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벌써 20년 가까이 지난 이야기이다.
그 당시 나는 신입사원 교육이 혹독하기로 유명한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젊은 남자들이 보통 그러하듯이, 서로 약간의 탐색전 끝에 담배 피우는 시간을 기회로 조금씩 친해지게 되었다.
어색했던 감정도 잠시, 되지도 않은 얘기를 해가며 벌써 어떤 이들은 서로 말을 트기 시작했다.
같은 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름도 모르던 그 친구와는 담배를 피우는 시간에서야 나는 처음으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아마도 담배가 다 떨어졌는데 차마 담배 한 대 달라는 얘기를 못 하던 그 친구에게 내가 담배를 권하면서 대화를 나눴던 것 같다.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심할 정도로 낯을 가리던 그 친구가 그나마 살갑게 굴었던 게 나였던 거 같다.
1주일, 2주일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친구들은 이미 몇 년이라도 사귄 불알친구라도 되는 마냥 서로에게 살갑게 굴기도 했다.
그럴 만도 했다. 온종일, 잠자는 시간만 빼면 서로 붙어 지내니 제법 넉살 좋은 남자들에게는 충분히 가까워질 시간이리라.
하지만 그 친구는 여전히 높은 담을 치고 있었다. 먼저 말을 거는 경우도 없었고 먼저 나서지도 않았으며 누구의 눈에도 띄길 원하지 않았다.
웃기는 이야기지만 그 당시 교육 중에는 행군도 있었다. 여자들도 고려해 만들어진 그다지 어렵지 않은 행군 코스를 그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척 힘들어했다.
그때부터 우리는 알았어야 했다.
아니, 나는 적어도 알아야 하지 않았을까? 그나마 조금이라도 의지하고 있었던 게 나였으니까.
교육 과정 중 자유 주제로 연극을 해야 하는 과정이 있었다. 어떤 걸 주제로 연극을 할까 고민하던 중 누군가 아이디어를 냈다.
소심한 신입 사원이 활기차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바뀌는 모습을 연극으로 만들자고 했다.
당연히 그 친구를 모티브로 한 것이었고 주인공도 그 친구가 맡기로 했다.
우리는 의외로 쿨하게 주인공을 맡겠다고 한 그 친구에게 격려를 보냈지만, 그 친구의 내면은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그 날 밤에 일이 벌어졌다.
나중에 그 친구 아버지를 뵈었다. 절망스러운 모습의 그분은 나에게 물었다. 혹시 누가 때리지 않았는지, 누가 괴롭히지 않았는지.
사실대로 대답했다. 그런 일은 없었다고.
나도 머지 않아 퇴사를 했고 그 뒷소식은 알지 못 한다.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는 타인을 이해했다고 또는 배려했다고 쉽게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건 나를 위함이 아니였을까?
정답이 없기에 더더욱 답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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