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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9/10 17:38:01
Name 카페알파
Subject [일반] 애니메이션 캐릭이 정말 연기를 잘한다고 느꼈을 때......
안녕하세요.

그동안 참 많은 애니메이션을 본 것 같습니다. 은하철도 999 나 마징가 Z 부터 요술공주 밍키, 기타 진격의 거인이나 파이어볼 등등 메이져한 작품과 마이너한 작품을 안 가리고 줄기차게 봐 왔네요. 물론 본격적인 덕후 분들에 비해서는 많이 모자라지만, 주위에서는 나름 '애니통' 으로 통한답니다. (더불어 '그 나이가 되도록 만화나 보냐' 라는 소리도 가끔...... 예, 맞아요. 저 아재입니다. 흑흑흑......)

많은 애니메이션을 봐 왔지만, 대개 애니는 애니고 캐릭은 캐릭이고 그림일 뿐 따라서 캐릭의 움직임이나 표정 같은 것도 그냥 '애니', '그림' 의 일부로 볼 뿐인데, 아주 가끔 '와, 애니 캐릭터인데, 정말 연기 잘한다. 실제 배우라도 저런 연기를 할 수 있을까?' 라고 느낄 때가 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표정연기인데요. 딱 3번 그렇게 느꼈습니다.



ohhh5rM.jpg

'카우보이 비밥'의 한 장면이죠. 바로 10화 가니메데 모정(혹은 가니메데 비가)에 나오는 장면으로 제트의 옛 연인인 아리사가 현상 수배범이 된 현재의 애인과 같이 도망치다가 제트에게 잡히는 장면입니다. 아리사와 그 애인이 탄 보트를 제트가 더 이상 달아나지 못하도록 붙잡았고,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아리사가 아련하게 제트(가 탄 우주선)를 돌아보는 장면입니다. 현상 수배범인 현재의 애인과 함께 도망치는 자기를 붙잡은 것이 공교롭게도 옛 애인인 상황으로 마치 '그냥 보내줄 수는 없었느냐' 는 듯이 아련하면서도 슬픈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는 아리사의 표정은 정말 웬만한 실제 연기자 이상으로 좋은 표정연기였다고 생각합니다.



aXnBRX9.jpg

'푸른 강철의 아르페지오 - 아르스 노바 -' 의 한 장면입니다. 이것도 10화네요. 10화 '그 몸을 바치다' 의 중 한 장면입니다. I-400, I-402 에게 당한 이오나가 치하야 군조를 지키기 위해 남아있는 나노 머티어리얼을 사용해서 간신히 구명 잠수정만 만들어 버티고 있는 것을 본 타카오가 자신의 나노 머티어리얼을 사용해 이오나와 치하야 군조를 구하려고 결심하는 장면입니다. 이 때 휴가가 타카오에게 물어보지요. "너를 구성하는 나노 머티어리얼을 쓰면 이오나 언니 몸을 재생하는 건 가능. 하지만 이번에는 네가 몸을 잃게 돼. 이오도의 비축 나노 머티어리얼을 잃은 지금 재생하는 건 거의 불가능이야." / "그렇겠지" / "넌 그걸로 좋아?" 그러자 당연하다는 듯 타카오가 대답합니다. "그게 함장의...... 치하야 군조의 바람이라면." 그러면서 저 표정을 짓지요. 그리고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Silver sky..... 이 장면 하나로 타카오는 여신이 되어버렸습니다. 저 장면에서 보답받지 못하는 사랑에 안타까워하면서도 사랑하는 이를 위해 희생할 수 있다는 기쁨이 어우러진 표정을 참 잘도 연기(?)해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tt6JYc5.jpg

'4월은 너의 거짓말' 의 한 장면입니다. 18화 '마음을 포개며' 의 한 장면인데요. 아이자 나기와 연주를 한 코우세이가 카오리에게 찾아간 장면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코우세이가 "그러니까 다시 한 번 찬스를 주세요. 당신의 곁에 설 수 있는 찬스를 주세요. 다시 한 번 저와 함께 연주해 주세요." 라고 했을 때의 카오리의 반응입니다. 근데, 이 장면은 캡쳐한 화면만 봐서는 뭐가 표정 연기가 좋은 건지 알기 힘듭니다. 실제 영상을 보면 코우세이의 말을 듣고 눈동자와 입술을 바르르 떨고, 이후 맞잡은 손을 바르르 떨면서 마음 속의 갈등을 표현하거든요. 다시 한 번 코우세이와 함께 무대에 서고 싶다. 하지만 내 몸은 ─ 하는 안타까움이 묻어나옵니다. 처음엔 몰랐는데, 몇 번 보다보니 이 부분의 표정연기(?)가 참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저 모든 장면들이 캡쳐한 화면보다는 직접 그 장면을 봐야 '아, 정말 연기를 잘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은 그림을 잘 그린 것도 있지만, 기타 연출이라든가 스토리, 분위기 등을 또한 잘 살렸기 때문에, 그러한 것들이 함께 어우려져서 '연기를 잘한다' 는 생각까지 들게끔 하는 것이라서요.

사실 제가 본 많은 애니메이션 중 나름 '연기' 를 잘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 장면이 더 있었긴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단 인상깊게 기억에 남은 것은 저 세 장면이네요. 여러분은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캐릭이 정말 '연기를 잘한다' 고 느끼신 적이 있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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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말자
17/09/10 17:44
수정 아이콘
에스카플로네 다리위의 키스씬을 바라보던 반의 눈빛이란..
서린언니
17/09/10 17:45
수정 아이콘
첫번째 장면에 나오는 곡을 다시 들어봅시다.
https://youtu.be/YR4TDBXebWc
루크레티아
17/09/10 20:41
수정 아이콘
오...제가 비밥에서 3번째로 좋아하는 곡이네요.
지탄다 에루
17/09/10 17:56
수정 아이콘
타카오의 경우 자애의 여신님 등극 하였으나 다음 회차부터 다시...!!
드라고나
17/09/10 18:11
수정 아이콘
오키우라 히로유키가 참여한 작품들 예컨데 인랑 같은 에서 표정연기 좋다 싶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무한의 리바이어스에서 코즈에가 그일 당한 이후나 오제 이쿠미가 쿠데타 벌이며 절규하는 장면도 꽤나 인상에 남는군요.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극장판2 마지막에 시노부와 쯔게가 눈빛 나누는 장면도 생각나고
기동전사 건담에서 아무로가 지온 병사 사살하는 거 본 아무로 어머니가 저런 애가 어니었는데 하는 장면과 마지막에 돌아갈 곳 있다고 아무로가 말할 때 짓는 표정
해저로월
17/09/10 18:21
수정 아이콘
저도 리바이어스가 제일 먼저 떠올랐네요. 파란머리 히로인이 멘탈 완전히 무너져서 주인공이랑 얼싸안고 울던 장면
요슈아
17/09/10 19:04
수정 아이콘
좀 희한한 장면이 생각났네요. (스포주의?)







학살공주요.-_-;;;;;;

기어스-라는 강제성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현실보다 더 한 광녀 연기를 선보인....
그 장면 BGM을 어떻게 보기 전에 구했는데 처음엔 거기서 쓰인건 줄 몰랐다가 나중에 코드기아스를 보면서 알아챘습니다.
살짝 꽃혔었거든요. 근데 그 장면이었다니!!!!
즐겁게삽시다
17/09/10 19:12
수정 아이콘
월E 보면서 이 생각 엄청 했던 것 같습니다.
차라리꽉눌러붙을
17/09/10 19:14
수정 아이콘
저는 에반게리온
미사토가 카지 녹음 파일 들으면서 테이블에서 울때...
헤나투
17/09/10 19:17
수정 아이콘
작화와 성우연기가 완벽할때 그런 느낌이 들더라구요.
17/09/10 19:20
수정 아이콘
https://www.youtube.com/watch?v=P_XTLIr3SYs

울려라! 유포니엄 1기 12화의 쿠미코의 질주 장면이 기억이 나네요.
이전화가 원작의 클라이맥스였고 다음화인 최종화에 콩쿨 장면이 들어가서 제작여건이 넉넉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들어간 애니메이션 오리지날 에피소드였기 때문에 딱히 기대를 안 하고 보다가 크게 한 대 맞았습니다. 2기의 유우코의 미조레 설득 장면이나 쿠미코의 아스카 설득 장면도 좋았지만 작품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 장면이라면 이 장면이네요.

개그 쪽에 연기로는 요즘 나오고 있는 바보걸이 여러모로 인상적입니다.
탱구와댄스
17/09/10 19:21
수정 아이콘
으으으....카오리 ㅠㅠ
17/09/10 19:39
수정 아이콘
본문에 언급된 4월 에피소드에서
전화로 연주를 전해들은 후 우는데 정말 서럽고 억울한 감정이 팍팍 전해왔었던게 기억나네요
사유라
17/09/10 19:51
수정 아이콘
전 켄신 추억편 1화에서 켄신이 토모에 약혼자 죽일때요.
살인자란 이런게 아닐까 싶더군요
루크레티아
17/09/10 20:10
수정 아이콘
개그적인 부분이라면 하레와 구우의 하레의 술주정 장면이요. 특히 한국어 더빙판.

그냥 인상 깊은 장면이라면 십이국기 1기 엔딩에서 나카지마 요코가 초칙을 발표하면서 짓는 표정이 사이다였습니다.
화려비나
17/09/10 21:45
수정 아이콘
마마마 8화 "난...정말 바보" 씬요.

작화, 연출, 대사, 성우 연기, 본문에서 언급하시는 캐릭터 그 자체의 연기, 배경음악, 작중 스토리 전개에서의 중요도 등등

그 모든 것이 완벽한 명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들바람
17/09/11 00:15
수정 아이콘
한동안 잊고 있던 카오리를 다시 생각나게 하시는 군요.
하와이
17/09/11 02:15
수정 아이콘
카우보이 비밥. 제 인생 애니입니다.
할러퀸
17/09/11 03:04
수정 아이콘
저도 인생 애니입니다. 이런 애니 한번만 더 나와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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