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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9/09 01:09:05
Name 유리한
Subject [일반] 오바이트
서울 사대문 안에서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오는 버스 안.

다음 정류장에서 술을 많이 자셨는지 정신이 없는 비슷한 또래의 청년이 눈에 힘을 준 채로 버스에 올랐다.

표정이 좋지 않던 입구쪽에 서 있던 그 청년은,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는 그 버스안에서 몇 정거장을 버티다 못해 결국 토악질을 했다. 입을 가린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자신의 민망한 행동을 알 정도의 상태는 됐는지 온 손으로 입을 막았으나 손이 담지 못할 양을 뽑아내었다.
다행히 손 밖으로 삐져나온 양은 대단하지 못했고, 대부분의 양을 손과 목구멍으로 막아내었다.

버스 기사는 놀래서 바로 다음정류장에 그 승객을 버스 밖에 내려놓은 뒤, 휴지를 넘겨준 후에 한참을 기다렸다.

그 승객은 다시 버스에 탑승할 생각은 없어보였다.
그냥 민망한지 휴지로 손과 입을 닦고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버스기사님이은 다시 버스에서 내린 뒤 그 승객에게 말을 걸었다.
자세한 내용은 들리지 않았지만 얼핏 들리는 이야기로는 집에는 가야하지 않겠느냐 라는 얘기정도는 귀에 들어왔다.

승객은 마지못해 다시 탑승했고 버스는 다시 출발했다.

승객은 남은 티슈로 버스 바닥에 조금 흘러내린 오물을 닦아냄에 여념이 없았다. 
그리고 비굴한 표정으로 사과를 구하고 있었다. 

이 정도로 끝이 났으면 좋았을 것을..

승객 옆에 앉아 있던 다른 승객이 짜증 섞인 표현을 쏟아냈다.

한두번 아니라 몇 정류장이 지나도록 계속. 20초에 한번씩.

물론 대놓고 한 이야기는 아니었으나 주변 사람은 충분히 들리는 소리였다.

"시발 졸라"
"아 시발"
"후 시발"

청년의 토악질은 비주얼적으로는 당연히 좋지 않았으나 나름의 조심성으로 대부분을 손으로 받아냈기에 냄새나 더러움은 없었다. 신생아의 젓비린내에도 민감한 나 조차도 청년의 냄새를 느끼기엔 어려웠다.
게다가 넘쳐난 내용물도 대부분 직접 처리했고 물티슈까지 동원해 닦아내었으나 옆 승객의 불만은 계속 되었다.

직접 나서서 싸대기라도 갈기고 싶을 정도로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계속 되었고, 토악질의 주인공은 버티다 못해 버스에서 하차하였다.  
말이 버틴거지, 토악질 이후 두어 정거장동안 흔적을 지우다 내린것이다.  도망치듯 허겁지겁 내리는 것이 확실히 내리려던 곳은 이 정류장은 아니었다.


난 판단을 하기 어렵다. 
분명 나의 불편은 오바이트를 한 그 청년이 아니라 불편을 토로한 사람 탓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나의 불편함은 오바이트를 한 청년이 아니라 불편함을 토로한 사람의 것이였으니 나의 불편함은 어디에서 토로해야 한단 말인가. 

다른 이에게 불편함을 준 사람에게 너의 잘못이라 해야 하는지, 불편함을 느낀 사람에게 너의 불편함이 나의 마음에 불편함을 일으켰다고 해야 하는지..


아니면 술이 덜 깬 상태로 이 글을 쓰고있는 내가 문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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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영웅전
17/09/09 01:37
수정 아이콘
제가 난독이라..댓글이 좀.
웨인루구니
17/09/09 01:41
수정 아이콘
얼... 제가 글을 제대로 읽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17/09/09 02:02
수정 아이콘
요약 : 한 청년이 버스 타다가 토함. 버스 기사가 내리게 해서 토한 사람을 진정시킨 다음, 설득하여 다시 태움.
그러자 버스 안에 있던 승객 중 한명이 욕설을 내뱉으며 불쾌함을 표시함.
토한 사람은 결국 스스로 버스에서 내렸고, 작성자는 욕을 한 승객이 마음에 들지 않았음.
유리한
17/09/09 02:25
수정 아이콘
정확합니다..
술이 덜 깬 상태로 적어서 글이 확실히 눈에 잘 안들어오는 것 같아요..
일단 자고나서 내일 오전에 퇴고를 거쳐야 될 것 같네요 ㅠㅜ
술을 마셨으면 전 여친한테 전화나 할껄 괜히 글을 적어가지고.. ㅠㅜ

자니..??
가만히 손을 잡으
17/09/09 09:14
수정 아이콘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말자고 생각하며 살고 있지만 인생사에서 과연 완벽히 그게 가능할까 생각합니다.
결국 의도하건 아니건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폐도 좀 끼치면서 사는게 인생인데...
그래서 평소에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허물에 친절로 대하는게 꼭 남을 위한 것만은 아니구나 합니다.
마스터충달
17/09/09 09:24
수정 아이콘
롤 할때 자주 보는 일이죠. 스킬 하나 빗나갔다고 아주 죽일놈 처럼 갈궈대요. 그럴때면 꼬치의 명대사를 던져 줍니다.

"니는 사람 아니냐? 똥 안 싸? 작작 갈궈라. 신물난다."
행운유수
17/09/09 23:13
수정 아이콘
글 쓰신 분도 술 드셨으면 용기 좀 내서,

"왜 그렇게 욕을 하세요?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는 거지.."

라고 질러보셨으면 어땠을까 싶네요.

저도 오래 전에 버스에서 토한 적이 있어요.
참으로 다행스러운 건,
'내릴 정류장에 다 와서', '내 옷에만 묻게' 했다는 거... 그리고 완전히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만취상태였기 때문에 창피하다는 걸 느낄 수가 없었답니다.
이민들레
17/09/10 14:41
수정 아이콘
음주는 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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