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같이 땀에 젖은 에어리즘이 등에 딱 달라붙어 있던 무더운 여름 아침
지하철에 올라타 990원으로 결제한 멜론을 켜 뚜두뚜두를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심코 쳐다본 바닥에는 신용카드인지 체크카드인지 모를 카드가 나뒹굴고 있었다.
이미 포화된 3호선 전동차였고 승객들은 카드위에서 탭댄스를 추고있었다.
뭔가 안타까운 마음에 타이밍을 잡아 카드를 주웠다.
생각보다 카드엔 많은 정보가 없다. 적어도 주인을 찾아 주기에는..
.
의자에 앉아서 '경찰서? 우체국? 역내 고객센터? 유실물보관소? '
고민하다가 뒷면을 보니. 습득시 카드사로 전화해달라는 내용이 있었다..
고객센터번호도 친절히 적혀있다.
3번의 통화 끝에 상담사와 연결이 되었다
- 엽세여
-네 고갱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카드를 주웠어요.
카드번호 및 이름등 몇 가지를 확인 하고 습득자의 개인정보를 분실한 사람에게 알려도 되냐고 물어본다.
내 번호 어차피 공공재인걸... 상관없다고 대답했고
한 시간뒤에 카드 주인에게 연락이 왔고 서로 어떻게 전달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내가 주은 역 고객센터에 맡기면 찾아가시는 걸로 합의를 보았다.
역 고객센터가 거의 비밀던전 수준으로 위치해있어서 찾는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그날 밤에 무사히 카드 잘 찾았다는 문자를 받고 나는 뿌듯해 했다.
갈 사람도 없는데 무슨 생각이었는지 티몬에서 gs25 뮤직앤비어 페스티벌티켓을 2장 샀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더울 것 같고, 진짜 같이 갈사람이 없었고, 마침 페스티벌 당일 다행히도 일이 생겨서
처분할 명목이 생겼다.
'택배비포함해서 두장을 만 이천 오백원 주고 샀으니 난 만오천원에 팔아야지 히히'
생각 후 중고나라를 들어간 후 혹시몰라 시세를 검색해 보았는데 티켓값이 거의 4배 가까이 뛰어있었다.
아..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내가 돈이 없지 양심이없냐..
시세보다 훨씬 싸게 올렸더니 문자함이 폭발했다.
두 시간 뒤에 어떤 누나이모같은 여성분이 와서 빠르게 사가셨다.
- 못 가시게 되었나봐요 ㅠㅠ
- 네.. 제가 일이 있어서 ...(아닌건 아닌데 맞기도 맞아요)
- 덕분에 제가 가게 되었네요 ^^
- ? 네. ? 하하
이렇게 난 또 생애 최초의 페스티벌 입장기회를 놓쳤다.
태안 구례포 해수욕장에서 2박3일간 캠핑을 반강제적으로 하고왔다.
그곳은 사람도 별로 없고 생각보다 선선했고 예상보다 모기가 많았으며
기대만큼 먹을 것은 많았다.
텐트 치고 자본적은 있는데 캠핑은 거의 처음이었다.
같이 간 사람들은 대부분 피지알 평균인 30대 중후반~40대 분들이었고 캠핑고수였으며 무엇이든 넉넉했다.
그냥 의자에앉아 바람을 맞고, 튜브를 끼고 물에 들어가고
배드민턴을 치고 드론을 날리고 고기를 굽고 술도 마시고, 블루투스 마이크로 노래도 부르고
젊은 감각으로 DJ도 하고, 드라이브도 하고
모든게 새로웠고 재밌었다. 사람들은 여유있었다.
딱히 느끼거나 배울만한 활동은 아니었지만 하나 느낀게 있다면
[나도 여유 있게 살아야겠다. 그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