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8/06/24 22:58:41
Name Roger
Subject [일반] 해밀턴 더 뮤지컬(Hamilton the musical)-'난 절대 내 기회를 놓치지 않아!'-03-(데이터 주의)
1편-힙합으로 색칠된 미국의 건국사- : https://pgr21.co.kr/?b=8&n=76291
2편-캐스팅, 그리고 해밀턴- : https://pgr21.co.kr/?b=8&n=77384

-이 글은 뮤지컬 해밀턴의 스포일러가 아주 대놓고 치사량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당하기를 원하지 않으시는 분들이라면 뒤로가기를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동영상이 많으니 데이터가 없으신 분들은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카리브 해의 촌뜨기는 어떻게 기회를 잡고, 파멸하고, 어떠한 유산을 남겼는가?


1막에서의 해밀턴은 번뜩이지만 아직 미숙한 천재입니다. 과감한 성격으로 로렌스, 라파예트, 멀리건과 같은 혁명가 그룹과 친해지고, 독립 전쟁에서 전공을 세워 워싱턴의 부관이 되며, 아무것도 없는 카리브 해의 촌뜨기의 신분으로 뉴욕 시의 부자 가문인 스카일러 가의 둘째 딸과 결혼까지 합니다. 하지만 그는 안젤리카 스카일러의 말처럼, 그리고 본인이 되뇌인 것처럼 결코 만족하지 못합니다. 1막에서의 해밀턴은 영웅주의에 사로잡혀 있고, 야전 사령관이 되어 목숨을 걸고 전공을 세우고 싶어하며, 심지어 워싱턴에 대한 과잉충성 때문에 워싱턴과 대립하는 찰스 리 장군과 친구인 로렌스 간의 위험한 결투를 부추기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1막은 해밀턴이라는 미숙한 천재가 어떻게 밑바닥에서 올라오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자신의 미숙한 허물을 벋고 한 꺼풀 성장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전쟁 도중에 아내인 일라이자의 임신으로 아버지가 되면서, 존경하던 상관인 워싱턴이 자신의 과오를 솔직히 털어놓는 충고를 듣고서, 그리고 요크타운 전투를 승리로 이끌면서 해밀턴은 영웅으로써 한 꺼풀을 벗어냅니다.


 





-My Shot.
뉴욕에 도착한 해밀턴이 버, 로렌스, 멀리건, 라파예트를 만난 뒤 그들의 앞에서 자신의 포부와 혁명에 대한 야심을 밝히고, 로렌스와 멀리건, 라파예트와 의기투합하게 되는 넘버. 해밀턴은 킹스 칼리지에서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명석한 자신의 두뇌를 자랑하며, 영국의 지배의 부당함을 역설하고, 이번 세기에 혁명이 일어날 것이며, 모두가 자신이 출세하는 걸 보게 될 거라고 장담한다. 이어 무군제’, 아니 무정부’(Onarchy/Anarchy)를 꿈꾸는 공화주의자 라파예트, 해밀턴처럼 출세를 원해서 혁명에 가담한 제단사 도제 출신 멀리건, 부유한 집안의 자제로 태어났지만 흑인 노예들의 해방을 꿈꾸는 이상주의자 로렌스가 각자의 이상을 설파하고, 이에 버가 천재 여러분들, 목소리 좀 낮춰!’라며 끼어들며 넷을 말린다. 그러고선 자신 역시 혁명에 찬성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다른 사람들을 타이르려 하지만 해밀턴은 숯이 검정이 되는 것보다 더 시꺼먼 계획을 짜자통념에 오줌을 갈기는 혁명가이자 노예 폐지론자들 한 무리가세상에서 만나볼 확률이 얼마나 되겠냐고 되묻는다. 그리고선 해밀턴은 자신에게 총을 주고 전장에 안내하라고 외치지만, 이내 지나치게 목소리가 컸다며 한 수 접는다. 그러나 해밀턴은 너희가 날 자랑스럽게 여길 거라고 약속하고, 로렌스 일행은 해밀턴을 자신의 지도자로 인정한다.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해밀턴 일행은 군중들과 함께 노래부르며, 로렌스는 식민지인들에게 일어서(Rise Up)라고 외치고, 이에 식민지인들은 이 식민지가 자유로워질 때는 언제인가?’하고 외치며 호응한다. 이 때 해밀턴이 나타나, 자신은 죽음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해서 그게 진짜 기억처럼 느껴진다며, 20살이 될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생각조차 못한 카리브 해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해밀턴은 자신은 정직한 태도로 모세처럼 우리의 약속한 땅을 요구하겠다며 외치고, 단순히 독립으로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며 독립 후의 재정 상태, 주 간의 연합 문제를 제기하며,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다고 외친다. 그리고 열정적으로 모든 기대를 깨부수고, 모든 창조적 행위로, 슬픔과 희생은 면전에서 비웃으며, 처음으로 내일을 생각하겠다고 선언한다. 이어 앙상블들이 반복해서 난 절대 내 기회를 놓치지 않아!’라고 소리치고 해밀턴이 포스터처럼 손을 하늘로 들어올리면서 끝난다. 린 마누엘 미란다는 이 곡을 쓰는 데 1년이 걸렸다고 말했으며, 이는 이 곡이 해밀턴이라는 캐릭터의 천재성을 표현해야만 하는 넘버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곡의 라임들은 그야말로 미친수준이며, 제목에 들어가있는 shot 역시도 발사, 시도, 한 잔 이라는 세 가지의 펀치라인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동시에 해밀턴은 마치 그리스 신화의 영웅과 같은 결함과 파멸의 운명을 내포한 영웅이기도 합니다. 작중에서 기횔 잡기 위해 적을 만드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그의 성격은 지속적으로 적을 만들고, 그의 이해자들은 전쟁에서 죽거나, 모종의 사정으로 해밀턴을 떠나며, 처음으로 만난 친구는 어느 새 자신의 최악의 적이 되어 다가옵니다. 아내와 처형과는 자신이 불륜을 저질러서 사이가 틀어졌고, 아들은 자신의 충고가 원인이 되어 결투로 죽으며, 해밀턴 본인 역시 권력과 명예를 잃고, 마침내 본인 역시 버와의 결투로 최후를 맞습니다. 이 때문에 해밀턴의 2막은 사실상 해밀턴이 정점에 올랐다가 황혼에 접어드는 이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러나 극 중 해밀턴은 모든 것을 잃으면서 역설적으로 더더욱 성장하게 됩니다. ‘내일 죽을 것처럼자신의 재능을 펼치고, 자신의 이상을 이루려하던 강박 관념에 휩싸여 있던 해밀턴은 마침내 자신의 몰락과 아들의 죽음을 통해 자신이 그 동안 돌아보지 않았던 것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로 인해 한 단계 성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예정된 파멸과 죽음의 순간, 해밀턴은 버를 쏠 수 있었음에도 쏘지 않고, 총구를 하늘로 들어올리며(Rise up)’ 아들인 필립에게 부탁했던 것처럼 본인 역시 최후를 맞습니다.


 





-The World Was Wide Enough.
마침내 결투장소인 허드슨 강에서 마주 보게 된 해밀턴과 버. 제비뽑기에서 이긴 해밀턴은 우연인지 아닌지 아들 필립이 결투로 죽은 장소를 자신의 위치로 고르고, 버는 점차 다가오는 결투의 순간 해밀턴의 뛰어난 사격 실력, 그리고 그의 신중한 태도 하나 하나에 편집증적인 두려움을 느끼고 절대로 이 자가 내 딸을 고아로 만들게 하진 않겠다며 광기어린 다짐을 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결정날 순간, 해밀턴은 독백한다. 버의 생각과는 달리 버를 바라보며 자신의 첫 친구이자 적이라고 칭하고, 자신이 남길 유산에 대해 고민하며 자신에게 기회를 준 미국에게 감사를 표하고 결투를 포기할 결심을 굳힌다. 그리고 저쪽 편에서 이미 죽은 사람들, 로렌스. 필립, 어머니, 워싱턴이 자신이 부르는 것을 느끼고, 일라이자에게 먼저 갈 테니 천천히 오라고 말하며 포스터에 나오듯 총을 하늘로 들어올려 쏜다. 순간 버는 기다리라며 절규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해밀턴은 버의 총에 치명상을 입고 만다. 이윽고 버는 분노한 제퍼슨에 의해 살인 혐의로 쫓기게 되고, 해밀턴의 장례식은 수많은 사람들의 슬픔 속에서 치러지며, 안젤리카와 일라이자가 해밀턴의 가는 길을 지킨다. 한편 버는, 자신이 그저 해밀턴의 살해자로 역사 속에 남을 것을 예감하며, 세상은 자신과 해밀턴 둘 다 존재할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며 한탄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이라면, 의외로 뮤지컬 내에서 해밀턴이 등장하는 분량은 주인공치고 그렇게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이는 아치 애너미이자 사실상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버 역시도 해밀턴 못지 않은 비중을 극중에서 가져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해밀턴이 해밀턴의 이름을 전면에 내걸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밀턴을 매리 수로 표현하지 않고 다른 역사적 인물들이 나설 자리를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극의 오프닝과 엔딩에 해밀턴의 비중은 극히 적다는 건 상당히 재미있는 점이죠. 하지만, 극에서 해밀턴이 등장하지 않아도 해밀턴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오프닝 넘버인 ‘Alexander Hamilton’‘Who Lives, Who Dies, Who Tells Your Story’는 극 중 주요인물들이 해밀턴에 대해 이야기하는 넘버이고 극 중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해밀턴이 어떤 평가를 받는지, 어떻게 비치는지가 계속해서 해밀턴이 등장하지 않는 넘버에서도 지속적으로 반복됩니다. 그렇기에 해밀턴은 자신의 천재성에 감탄하는 나르시스트가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자신의 천재성으로 이겨내는 매력적인 영웅으로 그려집니다.


 



또한 이 캐릭터가 멋있는 큰 이유는 극 중 해밀턴의 모습은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었지만 본질적으로 실제 역사 속의 해밀턴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건 이 뮤지컬 자체의 장점이기도 한데, 비록 현대적인 재해석이 들어갔지만 극 내에서 등장인물들이 하는 행동 자체는 실제 역사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습니다. 실제로 해밀턴은 그 더러운 성격 때문에 같은 연방주의자 파벌 내에서도 자기 편이 없다시피 했고, 심지어 같은 연방주의자 파벌의 거물이었던 존 애덤스와는 거의 원수지간이었습니다. 이걸 보면 이 뮤지컬의 가장 큰 의의는, 어쩌면 역사 속에 묻혀 있던 해밀턴이라는 매력적인 인물을 다시 대중들에게 재조명시켰다는 데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4편에서 계속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7408 [일반] [일본야구] 아시안 게임 야구 대표팀 이야기(스크롤 초압박 심함) [43] 삭제됨10923 18/06/26 10923 65
77406 [일반] 빌라에서의 이중주차 문제... [59] 삭제됨18780 18/06/26 18780 2
77405 [일반] Daily song - 윗집여자 of 브라더수 [3] 틈새시장4115 18/06/25 4115 0
77404 [일반] 해밀턴 더 뮤지컬(Hamilton the musical)-'기횔 노리는' 신중한 야심가, 에런 버.-04-(데이터 주의) Roger4923 18/06/25 4923 2
77403 [일반] 터키가 이슬람 근본주의로 넘어가네요 [75] 트리키13862 18/06/25 13862 12
77402 [일반] 오늘은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68주년 되는 날입니다. [20] DogSound-_-*7884 18/06/25 7884 40
77401 [일반] 시대의 병법 [21] 성상우7783 18/06/25 7783 1
77400 [일반] [음악] 폴매카트니 새 싱글, 두곡 발매. [7] v.Serum4654 18/06/25 4654 1
77399 [일반] [음악] 장차 크게 될 말랑말랑한 인디팝/락 [9] azrock8219 18/06/25 8219 5
77398 [일반] 조금 먹먹한 소식 하나 더 들고 왔습니다. [22] 후추통16495 18/06/25 16495 4
77397 [일반] 후추통신 정치ver. 울화통소식 [46] 후추통12968 18/06/25 12968 16
77396 [일반] 갑자기 어머니에게 보험료 20만 원이 청구됐다 [63] 홍승식12555 18/06/25 12555 8
77395 [일반] 헬로우 마이 베베~ [67] 혜우-惠雨10148 18/06/25 10148 35
77394 [일반] 실종된 강진 여고생 추정 시신 발견. [43] 진산월(陳山月)14570 18/06/25 14570 5
77393 [일반] 육아는 템빨-2 (Feat. 먹거리) [40] 비싼치킨14506 18/06/25 14506 39
77392 [일반] PC방 재부흥방안 [66] 성상우13929 18/06/25 13929 7
77391 [일반] 혹 뗄 자리를 만들어 주는데 혹을 자꾸 붙이는 이재명씨 [48] The xian13301 18/06/25 13301 13
77390 [일반] 해밀턴 더 뮤지컬(Hamilton the musical)-'난 절대 내 기회를 놓치지 않아!'-03-(데이터 주의) Roger4371 18/06/24 4371 3
77389 [일반] Daily song - I need you of 허각&지아 [2] 틈새시장4019 18/06/24 4019 0
77388 [일반] 일본과의 문화콘텐츠경쟁에서 앞지를수 있는 방안 [145] 성상우18742 18/06/24 18742 33
77387 [일반] [뉴스 모음] No.183. 이명박 정부. 제3노총 세워 노동운동 분열 기도 정황 외 [18] The xian12157 18/06/24 12157 52
77386 [일반] 어제 장현수가 욕안먹길 바란다면 그건 진짜 도둑놈 심보죠. [205] aRashi19048 18/06/24 19048 17
77385 [일반] 작전과 작전 사이 (完) - 동상이몽 [19] 이치죠 호타루5635 18/06/24 5635 1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