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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7/31 14:49:57
Name 녹차김밥
Subject [일반] 더운 날 소변을 보면 더 더워질까?
이제는 유명한 과학(?)상식, 다들 아실 겁니다. 소변을 보고 나면 왜 몸이 부르르 떨리는가. 쉽게 표현하는 사람들은 소변이 나간 만큼 몸의 열이 빠져나가니까,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부르르 떨면서 열을 발생시키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개념상 완전히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좀 많이 단순화한 설명입니다. 몸에서 배출된 소변은 체온과 같은 온도이고, 소변을 보는 상황은 같은 체온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체중이 급작스럽게 줄어든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열용량이 감소하게 됩니다. 열용량(C)은 물체의 비열(c)과 질량(m)을 곱한 값으로, 어떤 물체의 온도를 1℃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입니다. 열용량이 감소했다는 것은 쉽게 말해 이 물체가 같은 열량을 잃더라도 이전보다 온도변화가 크다는 말이 됩니다. 체온이 쉽게 떨어진다는 거죠.

아니, 다 필요 없고 한마디로 말해서 '질량이 작아졌으니 체온이 쉽게 떨어진다.'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더 직관적이죠?

결국 체온이 감소하게 되고, 이를 보상하려는 방법으로 부르르 떨게 된다는 결론은 같습니다. 이걸 굳이 복잡하게 표현했던 이유는, 예전부터 가져 왔던 해결되지 않은 의문이 있기 때문입니다. 위의 모든 상황은 사실 주변 온도가 체온보다 낮은 경우를 상정한 경우입니다. 살면서 그렇지 않은 경우를 경험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요즘 같은 때를 제외하면 말이지요.

그래서 [주변 기온이 37도를 넘는 상황, 체온보다 높은 상황에서 소변을 보면 어떻게 되느냐], 가 제 오랜 의문이 되겠습니다.

첫 번째 가능성은 [전혀 떨지 않게 된다. 소변을 보고 나면 오히려 더 더워진다.]입니다. 위의 논리에 따라 열용량이 감소한 상태가 되니, 주변 온도를 따라 체온이 더 급격하게 상승하게 됩니다. 그러면 부르르 떠는 게 아니라 아예 반대의 일이 벌어져야겠지요. 갑자기 소변을 봤는데 온몸에 땀이 주르륵 흐르는 증상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두 번째 가능성은, [그래도 부르르 떤다.]입니다. 소변을 보고 나서 떠는 행위가 너무나도 효율적이고 진화적으로 대부분 상황에 유용한 패턴이었으므로, 아예 유전자 레벨에서 새겨졌을 경우 그럴 수 있습니다. 외부 온도고 뭐고를 떠나서 소변->부르르의 패턴으로 강제 코딩되어 있을 수 있다는 얘기지요. 미시적으로 비합리적이지만, 찾아보면 이 정도의 예는 꽤 있을 것 같습니다. 진화란 게 그런 그니까요.

어릴 때부터 품어 온 의문입니다. 적도 인근의 열대 지방에서 간단히 실험해볼 수 있을 텐데... 하고 아쉬워해 왔던 거지만, 드디어 실험의 기회가 한국에도 찾아오는 분위기입니다. 혹시 실험해 보시고 결과를 알려주실 용자분이 있을 지도 모르겠군요?!

이상 더위 먹어 남겨 보는 뻘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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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아아
18/07/31 14:57
수정 아이콘
크흠..화장실에서 생각날법한 가설이군요...피지알러 평균이신거 같습니다.
녹차김밥
18/07/31 15:14
수정 아이콘
어휴 별말씀을요. 평균에는 한참 못 미칩니다. 평균이라도 가려면 소변이 아니라 다른 쪽이라야..
유리한
18/07/31 15:24
수정 아이콘
으으음.. 일단 체온보다 높은 실외에서 싸야겠는데..
지금 프로젝트가 을지로에서 진행중이라 이거 실험이 쉽지 않겠네요..
녹차김밥
18/07/31 15:30
수정 아이콘
화...화이팅입니다
회색사과
18/07/31 15:26
수정 아이콘
소변을 보고 손으로 받아 따뜻한지 (온도가 내 체온보다 높은지) 차가운지(소변이 내 체온보다 낮은지) 확인하면 되겠네요.

손이 말단부라 동체와 온도차이가 난다 싶으시면 그냥 바지에 쉬하시고 뜨끈한지 차가운지 느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녹차김밥
18/07/31 15:33
수정 아이콘
소변이 몸 밖으로 나오기 직전까지는 완벽히 체온과 동일하고, 몸을 나온 직후부터는 몸보다 소변 쪽이 더 빨리 식거나 데워지므로 합리적인 방법..! 이 아니고, 현실은 기화열로 인해 계산이 복잡해지므로 fail.. ㅠㅠ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바지에 쉬하신 다음 후기 부탁드립니다!
사업드래군
18/07/31 15:47
수정 아이콘
이론적으로 소변은 체온과 동일합니다. 하지만 소변의 대부분은 물이므로 비열이 신체의 다른 기관보다 훨씬 더 높습니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소변이 체내에서 빠져나가면 아주 일시적으로 체온이 감소합니다.
하지만빠져나간 소변의 양은 체중의 수백분의 일 밖에 되지 않으므로 그 효과는 미미하고, 더군다나 우리 몸은 음식물의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시적으로 체온이 내려갈 수 있으나 그 효과는 미미하고, 곧 다시 회복됩니다.
녹차김밥
18/07/31 16:07
수정 아이콘
네. 일시적이고 미미한 체온변화에 따른 몸의 반응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위에 그 비열 부분이 흔히들 혼동하시는 부분 중에 하나인데요.. 소변이 배출되면서 우리 몸의 열을 빼앗아서 나가는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변의 비열이 높은지 낮은지는 이 경우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몸의 입장에서는 같은 온도를 유지하던 몸의 일부가 빠져나가서 더이상 몸의 일부가 아니게 된 상황일 뿐이므로, 소변을 본 이후의 일시적 체온 변화는 단지 질량 변화로 인한 열용량의 감소 효과입니다.
강호금
18/07/31 16:17
수정 아이콘
소변 누고나서 몸을 떠는게 체온이 떨어져서 그렇다... 가 또 아니라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그게 완벽히 증명된 상식은 아닌가 봅니다.
녹차김밥
18/07/31 16:25
수정 아이콘
사실 제 질문이 그 근본적 의문과 약간은 연계되어 있는 부분이기는 합니다. 실제로 이루어지는 약간의 체온하강에 대한 보상이냐, 아니면 체온하강이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신경적/호르몬적인 반응에 의해 나타나도록 되어 있느냐 를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지요. 이 글을 쓰기 전에 혹시 새로운 이야기가 있나 간단히 검색해 봤는데, 서로 배치되는 이야기라기보다 한 가지 현상에 대한 다른 관점 같은 것들이 많긴 했어요.
18/07/31 20:24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근데 이 글 보고 화장실 가신 분들? 크크
Janzisuka
18/07/31 23:17
수정 아이콘
오늘 한낮에 소변을 보았는데
시원해지는 기분이었어요....!!! 뭐 제 기분이...
공실이
18/08/01 06:53
수정 아이콘
2번 가능성에 한 표 던져봅니다! 실제로 소변을 보고 체온이 변화되기까지 시간은 상당히 오래걸리는데 미리 부르르 떠는것을 보면 그저 오랜 진화의 결과적 반응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필깍이
18/08/01 10:40
수정 아이콘
자, 이제 이 글에서 '소변'을 '대변'으로 바꿔읽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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