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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7/03 14:03:31
Name Neanderthal
Subject [일반] 옥자 자막으로 장난친 봉준호 감독 (스포 있음)...
* 영화 [옥자]관련 내용이 있습니다.


옥자에는 유독 통역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두드러집니다. ALF이 서울에서 옥자를 구출한 후 ALF 단원들은 미자에게 미란다의 추악한 실상을 폭로하기 위해서 옥자를 뉴욕으로 보낼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더 큰 대의를 위해 미자와 옥자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거였죠.

하지만 미자는 이를 거절하고 옥자를 산으로 데려가겠다고 말합니다.


toqq0dnvvrjijnf0flup.png미자: "옥자랑 산으로 갈래요."

그런데 통역을 하는 케이(스티븐 연)는 이를 무시하고 일부러 오역을 해서 마치 미자가 ALF의 대의에 동의한 것처럼 거짓말을 합니다.


케이: "She agrees with the mission!"


케이의 이 말에 ALF 단원들은 환호합니다. 미자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죠. 그리고 난 후 ALF 단원들이 하나 둘 씩 한강으로 점프하여 탈출을 감행합니다. 맨 마지막으로 탈출하는 케이가 미자에게 말합니다.


케이: "미자야! 그리고 내 이름은 구순범이야!"


그리고 난 후 케이도 한강으로 뛰어듭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네플릭스를 통해서 제공된 영화에서는 케이의 이 한국어 대사의 영어자막이 다음과 같이 제작되었습니다.


n21s5rnkaoafw1tpis7s.png케이: "Mija! Try learning English. It opens new doors!" ("미자야! 영어 배워라. 새 세상이 열릴 거야!")


이것은 자막실수가 아니라 일부러 봉준호 감독이 요구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구순범이라고 하는 이름이 한국인들에게는 아주 촌스럽게 들리는 이름인데 한국계 미국인이 멋있는 영어 이름이 아니라 옥자나 미자처럼 촌스러운 한국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부터 유머러스한 정서를 이끌어 내려고 한 것이지요.

하지만 영어 자막으로는 이러한 미묘한 상황을 표현한 방법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예 대놓고 저렇게 엉뚱한 오역을 내보내도록 했다는 겁니다. 마침 영화 내에서도 일부러 오역을 해서 미자의 의견과 반대되는 상황이 벌어지도록 했고 나중에 이를 알게 된 제이(폴 다노)가 케이를 응징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봉 감독도 영화 밖에서 특히 미국 관객들에게 짖궃은 장난을 친 것입니다.

이건 제 생각입니다만 어쩌면 한국인들은 모두 영어를 배우는데 열심일거라는 미국인들이 한국인들에게 가지고 있을 전형적인 편견을 비틀려는 의도도 있던 게 아닌가 합니다. 아마 한국어를 모르는 미국인들은 철썩같이 케이가 본인 이름이 구순범이라고 말한 게 아니라 저렇게 미자에게 영어공부 하라고 말했을 거라고 믿었을 겁니다.


아무튼 통역은 신성합니다. 통역가지고 장난하면 응징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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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애
17/07/03 14:05
수정 아이콘
Translation is sacred!!
미자가 영어책 보는 장면을 설명해주네요 크크크크
마스터충달
17/07/03 14:11
수정 아이콘
문신에 새기고 온 거 보고 빵 터졌습니다.

<글래디에이터>가 생각났네요. 막시무스는 신념을 버리기 위해 문신을 지웠고, 케이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문신을 새겼죠. 제명당한 케이를 다시 받아줄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크크크
게르아믹
17/07/03 14:54
수정 아이콘
내 이름이 촌스럽다니....ㅠㅠ
마스터충달
17/07/03 15:45
수정 아이콘
순범이형?
게르아믹
17/07/03 16:10
수정 아이콘
으아니! 챠!
웨인루구니
17/07/03 23:00
수정 아이콘
순범씨?
17/07/03 14:58
수정 아이콘
이장면 자막을 어떻게 했을까 궁금했는데 감사합니다.
마르키아르
17/07/03 15:44
수정 아이콘
태클안걸리고 유일하게 장난칠수 있는 사람이 감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번역자가 임의로 저렇게 했으면, 먹었을 욕이 크크크....
최종병기캐리어
17/07/03 16:23
수정 아이콘
이미도라고 까였을듯...
스윗번즈
17/07/03 19:32
수정 아이콘
내....이름이!?
Neanderthal
17/07/03 19:34
수정 아이콘
순범이형?...--;;
스웨트
17/07/03 23:42
수정 아이콘
나는 돼지를 저장하지 못했습니다..
17/07/04 00:38
수정 아이콘
왜 바꿨을까 생각해보면 영화를 관통하는 테마 자체가 강하게 농축되어 있는 대사들이네요..
말코비치
17/07/05 01:49
수정 아이콘
스티븐연이 저 대사 장면에서 제 느낌에는 매우 어눌한 발음으로 발을 하는데 그것도 ALF를 허술한 조직으로 보이게 하는 일종의 장치로 생각했습니다. 전에 코난쇼와 최근 비정상회담에서 스티븐연이 한국말 하는걸 봤는데, 언어로서의 한국어는 잘 못할지 몰라도 발음 자체는 한국인 느낌이 상당히 강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스티븐연에게 최대한 어눌한 발음을 부탁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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