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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9/06 07:15:07
Name 걱정말아요그대
Subject [일반] 편의점 가는 새벽, 문득 떠오른 작은 기억 하나.
전부터 생각해오던 "20살부터 내 지갑은 나의 손으로"

그리고 "내손"으로  "일"을 해서 "돈"을 번다는 아르바이트에 품어왔던 약간의 환상같은 무언가, 기대감?

그리고 수업 마치고 집에 가던 중학생때

삼각김밥 하나 먹으러 들어간 편의점에서 뜬금없이 생각하게된 "첫 알바는 편의점" (지금 생각하니 그 뭔가 자그마한 평화로움이 좋았던 것 같다. ;-; )



여하간 이러하여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20살때부터 짧은 기간이지만

편의점에서 평일 야간 타임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다.



그 중 기억나는 손님이 한 명,



일을 시작한지 한달 정도 됐을 무렵, 여느 날 처럼 밤 11시에 출근하여 교대를 하고 입고된 유제품류를 진열하고 있었다.

당시 내가 일하던 매장은 유제품류 선반 바로 옆쪽에 ATM기가 있었는데 아저씨 한 분이 돈을 뽑으러 들어오셨다



"어서오세요~"라고 인사를 하고 다시 손은 우유 진열을, 머리는 이따 새벽에 어떤 영화를 볼까라고 생각하며 다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잠시나마 5초도 채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이 아저씨가 나를 계속 보고있는게 느껴졌다.

매장 근처에 술집이 많아 취객이 오는 경우가 있어서 "취객이신데 시비거시는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도 지나가던 중.


돈을 다 뽑으시고 "여기 담배 좀 주세요"라고 하며 카운터로 가는 아저씨 뒤를 따라

혼자 "별 생각을 다했네.. 크크"하며 레종을 꺼내드린뒤, 만원을 받고 여느때처럼 거스름돈을 내주려는 찰나였다.




담배 2갑과 거스름 5천원을 아저씨께 드리고 다시 카운터를 나가려는데 아저씨께서 지폐 한장을 내 손에 쥐어주시는게 아닌가

"학생 이거 차비하세요"

그후 아저씨는 카운터 바로 옆 문을 통해 나가셨고 나는 생전 처음 받아보는 팁(?)에

"음..뭐지 이건.. 진짜 나 주시는건가.. 많이 취하셨진 않았는데.. 받아도 되나? 아니 이미 받았는데.." 등 잠시 이런저런 생각후 일단 가방에 넣어놓고 다시 마저 하던걸 하러갔다.




시간이 꽤 흐른 지금 와서보면

근처에서 친구분과 적당히 한잔하시다 담배도 사고 현금도 뽑을겸 편의점에 들어오셨는데

딱봐도 앳되보이는 갓 20살짜리 어린 아르바이트생이 밤12시에

열심히(당시 좀 열심히 깔고 있긴 했다..) 우유를 깔고 있는게 뭔가 기특해 보였던것 같다.



그 아저씨는 지금 기억조차 하지 못하실 그런 기억일 수도 있고 ,  지금이나 그때나 밥 한끼 사먹기에 넉넉치 않은 5천원짜리 한장일 뿐이지만

아직도 이따금씩 그 생각이 나곤 한다.

갓 사회라는 것에 발을 들인 그 어린 학생에게는

"사회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야, 혹은 땅을 파봐 백원짜리 하나가 나오나 사회라는건 그런 냉정한 곳이야" 라는 말들보다

별거 아닌 작은 사소한 호의지만, 그런 자그마한 것으로 일면식조차 없는 한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약간 더 기분 좋은 하루를 ,

사람이 사람에게 , 사회생활이나 인생의 선배로서 작은 응원이나 따스함 , 사회에도 따뜻한 면이 있고 너 또한 작게나마 만들어 나갈수 있다는

그런 것들을 느끼게 만드는 작지만 따뜻한 기억이 되었을 것이다.










"아 이거는 안 담아주셔도 돼요, 그리고 이거 하나 드세요~~"

그때 작게나마 느낀 어떤 것을 나 또한 때때로 실천하고 있다, 방금 전 오늘도.










요 근래 북한이며 여기저기 폭행사건이며 해서 PGR이든 다른 웹사이트들도 뒤숭숭하고 분위기가 좀 거시기하길래

나름 약간이나마 훈훈할 수 있는 얘기를 써보자 했는데 역시 글은 쉽게 쓰는게 아니네요..크크 잘 쓰시는 분들 존경..

편의상 반말체(?)로 썻는데 양해부탁드립니다 혹은 수정하겠습니다


모두모두 좋은 하루들 보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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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06 08:06
수정 아이콘
모른 사람에게 받은 친절을 또 다른 모른 사람에게 배풀고 그게 또 이어져 나간다면 세상은 참 따뜻해질 것 같네요.
17/09/06 08:25
수정 아이콘
용기가 없어서 잘 못하는데 저도 한 번 해봐야겠습니다
전부수개표
17/09/06 08:54
수정 아이콘
사실 별거 아니긴 한데 그 조차도 용기가 없어서 못하는 제가 부끄럽네요... 붙임성이 1도없는 성격이라 ...그래도 노력해봐야겠습니다...!
파핀폐인
17/09/06 09:27
수정 아이콘
멋있어요
17/09/06 09:38
수정 아이콘
저도 4~5년전

전역하고 첫 예비군을 집근처 교장으로 갔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어 오랜만에 피엑스에서 냉동이나 돌려먹을까 해서 갔는데 이미 줄이 수십명이 서있더군요

소대장 하나가 들어가는 인원을 10명정도로 통제하고는 있는데 사람이 원체 많으니 하염없이 기다렸습니다.

결국 들어가서 먹을걸 고르고 계산을 하는데

이등병 하나가 상의는 뒤 의자에 걸어두고 땀 뻘뻘 흘리면서 찍고 계산을 하더라고요.
피엑스도 컨테이너 박스에다가 십수명이 들어온 열기 + 선풍기나 에어컨도 없음으로 더운데 쉼없이 계산까지 하는 이등병이라니...

그래서

포카리 한캔을 더 사서 계산을 다 하고 마지막에

이건 너 마셔. 지금. 이러니깐

벙찌더니 소대장쪽을 슥 보더라고요

소대장도 보더니 별말없이 끄덕 하니까 감사합니다 하고 마시더라고요.

군대가기전 편의점알바할때 생각도 나고 이등병때 생각도 나고 해서 사줬던 일인데, 지금 생각하니 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빛당태
17/09/06 13:16
수정 아이콘
저도 동원갔을 때 동원생활관조교들한테 먹을 거 사서 먹는 거 지켜보는 맛에 훈련받았습니다. 음료수,과자와 함께 사제담배 한갑까지 쥐어주면 그 사슴같은 눈망울들이 더욱 반짝거리더군요. 저는 px에서만 주로 보이던 박카스캔음료 그걸 주로 줬는데 나중에 말 들어보니 불침번 3번초인데 그거 먹고 잠 안와서 당황스러웠다라고 웃으며 말하는데 어찌나 귀엽던지요
아린이
17/09/06 21:07
수정 아이콘
크크크 이런 훈내나는 글좋네요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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