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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8/07 00:20:45
Name The xian
Subject [일반] 며칠 전, 한여름 밤의 괴상한 꿈
휴가를 갔던 것인지 그냥 여행을 간 것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4-5층 정도 되는 목조건물 숙박업소에 혼자 묵고 있었다. 며칠을 묵었는지 모르겠다.
목조건물이지만 꽤 컸다. 객실층 사이에 레스토랑도 한 층 있었다. 넓은 앞뜰도 있었고, 근처에는 병원도 있었다.
레스토랑에서 파는 음식은 끽해야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수준이었지만 처음에 먹을 때에는 굉장히 맛있었고 정상적인 요리로 보였다.

내가 이 마을이 이상하다고 느낀 건, 근처의 병원이 좀 이상했기 때문이다. 그 병원은 문전성시였지만 좀 이상했다.
(무엇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 길고 어려운 병명을 들이밀며 거기에 맞는 진단서를 끊어준다고 대놓고 써붙이고 있었다.
날마다 병원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진단서를 떼기 위해서 가는 것이었다.

내가 갔을 때 그 병원의 의사는 자네에겐 이러이러한 병이 있어서 내가 치료도 해 줄 수 없고 진단서도 끊어줄 수 없다고 했다.
약은 줄 수 있지만 보장을 하지 못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내가 잘못 왔다고 느꼈지만 그 병원에는 내가 나가면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병원을 갔다오고 나서 뭔가 위화감이 들기 시작했다.
밤에 잠을 못 자기 시작하고 뭔가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마침 다음 날은 호텔 레스토랑에 있는 사람들에게 팥빙수가 서빙되었는데,
나는 유리그릇 안에 담긴, 빙수 안의 고명이 팥이 반, 나머지 반 정도는 작은 갑각류나 벌레가 꼬물거리는 것을 보고 완전히 역겨워져 버렸다.

밥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 묵던 곳을 빠져나갔다.


역에 다다랐다.

역으로 가야 하는 계단이라고 안내받은 나선으로 된 콘크리트 계단을 정신없이 내려가고 있는데
내가 알지도 못한 사이에 계단의 경사는 내려갈수록 가파르게 변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잡던 난간이 없어지려고 할 때쯤에는 더 이상 계단이 아닌 좁은 낭떠러지나 마찬가지였고
도착해야 할 역 대신 까마득한 검은 바닥이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위를 올려다보니 내가 내려왔던 계단은 전부 바스러져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가지고 있던 캐리어도 떨어지고 난간을 잡고 있던 손도 놓치면서 나도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

며칠 전 밤에 꾸고 난 꿈인데, 깨자 마자 너무 괴상한 기분이 들어 생각나는 대로 메모를 끄적거렸습니다. 그래서 메모가 두서가 없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중간에 툭툭 끊어진 것을 도저히 살려낼 재간이 없습니다.
그 때도 기억을 못 살려냈는데 며칠 된 지금에 와서는 아예 못 살려내겠지요.
꽤 오랜 만에 긴 꿈을 꾸었던 것 같은데 이런 꿈이라니. 참으로 괴상한 일입니다.

그런데 제가 만약에 다시 이 꿈을 꾼다면 지금도 어디로 떨어지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좀 오싹합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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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07 00:26
수정 아이콘
꿈을 꾼게 아니라면..? 현실에선 떨어지고 있고, 게시판에 글을 쓰고 있는게 꿈속의 모습이라면?
생각안나
18/08/07 00:33
수정 아이콘
님아 이게 꿈이에요 얼른 일어나세요
무민지애
18/08/07 00:53
수정 아이콘
키크실라는 모양입니다...혹시 로맨스 이런거 빼고 쓰신거 아닙니까
보통 개꿈들은 단편이 많은데 드물게 장편을 꾸기도 하지요. 그럴때면 아침에 일어나면 참 아쉽더군요.
중간에 잠깐 깼을때 기록을 했으면 영화 시나리오 한편 나올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아마데
18/08/07 00:57
수정 아이콘
영화 스토리명 다행이지 짝사랑 하는 사람이랑 사귀는 꿈을 꾸다 일어나면 뭐라도 두들겨 패고 싶은 심정이죠
eternity..
18/08/07 01:2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첫 사랑의 그녀를 꿈속에서 만나서 분위기 연출하려고 하면 왜 그녀가 한마리의 댕댕이로 화해있는지 모르겠습니다 ㅠㅠ (잠 깬후 괜히 옆에 누워있는 시추 뿅이에게 궁디팡팡으로 화풀이??? 하긴 합니다만...............)

그와 별개로 시안님의 꿈은 N모 사이트에서 연재하시는 '오성대' 작가님의 '기기괴괴' 작품중 일부와 플롯이 비슷해 보여 흥미롭네요.

링크 첨부합니다.

https://m.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557672&no=233&week=thu&listPage=1
18/08/07 01:10
수정 아이콘
진짜 재밌네요.
뽀롱뽀롱
18/08/07 01:36
수정 아이콘
꿈이야 다 그런거지만 주요 키워드가 위화감이네요

개꿈이라면 개꿈이겠지만

삶의 균형이 깨진 것에 대한 심리가 반영된건 아닐까요?

소소하게 근황을 적어주시던 것을 보고

일이 잘풀리셨으면 하고 기원하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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