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06/11 19:29:48
Name 일각여삼추
Subject [일반] 투자란 무엇인가
“지금은 실패했지만 회복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고, 지금은 축하받지만 실패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호라티우스Horace - 〈시론Ars Poetica〉

최근 가상화폐가 많은 사람들에게 크나큰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1달러도 안 되는 가격에서 시작해 최근에는 3천 달러에 육박하는 가격까지 치솟았으니, 화젯거리가 안 된다면 그게 더 이상하겠죠.

하지만 가상화폐는 기본적으로 주식회사와 같이 PER, PBR, ROE, EBITDA 등을 산출할 수 있는 회계장부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USD, EUR, JPN 등의 통화 선물, 옥수수와 금, 구리와 같은 원자재 선물, S&P 500과 KOSPI 지수 선물과 같은 선물 거래에 가까운 개념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가상화폐에 대한 자본 투입을 ‘가치투자’나 ‘투자’란 말로 부르기조차 민망한 까닭은 가치투자의 창시자 벤자민 그레이엄의 《증권분석》에 잘 설명돼 있습니다.

“투자란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원금의 안전과 만족스러운 수익을 약속하는 것이다. 이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운용은 투기다.”

그레이엄은 다소 불확실하게 해석될 수 있는 ‘철저한 분석’, ‘원금의 안전’, ‘만족스러운 수익’에 대해서도 같은 책에서 친절하게 설명해 놓았습니다.

“‘철저한 분석’이란 안전과 가치의 확고한 기준에 비추어 사실을 연구한다는 뜻이다.”

“‘안전한 주식’도 매우 드문 불의의 사고만 아니면 주가에 걸맞게 기대를 충족시키는 주식을 말한다.”

“‘만족스러운 수익’은 ‘적정 수익’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 현재금리와 배당수익률, 자본이득과 이익도 포함한다.”

또 같은 장에서 그레이엄은 중요한 원칙 하나를 제시합니다.

“투자는 양과 질 두 측면에서 모두 근거가 있어야 한다.”

양적 요소는 “손익계산서, 대차대조표, 생산, 단가, 원가, 생산능력, 수주잔고”와 같은 수치를 말합니다. 가상화폐 투자에서 이런 양적 요소 중 비슷하게 들 만한 항목이 하나라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질적 요소는 ‘사업의 성격과 전망’입니다. 비트코인 개발자의 청사진이나 이더리움의 미래 같은 게 여기에 해당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가치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바로 ‘내재가치’와 ‘안전마진’이란 개념입니다.

‘내재가치’란 ‘자산, 이익, 배당금, 확실한 전망처럼 사실로 뒷받침되는 가치’인데, 가상화폐에서는 현재 사용가치적 요소보다는 미래전망적 요소가 상승을 이끈 측면이 훨씬 큰 게 분명해 보이기 때문에 그레이엄식 내재가치를 측정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겠습니다.

‘안전마진’이란 바로 앞에서 말씀드린 내재가치와 시장가격의 괴리입니다. 이 괴리가 클수록 주가가 내려가기보다 올라갈 확률이 높다고 보고 그레이엄과 버핏을 비롯한 가치투자의 대가들은 모두 이 안전마진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결국 내재가치를 산정할 기준 자체가 부존재하는 가상화폐 시장에서 안전마진이란 개념을 적용하는 일 따윈 불가능하고 따라서 여기에 대한 자본 투입에 가치투자란 이름을 붙일 수 없다고 봅니다.

그레이엄, 버핏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 가치투자의 대가라고 부를 만한 한국밸류의 이채원 부사장님, 신영투자의 허남권 사장님, 에셋플러스의 강방천 회장님, VIP투자자문의 최준철, 김민국 공동대표님 중 누구한테 물어봐도 현재 가상화폐 시장이 가치투자의 대상이란 말은 하지 않을 듯싶습니다.

본인이 현재 투기적 거래를 하고 있다는 자각과 함께 상승이든 하락이든 여기에 대한 각오가 충분히 되어 있다면 가상화폐 거래를 말릴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이게 ‘투자’, 더 나아가 ‘가치투자’란 착각과 오해를 갖고 하방에 대한 가능성이 적다는 생각으로 거래를 일삼는다면 한번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상 모든 인용은 그레이엄의 《증권분석》에서 따왔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돼지샤브샤브
17/06/11 19:46
수정 아이콘
[기존 시장의 관점으로 신시장인 가상화폐를 재단하려 하고 있으며 기존 시장에서의 방법론은 아무 가치도 없고 블라 블라]

이러지는 않겠죠?
고통은없나
17/06/11 19:50
수정 아이콘
그런데 진짜 이럴수도 있다는게..

지금 가상화폐는 주식과 통화 양면의 성격을 가지는 매우 독특한 물건인데 주식으로 치면 진짜 지금 그 가치는 터무니 없이 부풀려져 있는데 통화라 치면 굉장히 저평가 되어있다고도 볼수 있는 묘한 물건입니다.
돼지샤브샤브
17/06/11 19:55
수정 아이콘
아랫글 보면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습니다] 보다는 정신 차리시고 잠시 관둬야 할 시점이신 것 같은데요..

[이거는 전에 그것들과 다르다] 이런 말이야 누구든 할 수 있고 많이 들어오기도 한 말 아닙니까.
포켓토이
17/06/11 21:59
수정 아이콘
음 말씀하신 워딩이 옛날에 닷컴 버블때 사람들 하던 얘기랑 비슷하네요.
기존의 굴뚝 기업들의 관점으로는 해석해서는 안되고 뭐 그런 얘기를 그때도 했었죠.
좋은하루되세요
17/06/11 19:54
수정 아이콘
사실 현재 비트/알트코인 시장과 가장 유사한 느낌의 자산(?)이 있습니다.

딱히 쓸모는 없어보이는데 일단 사고 파는 시장이 존재하며,
가치를 측정하는 방식은 그때 그때 다르고 수치화되기도 어려우며
왠지 인플레이션 때문에 가치는 오를것 같고,
그래서 탈세/상속의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다분하며,
하지 않는 사람은 전혀 이해할수 없는.......

바로 [예술작품 / 명화]입니다.
일각여삼추
17/06/11 19:57
수정 아이콘
예술작품, 명화도 굳이 따지자면 박물관에 걸어서 입장료 수입이라는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좋은하루되세요
17/06/11 20:03
수정 아이콘
오 그런 관점에서 가상화폐는 전통적인 주식/채권 그리고 예술작품/명화 너머에 있는 개념이라 생각될수 있겠네요.

저는 예술작품/명화에 대한 투자를 이해 못하지만,
가상화폐 투자하시는 분들은 예술작품/명화에 대한 투자를 이해하고 공감하실것 같습니다.
고통은없나
17/06/11 19:57
수정 아이콘
비트코인 사는 사람에게 왜 이리 비싸질거냐고 물어본적이 있죠.

그러니까 이렇게 답하더군요.비트코인이 대중화 되면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으로 쓰인다.그런데 비트코인의 발행수는 2100만개밖에 안되기 때문에 지금 가치로는 전세계인이 쓸수가 없다.그러니 가치가 치솟아서 0.01비트코인에 1000달러씩하고 이래야 세계인이 쓰는 비트코인의 수요에 맞출수가 있다.그러니 앞으로는 가치가 더욱더 폭증할것이다.이러더군요.

진짜로 이렇게 될건지...진짜 이러면 현재 이미 비트코인을 독점해서 수조대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 재벌들이 있는데 이 사람들 재산이 수백,수천조를 찍게 된다는것..그저 코인을 먼저 독점하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요.지금 세계 거부들은 적어도 자기 손으로 거대 기업을 일구어 냈는데 단지 코인을 먼저 독점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들을 넘는 재산을 보유하게 된다는 겁니다.

너무 허황된 이야기같아서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데 또 실제로 가격은 오르고 있으니..
17/06/11 20:12
수정 아이콘
비트코인이 대중화하되면이라는 가정이 얼마나 허황된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거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전자화폐뿐 아니라 블록채인이라는 기술도 실제 시장에 살아남을거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고통은없나
17/06/11 20:15
수정 아이콘
그런데 또 이야기를 들으면 일본은 이미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기 시작했고 서구권은 사용가능 정포가 제법 늘어났다고 하더군요.이러면 또 갸웃거리게 됩니다.
bemanner
17/06/11 21:21
수정 아이콘
굳이 비트코인을 채택하는게 아니라, 최대 공급량이 훨씬 높게 책정된, 다른 가상화폐를 만들어서 공인할 수도 있겠죠.
아유아유
17/06/11 20:00
수정 아이콘
전 1999코스닥, 튤립 거품 등이 생각나서 저기에 투자 못하겠습니다.
공통점은..저 2개도 한참 오를때 위와 똑같은 이유로 올랐다는 것.
17/06/11 20:06
수정 아이콘
주식 펀드 외에 투자는 안하고 있지만, 이런 저런 소식을 접하다 보면 솔깃하긴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투자가 아니라 투기라 보고 있습니다. 직접적인 투자보다는 하락장이 오기 시작하면, 이런 코인 시장이 젤 먼저 무너 질꺼라 보고 있기 때문에 그 지표로 사용할 계획입니다.
17/06/11 20:09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유동성 썰물이 한번 일어나면 누가 팬티를 입지않고 수영하고 있는지 들어난다고, 누군가가 얘기했었지요..
17/06/11 20:12
수정 아이콘
코스피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있지만 아직 시작이라고 보는 이유입니다.인터넷에 주식글이 많이 안올라와요 다들 코인얘기만 크크

인류 화폐경제의 근본격인 금이 여전히 안정적으로 채굴되고있는데 가상화폐에 왜그리 열광하는지 이해가 잘...
고통은없나
17/06/11 20:17
수정 아이콘
이와는 별도로 개미들은 벌려면 특별한 마인드로 무장하고 있어야한다는 사실은 공감합니다.저희 아버지 께서도 삼성전자 주식을 60만원에 사셨지만 오르고 내리는 시장을 견디시지 못하시고 하락장에 파셔서 손실을 보셨죠.그때 버텼으면 저희집 재산은 지금쯤...

통계적으로 보면 주식하고 부동산하고 자산가치 상승은 비슷하다고 하죠? 그런데 땅으로는 벌었다는 사람이 많은데 주식으로는 훨씬 적은 경험담만 들려오는것은 부동산은 그 성격상 강제 홀딩이 되지만 주식은 안되는것때문이라고 하더군요.

부동산은 오늘사서 내일파는 사람없지만 주식은 오늘사서 내일파는 사람이 있으니...
조선소일용직노동자
17/06/11 21:26
수정 아이콘
삼전 60만원 2천만원정도 소액이었지만 저도 크크
칸나바롱
17/06/11 21:30
수정 아이콘
한가지 확실한건 리플 2천만원 사서 불리신분은 정말 대단한 분이란거..
공안9과
17/06/11 22:25
수정 아이콘
아파트 갭투자나 분양권 전매 시장은 주식과 크게 다를바 없는...
17/06/12 00:14
수정 아이콘
자본주의는 인플레이션으로 유지될 수 있고 그렇기때문에 현물의 가치는 변함이 크지 않아도 현재 통화가 가치가 떨어지기때문에 가격은 올라가죠.
주식은 부동산과 조금 다른게 부동산은 천재지변이 일어나서 아파트가 무너지는 일은 일본에서나 있는 일지만 주식의 가치하락은 생각보다 잦습니다. 경기영향이나 정부정책 혹은 외국의 정책들, 기술의 변화 등등이 바뀌어서 매출이 꺽기는 기업도 많고 순이익 감소되는 기업도 많구요. 상폐도 생각보다 빈번합니다. 애초에 가치 변동성이 큰시장이에요. 오너리스크도 상당히 있구요. 삼전 같은 기업을 길게 오래 투자를 하면 자산이 몇배로 증가하겠지만 stx같은 기업을 길게 오래투자하면 자산이 0이 됩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가격상승은 비슷해도 홀딩이 답이 아닌 이유죠. 정보가 상당히 많이 공개되어있는 지금도 10년을 가지고 있을만한 주식을 고르는게 정말 쉽지 않습니다.
17/06/12 18:07
수정 아이콘
밑에 글에서 가치투자 라는 리플을 다신 분은 가치투자가 어떤 단어인지 모르고 쓰신것 같습니다.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를 굳이 따지자면 value stock 이 아니라 growth stock 에 가깝져.
글을 쓰신 취지에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열거하신 대가분들은 시장/벤치마크를 이기려는 매니저들이고, 모멘텀 트레이딩이 투자인지 투기인지 혹은 올바른 투자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으리라고 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6725 [정치]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영구훼손…수리 지연 시 부식" [42] 일각여삼추14511 22/09/29 14511 0
96710 [정치] '쌍방울 뇌물 혐의'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 구속 [135] 일각여삼추18361 22/09/28 18361 0
83558 [일반] <배트맨: 킬링 조크> 숙적인가 쌍둥이인가, 두 남자의 죽이는 농담 이야기 [17] 일각여삼추9048 19/11/27 9048 7
83099 [일반] <슈퍼맨 각성제> 당신은 뿌리칠 수 있을까 [23] 일각여삼추12716 19/10/12 12716 1
82928 [정치] 윤석열 총장을 막을 유일한 방법 [92] 일각여삼추20010 19/10/01 20010 0
81440 [일반] <인터넷으로 마약을 파는 법> 인터넷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5] 일각여삼추9395 19/06/09 9395 1
81416 [일반] <라스트 킹덤> 영국의 탄생 신화 [15] 일각여삼추11103 19/06/07 11103 1
75175 [일반] 소방공무원 손해배상 면책, 최근 정부 반대로 무산됐다 [75] 일각여삼추16932 17/12/28 16932 1
74765 [일반] 가톨릭 주교회의, 조국 민정수석 발언에 강력 항의 [234] 일각여삼추20218 17/11/28 20218 8
73947 [일반] 대주주 요건 약화 세법개정안 유감 [78] 일각여삼추9670 17/09/26 9670 3
73610 [일반] 심각한 청소년 폭력을 보니 머지않아 터질 일 [53] 일각여삼추14825 17/09/06 14825 8
73213 [일반] 황우석 사태 연루, 박기영 교수 과기혁신본부장 임명 [207] 일각여삼추13924 17/08/08 13924 19
72892 [일반] 북한에 가스관은 불가합니다 [125] 일각여삼추12436 17/07/17 12436 46
72855 [일반] LNG와 신재생에너지로 원전을 대체할 경우 [276] 일각여삼추11319 17/07/15 11319 28
72831 [일반]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266] 일각여삼추12171 17/07/14 12171 19
72339 [일반] 투자란 무엇인가 [21] 일각여삼추7935 17/06/11 7935 17
72096 [일반] 강경화 장관 후보자 도덕성 논란 [264] 일각여삼추18744 17/05/28 18744 15
67967 [일반] 어느 정치가와 박근혜 대통령 [36] 일각여삼추8585 16/10/14 8585 4
67709 [일반] 어느 여성 정치가와 박근혜 대통령 [23] 일각여삼추9306 16/09/26 9306 2
67550 [일반] '지진 여파 연착' KTX에 치여 근로자 4명 사상 [38] 일각여삼추10676 16/09/13 10676 2
67173 [일반] 시사IN 기사 요약 [160] 일각여삼추13921 16/08/23 13921 14
66291 [일반] 박태환 국가대표 자격 인정.. 리우올림픽 출전한다 [100] 일각여삼추10946 16/07/11 10946 3
64950 [일반] 박태환 "국가 위해 뛸 수 있는 기회 달라" [264] 일각여삼추16109 16/05/02 16109 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