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인간을 시작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하청 작업을 하는 한국 애니메이션 회사들이 생기고, 태권V의 성공 이후 하청 작업 하던 애니메이션 회사들은 한국 극장용 애니메이션들도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되면서 80년대 중반 정도까지 방학 시기만 되면 극장용 애니메이션 몇 편들이 만들어져 개봉되곤 했죠.

그런데 1985년. 플라자 합의가 이루어집니다. 엔화 가치가 팍팍 상승합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하청 작업은 똑 같은 일 하는데 돈은 1.5배에서 2배 가까이 벌게 되고, 전 같으면 일본 애니메이션 회사에 맡길 미국과 유럽의 애니메이션 외주 제작도(미국이나 유럽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들 중 실제작 부분은 일본 회사들이 맡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쪽이 싸게 먹혀서요) 전부 한국에 몰려들게 됩니다.

방학 때 개봉하던 극장용 애니메이션들이 싹 사라집니다. 컬러티비와 비디오와 유선방송의 보급으로 수익성도 계속 떨어지는 와중에, 극장용 애니메이션 만들 시간에 외주 하청 작업 하면 훨씬 돈 잘 버는데 왜 극장용 애니메이션 만듭니까. 흐르는 코피를 지폐로 막아가며 열심히 일해야죠.

그렇게 해서 태권V 이후 표절 문제 많지만 방학 때만 되면 극장에 걸리던 한국산 애니메이션들은 1986년 개봉한 각시탈 이후 몇 년 동안 사라지게 됩니다.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는 창작 능력과는 별개로 덩치 면에서 큰 성장을 이루고요.       

저 때 돈 많이 벌어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회사가 대원미디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