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보디빌딩을 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꽤나 꾸준히 운동은 해오고 있습니다. 중량을 늘리고, 식단을 조절해가며 몸매를 다듬지는 않습니다만, 매일 30분 정도 가벼운 조깅과 간단한 웨이트 정도는 어지간하면 쉬지 않고 지속해왔습니다. 목적이 여름 바닷가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신진대사를 유지하는 것이긴 하지만 분명 운동을 하고는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운동'이라하면 보디빌딩을 의미한다고 믿더라고요. 저는 체격이 왜소하여 소위 '멸치'라고 불리는 체형입니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저는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면 허세부리는 허풍선이, 혹은 게으른 사람으로 취급되기 일쑤입니다. "운동 했다는 놈이 몸이 왜 이래?" 꾸준히 운동을 한 사람이라면 모두 두꺼운 양감의 근육을 지닌 보디빌더여야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그냥 누구를 만나건 '아뇨, 운동 안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얼마 전에도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퇴근 후 회사 헬스장에서 예의 가벼운 생활체육을 하고 나오다 회사 사람 무리를 마주쳤는데, 그 중 한 명이 '오, 운동 다니시나 봐요? 자기관리하시네'라고 언급하자 현행범으로 검거된 저는 빠져나갈 도리가 없이 범행을 인정하고 말았습니다. "네, 운동 조금씩 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어김 없이 무리 중 하나가 제 체격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몸을 툭툭 쳐보더니 "쓰읍, 왜소하고 운동 아예 안한 몸인데? 껄껄."하고 제 범행을 배심했습니다.

저는 제가 오랫동안 강도 높은 보디빌딩을 지속하여 준프로급의 몸을 보유했으니 검증해보라는 요청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저 운동을 하고 있다는 발언만 했을 뿐인데도, 저러한 품평이 거침없이 들어오더라고요. 결국 저 소리를 안 들으려면 애초에 운동을 안 한다고 못 박는 것이 낫습니다. '운동하는 사람' 그룹에 분류되면 그 기준에 따라 저의 30분*5년의 시간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허공에 날린 시간이 되지만, '운동 안하는 사람' 그룹에서는 그래도 체격에 비해 몸이 튼튼하고 야무진 친구가 되거든요.

그래서 저는 운동을 하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말할 겁니다. '아뇨, 저 운동 아예 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