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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6/06 15:02:04
Name 빛돌v
Subject [일반] 잊지 못할 첫 경험
#1
중학교때였다. 시험기간, 집에 돌아온 내게 어머니는 수고 많았다며 점심을 차려주셨다.

'육개장 차려놨어 ~'라고 말씀하시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뭔가 떨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식탁에 앉아서 뭔가 낯선 '그' 육개장의 비쥬얼과 마주한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아... 이게 나의 보신탕 첫 경험이구나...'


#2
살다보면 이렇게, 내가 직접 체험하지 않았더라도 본능적으로 이게 나의 첫 경험이라는걸 느끼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그것에 대해 잘 알고 있든 모르든, 첫 경험은 그정도로 강렬하면서도 운명적으로 찾아오고는 한다.





#2.5
이 글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첫 경험을 연속으로 두번을 한 사람의 이야기다.



# 3
일병 말 즈음이었던 금요일 밤, 배가 이상하게 아파서 잠이 안왔다. 막 죽을정도로 아픈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답답하고 신경쓰이는 통증.

첫 경험에 대한 본능이 내게 말했다. '이게 바로 그 맹장이구나. 근데 죽도록 아프다던데 참을만 한데?'

어설프게 알고 있던 사전 지식이, 첫 경험에 대한 내 본능과 충돌하여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 4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배 통증에 대해 보고했다. 통증이 심하지 않다 보니 당직 간부도 확신은 없었지만

통증이 가시질 않고 지속되다보니 확인은 필요하겠다 싶어서 간부 대동으로 부대 바로 앞 작은 병원을 찾았다.

배가 아프다는 병사가 토요일에 병원을 찾았으니, 의사도 맹장을 의심했다.

통증과 증상에 대한 질문을 몇개 하더니, 누운 상태로 무릎을 올리게하고 손으로 배를 통통 두드리고 만지며

유심히 관찰했다.

# 5
진찰이 끝나니 의사가 말했다. "배에 가스가 찼네요. 약먹고 쉬면 됩니다."

!! 아 첫 경험이 아니었구나... 그래 맹장이면 데굴데굴 구른다는데 이렐리가 없지...

가스가 찬거라니 뭔가 웃기기도 하고 쪽팔리기도 하네... 하하.....

온갖 생각이 다 들며 부대에 복귀했다. 어쨌든 통증이 계속 있기는 한 상태라 의무실에 들어가

바닥을 뜨뜻하게 해놓고 누워서 쉬었다.

# 6
토요일이 지나 일요일이 되어도 통증이 나아지질 않았다. 서있을 때는 그나마 괜찮은데, 누워있으면 아랫배가 심하게 욱신거렸다.

그렇다고 진짜 못참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내 몸이 정상이 아니라는건 분명했다.

죽먹고, 가스 빼준다는 약도 먹고, 주말 내내 쉬었음에도 배가 계속 아펐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월요일이 되면 다시 병원을 찾아가봐겠다 생각했다.

# 7
월요일 오전, 행정반에서 호출.

당시 복무 부적응으로 제대 절차를 알아보던 관심병사가 있었는데, 수도 통합병원으로 정신과 외진을 가야해서

레토나가 나가니 그 차에 얹혀가서 검진을 받아보라는 거였다.

우리 부대의 정기 외진은 수요일이었고, 상태가 많이 안좋으니 나름 배려해준 거였다.

그때도 통증은 여전했고, 나아질 기미는 안보였으니까. 결국 수통으로 향했다.

# 8
선탑한 중사님은 나를 아껴주던 분이셨다.

단순 복부 통증이라면, 수통에 가서도 한참을 기다려야 진료가 가능하던 상황이었는데

맹장일 수 있다는 훼이크를 써서 응급실로 우선 나를 보내주셨다.

일사 천리로 날 응급실에 넣고, 정신과 다녀온다는 그 중사님이 조금은 멋져보였다. 역시 짬은 허투로 먹는게 아니구나.


# 9
응급실에서는 뻔한 절차상의 진료가 이어졌다.

맹장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맹장 의심으로 들어간 만큼 복부 초음파를 한다고 했다.

엄청 차가운 치덕치덕한 젤 같은걸 배에 슥삭 바르더니 초음파 기계를 문질문질 했다.

아 이거 끝나면 다음은 뭐지? 수통에서는 왜 아픈건지 알아낼 수 있겠지? 이런 생각을 하던 내게

군의관이 와서 말했다.

"맹장이네요. 바로 응급 수술 하겠습니다 누워있으세요."

????????????????????????????????????????????????????????????????????????????????



#10
그 뒤로는 뭔가 패닉 상태로 모든게 진행되었다.

아니 맹장인데 왜 참을만 했던거지??? 내가 그냥 무식하게 참은건가???

나를 꾀병 부리는 군인 보는 듯한 시선으로 가스 찬거다라고 했던 의사는 뭐지?? 돌팔이인가?????

군대에서 큰 수술은 절대 하지 말라 그랬는데 어떻게 해야되지??? 이거 뭐라고 말해야되는거지???

뭘 하지는 못하고 온갖 생각만 가득한 상태에서.. 어리버리 하다가 마취실에 들어갔고..

마취실의 여 의사님들이 이쁘구나라는 걸 확인한 직후, 난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 11
너무도 당황스러운 맹장 판정과, 군 시스템 하의 속전속결 때문에 아무것도 못한 상태로 수술이 끝나버렸다.

응급 수술이었기에 부대에서도 적잖이 당황한 모양이었다. 내 보직은 운전병이면서 행정병이었고, 사수는 제대를 앞둔

병장이었는데 갑자기 내가 입원하는 바람에 다시 본인이 일을 다하게 됐다. 부대에서는 차량이 한번 더 나와서

내 짐들을 가져다 주고, 부모님께도 연락을 드렸다. 아드님이 아프다.. 가 아니라 아드님 수술이 끝났다..로... (!!!)

# 12
수통은 집에서 택시 기본료가 나오는 거리에 있어서, 갑작스런 상황에도 어머니가 바로 오실 수 있었다.

어머니가 오시자 곧이어 담당 군의관이 들어왔다. 키도 크고, 인상도 멀끔하고, 첫인상이 참 좋았다.

그리고 굉장히 상세하게, 친절하게 내 상태에 대해서 설명해줬다.

"맹장.. 정식 명칭은 충수염입니다. 충수라는 기관에 염증이 생기는건데, 이게 주위로 번지게 되는 상황이고

흔히 말하는 맹장이 터진 상황은 아닙니다. 다만 좀 오랜 기간 방치를 한 상태라서 염증이 너무 심하게 번졌습니다..."

'아.. 돌팔이 의사와, 내 무식함이 일을 키웠구나..'

"염증 정도가 너무 심하다보니 한번에 충수 돌기를 모두 제거하는 것은 리스크가 큰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충수를 반을 잘라냈습니다."

"나머지 반은 어떻게 되는건가요?"

"염증이 자연스럽게 가라 앉으면 아마 생활에 불편은 없을겁니다. 하지만, 충수가 남아있다 보니 언제든 재발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복무중 뿐 아니라 제대 이후에도 배가 아프다면 맹장 가능성이 남아있다는걸 꼭 의식하시고, 담당 의사에게도

충수를 1/2만 제거했었기 때문에 맹장을 다시 의심해봐야 한다는걸 주지시켜주세요.

이건 제 개인 연락처입니다. 몇년이 지나더라도, 필요하면 저한테도 연락 한번 주시면 제가 그 의사에게 한번 더 설명 하겠습니다.

염증이 워낙 심했던터라, 우선 좀 오래 입실해있어야 할 거 같습니다. 부대 쪽에도 제가 잘 설명하겠습니다."

# 13
멋있었다.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군 의료체계와 군의관에 대한 불신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설명도 너무 친절했고, 후속 증상에 대한 설명도 완벽했고... 의사들은 보통 개인 연락처도 안준다 하는데

따로 챙겨주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수술은 복강경이라고, 배꼽 외에 작은 구멍 두개를 뚫어서 하는 방식이라 했는데

흉터도 크게 걱정 안해도 된다 했다. 아 군의관도 복불복이구나.. 난 행운아구나.. 그래서 생각했다.

'내 첫 경험이 너라서 다행이야..........'

# 14
보통 맹장은 군대에서도 일주일이면 입실 끝, 밖에서는 3~4일이면 끝난다 하는데 나는 거진 2주를 입실해 있었다.

부대에서는 군의관 진단에 의존할 수 밖에 없으니 수락을 한 상황이었고, 덕분에 인수인계 끝내놓고 널널하게 말년 보내려던

내 사수만 개고생하는 상황이 되었다.  


# 15
수술 후의 통증은 견딜만 했다. 배에 남은 구멍 하나로 관 같은걸 넣어서 피와 고름?같은걸 빼는 상태라

거동이 불편하긴 했지만 그 무엇이 부대보다 고통스러우랴..(..)

거기다 집과 수통은 10분 거리.... 어머니는 매일같이 면회를 오셨다. 노트북까지 챙겨서.. 보고 싶은 책도 가져다 주시고...

식단이 프리하게 된 이후에는 소고기, 전복 등 보양식도 매일 챙겨오셨으니 이건 천국이 따로 없는 수준이었다...


# 16
퇴실일이 다가오는 시점이었다. 수술 후 있던 통증도 익숙해지고 거의 없어질 즈음이었는데 이상하게 배가 아팠다.

우리 멋진 군의관에게 (멋지긴 했지만 나이는 내가 많았던걸로 기억한다..) 이야기 했더니 우선 조금 더 지켜보자고 했다.

그리고 자기는 다음달에 레바논 파병을 가게 되었다 한다.

아... 외모도 훈훈해 성격은 친절해 사명감까지 있는 갓군의관 그는 도덕책.........


# 17
퇴실 전날로 기억한다. 배 통증이 심상치 않아 군의관에게 이야기하니 마지막으로 검사를 한번 해보자고 했다.

초음파였는지 MRI였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검사를 끝내자 청천벽력같은 선고가 떨어졌다.

"아무래도 남아있는 충수쪽 문제인 것 같습니다. 입실 기간동안 관리가 잘되서, 염증도 잘 말려놓은 상태라

지금 바로 후속 수술을 하면 깔끔합니다. 재수술 바로 하겠습니다."


# 18
재수술의 가능성을 군의관이 설명해주긴 했었지만, 막상 다시 하게되니 꽤나 당황스러웠다.

무엇보다 부대에서도 정말 당황스러워했다. 배아프다고 수통보낸 병사가 2주일을 넘어, 3주일을 나가있어야 한다니...

(내 사수는 덕분에 말년이 정말 꼬였다...)

갓갓군의관님의 오더니 한치의 의심 없이 수술을 진행했고, 수술은 깔끔하게 끝났다.


# 19
수술 후 통증은 이미 익숙해져 재수술이라고 크게 다를건 없었다. 결국 총 3주를 입실해 있었는데, 제일 아픈건

배에 꼽고 있던 튜브를 빼낼 때 였다. 거짓말 안하고 배에 난 구멍으로 장기가 빨려 나가는 느낌이었다...

군의관에게도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고, 그렇게 훈훈하게 수통 생활이 마무리 되었다.


# 20

입실도 응급으로 한 거였는데 그 기간이 예상하지 못하게 길어진거다 보니 좀 애매한 상황도 있었다.

같은 병동은 대부분 응급 환자가 짧게 왔다 가거나, 중한 환자들이 있는 곳이다 보니

나만큼 멀쩡하고 마음 편한 사람이 없었다. 덕분에 병실 내에서는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다.

나 혼자 룰루랄라 할 수 는 없었기에...


# 21
어쨌든 큰(!) 수술을 치른 뒤다보니 부대에서도 배려해줘서 무리한 활동은 열외였고 덕분에 부대 적응은 크게 어렵진 않았다.

사소하지만 불편했던건, 간헐적으로 배에 통증이 있다는 거였다. 맹장때의 증상과는 조금다르게.. 주로 조식을 먹을 때 쯤

뜬금없이 배 안이 쪼이는 득한 통증이 엄청 심하게 왔다. 5초~10초 정도기는 했지만 통증이 너무 심했다.

수술의 후유증이겠거니.... 괜찮아 지겠거니... 하고 넘겼다.


# 22
배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진짜 너무너무 심해서 통증이 올때면 자리에 주저앉는 수준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는게 없어서 이건 좀 아니다 싶어 수통 외진을 잡았지만 담당 군의관은 레바논으로 사라졌고(..)

미스테리한 통증 원인을 찾기 위해 별의 별 검사를 다했지만 이유는 끝끝내 찾아내지 못했다.

결국, 아 이건 그냥 군대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생기는 영원한 디버프야.. 적응하고 살아야해라고 자포자기한 상태로

내 군생활이 끝났다...


# 23

미스테리한 통증이 수술의 문제였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통증이 오는 타이밍도 랜덤이고, 통증 종류도 맹장과는 다르다보니

애초에 이걸 연결할 접점을 찾는게 더 어려운 문제라 그냥 포기하고 살 수 밖에 없었다.

어쨌든 이상한 증상이 하나 더 생긴터라 군의관에 대한 절대 신뢰가 이미 깨진 상태다보니

내가 얼마나 특별한 케이스인지를 그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아는 의사들, 한다리 건너서 아는 의사들, 포털 검색 등 해볼 수 있는 수단을 다 동원해봤지만

어디서도 맹장수술을 2회 했다는건 찾지 못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아... 나도 군 의료의 희생양이구나...

군의관 사람이야 좋아보였지만 결정적으로 내 몸은 희생당한거구나....

그는 나를 그렇게 망치고 레바논을 간거구나...


# 24
난 그렇게, 잊지 못할 첫 경험을 군대에서... 그것도 두번을 하게 되었다.







* 군 의료 관련 이슈가 있을 때 마다 생각나는 제 실화(..)입니다.

그냥 한번 주욱 써보면 재밌겠다 싶었는데 막상 쓰다보니 쓸데없이 길기만 하고 좀 별로..네요.... 흑


아무튼 요약하면 전 군대에서! 맹장수술을! 두번했습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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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06 15:03
수정 아이콘
참고로 배의 통증은 여전히 있습니다.

다만 그 주기가 현역 때 보다는 현저히 줄어들긴 했습니다...
구경만1년
18/06/06 15:10
수정 아이콘
허거 이거 심각한 상황 아닌가요? 큰 병원에서 상황설명 잘하시고 제대로 된 검사를 받아보심이..
18/06/06 15:13
수정 아이콘
그 통증 혹시 옆구리를 거쳐 등까지 오나요?

통증의 형태...라고 해야하나? 속을 쥐어짜는듯한 그런 통증이신지...?
18/06/06 15:37
수정 아이콘
쥐어짜는 형태는 맞고, 등까지 가진 않고 그냥 복부에서 끝납니다. 시간은 10초 정도고 그 순간은 너무 아프고 평소에는 너무 멀쩡하고요.
18/06/06 15:14
수정 아이콘
군의관이 충수 절반만 제거해서 다시 염증이 생길 수 있음을 고지했고, 첫번째 응급 수술로 증상을 완화시키고, 이후에 재발 가능성 충분히 알고 있어서 감히 어떤 군의관도 하지 않을 개인 연락처를 줬고, 이후에 재발했을때 다시 책임지고 수술했더니 몸을 망친 의사로 기억에 남는군요. 제게도 많은 생각을 들게 하는 글입니다.
시시포스
18/06/06 21:02
수정 아이콘
#23 에서 저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최선을 다해도...몸을 망친 의사라. 원래 그런것이겠지요 끌끌끌
무리뉴
18/06/06 15:22
수정 아이콘
첫 수술때 맹장 다 잘라내다간 사고 났을것 같은데요..
비슷하게 가슴에 고름이 찬 농흉 심한 환자 정말 깨끗하게 다 긁어내려고 하다가는 출혈 감당안되서 문제되는 경우 있습니다. 그래서 배액 시켜놓고 나중에 재발 가능성 설명도 하게 되고요.
의사가 환자에게 자기 개인 연락처 주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예전에 저도 연락처 드렸다가 전공과 관계없는 문제에도 밤이고 낮이고 전화가 와서 이제는 명함에 핸드폰 번호는 아예 빼버렸습니다.
군 의료가 열악한건 사실이지만 이 글은 그 군의관이 보기에는 무척이나 섭섭할것 같네요.
스테비아
18/06/06 15:27
수정 아이콘
튜브 빼내는 고통...
저는 그 때 느꼈습니다. 배에 칼 맞으면 절대 못움직일거야..
lizfahvusa
18/06/06 15:28
수정 아이콘
고생하셨습니다...
18/06/06 15:3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주기적인 통증이라니... 꼭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면 좋겠네요. 군의관 문제는 두번째 수술때 실수가 있어 통증이 나타난게 아니라면 첫번째 군의관이 문제였겠네요.
비취도적
18/06/06 15:31
수정 아이콘
https://namu.wiki/w/%EC%8B%A0%EC%84%B8%EA%B8%B0%EB%B9%9B%EB%8F%8C%EC%A0%84%EC%84%A4
이거 관련된 이야기일줄 알았는데 아니였군요..

몸관리 잘하셔서 좋은해설 많이 들려주시길 바랍니다
18/06/06 15:36
수정 아이콘
오해가 생길 수 있어 덧붙입니다!

군의관이 최선을 다했고, 최선 이상의 성의를 보였다는건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의료 전문가가 아니다보니까, 당시 상황에 대한 어떤 판단이나 아쉬움을 표할 수는 없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주위에 알아본 바로는, 당시 제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두번에 걸친 수술은 너무나도 특이한 케이스라
이상한데? 라는 답변을 주로 들었고 실제 그 수술이 영향을 줬을지는 모르나 그전에는 없던 지병이 생긴터라
제 입장에서 감사함만 간직할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제 원망의 우선 순위라면 군의관은 저~~~~ 아래에 있습니다. (부모님도 마찬가지고요)
내 몸이 아픈상황에서 조금 더 침착하고 영민하게 판단하지 못한 점.. 즉 스스로에 대한 원망이 1순위이고
어쨌든 이상한 지병 남겨준 군대 그리고 군 의료에 대한 원망이 2순위죠.
18/06/06 15:41
수정 아이콘
의사 분들께서 보실 때는 최선을 다한 군의관의 섭섭함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겠지만
제 입장에서는 결국 망가진 몸이 1순위 일 수 밖에 없어서요.. 이 부분은 어디가 옳고 그른 문제는 아닐꺼 같아요.

아 그리고 군의관 연락처로 따로 연락하거나 탓하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파병이란 소식에 애초에 연락할 생각도 안했고요.

수술 직후 까지만 하더라도 군 의료에 대한 불신을, 제 사례를 들면서 케바케라고 반박했었으나
모든게 끝나고 나서는 저도 불신이 생길 수 밖에 없었던 웃픈 일.. 정도 입니다.

배 아픈건 가끔 불편하긴 하지만 사는데 지장은 없고요!
무리뉴
18/06/06 16:02
수정 아이콘
원인 꼭 찾으셔서 통증없는 일상으로 복귀하시길 바랍니다!
lizfahvusa
18/06/06 18:32
수정 아이콘
댓글에 상처받지 마세요
건강하세요
18/06/06 21:14
수정 아이콘
우선 통증때문에 계속 불편하신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인과관계는 차치하고 '뭇 사람들이 간단하다'고 여기는 치료이후에 현재시점까지 반영구적으로 통증이 남아있는 환자가 의료에 대해서 불신을 갖을수밖에 없는 심정도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전에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는 댓글을 적었는데, 실제로 네시간동안 이것저것 다른 일 하고 있었지만 계속 빛돌님 글의 상황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군 의료'라는 이슈는 누가 어떤 내용을 가져와서 시쳇말로 '까더라도', 반대 의견이 올라올 이유가 없는, 남녀문제/정치문제와는 비교할수도 없이 극단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군대를 겪었던 남성은 물론이고, 심지어 의료인들도 군의관으로서 본인들이 겪었던 진료환경 및 절차, 행정처리에 대한 경험 때문에 군의료 시스템을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가 없거든요. 거기에 덧붙여, 현재까지 통증이 남아있는 빛돌님의 상태 때문에라도 힘이 되드릴 말만 해드리고 싶고, 태클 없이 공감만 하고 싶은게 사람대 사람으로서의 정이라고 생각하고 사실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 본 글에 대한 모범답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선 댓글을 달고 결코 마음이 편하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댓글에서 저는 다른 분들이 저를 어떻게 판단할지 두렵지만, 조금 다른 반응을 남기려고 합니다. 정말 많이 고민해봤지만 지금의 저는 이걸 써야겠어요...

다른 사람들이 경험했던 군의료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례와는 다르게, 빛돌님의 경우는 [군대에서의] 의료 시스템으로 피해를 입은 것이 거의(개인적 판단으로는 '전혀') 없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빛돌님이 잘못하신 것도 없습니다.

복통을 느낀 바로 다음날에 간부와 함께 외출하여 민간 진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 기존 외진 절차보다 훨씬 빠르게 수도병원으로 월요일에 바로 검진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군병원 접수체계에 빠삭한 부사관의 도움으로 환자가 밀릴수 밖에 없는 군병원(그리고 대형병원)의 한계까지 극복해내었습니다. 심지어 대중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민간병원보다 정확하게 진단을 해내고 당일 수술을 진행할 수 있던 군병원이었습니다.
보통 군의관들이 존재하는 사단 연대급과는 다르게, 군병원 특히 수도통합병원의 경우에는 군의관의 역량 그리고 의지에 따라 보통의 대학병원급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기 뉴스에서 나오는 자기과도 아닌데 진단하고 판정내리는 그런 곳이 결코 아닙니다.

결정적으로, 만나셨던 군의관분이 지금은 어떻게 지내실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당시의 그분은 군병원은 물론이고 일반 외과병원에서도 찾기 정말 힘들 정도로 책임감있는 분이었고, 여태껏 의사들을 만나본 경험상 실력적으로도 하자가 없는 전문의였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절반만 잘라냈다고 하는 것도 적어도 해당분야 지식이 없는 저나 다른 사람보다는 그 시점에서 그 분이 판단하신게 옳습니다. 조금 심하게 말씀드리면 다른 민간에서 치료 받아서 더 무모한 외과의사 만나서 다 떼어낸다음 돌이킬 수 없는 사고 날수도 있는겁니다.

외부의 좋은 대학병원에서 충수염으로 2주 이상 입실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간단한거라 3-4일 있다 끝나는 거라기보다도 그 환자를 그만큼 길게 두고 관찰하기엔 그 병원에 입원해야할 환자가 너무 많습니다. 염증이 심해서 완전절제가 아닌 일부절제만 했고, 그 때문에 의사도 재발 가능성 충분히 있다고 판단해서 더 신경써서 지켜본 것이겠죠. 그리고 그 판단은 옳았습니다. 군의관의 우려했던대로 재발했으나 다행히 입원중이었고, 그전과 비교해서 염증이 확연히 가라앉았기 때문에 그전 상황보다 안전하게 제거를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후에 한주 더 입원해서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었구요.

이후의 증상은 이런 말씀 드리면 매정하게 느껴지실 수 있겠지만, 군대에서 치료받아서 잘못된건 아닙니다. 계셨던 곳이 군대라서 탓할 수 밖에 없는 것이지... 수술로 인한 후유증일지, 아직 잔존하는 무언가가 남아있었던 것일지, 맹장 외에도 통증을 야기하는 다른 부위가 있었던 것일지조차 추측하기 어려운 문제고 '그전의사놈이 잘못했다'라고 쉽게 얘기하는 의사는 믿고 걸러도 될 정도의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후 다른 군의관 혹은 의사들에게 문의해봐도 명확한 답변을 얻기가 어려우셨을 겁니다. 원인을 찾기 어렵고 그 전에 손을 댔던 사람이 내가 아니라면, 해당 상황에 대한 경험이 있고 이에 대해 명확하게 꿰뚫어볼 정도의 능력 되는 의사가 아닌 하에는 결코 손대기 꺼려할 것이거든요. 제가 속한 과목보다도 외과쪽은 훨씬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 많은 분야고 그에 따라 의사들의 경험과 지식 정도도 너무너무너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빛돌님이 꺼려하실수도 있고, 이 글을 보는 다른 의사들이 기함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빛돌님이 수소문해서라도 그전의 군의관- 지금은 어느 병원에서의 스탭이 되어있을 가능성이 높음-을 찾아서 연락을 꼭 하셨으면 합니다. 다른 병원 의사도 아니고, 누구도 열심히 일하라고 요구한 적 없는 군의관이 사병에게 본인의 핸드폰 번호를 주면서, 몇년 후에라도 필요할 때 연락하라 했던 것은 그 분이 빛돌님을 '본인의 인생환자' 라고 여겼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상황에 대해서 어떤 환자보다도 더 고민을 해서 결정을 내렸었고, 그것에 대해서 끝까지 책임지고 싶다는 표현을 한 것이거든요. 그 사이에 바깥 세상에 많이 오염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만 그와 무관하게 그분에게 검사를 받아보고 소견을 듣는 것이 정말 제일 좋습니다. 전문과로도 가장 관련 있는 사람 중에 하나일 것이며 혹여나 본인이 다른 파트를 맡게 되어서 손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 될지라도 누구보다 앞장서서 좋은 방향으로 불편함을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이 그 분입니다. 수도병원 가서 진료기록지를 떼보거나 다른 방법으로라도 알아보셔서 찾아가실 수 있으면 제일 좋겠어요.

아는 의사들, 한다리 건너서 아는 의사들, 포털 검색 그 어느것도 맹장염이 심해서 부분 절제, 이후 가라앉아서 다시 완전절제 했다는 것을 정보를 줄 수 없는 통로들입니다. 그것이 빛돌님이 최초로 2회 수술을 한 사람이 되게 만들고, 마루타처럼 희생되게 만들고, 그런 증거가 될 수가 없습니다... #23 단락 보면서 한마디 한마디가 제가 치료한 주치의가 아님에도 너무 아프고 억울하게 저한테 박혀왔습니다. 앞 단락에서 정말 훈훈한 이야기들을 많이 써주셨는데 그 모든 것이 이렇게 대못을 박기 위한 것이었구나... 하면서요.

4시간 전, 아니 이제 6시간 전이 되었네요, 그때 생각할 거리가 많게 느껴졌던 것은 저도 군의관 때에 신경써서 민간병원보다 훨씬 좋을수밖에 없을 정도로 치료를 했던 환자들이 몇몇 기억나는데, 그들이 이후에 해당 부위에 문제가 생겼을 때 '군대 의료가 다 그렇지 뭐..'라며 제가 그들을 망쳤다고 원망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 주절주절 말이 많았네요, 그리고 의도치 않게 일부 분들을 불편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되었든 저도 빛돌님이 원인 잘 찾아서 통증 없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내실 수 있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18/06/06 22:08
수정 아이콘
댓글 추천합니다.
18/06/07 00:00
수정 아이콘
먼저, 따뜻한 글 감사합니다.

연두님과 비슷한 느낌인게, 저도 글을 작성해놓고 이게 또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게 아닌가 싶어서 종일 신경이 쓰였거든요...

글의 목적이 애초에 제 특이한 경험을 토대로 가벼운 웃음을 주자.. 정도였기에 설명이 생략된 부분도 있고, 또 과감한 표현이
포함된 단락도 있다보니 이게 연두님과 같은 분들께 가슴아픈 울림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생각합니다. 저 또한 많이 죄송하고
가슴이 아프네요. 죄송하다는 이야기부터 전하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제가 그 군의관에 대해 마냥 안좋게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는 덧붙였으니, 제가 군 의료 시스템에 대해 안좋은 결론을 내리게 된
생략한 몇가지 이야기를 덧붙여보겠습니다.

먼저, 저는 군에서 한가지 지병을 더 얻었습니다. 혹한기 훈련 동안에 핫팩을 사용 하다가 허벅지 안쪽에 화상 비슷한 증상이 생겼거든요.
기본적으로 제 부주의가 맞긴 하지만.. 이등병때 첫 혹한기 훈련이었고, 복귀 행군 전날 빠레트에 발이 빠지면서 넘어지면서
발목이 꺾였거든요.. 그 상태임에도 눈치가 보여서 행군을 강행했습니다.
물론 자의로 내린 결정이라지만 그 분위기라는건 100% 자의로 만들어지진 않으니.. (이등병이 첫 행군 열외라..뭔지 아실 거라 믿습니다..)
부대 선임들이 도와준 덕에 행군은 완주했지만 그 과정에서 핫팩 사용에 부주의가 더해졌고 (이것도 제 책임이긴 하죠) 그게 화상같은
증상이 되었습니다.

화상 증상 자체는 미미했습니다. 막 피부가 아예 다치거나 외관상으로 이상하진 않았고요. 문제는, 이게 즉각적인 치료?같은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이후에 이상한 증상이 생겼습니다. 허벅지 안쪽으로 힘을 줄 때 마다 다리에 엄청 쓰린 느낌이 들었어요.
대표적인건 대소변; 을 보려고 할 때였습니다. 화상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부위나 통증의 느낌이 화상같단 생각이 들어서
그대로 이야기 했지만 그 또한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거기다 날씨 영향을 많이 받아서 추운 날씨면 유독 증상이 심하더군요..

본문에 이야기한 복통과, 허벅지 쓰라림의 원인을 찾기 위해 수통 한바퀴를 다돌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허벅지 쓰라림은 바로 조치를 못받았었고, 시간이 엄청 흐른 뒤에 복통 관련 검사를 받기 시작하며 함께 알아봤었네요..
받을 수 있는 검사는 다 받았고요. MRI며 CT며... 복무 기간중에 그런 검사들을 무료로 받았으니 군에서는 할 수 있는걸
다한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제일 실망한건 전혀 다른 포인트였습니다.

수통을 한바퀴 다 도는 동안에, 누구도 절 환자로 느낀다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정기 외진은 부대내에서 증상과 방문해야 할 과를 적고
군의관 승인하에 단체로 수통을 방문하고, 현장에서는 각자 검진을 받고 정시에 복귀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간부가 케어해준건
정말 특이한 케이스였고요) 결국 본인 스스로 내가 어디가 아프니, 어느 과를 가서, 어떤 식으로 문의를 해야 하는지.. 이걸 해결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찾아갔던 수많은 군의관들이 절 바라보는 시선은.. 제가 느끼기엔 의구심과 귀찮음 이었습니다.
뭔가 명확하게 진단을 내리기 어려운 증상... 검사를 해도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 애초에 얘가 아프긴 한건가?
수많은 가짜 환자들과 같은 꾀병 아닌가? 이건 내 분야가 아닌 것 같은데? 검사 결과는 이상 없어요. 더 아프면 다시 오세요.
다른 과를 가보세요. 난 해줄게 없어요.

너무 답답해서 정신??(정확한 명칭은 기억 안납니다)관련 과까지 갔었습니다. 정말 제가 어떤 스트레스 요인으로 통증을 착각하는게 아닌지,
그런 진단을 받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서요. 거기서 문전박대 당한 기억은 나네요. 거기서 생각하는 일반적인 정신과적인
케이스가 아니였으니까요.

내가 아픈데.. 내 몸이 이상한데 나 스스로를 의심해야하는 지경이 된겁니다. 거기다 외진이란건 갈 때 부대 내부 눈치가 보일 뿐더러,
제가 가면 다른 누군가 기회를 뺏기는 거기 때문에 죄책감이 엄청 드는 수단이었습니다. 결국 몇차례 반복 시도 끝에 아무런 진전 없이
이건 이유를 알 수 없을꺼야라는 자포자기 심정과, 이 통증 이젠 그냥 익숙해져서 참을만해 라는 합리화가 더해져서 다 포기해버렸습니다.

내가 내 몸을 바쳐서 지내는 군생활인데.. 내 부주의가 있다 한들 군 안에서 생긴 문제인데.. 내가 진짜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제대로 관심조차 없다는 절망감은 정말 큰 스트레스였습니다. 전 증상이 그나마 경미하니 다행이지 이런 감정을
큰 사고를 겪은 친구들이 느낀다면 어떨지 상상도 안갔고요.

이런 개인적인 배경이 있다보니 전 나름 부정적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충수염 군의관 역시, 그가 보인 진정성은 의심하지 않지만 '그래서 맹장 수술을 두번 하는 경우도 있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어디서도 듣지 못했기에 의구심이 남을 수 밖에 없고요.
(제 몸이고 귀한 자식 몸이라.. 그냥 네이버 검색이나 해보고 한건 아닙니다.. 저도 부모님도 뒤늦게라도 다른 의사분들한테도
자문 구하고 했죠. 제 노력이 부족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맹장 수술 두번은 어디서도 듣지 못했습니다.. 흑)
18/06/07 00:07
수정 아이콘
물론, (경험에 의거한) 시스템이나 단체에 대한 불신이 개개인 모두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 않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단체를 확장하면 국가고, 세계고, 지구다.. 전 평소에 그런 성향이라;;)

좋은 분들도 있고, 훌륭한 분들도 있고, 좋은 점도 있죠. 그냥 지극히 소소하고 개인적인 경험에 의거한 생각이고
제 생각이 다 옳지도 않습니다. 정말 편협한 시각이니까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불신을 전염시키거나, 집단을 비난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공유한다 정도였으나
재미있게 써보려고 하는 과정에서, 제 솜씨가 부족해서 누군가에겐 상처를 주지 않았나 싶어서 많이 죄송스럽네요..
저 때문에 마음의 짐을 얻은 분들이 계시다면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저, 또는 다른 분이
상처를 받지 않을까 조심하신 분이 있다면, 당신은 분명 따뜻하고 좋은 사람일 것입니다.

편안한 하루 되세요. 꾸벅
18/06/07 00:35
수정 아이콘
긴 시간 내어 댓글 달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말씀하셨던 다른 경험담 같은 경우엔 군대와 군 의료 시스템 자체의 문제라는 점에 저도 십분 동감합니다.
정황상 적지 않은 나이에 입대 및 훈련을 받으신 것 같은데, 실제로 군의관 동기들도 기초군사훈련 기간 때에 상당수가 무리해서 지병을 얻게 되었습니다. 저만해도 그전보다 확실히 무릎도 시리고 발목도 좋진 않네요. 단체생활 + 부족한 짬 + 임전무퇴의 군인정신(?) 이 더해져서 소중한 몸을 상하게 만들게 되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또한 댓글에서 언급했던 '군병원의 경우에는 군의관의 역량 그리고 의지에 따라 보통의 대학병원급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곳' 의 숨겨진 의미는, 쏟아지는 환자/가짜환자에 지쳤거나 의욕이 사라져있는 군의관들이 있는 경우에는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물이 만들어질 수 있는 곳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사실 그 점에 있어서 평범한 군의관을 비난하기에는 너무 비상식적인 수의 환자들이 하루에 몰려드는 감이 있어서 조심스럽습니다만, 보호자조차 변변치 못한 외로운 사병환자들또한 많은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감사하게 여기는건 제가 속한 곳의 사병 환자들이 대부분 군의료를 악용하려는 것이 아니었던 순수한 친구들이었고, 불편함의 정도가 경미할지라도 제가 그들에게 제공해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과를 전공하였으며 최소한의 보조 인력이 존재했다는 점입니다.
맹장을 전부 도려낸 수술을 했다고 하면 2번 하는게 이상하겠지만, 염증 때문에 부분적인 맹장 절제를 했다는 건 그렇게 비과학적인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제 분야에서는 비슷한 개념의 술식이 있거든요. 저도 기회 될 때 아는 외과의사들에게 물어보긴 해야겠습니다. 알지도 못하는 내용 논문 찾으러 들어가기엔 제 분야 찾는것도 귀차니즘 장벽이 커서 -_-;;
본의아니게 군 의료에 대한 트라우마를 더 끄집어내버린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네요; 앞으로 보다 좋은 치료를 받으실 수 있길 기원하겠습니다. 여러모로 생각도 많이 해보고 좋은 공부 되었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18/06/07 01:01
수정 아이콘
연두님 입장 십분 공감합니다!

트라우마까지는 아니고요!! 어차피 다 지난일이고 그러려니 하고 살고 있다보니까요.

오히려 오랜 시간 고민하시고, 배려해서 말씀해주시는게 너무나도 진정성있게 와닿아서 힐링이 되었습니다.

생각이 다르고 입장이 달라도 너도 나도 다 사람이거늘... 그게 아닌 대화를 많이 보다보니 상대적으로 힐링이되서요.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18/06/07 01:08
수정 아이콘
** 구글링 해서 관련 자료를 좀 찾아보았습니다. 나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위안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3183543/
: 기존의 충수염 치료를 했지만 잔존했던 충수돌기에서 다시 염증이 생긴 케이스들에 대한 논문입니다. 이후에 온전하게 남은 충수돌기를 제거하고 끝난 것 같네요. 구글에서는 partial appendectomy 키워드로 검색해보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저 Stump appendicitis 의 치료가 다시 맹장수술, 끝. 이기 때문에 그 당시의 군의관분께서 한번에 위험을 감당하기보다는 부분 제거 후 문제 재발시 조기에 재수술을 결정하신 것 같습니다.

어느정도 키워드는 잡혀서 추가적으로 알아보시기 수월할 것 같습니다. 힘내세요!
18/06/07 01:09
수정 아이콘
앗 감사합니다. 다행이네요. 시기적절한 치료였다면 정말 다행입니다... 저도 위안 받고 갑니다... 흐흐
아점화한틱
18/06/07 14:14
수정 아이콘
댓글 정독했습니다. 의사분으로서의 고뇌마저 느껴지는 글이군요. 사실 아프다고 찾아오는 환자들은 저마다 자기몸이 우선이지만, 그걸 매일같이 진료하고 수술하고 하는 외과의들은 그저 하나의 업무일 수도 있을 터인데도 의료인으로서 환자를 대하는 생각의 깊이마저 보입니다. 그런 태도, 정말 배우고싶네요. 나중에 제가 정말 신체적으로 위기인 상황에 댓글쓴분같은 의료인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합니다.
18/06/06 16:03
수정 아이콘
몸이라는게 그때 잠깐 더 아프고 말면 괜찮은데, 잘못 대처해서 계속 후유증이 남는 경우가 골치 아프죠. 군에서 이런 경우가 많구요. 에구..
다람쥐룰루
18/06/06 16:36
수정 아이콘
항상 느끼지만 제목 잘지으시네요 크크크
저도 맹장 수술 후에 그런 통증이 있었는데 몇년 후에 사라졌습니다.
사람이 다친부위는 좀 살살 움직이는데 장이라는 녀석은 그런 자비가 없다보니(??) 전날 과식하거나 하면 많이 아프더군요
저는 수술한지 10년쯤 됐는데 통증은 없습니다.
18/06/06 16:38
수정 아이콘
이상하네요 이후에 병원가셔서 정밀진료 안받아보셨어요?
18/06/06 16:43
수정 아이콘
정말 잊지못할 첫경험이군요..역시 군대란...
18/06/06 16:48
수정 아이콘
(수정됨) 크론병이 주로 배에 가스찬거랑 통증을 호소하시는분들이 많은데 내시경해보시고 큰병원 4~5군데 돌아다녀보는건 어떨까싶었는데
제대하신지 4년이 넘으신걸로 아는데 크론병이 그렇게 오랫동안 멀쩡할리는 없을거같고

어쨋든 큰병원 4~5곳은 가보세요
Janzisuka
18/06/06 18:11
수정 아이콘
저희 부대 바로 옆이 수통이라 자주 갔었더랬는데...
어느날 코골이 수술이 유행을 했고 코골이와 쌍커플 수술 인원을 (자원받아) 보냈었네요..
복귀한 병사들에게서는 괴담만이 크크
수통은 종교활동하러 갔었는데 시원하고 좋았던 기억입니다
아이오아이
18/06/06 19:27
수정 아이콘
안그래도 코수술을 권해서 코수술을 했다가 제대후에 수술 3년만에 재수술을 받았어야 했다는 기사를 어제 읽었는데 성형수술을 권하고 자원받는게 특이한 일은 아닌가보네요. 무슨깡으로 군대에서 성형을...덜덜
Janzisuka
18/06/06 19:48
수정 아이콘
당시에 내무반에서 코골이 문제이야기도 나오고
쌍커플의 경우 (제대로 안읽어서..) 여튼...꽤 많이 보냈습니다. 다들 공짜라니깐 가는 아이들이었는데..
엄청 미안하네요...
수통 실력이 그렇게 안좋은지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La La Land
18/06/06 19:30
수정 아이콘
제가 일병떄였다면 일단 부대 앞 병원은 못갔을거고
갔다면 배에 가스찬거다 -> 싸대기 맞고 욕, 갈굼 먹고 일 더 시킴 코스 였을겁니다.

아직도 제때 치료 못받아서 만성 통증이 되어버린 어깨랑 무릎이 욱씬 욱씬 합니다.
PizzaWorm
18/06/06 20:36
수정 아이콘
글의 방향이 좀 어긋난 것 같은데요.
초진한, 부대 근처 로컬 의사를 원망하는 글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하겠습니다만..

[나도 군 의료의 희생양이구나... 군의관 사람이야 좋아보였지만 결정적으로 내 몸은 희생당한거구나.... 그는 나를 그렇게 망치고 레바논을 간거구나...]
수술한 군의관에 대한 이 정도의 원망의 글은, 정밀검사 다 받고 나서 그 군의관의 잘못이 확실해 졌을 때 써야 할 수준 아닌가요.
군 의료의 문제까지도 아니고, 적으신 상황에서는 그냥 초진 의사의 잘못 밖에는 보이지 않는데요.

지인에게 묻고, 포털 검색하고 하는 선에서 그치지 마시고
꼭 정밀검사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플러스
18/06/08 20:51
수정 아이콘
동감입니다.
글쓴이가 제대후 다른 의사에게 정밀검사를 받지 않고 (댓글을 보니 자문은 받아본 것 같지만) 이런 글로 타인을 비판하는 것은 좋지 않아 보입니다.

그와 별개로... 무엇보다도 본인 건강을 생각하셔서 정밀검사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18/06/06 20:58
수정 아이콘
담낭쪽 아닌가 싶은데..
태엽감는새
18/06/06 22:08
수정 아이콘
저도 하지정맥 수술하는데... 이효리 노래 틀어놓고 마취된 제 하반신에 그렇게 욕을 하면서 집도를 하더군요..

트라우마 걸려서 10년정도 병원을 안가고 살았다가 맹장터져서 입원했는데... 의사랑 간호사는 정말 친절하고 좋은분들이더라구요.
태엽감는새
18/06/06 22:16
수정 아이콘
그리고 제 친구가 맹장수술후에 뭐가 잘못되서..정확히는 한 쪽 고환이 오리알만해져서(..) 다시 한번 수술했던 기억이 있긴 하네요. 그게 뭐가 잘못된건지는 모르겠지만;;
레몬커피
18/06/07 16:07
수정 아이콘
솔직히 군대에서 수술받는 사람들이 부러웠습니다
몸쓰는부대라서 하루하루가 힘들었는데 몇달씩 입원해서 푹 쉬고 매일매일 보험금도 두둑하게 나와서 전역전에 최소 몇백이상 벌어가고
평생 쓸데없이 건강해서 아무리 심하게 아파봤자 몸살감기 하루, 신나게 운동하다가 발목 삠 각종 입원및 수술경력 전무
군대에서 매일매일 몸쓰면서 신나게 구르다보면 한번쯤 어디 아프지 않을까 싶었는데 너무 멀쩡하더군요
전역하고 생각해보면 몸건강히 제대한게 참 운이 좋았던건데 크크
18/06/07 22:5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친숙한 닉네임의 게시글을 보려고 들어왔다 결국 할생각이 전혀 없던 핸드폰 인증까지 하고 저도 댓글하나만 남기겠습니다.

위에 연두님께서 댓글로 남겨주셨지만 현직에 일하는 사람 중 한명으로써 저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글이네요.

저는 지금까지 일하면서 한번도 환자에게 제 개인적인 연락처를 준적도 없고 아주 친한친구의 지인이나 부모님이 아시는분이라고 해도 질환이나 의료관련해서 저에게 물을게 있다고 하셔도 부모님을 통해 연락을 받거나 꼭 저에게 물어보고 연락처를 주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완벽하게 상황을 판단할 수 없는 환자의 입장에서 그것도 직접 진찰도 할수없는 전화나 메신저로는 절대 환자를 직접보는 의사만큼 그 상황에 대한 판단을 할수 없으며 또 어줍잖은 제 의견을 밝혔다 만약 제 의견이 잘못되면 그것만큼 불편한 상황은 없거든요. 저는 치료받으셨던 군의관만큼 책임감이 크진 않았지만 의사생활을 하다보면 기억에 남는 위에 연두님께서 말씀하신 [인생환자]라고 여길만한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으며 그 군의관에게 빛돌님은 분명히 그 [인생환자]였다고 생각됩니다. 의사가 일반 병원도 아니고 사병에게 자신의 연락처를 준다는 것 자체는 절대절대 일반적이거나 쉬운 경우가 아닙니다.

보통 일반적이지 않은 질환이거나 빛돌님처럼 여러증상이 애매하게 혼재되있으며 흔히 할수있는 검사로는 원인이 어떤것인지 밝혀내기 어렵거나 힘든 환자가 많았으며 일반적이지 않기에 일반인이 생각하는것만큼 일사천리로 진단과 치료가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만 결국 그런 환자를 우여곡절 끝에 치료하고 또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을때 정말 의사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이런 경험은 절대 많지 않습니다. 가볍고 흔한 질환은 흔한 질환대로 기억에 쉬 없어지기도 하고 또 의료인에게 감사를 표현해주는 환자, 보호자도 많지 않습니다..) 또한 이런 환자를 만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의사자체도 많이 성장하기도 하구요.

사실 같은 의료인이 보기에 그 군의관은 정말 직업정신이 투철하며 특히 군의관이라는 특이한 직책에서 개인적인 연락처를 남겨주고 저런식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빛돌님은 정말 운이 좋았다라고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 군의관이 만약 빛돌님의 이 글을 본다면 의사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꼈을 자신의 기억이 누군가에게는 잘못된 치료를 하고 외국으로 빤스런한 파렴치한 의사로써 기억된다는 사실을 알게된다면 직업적인 회의감이 들정도로 아주 속상할것같습니다. 아무런 상관없는 제가 느낀 감정도 위에 연두님이 느끼신 아프고 억울한 모르긴 몰라도 같은 종류의 감정일것 같거든요.

환자의 입장에서 빛돌님처럼 당연히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의료의 영역에 한해 일반인과 의료인의 정보격차는 아주 크기 때문에 저도 항상 내가만일 환자라면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을 하지만 쉽진 않습니다. (항상 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외과를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정말 오랜만에 pubmed, ncbi를 검색해봐도 충수염을 두번수술하는 경우가 전혀 없는 의사의 오진이 만들어낸 결과물로 보기엔 힘듭니다. 진단이 늦어졌고 염증이 심하게 번진 일반적이지 않은 case에 대해 합리적인 치료였는가에 대한 대답은 저도 외과전공이 아니기때문에 쉽게 판단이 힘들지만 분명히 전혀 없는 case는 아닙니다.

저는 처음 방문했을때 오진을 했던 그 의사보다 구글링만 해보아도 전혀 다른 전공을 가진 제가 봐도 100% 없다고 확신할 수 없는 경우를 그런경우는 없다. 본인의 한정된 경험안에서 맹장을 두번수술할수도있어? 라고 확답을 내린 빛돌님이 아시는 지인 의사분이 오히려 저한텐 더 밉고 잘못됬다고 생각이드네요.

군 의료 시스템에 불신은 당연히 군대를 다녀오신분이라면 그리고 군의료 체계에서 근무를 했었던 저의 경우도 정상적인 시스템은 아니며 군의관의 역량에 따라 천차만별의 아웃풋이 나올수 있는 아주 잘못된 시스템이라고 생각되지만 그 안에서 최선의 노력으로 환자를 위해 고민했을 그 군의관마저 몸을 망치고 빤스런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참 씁슬합니다. 심숭생숭해서 오늘은 혼자 맥주라도 한잔하고 자야겠네요.

꼭 빛돌님도 통증의 원인을 해결하고 쾌차하시길 바라겠습니다.
18/06/09 00:31
수정 아이콘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를 원한게 아니라... 저도 너무 민망하고 가슴아프네요...
괜한 짐을 드린 것 같아 면목 없습니다.
저한테도 정말 감동적이고 좋은 의미로 남아있고, 자리잡고 있는 의사 선생님들도 계시니
너무 상처 받지 마세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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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29 [일반] 박진성 시인 근황(내용 추가) [34] 화이트데이18775 18/06/08 18775 36
77227 [일반] [뻘글]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혁명(발견,발명)은 뭘까요? [138] 홍승식12751 18/06/08 12751 0
77226 [일반] 여가부 공무원, 美대사관에 '망명'을 이유로 차량 돌진 [49] aurelius14709 18/06/08 14709 0
77223 [일반] Daily song - Beautiful day of G.NA, 산체스(Phantom) [5] 틈새시장5355 18/06/07 5355 0
77222 [일반] 제2차 세계대전의 소름돋는 스케일.txt [45] aurelius17817 18/06/07 17817 2
77220 [일반] [인피니티 워 스포 함유] 서울대에도 타노스가? [150] 주인없는사냥개20812 18/06/07 20812 3
77217 [일반] [기사] 우리나라 대륙철도 길 열렸다…北협조로 국제철도협력기구 가입(종합) [112] 콜드플레이14276 18/06/07 14276 7
77216 [일반] 자학의 시간 [7] Song15702 18/06/07 5702 6
77215 [일반] 양자컴퓨팅, 인공지능, 그리고 블록체인 [16] 다록알12020 18/06/07 12020 3
77214 [일반] [코인조심] 코인과의 추억담(좀 깁니다.) [29] s23sesw8953 18/06/07 8953 2
77212 [일반]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 봤습니다...... 만, 전 조금 실망이었습니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59] 카페알파10571 18/06/07 10571 0
77211 [일반] 주식전업투자자의 주식책 추천 [44] KBNF16728 18/06/07 16728 27
77210 [일반] 나도 써보는 저탄고지 4주차 수기 [32] ShuRA16804 18/06/07 16804 3
77209 [일반] (해외 축구) 월드컵을 뛰어보지 못한 최고의 선수 TOP10을 꼽아봤습니다. [9] 기관총10207 18/06/07 10207 13
77208 [일반] Daily song - 일하러가야돼 of Beast [3] 틈새시장4541 18/06/07 4541 0
77207 [일반] 연세대학교의 시위자 몰카 및 조리돌림 그 이후 [129] 파이어군18675 18/06/06 18675 12
77206 [일반] 우리나라 왔다가 어제 귀국한 두테르테 이야기 [171] Blackballad17969 18/06/06 17969 5
77205 [일반] 잊지 못할 첫 경험 [41] 빛돌v14208 18/06/06 14208 21
77204 [일반] 오랜만에 부모님 폰 사드리기. [7] 커피소년8319 18/06/06 8319 1
77203 [일반] Elo 점수 시스템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47] 스카이저그18704 18/06/06 18704 21
77202 [일반] 인생 두번째 저탄고지 lchf를 시작하면서 [34] 여기11733 18/06/06 11733 2
77201 [일반] <주라기 월드-폴른 킹덤> 후기 (스포 아주 약~간) [35] 소린이11291 18/06/06 11291 3
77200 [일반] <독전> - 아무래도 검은 조직의 냄새가 난다 [25] 마스터충달11832 18/06/06 1183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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