많은 것에 대해 관심을 가졌고, 또 그것을 다른 사람과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러던 제가, 이민을 와서는 완전히 무식한(?) 사람이 되어 버렸습니다.



TV 뉴스를 봐도 대강은 알겠는데 확실하게는 모릅니다.  “뉴질랜드 제1당의 피터슨 당수가 금번 이민 정책에 대하여~~~” 까지는 들려도 자세히 알려면 온 신경을 집중해서 들어야 하고 그러다 보면 금방 피곤해져서 결국 그냥, 마음 편히 그림만 봅니다.

그 뉴스를 안다고 별로 달라질 것도 없고, 또 중요한 뉴스라면 금요일에 발행되는 교민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서 알면 되니까요...



하기야, 요즘에는 인터넷이 있기 때문에 실시간의 한국 소식 보느라 현지 TV는 옛날에 비해서 더 안 볼 것입니다.



신문도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꼬부랑 글씨가 제대로 들어 오지만, 몇 줄 읽어 내려가다 보면, 금방 정신이 산만해 지면서 마음 속은 벌써 딴 생각을 하고 있지요..



결국은 어디, 바겐세일하는 데가 없나? 하고 광고나 뒤적이다가 휴지통으로 들어가든가, 튀김을 할 때 부엌 바닥에 까는 용도로 쓰던가, 겨울에 난로 피울 때 불쏘시개로 최후(?)를 장식했습니다.  제가 재미있게 표현해서 그렇지 사실, 교민들 중에 현지 신문을 보는 교민은 거의 없습니다. 어쩌다가 맥도날드에 갔을 때 한두 번이나 볼까?  아무튼, 제가 이민 생활을 하면서 현지 신문을 구독하는 교민을 한 사람도 보지 못했습니다.



영화도 마찬 가지 입니다. 한글 자막이 없다 보니 영화의 감칠맛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그저 때려 부수고 죽이고 하는 것은 볼만한데, 좀 문제작이거나 멜로물 같은 것은 영화를 보고 나서도 전체적인 줄거리만 들어오지 세세한 부분은 못 알아듣기 때문에 별로 재미가 없습니다.



추리물 같은 것은 더욱 그렇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물론, 중간에 졸 때도 있지만^^) 집에 와서, 그 때 왜 그랬을까 거꾸로 짜 맞추어 나가는 식 입니다. 특히, 클라이맥스에 배우들이 쉬지않고 쏘아대는 대사를 듣고 있노라면, 감동(?)은 둘째치고 배우의 표정이라든가 주위의 상황을 가지고 그 대사를 이해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주변 이웃들과 같이 가서 영화를 봐도, 문제 장면에 대해서 서로 토론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이 다 같이 못 알아들었기 때문이지요.



영화를 봐도 그렇고 TV를 봐도 그렇고 그냥 수박 겉 핥기 식인 것이 못내 답답했습니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영화를 다운 받아서 자막과 함께 볼 수도 있겠지만, 뉴질랜드는 인터넷 속도가 느려서 이것도 용이하지도 않고, 또 화면도 작아 감동도 없습니다.



따라서, TV를 볼 때면, 몰래 카메라, 긴급구조, 동물의 세계와 같은... 그림만 봐도 알 수 있는 것만 보고, 영화를 봐도 비주얼만 가득한 영화를 보게 되고, 신문을 봐도 그림이 있는 바겐세일 광고만 보고....이러다 보면 내가 점점 단순해 지고 있다는 사실에 허탈감이 들때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교민들은 현지 나라의 소식을 교민 신문이나 교민 잡지를 통해서 접하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최소한의 정보만 알게되고, 그것도...일주일치가 묶여진 정보만 알게 됩니다.  그 이외에는 대부분이 (아니 거의 모두가) 한국 비디오(TV프로그램 녹화 비디오)를 빌려보고, 한국 인터넷을 열어보고 삽니다.  가족끼리 오순도순 앉아서 “연예가 중계”도 보고, “웃찾사”도 보고..드라마 빌려서 서로 돌려보고.. 모두 다 한국 이야기만 하고 그 카테고리 속에서 삽니다.. 만약 영어에 정통했었다면 생활이 훨씬 더 풍요로워 졌을 텐데 말이지요.  머나먼 이나라에 와서, 한국에 있을 때 보다는, 훨씬 작은 한국 카테고리 속에서 살게 되는 것입니다.



“이 나라 소식 알아 봤자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남에게 이야기를 해도 서로가 관심이 있어야 이야기가 되지!  별 재미도 없는데 골치 아프게 그런데 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어... TV에서 떠들어봐야 다 남의 예기고.....아 참!, “내 남자의 여자”에서 김희애가 어떻게 됐는데? 김상중하고 깨졌어? 배종옥하고 다시 합친데?”



“저는 이 나라 신문 안 봐요. 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일주일 기다리면 교민 신문이나 잡지로도 알 수 있는데요 뭘!...  물론, 이 나라 소식 알아 봤자 그게 그거지만 말이예요. 근데 한국에서 부동산이 점점 잡히기 시작하나 봐요. 은마 아파트가 제법 떨어졌다고 하던데...”



얼핏보면 이 대화가 한국에서 하는 대화인지, 오클랜드에서 하는 대화인지 모르겠지요? ^^


시드니는 그나마 좀 나은 편이지만, 뉴질랜드에 있을 땐, 내 자신이 점점 더 지식과 정보의 낙오자가 되어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늙어가도 되나?”

............



비단, 이런 문제 뿐만 아닙니다.



일상 생활에서, 자신의 입장을 조리 있게 설명해야 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반박해야 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강은 말할 수 있지만 속 시원 하게는 말 못 할 때....

타이밍에 맞추어 제때 이야기가 나와야 되는데 영어가 머리 속에서만 맴 돌 때....

내가 지금 횡설수설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과 답답함은 또 다른 스트레스 입니다.



몸이 아파 병원에 가서



“어제 저녁부터 뒷골도 좀 땡기는 것이 눈이 침침해 지내요. 가슴도 묵직한게 더부룩 합니다.....”  이걸 어떻게 말할까?...



아들이 저에게 물어 봅니다.



“아빠? 미션 베이 앞에 있는 랑기토토 섬에 사람이 살아요? 안 살아요?”



한번도 안가봤던 독도에 대해서는 잘 알아도 주말이면 자주 갔었던, 미션베이 앞에 있는 랑기토토 섬에 대해 아는 것은 없습니다..  물론, 별로 관심도 없고...



이제 저는 한국에 있습니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은 다 이해 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흡수 할 수 있습니다.  외국에 있을 때는 시끄러워(?) 끄고 다녔던 자동차 라디오도 이제는 저에게 많은 것을 알려 줍니다. 불쏘시개로 썼던 신문은 매일 아침 저의 선생님이 됩니다.



한국에 있으면, 최신 제품도 바로 볼 수 있고, 최첨단 이야기도 아들에게 들려 줄 수 있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씨가 싸우는 이야기도 저의 이야기이고, 분당급 신도시 건설도 저의 이야기 입니다. 가수 양파가 컴백한 것도, 애바와 안재욱이 열애한 사실이 아닌 것도, 이승엽이 홈런 친 것도 다....저의 이야기 입니다.



이제 더 이상, 낚시 이야기, 골프 이야기, 청소 이야기 안 해도 이야기 할 것이 너무 많고, 아들이 저에게 어떠한 것을 물어봐도 제가 스스로 알아봐서 말해 줄 수 있습니다. 그것도 100% 다 이해하면서 말이지요..^^



이제는 답답하지 않습니다.  저도 이제는 정보의 낙오자가 아니라 정보의 개척자가 될 수도 있잖아요?...여기서는....^^

출처 :https://m.blog.naver.com/shinedward/150017991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