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8/12/05 21:39:35
Name Rorschach
Subject [일반] 모털 엔진 (Mortal Engines)

오늘 개봉한 영화 "모털 엔진"을 보고왔습니다. 관람 장소는 용아맥이었네요.

[일단 스포일러는 없을테지만 전체적인 흐름이나 분위기에 대한 기술은 있을 예정이니 민감하신 분들은 고려해주세요.]




원작 소설도 안봤고, 요즘엔 영화는 예고편을 아예 안보기 때문에 대략적인 장르만 알고 아무것도 모르고 보러 들어갔습니다.
아, 휴고 위빙 아저씨 나오시는건 알고있었네요. 그런데 북미 현지의 상영 전 반응도 별로고 흥행 전망도 폭망 수준이라고 해서
기대는 아예 내려놓고 그냥 큰 화면이나 즐기자는 심정으로 관람을 했습니다.

결론 부터 말씀드리자면 생각보다 나쁘지 않게 봤습니다. 하지만 잘 만든 영화라고는 결코 말하기 힘들고, 다른 사람에게 추천을
할 수 있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그것도 선뜻 대답하기가 힘든 그런 영화였습니다. <~~의 제작진>만을 홍보의 전면에 내세울 경우
영화에 내세울게 딱히 없다는 이야기라서 결과도 별로인 경우가 대다수인데 그나마 그런 것 치고는 선방이라고나 할까요.

영화의 도입은 간단합니다. 양자폭탄이 사용된 (영화 시점 기준으로) 먼 과거에 벌어졌던 60분 전쟁으로 세상이 거의 파멸하고 
황폐화 된 지구에서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시대가 배경이고 이를 짧게 설명하면서 시작합니다. 배경 설정이 나쁘진 
않긴 한데 워낙 크게 벌려놓고 시작하는 느낌이라 일단 던져놓고 보는 "~~의 시작" 느낌으로 끝나는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시작하자마자 들었지만 다행히 영화 자체는 확실히 완결성을 가지고 끝이납니다.

아무래도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은 느낌의 영화이니 제가 느낀 단점들을 먼저 좀 말씀드려보면,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다 넣었습니다. 상영시간이 128분으로 아주 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길다면 긴 시간인데 그 시간안에 다 
소화하기 힘든 요소들을 넣었습니다. 핵심이 된다고 볼 수 있는 캐릭터의 수도 적지않고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와중에 그나마 대부분의 캐릭터의 목적은 뚜렷하게 보여주긴 합니다. 문제는 목적은 명확하게 보여주지만
여자주인공을 빼고 나머지 캐릭터들은 "왜" 라는 부분이 다 빠져있습니다. '그래 니들의 목적은 내가 확실히 알겠어. 그런데 대체 
왜 그러는건데?' 라는 생각이 든다는거죠. 다만, 이게 캐릭터들의 움직임에 개연성이 없다는 말 까지는 아닙니다. 그냥 각각의
등장인물들에게 더 많은 이야기들이 이전에 펼쳐졌었겠구나 싶은 정도. 하지만 관객이 그걸 다 알 수는 없죠.
그리고 그와중에 초반에 핵심 인물처럼 보여줬던 캐릭터가 중반 이후에 그냥 공기가 되어버리는 문제도 있습니다.
또 전체적인 배경이 두 큰 이념의 충돌상태로 이루어져있다고 여러차례 보여주는데 영화를 다 보고나면 사실 쟤들 왜 갈등구조가
형성되어있는건지 의아해지기도 합니다.
차라리 과감하게 3시간으로 만들던지, 아니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2부작 정도로 하던지, 그것도 아니라면 각색을 통해 이야기를 좀 더
줄였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한국판 포스터에 "움직이는 도시들의 전쟁" 이라고 떡하니 적어놨지만 그런거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들" 아니예요.
극초반에 추격전이 나오고 그 부분은 매우 괜찮긴 한데 이후에 "움직이는 도시"라는 소재를 제대로 활용한 액션장면은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관람후에 글들을 좀 찾아보니 예고편에서 그런 부분을 기대하셨던 분들이 많더라고요.

이야기의 흐름 자체가 엉망인 것은 아닌데 그렇다고 딱히 매력적이지가 않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예상범위 내에서 흘러가는 느낌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그리고 하려는 이야기가 많다보니 중반부까지 핵심적인 부분에 대한 전개가 별로 없다가 중후반부 돌입하면
이야기가 급전개 되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단점만 신나게 이야기했는데, 그럼에도 나쁘지 않게 봤다고 느꼈던 이유는,
일단 사람들이 기대했던 전쟁과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액션장면들을 소소하게 많이 보여줍니다. 거기에 핵심 배경이 일단 움직이는
거대한 기계도시이기 때문에 큰 화면에서 금속 마찰음 울리는거 들으면서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휴고 위빙을 제외한 다른 주조연들이 신선한 얼굴들이어서 좋았습니다. 여주인공은 아예 작품을 처음 보고, 남주인공은 
나중에 찾아보니 두어작품 봤던데 지오스톰에서 봤던 것 같기도 한 그런 정도였거든요. 매우 인상적이었던 "지혜" 라는 배우분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휴고 위빙이 중심을 잘 잡아주고요. 휴고 위빙이 대사치는건 언제 들어도 좋더라고요.
앞선 단점이야기에서 살짝 말했지만, 반지의 제왕 시대 이후에 이런 영화에서 흔히 보여줬던, 이런저런 상황 다 나열해놓고 정작 
클라이막스 부분에서는 일부분만 해결하면서 '거대한 전쟁의 서막'만 열고 끝나는게 아니라, 적어도 본편에서 다루었던 내용들은 
이야기를 완결시킨 부분도 마음에들었습니다.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킬링타임용으로 큰 화면에서 즐기기에 나쁘진 않은 영화였다.' 정도네요.
그냥 적당히 만든 블록버스터 영화들 즐기시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즐기실 수도 있겠다 싶긴 한데 그래도 추천은 좀 망설여지는
정도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8/12/05 21:48
수정 아이콘
(스포있음)


원작이 <견인도시 연대기>라는 4부작 소설이라 등장 인물들이 많은 편입니다. 슈라이크도 다시 나오고 안나 팽도 다시 나와요. 하지만 오늘 보니 이번 영화로 완결지을 생각인 것 같더라구요.

사실상 진주인공 중 하나인 슈라이크의 비중을 대폭 낮췄는데 그럴 거였으먼 아예 빼는 것도 나쁘진 않다 싶습니다. 그리고 죽을 사람들 몇몇을 살려 줬어요. 그러다 보니 쟤들은 여기 왜 있지 싶은 캐릭터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원작에서는 런던에 있는 사람들이 전원 몰살.. 장벽 너머 대도시도 초반 경고에 시큰둥하다가 두개인가 몰살당하거든요. 메두사가 아마 직접 빔을 날리는 게 아니라 하늘에 있는 위성에 접속하는 도구였던 걸로.
Rorschach
18/12/05 22:55
수정 아이콘
원작을 못 본 상태에서도 사실 슈라이크라는 캐릭터를 보면서 쟤는 저 정도로 보여주고 끝낼게 아닌데 저럴거면 그냥 빼는게 낫지않나 싶었었거든요. 역시 원작에서 훨씬 비중이 큰 캐릭터였군요.
레드후드
18/12/05 21:57
수정 아이콘
원작 소설을 먼저 읽어봤는데 참 실망했던 기억이 나네요.
18/12/05 22:05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덕분에 마음 편하게 패스할 수 있겠습니다. ㅠ
닭장군
18/12/05 22:06
수정 아이콘
케이노 윈스. 패이탈모띠.
(뚱씩 뚱씩 뚱씩 뚱씩)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8/12/05 22:06
수정 아이콘
티저보고 스팀펑크 간지를 기대했었는데 그정도는 아닌가보군요.. 다시 고민해야겠네요
18/12/05 22:12
수정 아이콘
칭찬을 못했는데 아트디렉팅 팀은 잘했습니다. 스팀펑크 느낌 잘 살렸어요.
Rorschach
18/12/05 22:54
수정 아이콘
아 본문에 해당 내용을 쓰고싶었는데 생각보다 길어지다가 까먹었네요.
저도 스팀펑크 느낌은 충분히 잘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전 예고편을 나중에 봤지만) 예고편에 등장하는 그런 추격전 시퀀스가 처음에 한 번 나오고 다시는 안나온다는 의미입니다.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8/12/05 23:11
수정 아이콘
답변 감사합니다 아 고민되네 크크크
카스가 아유무
18/12/05 22:34
수정 아이콘
아 움직이는 도시들간의 전쟁이 아니라니 그거 하나때문에 보고싶었는뎅 아쉽네요
及時雨
18/12/05 22:47
수정 아이콘
마치 다크타워 영화판 같은건가 보군요
Rorschach
18/12/05 22:54
수정 아이콘
전 다크타워는 못 봤는데, 그래도 다크타워보다는 낫다는 평들이 있긴 하더라고요.
及時雨
18/12/05 22:55
수정 아이콘
사실 원작을 아예 무시하지 않는 이상 다크타워급이 나오기도 힘들긴 합니다 따흐흑
Rorschach
18/12/05 23:09
수정 아이콘
왜 갑자기 영화판 다크타워가 보고싶어지는걸까요 크크
사실 다크타워 역시 원작 소설은 안봤지만 영화판 두 주연을 좋아해서 꼭 보려다가 당시에 도저히 시간이 안돼서 못봤었거든요. 하지만 이후의 평가가...
及時雨
18/12/05 23:10
수정 아이콘
한번 보는거까지는 그렇게 나쁘진 않은데 원작은 그냥 이름만 갖다쓴 1회용 영화라서...
원작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으시면 시간 때우기로 보실만은 할지도 몰라요...
18/12/06 01:52
수정 아이콘
제가 그런 원작지식이 없이 본 경우인데,
그냥 B급영화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18/12/06 10:28
수정 아이콘
매튜 매커니히랑 이드리스.엘바 데려다놓고 영화 작살내는 것도 재주입니다 재주 정말
18/12/05 23:15
수정 아이콘
스토리 생각안하고 아이맥스 3D 같은 대형스크린 3D로 보면 재미있게더라구요.
피터잭슨의 ‘반지의 제왕’이 얼마나 위대한 작품인지 새삼 느끼며 극장문을 나왔네요.
retrieval
18/12/05 23:54
수정 아이콘
매드맥스 같은 영화인가요? 혹시 보셨으면 둘중 뭐가 더 나으셨어요?
Rorschach
18/12/06 00:03
수정 아이콘
어...음... 그건 비교 할 레벨이 안된다고 봅니다 크크
개인적인 소감으로, 대학 학점으로 제가 점수를 매긴다면 때 매드맥스가 A+라면 이 영화는 잘봐줘서 B- 정도요.
시네라스
18/12/06 00:49
수정 아이콘
스팀펑크기도하고 초반 시퀀스는 다른 영화랑 비교할수 없는 스케일이 있었는데 중반부터 캐릭터들이 새기 시작하면서 그냥 매드맥스 다시보고 싶다라는 생각만 들더군요. 우리 원작 설정 이렇게 많이 있다! CG로 보여주고 싶은게 이렇게 많다! 하다가 너무 많은게 섞이고 제대로 풀어내지도 못해서 헛웃음 나오려던걸 간간히 참으면서 봤습니다. 잡다한 캐릭터와 설정들 쳐내고 처음에 보여줬던 그런 로망(?)을 최후반 하이라이트에 한번 더 끝내주게 재현해줬으면 오락영화로 최고 점수를 줄수 있었을건데 그냥 평범한 액션 블럭버스터행...
18/12/06 01:32
수정 아이콘
때깔은 좋았는데 캐릭터가 진짜... 이거 진짜 원작소설 캐릭터 설정 맞을까요? 전혀 다를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배경에 이런 캐릭터를 쓸 수가 있는지...
18/12/06 10:17
수정 아이콘
전 기대치보다 훨씬 재밌게 봤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좀 더 다뤄도 될만한 부분을 거두절미하고 다 쳐내서 이야기 진행이 급한건 있지만 그래도 핵심적으로 다룰건 다 다루더군요.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도 서사가 부족한 경우도 있지만 나름대로 제 몫은 다 하네요. 그냥 버려지는 캐릭터는 없었습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슈라이크 부분이 아주 마음에 들어서 +점수 들어갔습니다. ^^
미술쪽으로는 스팀 느낌은 덜 나지만 충분히 볼만한 그림은 됩니다.
18/12/06 10:29
수정 아이콘
'예쁜 쓰레기'가 딱 어울리는 영화였어요. 매력적인 설정과 유려한 디자인이 담긴 포장지가
편집에 쫓겨 잔뜩 구겨진 상태로 짜잔, 이게 우리 영화야 ! 재밌지 ? 라고 말하는데. 음...어....
박민하
18/12/06 18:08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한 점수를 매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소재가 참신하다 못해 난생 첨보다 보니 가산점을 줄 수 밖에 없는...
박민하
18/12/06 18:10
수정 아이콘
견인도시 버전 리얼스틸로 내놓았다면 101점을 줬을텐데ㅠㅠ
언급만 나온 빙하도시나 다양한 무기등을 그 스케일로 봤다면...
Rorschach
18/12/06 18:20
수정 아이콘
맞아요.
하지만 그 소재의 활용이...... 크크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9168 [일반] [후기]사치의 극을 달리는 Bose Sleepbuds를 사고 착용을 해본 후 Day1. 청력검사해봅시다. [13] 랜슬롯10689 18/12/06 10689 1
79166 [일반] 모털 엔진 (Mortal Engines) [27] Rorschach7601 18/12/05 7601 1
79165 [일반] 변희재씨 생각보다 구형이 쎄게 나왔네요 [43] Jun91112288 18/12/05 12288 0
79164 [일반] [잡담] 유치원 합격(?) 하셨나요? [43] The HUSE8372 18/12/05 8372 1
79163 [일반] 코스트코 내년 5월 24부터 삼성카드 대신 현대카드로 [33] 사업드래군9255 18/12/05 9255 0
79161 [일반] 이사하면서 지른 물건들 목록 [91] 비싼치킨12940 18/12/05 12940 15
79160 [일반] 중국 자본의 유럽진출 현황 [99] aurelius13501 18/12/05 13501 4
79159 [일반] 이수역폭행 사건 당사자여성측이 경찰조사 후 글을 올렸습니다. [106] 아지매16310 18/12/05 16310 2
79158 [일반] [여행]일본여행 올해 1년 12달간 12번갔던 후기 모아서 올려봅니다(다소 스압) [39] 요한11014 18/12/05 11014 16
79157 [일반] 숙명여대 vs 경인중학교 대자보 사건 [380] 치열하게40614 18/12/05 40614 4
79156 [일반] 일방적으로 철회 가능한 브렉시트? [28] 알레그리9409 18/12/05 9409 0
79155 [일반] (부분 번역) 형벌의 경중이 판결에 미치는 영향 [28] OrBef7131 18/12/05 7131 6
79154 [일반] 물들다 [1] 3704 18/12/05 3704 0
79153 [일반] 여자친구랑 헤어졌습니다.TXT [43] Demi9452 18/12/05 9452 5
79151 [일반] 자신 있으십니까? (feat.참언론인) [55] 덴드로븀11169 18/12/04 11169 15
79150 [일반] 제 7광구 수백조원 가치의 석유와 가스 [22] 잰지흔11025 18/12/04 11025 0
79149 [일반] [뉴스 모음] No.217. '한미동맹 균열' 가짜 뉴스의 처벌이 고작 '전보 발령'?? [32] The xian8757 18/12/04 8757 20
79148 [일반] 나만의 트랙리스트 12곡 [1] 타케우치 미유5608 18/12/04 5608 1
79147 [일반] 맥도날드에서 만난 12년전의 나 [6] anddddna6510 18/12/04 6510 11
79146 [일반] 국내 공공/대학 도서관 장서 순위 [33] 인간흑인대머리남캐17091 18/12/04 17091 3
79145 [일반] (좀 많이 늦은) V30 한달 사용 후기 [58] Serapium9231 18/12/04 9231 8
79144 [일반] 온라인서점분야 여성이 남성보다 구매 많다는 통계도 맹점있는거 아닌가요 [59] 삭제됨9518 18/12/04 9518 4
79143 [일반] 남녀간에 '엄청 친한' 친구가 불가능한 이유 [171] adwq2231126 18/12/04 31126 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