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까지 하나?

오히려 잘 모르겠습니다. 중학교 시절에는 진짜 저렇게 까지 합니다. 12시에 저랑 같이 퇴근하는게 일상인 학생들이지요. 그런데 특목고를 가 버리면 학원 다닐 시간자체가 안나서 오히려 사교육의 영향력이 줄어듭니다. 기껏해야 방학 때 한두 달 정도? 일반고를 가더라도 영어는 대충 ‘졸업’이 된 상태기 때문에 저는 몸소 겪지는 못합니다.

대신 중학교 때는 좀 빡세게 돌립니다. 보통 수학 고등 선행을 3번 정도 돌리더군요. 당연히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중딩이 고등수학을 들으면 멘붕하지요. 정신줄 놓고 검은 것은 칠판이요 하얀건 글씨다 이렇게 보다가 그리도 2회차 정도에서 조금 이해가 되기 시작하고 3회차 같은 과정을 돌리면 좀 할 만하다고 합니다. 영어는 대충 수능특강좀 돌리다가 텝스 좀 돌려서 점수좀 뽑고 하면 되는 거라 커리에서 크게 할 말은 없습니다.

암튼 고등학교때는 티를 안내는 건지 저렇게 지극 정성으로 돌리진 않는 것 같았습니다. 제 주위케이스가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병원장 집 아들이고 사교육도 중학교 때는 엄청 돌리더니 대입 때는 그냥 학교 충실히(물론 과고입니다만) 다니고 학교 갔습니다. 자소서도 직접 쓰더군요. 그걸 대입 전형에서 생 아마추어였던 제가 첨삭을 해 줬거든요.

이 친구는 참 멘탈이 좋았습니다. 아이들이 한시도 못 놀고 숨 막히게 사는 거 같지만 ... “우리는 곧 답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모친과 피시방전쟁을 3년 내내 치렀지요. 저랑 좀 많이 친한데 그 이유가 저와 영혼의 듀오였.. 지는 않네요. 그놈은 탑이 메인이고 저는 원딜 서폿이라. 암튼 피시방으로 다진 우정이었습니다. 부모가 용돈을 아예 안줬습니다. 그러니까 그 덩치에 부유층 자제분이 아이들 빵셔틀을 합니다. 매점에서 대신 심부름 해주고 백원, 이백원 모아서 피시방을 갑니다. 이게 바로 게임에 미친 중학생의 근성입니다 여러분. 덕분에 컨트롤하기 진짜 편했습니다. 롤만 시켜주면 목숨을 걸고 공부를 하던 친구니.


다른 친구도 병원장 아이인데 이 친구 랑도 무척 친했습니다. 저랑 둘 다 오타쿠라서. 밤 늦게 좋아하던 남캐(남자 연예인이 아닙니다. 만화 캐릭터들입니다.)들 사진 폭탄을 보내곤 하던 친구였지요. 석 달마다 최애가 바뀌어요. 코스프레가 취미라서 부모 몰래(도대체 어떻게?) 부산코믹월드 가서 코스프레 하고 그 의상을 부모 몰래 제 학원에 맡겨놓는 학생입니다. 중1때 텝스 700을 찍을 정도로 재능은 있는 학생이었지요. 아쉽게도 수학이 뛰어나지 않아서 개고생을 했지만. KY정도는 발로도 갈 실력이지만 부모가 원하는 건 의대라서.



제가 제일 좋아했던 학생은 염정아의 첫째 딸 서예스타일이었습니다.

“그 삐- 암기과목빨로 전교1등한다고 삐- 나대는데 영수는 나보다 못하는  삐— 한 삐- 확 삐- 해 버릴까?”

통화하는걸 옆에서 직접 들었습니다. 학교 일진 같은 말투로 공부로 상대방을 조지겠다는 결의를 다지던 친구였습니다. 나쁜 여자 너무 좋아.





돈 많은 전문직 가정 교육은 두가지 스타일로 나뉩니다. 극성인 스타일과 방임형 스타일. 의외로 이태란 같은 집도 많습니다. 자기가 공부할 때 너무 힘들었다고 뭐 좋은 대학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스탈입니다. 주로 전문직인 아버지가 방임을 주도하지요.

둘 다 안좋습니다.

방임형 집에서 공부를 잘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저런 집 학생을 제가 두달 만에 5등급에서 1등급 만든 적이 있습니다. 훗. 학생 아이큐가 140 정도만 되도 쉽던데요? 그리고 학원 흐지부지 결석하고 쉬다가 다니다가 쉬다가 다니다가 결국 수능 2등급 뜨더군요. (이새퀴는 인성이 더러워요. 저랑 티어가 비슷했는데 야스오충에 같이 옆에서 게임하는 연장자인 저에게 패드립을 할뻔한적도.....심지어 제가 더 캐리해줬습니다. 워낙 던져대서.) 저런 케이스도 많이 봤습니다. 전문직 자식들은 머리는 다 좋습니다. 그리고 죄다 공부를 못하지요. 공부에 제일 필요한건 유전자입니다.

노.력.하.는. 유.전.자.

물론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지만 놔둬도 혼자 잘하는 학생은 확률적으로 백 명에 한 두명 꼴입니다. 실재로 그런 학생을 보기도 했습니다. 주변 학부모가 그 집 부모를 가장 부러워했지요. 안 시켜도 잘하니. 영어학원도 집에서 안 보내니까 자기가 알아서 보내달라고 해서 왔습니다.  



극성형 집은 다 공부를 잘합니다. 유전적으로 받은 머리를 굴렸으니 결과는 당연히...

의외로 안 좋습니다. 일반 학생들에 비해서 높은 확률로 사달이 나더군요. 자세한 이야기는 하긴 그렇지만 스카이캐슬 드라마와 같은 경우 생각보다 많습니다. 저렇게 가정파탄이 나는 극단적인 예는 당연히 본적은 없지만 대충 뭔가 깽판 치는 사건이 터지고 자연스럽게 공부 레이스에서 리타이어 하는 정도의 사건은 비일비재합니다.





실재로 겪는 입장에서 보는 스카이캐슬은... MSG를 친 실화라는 느낌이 듭니다. 영재네 가족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솔직히 거의 전부 비슷한 사건을 본 것 같습니다. 오히려 보지 못한 건 저런 코디. 이건 제가 교육열이 낮은 지방 도시에 살아서 그런 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입시스릴러라고 하는데 사실 초반에 나온 영재내 가족빼고는 이태란 가족 말고도 다 상당히 화목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진짜 의외로 다 화목하지 않나요? 오히려 현실보다도 더 따뜻한 느낌이라서 의외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의 결론은 이겁니다. 제가 기억하고 있고 저를 기억해주는, 지금까지 놀러와서 밥 뜯어먹고 술 뜯어 먹는 학생들은 공부 잘했기 때문에 친한 학생들이 아닙니다. 저 외에도 공부 잘한 학생들은 많았지만 윗글의 저런 학생들이 기억나는 건 그친구들이 공부를 잘해서가 아니라 같이 재미있게 놀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빠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입니다. 같이 놀아주세요. 그게 최곱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