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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7/26 23:12:56
Name 앙겔루스 노부스
Subject [일반] 인랑, 이대로 묻히기는 아까운 영화...라기보다 영상물?(스포있음) (수정됨)
화제의 인랑, 저도 보고 왔습니다. 평이라 하기엔 민망할 글이라, 미리 자체실드 치고 들어가자면

- 평소에 영화 잘 안봅니다. 그렇기에, 어찌보면 매니아적 관점에선 거리가 있을수는 있을지도?
- 원작 안봤습니다. 너머너머로 줏어들은 약간의 배경지식 밖에 없습니다.

사담을 좀 넣고 들어가자믄, 요즘 족저근막염때문에 가급적 안 움직이고 있습니다. 때문에 노회찬 조문도 가고는 싶었지만 안 갈라고 혔는디... 친구놈이 가자 그러기에, 핑계삼아 조문을 갔죠. 발인 전 마지막 날인데도 사람 많더군요. 개인적으로 딱히 좋아한 사람도 아니고, 죽음도 전혀 맥락이 없었기에 안타까움보다는 어처구니없음이 더 크긴 하지만, 그래도 그가 이 사회에 기여한 바가 있기에 가야한다고 생각했고, 결국 마지막날에 세이프.

조문을 마치고 나오니 이 녀석이 영화를 보러가자더군요. 요즘은 딱히 화제작이라고는... 인랑... 밖에 없나...? 하도 어제 오늘 악평을 많이 들은지라 기억나는 영화가 그거 밖에 없더군요. 미션 임파서블도 있긴 헌디, 저는 힙찔이라 유명영화는 안보는... 데헷~ 그렇다고 인랑이 무명영화인건 절대 아니지만... 다만 개인적으로 재패니메이션 좋아하고, 오시이 마모루 좋아하고, 김지운도 좋아하고 사이버펑크도 좋아하는데, 이 작품이 이렇게 망하믄 안뒤야~~ 하는 심정으로 두 사람 몫이라도 덜 망하게 해 볼 생각으로 보고 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아주 재밌게 봤습니다. 테마별로 묶어서 몇가지 썰을 풀어보겠십니다.

1. 스토리 전달은 정말 안 좋습니다.
재밌게 보고 왔습니다만, 제목에서 나왔듯이 영상과 표현을 즐기고 온 것에 가깝지, 영화의 이야기 자체를 이해하고 즐겼다고는 못 말하겠습니다. 특기대하고 공안부하고 싸우네, 근데 왜 싸우지? 왜 싸우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잘 싸우네, 연애도 하네, 하는 생각정도로 보고 왔을 정도. 굳이 덜 망하게 하고자 하는 심정으로 보고온 사람 입장에서 말하자면, 사실 액션영화에서 스토리는 그렇게 중요한건 아니지 않나, 라고 변명을...

2. 그러나, 분위기의 고양은 확실하다고 봅니다.
저는 멜로물 안 좋아하고, 강동원의 연기력도 높게 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둘이, 그 시점 기준으로는 뜬금없어 보이는 한효주와의 연애씬으로 넘어가는 초반의 남산탑 장면에선 정말 눈을 돌리고 싶은 심정이었죠. 근데, 둘이 으쌰으쌰하고 헤어지고... 공안부 차장양반하고 만나고 싸닥션 날리는 장면부터 긴장감은 어느 정도는 성공적으로 고양되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리고, 그 앞의 무맥락 노뜬금같은 연애장면도 그래서 넣은거구나, 라고 이해가 가긴 했고. 이미 말씀드린 바 스토리의 전달도 안 좋고 짜임새 자체도 좋지 않기에, 명쾌하게 수용되는것은 결코 아닙니다만, 어차피 싸우는 장면을 보여주기 위한, 액션영화의 장치구나 하고 받아들이면 납득이 안 가는 것은 아니라고 보네요. 그리고, 그 뒤로 점점 깊어지는 갈등과 격해지는 다툼까지 분위기의 표현은 저는 나쁘지 않다고 봤습니다.

3. 액션장면은 좋습니다.
초반의 광화문 집회장면도 액션으로 포함해서 말해보자믄... 저는 사이버펑크 작품중에 아키라를 좋아합니다. 사실 아키라도 불친절하고 노뜬금전개가 상당히 많은 편이라는 점에서, 제가 이런 부류의 작품들에 내성이 좀 있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만...
각설하고, 그 집회장면이, 아키라 초반의 대규모 군중집회 장면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일본에서는 그런 투쟁적인 집회장면은 이미 역사속으로 사라진, 일부 낭만가들의 기억속에나 남아있는 화석같은 것이지만, 한국에서는 아직도 살아있는 것인지라 보다 생생하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느낌으로 잘 살려냈달까나요. 앞으로는 그런 생생함은 없어야겠고, 아마 없을거 같긴 하지만.
그 외에 중반에 남산탑장면이 하나, 후반에 배수로 장면이 하나 있는데, 대단한 참신함은 없습니다만 전형적인 액션물로서의 완성도는 훌륭하다고 봤습니다.

4. 서울 사이버펑크
이 부분은 가장 맘에 들었던 부분이네요. 다른 분께서도 말씀하신 부분인데, 이 작품은 요즘 일부 호사가들 사이에서 떠도는 서울 사이버펑크를 나름대로 잘 구현하고 있습니다. 광화문 집회장면을 아키라에 덧입힌 것 같은 시위장면이나, 성수동 거리의 모습, 삼각지 뒷골목의 모습등등. 마지막 한효주의 처형? 장면에 등장한 폐건물같은 곳의 장소섭외도 맘에 들었고 맨 초반의 경부선 대방동 구간에서 맨홀뚜껑 열고 나와서 뒷골목 시장으로 걸어가는 모습도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에 살짝 렌즈를 덧씌우면 어떻게 낯설어질 수 있는지 잘 보여준 장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서울이란 도시에 애착이 강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가점을 많이 받은 부분은 있지 싶네요.

5. 강동원
강동원이란 배우 그렇게 좋아하지 않지만, 묘하게도 그 양반이 나오는 영화를 여럿 보았네요. 이 영화도 상당부분은 강동원이 먼치킨 액션 주인공으로 나오는 다른 영화들의 모습을 따르는 면이 있다고 봅니다. 강동원이란 배우는 대사가 많기보단 분위기 잡으면서 몸을 휘날리는 게 더 멋있기도 하구요.
이 영화에서 강동원의 매력이 빛을 발한 부분은 역시 전투슈츠를 입을 때의 모습입니다. 애니메이션이나 코믹스는 기본적으로 인체를 이상화시켜서 표현하기 때문에... 실제의 사람으로서 그런 모습을 따라갈 사람은 흔치 않죠. 우리가 롱다리라고 하는 사람들도 실제보면 대부분 7점 몇 등신 이상은 아니고. 진짜 8등신 이상인 강동원이기 때문에, 그런 굉장히 코스츔의 아우라가 강한 복장도 잘 소화해낼 수 있었던 면이 있다고 봅니다. 특히, 마지막 전투신 시작무렵에, 가면속으로 강동원의 얼굴이 사라져가고, 이내 두 개의 붉은 안광이 떠오르는 장면은 개인적으로 전율을 느낀 장면이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좀 깨는 부분이... 한효주하고 강동원이 나오는데... 강동원이 머리가 더 작은 부분... 이건 좀 뜨악스럽더라구요.
강동원도 81년생이니 한국나이로 38세, 이제 얼굴뜯어 먹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기엔 고령^^인 것은 틀림없지만, 어찌보면 맨 얼굴 자체의 매력보다는 복장을 입은 모습이나, 그늘진 모습이 더 중요한 영화였기에, 그의 고령이 상대적으로 충분히 커버될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나이가 먹었긴 하지만, 아직 안 늙었다! 라고 어필하는 듯한 모습도 인상적인 부분이었습니다.

-----

영화로서 단점은 분명히 많다고 보지만, 미덕도 많은 작품이라고 봅니다. 볼 거리라는 점에서 여러 장점이 있고 그렇기에, 제목처럼 이대로 묻히긴 아까운 영상물, 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라고 말하고 싶네요. 영화의 완성도를 중시하지 않는 분, 표현이나 연출을 즐기시는 분들에게는 충분히 권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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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b는사랑입니다
18/07/26 23:31
수정 아이콘
전 개인적으로 딱 4번 요소만 좋게 봤습니다. 뭐 남들이 누누히 지적한 서사야 말할 것도 없고 액션씬도 전 굉장히 진부하더군요. 차라리 미션임파서블 폴아웃을 보지.. 강동원은 원래 그게 강동원이란 배우라고 봐서 별로 꺼려지진 않았고요.

4번 요소만큼은 저도 호평합니다. 알멩이는 없는데 분위기는 잘 잡은 느낌. 사실 서울토박이로서 느끼는게, 서울만큼 윌리엄 깁슨식 사이버펑크를 맛깔나게 대입할 수 있는 도시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이버펑키한 도시라고 생각하거든요. 비 오는 날 서초역은 정말..
앙겔루스 노부스
18/07/26 23:36
수정 아이콘
아유 액션을 미션 임파서블하고 비교하면... 상대가 나쁘긴 하죠. 하필이면...
즈라마루
18/07/26 23:33
수정 아이콘
스토리 최소화하고 액션만 제대로 뽑으면 존윅이 나오는데 평가가 안 좋은 걸 보면 사람들이 감독에 대한 기대한 것 보다 못 나와서 평가가 극단적으로 나온 것 같네요..
앙겔루스 노부스
18/07/26 23:37
수정 아이콘
제가 평소에 영화를 보더라도 액션영화는 잘 안보는지라, 그런 점에서 눈이 낮은 점이 있긴 하지 싶습니다.
18/07/26 23:35
수정 아이콘
어제는 미션, 오늘은 인랑 봤는데
미션 재밌었고, 인랑도 나름 재밌게 봤는데 이곳이서는 리얼, 루리웹에서는 클레멘타인이랑 비교되더라구요. 루리웹은 원작충이 있다곤해도 평이 그정도일 영화는 아닌거 같은데 지칭은 안했지만 아래 리플로는 재밌게 봤디는걸 비아냥거림당할 정도로 조리돌림당하더군요.
앙겔루스 노부스
18/07/26 23:37
수정 아이콘
어떤 사람들은 원작보다는 잘 만들었다, 라는 사람들도 있는거 같던디... 영화 재밌게 봤으니 이제는 원작도 봐볼까 생각중입니다.
18/07/26 23:45
수정 아이콘
쓰레기 어그로 기사 하나가 대박쳤죠. 제대로 개봉도 하기 전에 낙인을 제대로 찍어버렸음.
앙겔루스 노부스
18/07/27 00:00
수정 아이콘
기레기란 말 안 좋아하는데, 그 작자는 진짜 기레기라는 말 밖에는 안 나오는...
윙윙이
18/07/26 23:47
수정 아이콘
원래 루리웹 품평은 믿을게 안됩니다.
blacksmith01
18/07/27 00:02
수정 아이콘
안타깝지만 영화관은 영화를 보러 가는 곳이죠...
앙겔루스 노부스
18/07/27 00:06
수정 아이콘
근데 장르에 따라서 스토리 비중은 아무래도 다르니... 제 기준으로는 그렇게 즐기는 데 크게 거슬리는 스토리는 아니었다고 봐서요
처음과마지막
18/07/27 00:16
수정 아이콘
오래전 인랑 애니 재미있게 봤거든요
슬픈 엔딩이라서 뭔가 더 기억에 남은듯요
근데 영화는 엔딩이 아쉽더군요

영화도 재미있게 봤어요
슬픈 늑대를 연상 시키는 엔딩을 하는게 좋지않았을가요?
앙겔루스 노부스
18/07/27 00:27
수정 아이콘
말씀드렸듯이 저는 아직 원작을 보지 않은지라... 일단 한국관객들은 대개 해피엔딩을 좋아하니, 그런 쪽으로 결말을 낸 것 같습니다. 저도 새드엔딩을 좋아하기에 취향은 아니긴 했네요.
처음과마지막
18/07/27 05:23
수정 아이콘
저도 새드엔딩을 좋아합니다
우리가 사는 현실 세상은 사실 대부분 새드엔딩 아닐가 싶어요
18/07/27 21:08
수정 아이콘
전 마음에 들어서 더 보기까지 했네요. 단점들이 있지만(이야기가 불친절하고 매끄럽지 못한 부분 같은) 이게 영화관에서 영화 보는 맛이지, 싶은 영화였어요. 사실 영화에 단점이 안보이는 작품이 훨씬 드물어서(꽤나 만족스럽게 본 영화라도 아쉬운 점이 있지요).. 인랑의 단점 정도가 저에겐 치명적이지도 않구요. 요즘 무슨 인랑이 망작이다, 라는 말을 얼마나 자극적으로 하느냐가 재미있는 놀이가 된 것 같아 괜히 좀 속상합니다.
앙겔루스 노부스
18/07/27 21:28
수정 아이콘
굳이 약점을 들추자면 다른게 전부 인랑이면서 스토리도 매끈하고 전달도 잘 되는 영화도 있기야 하겠죠. 근데, 그런 영화는 명작액션영화소리 듣는게 당연한 작품들... 인랑은 그 아랫급은 충분히 된다고 보는데, 사방팔방 까이는거 보면 정말 안타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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