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8/07/31 12:12:56
Name VrynsProgidy
Subject [일반] (소소한 일상글) 동대 상근병에게 받은 문자 이야기

날씨가 덥다. 올 여름 초 죽다 살아난 반환자인 나에겐 참혹 할만큼 덥다. 사정 상 에어컨이 없는 환경에서 몇 시간을 앉아 있어야 하다 보니 더더욱 덥게 느껴진다.

원숭이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던 식욕도 성욕도 푹 찌는 더위 앞에 고개를 숙인다.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그런데 먹고 살기 위해서는 계속 무언가를 해야한다. 와중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받아보니 상근으로 동대에서 근무 중인 사람 인 것 같다. 예비군 소집 통지 때문에 전화 드렸다고 한다. 엥? 나 예비군 동미참 다 끝났는데? 되물어보니 아파서 몇 번이나 해를 넘겨 이월 된 작계 2차 보충 세 시간이 남았단다.

과거의 나를 원망하며 알았다고 답했는데, 고발차수인 2차 보충이라 통지서를 직접 수령해야 된다고, 혹시 언제 방문하면 괜찮겠냐고 물어온다. 오늘은 이제 쭉 집에 있을 것 같다고 대답해주니 전화하고 방문하겠다고 답해서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가뜩이나 더워 죽겠는데 짜증 나는 생각을 하기 싫어 통지서에 대해 잊고 다시 하던 일에 집중한다. 그런데 슬슬 어깨와 목이 버티기 힘들 만큼 뻐근한 게 느껴진다. 더위 때문인지 불면증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근육이 놀라 담에 걸린 것 같다. 입에서 튀어 나오는 욕을 가까스로 참으며 대충 옷을 챙겨 입고 병원으로 나선다.

근육 사진을 보고 무슨 차력이라도 하다 왔냐고 황당해 하는 의사 선생님께 근육 주사를 몇 대 맞고, 물리치료를 받은 뒤 잠깐 동네 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돌아오는데 문자가 왔다. 통지서를 가지고 왔는데 사람이 없어서 놓고 갈 테니 서명을 해서 넣어 달라는 내용이다. 아뿔싸 싶어서 통화 내역을 보니 부재 중 전화는 와 있지 않다. 전화를 하고 온다고 하더니 바빠서 그냥 왔나보다, 날씨가 엄청 더운데...

집에 오자마자 허겁지겁 통지서를 꺼내 서명을 하고 미안한 마음에 어서 답장을 한 뒤, 씻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푹 자고 오늘 일어나서 확인해보니, 답장이 와 있었다.

jS3k4pT.png

먼저 솔직히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장 내용에 깜짝 놀랐고, 이내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동시에 들기 시작했다. 나 만큼이나 더웠을 터인데, 언덕을 두 번이나 오르내리며 원망도 했을 법한데 동대에서 교육을 받았다고 해도 저렇게 답장할 수 있는 마음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남한테 티는 안 냈지만 더워서 짜증 내기 바빴던 어제의 나를 반성한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소린이
18/07/31 12:15
수정 아이콘
와......
건강보험증
18/07/31 12:20
수정 아이콘
우와...말도 안 되는 날씨에 정말 멋지네요
걸그룹노래선호자
18/07/31 12:21
수정 아이콘
이 분 최소 미담제조기인거보니 현실에서 만나도 아주 좋은 분이실 것 같습니다.
VrynsProgidy
18/07/31 12:24
수정 아이콘
저는 그냥 길을 걷다가 미담 트럭에 치인 피해자일 뿐입니다...
알카즈네
18/07/31 12:29
수정 아이콘
아니 군인이 '요'자 써도 됩니까? 요즘 군인은 상근이라고 다나까도 모릅니까? 동대장에게 직통으로 민원전화하세요.
걸그룹노래선호자
18/07/31 12:36
수정 아이콘
여긴 유게가 아닙니다. 는 사실 저도 예비군인데 저희동네 상근병하고 비교되서 부럽네요. 진지하게 이 글 가지고 부대에 칭찬하면 상근병 포상받을지도..
김철(33세,무적)
18/07/31 12:38
수정 아이콘
유...유머 하신거죠?
18/07/31 12:44
수정 아이콘
오히려 딱딱하게 예비군한테 다나까 쓰면 난리떠는 동대장들이 많습니다. 예비군들한테는 딱딱하지도 않게 공손하게 말하라고 하고다니거든요 동대장들이
윤가람
18/07/31 13:04
수정 아이콘
띠용
18/07/31 13:04
수정 아이콘
군인이 군인이 아닌 일반인에게는 요를 사용해도 됩니다.
진지는 평양온반 먹었습니다.

예비역은 군인이냐 일반인이냐로 따지고 가시면 답이 없습니다.
알카즈네
18/07/31 13:09
수정 아이콘
그냥 별생각없이 농담삼아 단 뻘글이에요. 오해하신 분들 진지 드시게해서 죄송합니다.
류지나
18/07/31 13:15
수정 아이콘
참고로 요즘은 정말로 권위적인 말투 없애겠다고 다나까 말투 없앴습니다... 요 써도 됩니다.
arq.Gstar
18/07/31 13:54
수정 아이콘
허헉 현역병들도요? 많이 바뀌었네요 덜덜
ioi(아이오아이)
18/07/31 18:10
수정 아이콘
요지 써도 됩니다. 훈련소 떄부터 대놓고 요자 써도 된다고 배우죠.
물론 배치 받으면 요자 쓰면 안된다고 따로 선임이 가르치긴 합니다만 엄밀히 말하면 그게 똥군기죠
킹찍탈
18/07/31 12:36
수정 아이콘
훈-훈
자전거도둑
18/07/31 12:36
수정 아이콘
예비군가면 동대장이 항상 하는 말이 상근애들한테 제발 친절하게 말해달라고 부탁하더군요. 이런 날씨에 돌아다니는 애들한테 짜증난다고 쌍욕하고 난리치는 사람이 있다고....
김철(33세,무적)
18/07/31 12:38
수정 아이콘
그런 사람 꽤 될 것 같은데요...
예비군 훈련장에서 사람들 하는 거 보면...
VrynsProgidy
18/07/31 12:45
수정 아이콘
신기하게 저는 몇 년 예비군 하는 동안 그런 파파괴 케이스를 한번도 못 봤습니다 우리 동네 예비군 아저씨들 다 젠틀하게 하던데... 도시락도 맛있게 나오고 동대장 아저씨들도 친절하고... 예비군 하는 동안 특이한 경험을 한건 장재호 선수 본거 하나 있네요
VinnyDaddy
18/07/31 12:55
수정 아이콘
외계인도 예비역을 받는다니 우리나라 병무행정의 엄격함을 알겠군요.
단아반지
18/07/31 14:13
수정 아이콘
순간 두분 닉네임이 같게 보여서 셀프로 대댓글을 다신줄 알았습니다.
현실에서 만나는 캠릿브지의 연결구과네요.
솔로가좋다
18/07/31 12:47
수정 아이콘
15년전 상근으로 복무했을때 예비군이 갑이라서 어쩔수 없이 굽신 굽신 할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 저 후배님은 진심이 묻어나오는거 같아 기분이 좋네요. 현역병들 보다 편하고 퇴근도 해서 좋지만 나름 진상 예비군들 땜에 힘들때가 많습니다.
에비군님들 상근병 넘 갈구지 마셔요~ 나름 힘듭니다
불로벤
18/07/31 14:09
수정 아이콘
기분좋은 문자네요..흐
현직백수
18/07/31 15:15
수정 아이콘
오우...친절 좀 할 줄 아는 상근병인가~?

추천
18/07/31 21:08
수정 아이콘
칭찬민원 한방이면 엄청 고마워할 것 같습니다. -전직 동원병 출신
VrynsProgidy
18/07/31 22:07
수정 아이콘
혹시 민원을 어떻게 넣으면 좋을까요?
18/07/31 22:16
수정 아이콘
국방부 민원정도면 백프로 포상휴가 가져갈 수 있습니다. 국민신문고에도 같이 해주시죠!
소속과 해당 병사가 누군지 확실히 알수있으면 됩니다. 있었던 일 그대로 쓰시면 되어요~
VrynsProgidy
18/07/31 22:19
수정 아이콘
소속은 아는데 해당 병사 이름은 누군지 모르는데 동대와 핸드폰 번호로 특정 가능할까요? 아니면 동대장님이나 본인한테 물어볼까요? 귀찮게 죄송합니다 포상휴가 얘기 하시니 왠만하면 해드리고 싶어서요 한번만 더 답변 부탁할게요
18/07/31 22:21
수정 아이콘
네 특정 가능합니다. 개인폰으로 수고스럽게 해당 임무 수행하고 있다고 하면 더 괜찮겠네요~ 경험상 백프로 대대에 소환되어서 국기게양식에서 포상휴가 받겠네요 크크크
VrynsProgidy
18/07/31 22:24
수정 아이콘
내일 동 트는 대로 바로 올려야겠네요. 늦은 시간 답변 고맙습니다~
18/07/31 23:37
수정 아이콘
동대상근 출신인데 뭐 욕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8차까지 고발시킨분있었는데 그분도 욕은 안했는데 욕하는거보다 통지서 안받는게 더 짜증이..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9590 [일반] 저커버그 후원 연구팀 "원숭이 뇌에 칩 심어 행동 제어 성공" [47] 타카이12078 19/01/02 12078 0
79116 [일반] 2018년 즐겁게 들었던 K-POP 노래 - 걸그룹 [10] 1절만해야지6946 18/12/02 6946 5
78994 [일반] 이재명 지사는 각을 참 잘 보는 듯 합니다. 죽는 각 말이죠. [113] The xian17731 18/11/23 17731 33
78941 [일반] 어느 훈련병의 일기 (102보충대편) [17] 6169 18/11/19 6169 1
78341 [일반] 나는 왜이리 무식할까. [4] makka6405 18/09/24 6405 1
78261 [일반] 다스뵈이다 32회 정세현, 시리아 그리고 언인플루언싱 [17] 히야시12044 18/09/17 12044 15
78043 [일반] [토막글] 원숭이를 통해 알아본 성차이. [36] kien11604 18/08/29 11604 19
77926 [일반] 김경수 경남지사 구속영장 기각 [92] The xian16734 18/08/18 16734 46
77763 [일반] (소소한 일상글) 동대 상근병에게 받은 문자 이야기 [30] VrynsProgidy8816 18/07/31 8816 20
77330 [일반] 임진왜란에 참전한 원숭이 부대 [29] 통풍라이프9309 18/06/19 9309 0
77187 [일반] 글을 쓴다는 것 [13] 마스터충달6212 18/06/04 6212 21
76963 [일반] 무한한 원숭이가 무한한 시간 동안 타자기를 치면 [87] 글곰17410 18/05/14 17410 32
76841 [일반] [드래곤볼/스포일러] 야무치의 전적 [45] 태연이11120 18/05/01 11120 3
76195 [일반] 어느 옵션 트레이더의 하루 일과 [49] Elvenblood16624 18/03/18 16624 33
75917 [일반] [뉴스 모음]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이 맞이한 냉정한 현실 외 [39] The xian13702 18/02/24 13702 39
75877 [일반] [뉴스 모음] 박근혜씨 결심 공판 이달 말 유력 외 [17] The xian9780 18/02/21 9780 44
75611 [일반] [뉴스 모음] 한겨레의 감면 발행에 대한 댓글 반응 외 [59] The xian15291 18/01/28 15291 52
75365 [일반] 시간이 남은 김에 정리한 제 세계관(인지, 이성, 공동체) [8] 와이써시리어스5090 18/01/11 5090 3
74318 [일반] 좀비 영화 보리고개를 같이 넘겨봅시다. [51] OrBef11035 17/10/25 11035 6
74183 [일반] [뉴스 모음] 미군이 준 군사기밀까지 북한에 털린 박근혜 정부 외 [46] The xian12910 17/10/13 12910 58
74164 [일반] [뉴스 모음] 도대체 안 썩은 데가 어디야? [48] The xian14302 17/10/12 14302 51
73871 [일반] 걸어다니는 인간 흑사병, 항우 [55] 신불해16469 17/09/21 16469 30
73869 [일반] [뉴스 모음] 극비:연예계 보완계획 - 이명박 정부 화이트리스트 논란 외 [29] The xian13890 17/09/21 13890 4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