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04/08 20:44:40
Name Mighty Friend
Subject [일반] 개인적인 암 투병기
아래 대장암 관련해서 글이 있어서 생각난 김에 제 암 투병 경험을 좀 나눠볼까 합니다.
사실 저의 암 경험은 매우 경과가 좋고 운이 좋은 케이스이기에 별로 큰 고생은 안 한 편입니다. 누군가 저에게 왜 전처럼 밤새 칼바람나락을 못달리냐고 놀렸을 때 암수술한 암환자라 체력이 떨어진다고 상대를 당황시킬 때 농담처럼 말할 수준이라서 아주 가벼운 편이었지요. 하지만 정신적 충격은 꽤 있었습니다.

충격은 두 번 정도 있었는데 첫 번째는 암이라고 진단받았을 때입니다. 1차 수술 끝나고 조직검사 결과 암이니 추가 수술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큰병원으로 가보라고 할 때 좀 멍해지더라고요. 동거인에게 전화해서 알려주고 난 뒤에 마음을 추스려야 하는데 구정 전이라서 어쩔 수 없이
양가 부모님에게 전화하는 게 제일 힘들었습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이제 제가 부모님을 달래줘야 하는 거죠. 그러고 나서 두 번째 충격은 병원에서 중증환자 등록이 되었다고 문자가 왔을 때였습니다. 이거 되면 치료비랑 검사비용이 엄청나게 줄어들어서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데 문자가 날아와서 공식적으로 박아버리니까 착잡하더라고요.

저는 1차 수술하고 1주일 뒤 조직검사에서 암 통보받고 1차 수술한 지 2주 만에 바로 2차 수술을 하러 다시 병원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시기가 짧아서 몸은 좀 힘들었어도 정신적으로 덜 피곤했던 것 같아요.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서 병원에서 20대 때도 보지 않던 판무협을 엄청나게 읽었습니다. 퇴원하고 나와서도 움직이기가 힘들기 때문에 침대에서 생활하는지라 계속 판무협을 읽으면서도 자꾸 서치해 보게 되더라고요. 논문으로 생존율이나 치료 프로세스 같은 걸 보고나서 동거인과 가벼운 토론을 하면서 객관화를 시키고 나면 마음이 좀 가벼워졌습니다.

다행히 병원에서 침윤, 전이 둘 다 없다고 이제 3개월마다 정기검사만 하라고 선고받고 이걸로 끝났습니다. 암에 걸렸던 건 불운하다고 생각하지만 항암이나 방사선 같은 걸 안 한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암은 예방이 가능한 것도 아니고 저는 의사가  종양이 있는 걸 알면서 다른 검사도 하지 않고 4년 가까이 지켜만 봤거든요. 심지어 의사가 없다고 말했던 병까지 발견되어서 그 병원에 갖다 바친 돈이 아까운 생각마저... 운에 맡길 순 없지만 경험 많은 의사와 진단의학에 많은 걸 기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건강검진 잘하시고 집안에 내력이 있으시면 꼭 정기검사 하시길 바랍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시그니쳐 초콜렛
17/04/08 20:53
수정 아이콘
저는 갑상선 암 이었는데. 갑상선 암도 암은 암이라고 암판정 받으니 머리가 하얘지더군요. 올해로 5년차입니다. 초기에 발견하여서 전이 된곳도 없었고 다행이 반절제 하여서 갑상선 반이 남아 있어요. 항암시술, 방사능 시술 이런거 없었구요. 신지로이드는 예방차원으로 계속 먹고 있구요. 암은 초기 진단이 가장 중요한거 같아요. 나도 모르게 걸려 있으니까요.
몽키매직
17/04/08 23:24
수정 아이콘
갑상선 유두상 암은 예후가 너무 좋아서 암 취급도 못 받는 분위기이긴 해서, 평생 암 딱 하나만 골라서 걸리라면 고를 암 중 하나입니다.
Mighty Friend
17/04/09 01:46
수정 아이콘
만약 제가 암에 걸린다면 갑상선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이십대에 갑상선 질환 앓은 적이 있어서요. 초콜렛님 갑상선이 반 남아 있다니 다행이시네요.
17/04/08 21:05
수정 아이콘
항암치료까지 가지 않는게 정말 다행이에요.
건강하세요.
Mighty Friend
17/04/09 01:46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카루오스
17/04/08 22:11
수정 아이콘
건강하세요!
17/04/08 22:30
수정 아이콘
4년가까이 지켜만 봤다니 그 의사도 문제 있는거 아닙니까?
몽키매직
17/04/08 23:26
수정 아이콘
원발암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양성 종양에서 악성 전환 된 경우에는 양성인 기간에 지켜보다가 악성 전환되면 치료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본문을 보고 의사가 잘했다 못했다를 이야기하기에는 정보가 부족해요.
17/04/08 23:31
수정 아이콘
뒷부분에 없다고 말했던 병까지 발견됐다는 내용까지 있어서 그렇게 생각을 하게 되네요.
Mighty Friend
17/04/09 01:48
수정 아이콘
음, 저의 경우에 의사에게 고통을 호소했는데 그게 아플 리가 없다는 반응이었어요. 의사가 통증을 무시했는데 알고 보니 질환이 있었던 거죠. 그래서 수술이 더 커지기도 했어요. 잘못했다기보다 좀 무신경하고 초음파를 잘 못 보던 선생님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사가 없다고 말했던 것도 있었거든요. 크크크...
실버벨
17/04/09 11:39
수정 아이콘
의사가 한마디로 돌팔이란 거죠? 휴. 그래도 다행이네요. 앞으로도 아프지 말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영원한초보
17/04/09 11:54
수정 아이콘
이런거 보면 미드 하우스가 생각나네요.
해당 병이 고통이 있는게 아닌데 환자가 고통을 호소한다면?
분명 다른 문제가 있는건데 전문직들 중에 자기 분야에 시야가 갖혀서 다른 걸 생각 못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리듬파워근성
17/04/08 23:31
수정 아이콘
으아 고생하셨습니다.
건강 꼭 지키시길
Mighty Friend
17/04/09 01:55
수정 아이콘
네, 감사합니다.
질롯의힘
17/04/08 23:43
수정 아이콘
40대에 40대인 친형을 암으로 저세상에 보냈습니다. 생떼같은 처자식을 두고 형을 보면서, 정말 인생 무상 많이 느꼈고, 지금도 매일 하루도 가슴 한켠에 묻어 놓고 삽니다. 저보다 더 가슴 아프신 부모님, 형수, 조카들 보면서 참고 살지요.
암이요. 예방 안됩니다. 유전적 요인 조금 있구요. 환경적 요인 조금 있구요. 60%이상은 원인 불명입니다. 하루에도 매일 암세포가 생겼다가 죽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암세포가 죽지않고 돌연변이가 되어 순식간에 증식합니다. 친형은 건강검진 받고 이상무였는데, 4개월뒤 응급실에 위암 4기 진단받았습니다. 4개월 사이에 도대체 무슨일이 생긴걸까요? 알수가 없습니다. 단지, 알았을때는 온몸에 암이 전이 되었을 뿐입니다. 아무리 의술이 발달되었다 하더라도 암은 4기정도 되면 불치병입니다. 그래도 1~3기 정도면 초기 발견한거라 완치(사실 완치는 없습니다. 장시간 발현이 안됐다고 판단하는거지) 가능합니다. 즉, 현재 의학 수준으로는 암세포를 정확히 죽이지 못합니다. 앞으로 방사선, 표적치료제 보다 낳은 치료법이 나오길 빌뿐입니다. 그래서 제가 느낀것은 매년 위내시경하구요. 3~5년마다 대장내시경 하구요.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 있으면, 병원가서 진단 받아서 초장에 발견해서 해결하길 기대하십시요. 담배쩔고, 술쩔고, 면역력 약하면(특히, 암은 몸을 따스하게 해야 예방됩니다. 차게 다니는건 금물) 돌연변이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는 겁니다. 우리는 그 확률을 줄이기 위해 별별 암예방이라는 정보를 듣는거지요. 결론적으로 암은 예방 안됩니다. 단지, 조기 발견으로 죽을 뻔한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 확률을 줄이기 위해 건강히! 지내야 하는 겁니다. 건강하세요~
몽키매직
17/04/09 00:34
수정 아이콘
1. 암 예방이 안되는 건 아닙니다. 말씀하신 조기 발견의 의미를 가지는 검진 이외에 원인을 제거하는 검진도 있죠. 자궁경부암의 경우 HPV 바이러스 치료, 대장암의 경우 용종 절제 등으로 암이 되기 전에 병변의 원인 혹은 전구병변을 제거하는 것이 가능하죠.

2. 하루에도 매일 암세포가 생겼다가 죽습니다. -> 무얼 말씀하려고 하시는 건지는 알겠는데 암종 일부의 발생에 대한 가설 중 하나입니다. 대장암과 같이 90% 이상이 전구병변을 거쳐서 암이 되는 경우에는 이 가설로 설명이 안됩니다.

3. 위암 중 아주 일부가 급격한 진행을 보이는 형태가 있으며 예전 용어로 linitis plastica 라고 하는 데 젊은 분들에게서 발병한 위암은 상당 비율로 이 종류의 암입니다. 진행이 빨라 예방이 어렵고 진단 당시 4기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형님분은 아마도 이 케이스로 보입니다. 저도 가족은 아니지만 주변에 이걸로 가신 분이 있습니다.

4. 4기이면 완치 가능성이 희박한 것은 사실이지만 드물게 완치되는 케이스가 있고, 학회에 지속적으로 증례보고 됩니다. 증례보고가 너무 많아서 이제는 이슈도 안될 정도라 아주 없는 정도도 아닙니다.

5. 완치는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고형암의 경우 병의 증거가 없는 기간이 5년이 유지되면 완치로 판정합니다. 이후 재발이 없는 것은 아니나, 5년이라는 기간이 설정된 이유는 이 이후에는 재발의 확률이 소수점 % 로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아주 소수의 병이 남아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보통은 그 이후에 발생하는 암은 새로운 발병에 비중을 두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6. 위암 예방 목적의 위내시경의 적절한 주기에 대한 연구가 최근에 성과가 많은데 1년 주기 vs 2년 주기 검사에서 1년 주기 검사가 더 생존율이 더 좋다는 데이터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최근엔 3년 주기가 적절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장내시경은 현재 10년 주기가 대체로 공통된 의견입니다. 불안하시면 짧은 주기로 검사하시는 건 자유인데 불안감 해소 효과는 있지만 추가적인 암 예방 효과의 증거는 없습니다.
bemanner
17/04/09 01:32
수정 아이콘
주기가 짧은게 더 좋을거 같은데 차이가 없는 이유는 뭔가요? 내시경 검사가 몸에 부담을 줘서? 아니면 어차피 아주 작을 때는 발견 못하고 언제 하나 비슷한 크기 때 발견해서? 아무튼 신기하네요.
몽키매직
17/04/09 10:50
수정 아이콘
아주 진행이 빨라서 내시경 검진이 의미 없는 일부 위암을 제외하고는 내시경으로 겨우 보이기 시작할 때부터 완치목적의 수술이 불가능해질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2년 이상이라면 가능한 이야기죠. 이건 차후 새로운 약제, 수술의 개발로 '완치목적의 치료' 가 가능한 범위가 넓어지면 내시경 주기가 더 길어질 여지도 있습니다.

사실 가이드라인이 2년 주기에서 1년 주기로 바뀌면 내시경 수요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내시경 주력 병원의 수익 증가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비교적 연구가 되던 부분인데, (우리나라 제외... 우리나라는 치료 내시경 없이 검진 내시경만 하면 병원이 망하는 수가구조) 딱히 소득은 없습니다. 그래서 이제 하위 그룹으로 위암의 고위험군 (위축성 위염, 장상피 화생) 환자들을 선별하여 1년 주기로 하는 게 어떻겠느냐 하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쪽도 현재까지 명확한 증거는 없습니다. 대장 용종 같은 경우도 용종이 눈에 보이는 시점에서 절제 불가능한 암으로 발전하는 시간이 통상적으로 10년 이상 걸린다고 봅니다.
질롯의힘
17/04/09 11:52
수정 아이콘
제가 의사가 아닌데 섣부르게 말씀드렸나 보네요. 전문적으로 알려주셨으니까 감사드리구요. 몇년전부터 암관련 서적, 다큐 등등 주욱 보면서 나름 판단한게 죽을때까지 담배 한갑씩 피는 사람이 폐암이 없을 수 있고, 담배 근처도 안간 사람이 폐암걸리고, 뭐 그런 얘기 많잖아요. 막상 암 걸리면 1~3기만되도 치료해봅시다. 낳을수 있습니다. 그러는데, 4기는 가족들에게 준비하십쇼 합니다. 그래서 느낀게 참 복불복이다 라고 느껴요. 다행인것은 예전보다 조기 진단 기술이 발달하여 사망율은 많이 낮춘거 같습니다. 아래 링크 기사가 최근 기사인데...연구결과가 수긍이 갑니다.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787831.html
김블쏜
17/04/09 11:00
수정 아이콘
다행이네요. 계속 건강하시길 빌겠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1399 [일반] 2017 년 러시아 혁명 100주기 기념 설문조사 [7] 안다나 4537 17/04/10 4537 0
71398 [일반] 프랑스 르펜 대선 후보 - 2차대전 프랑스 의 유대인 학살 역사 책임 없다. [11] 안다나 5668 17/04/10 5668 0
71397 [일반] [바둑] 알파고가 5월 23일에 돌아옵니다. [69] bemanner12396 17/04/10 12396 3
71396 [일반] 사라진 1억 2천만원(feat. 농협) [39] 카미트리아14436 17/04/10 14436 7
71395 [일반] 고성 해안철책 인근 부사관 총상 [19] Drone11205 17/04/10 11205 0
71394 [일반] 웹툰 작가 레바, 계좌압류조치 사건의 결말 [89] 아라가키16722 17/04/10 16722 33
71393 [일반] 이랜드파크가 애슐리, 자연별곡을 매각 시도 중입니다. [51] 어리버리13775 17/04/10 13775 1
71392 [일반] 18세기 유럽 지식인들의 대표적인 지적 경향 - 중국, 그리고 중국 황제의 '이상화' [9] 신불해10464 17/04/10 10464 18
71391 [일반] 제가 돌아다닌 한국 (사진 64장) [281] 파츠20396 17/04/10 20396 120
71390 [일반] 한국이 볼거리가 없긴 없지요.. [133] 삭제됨17571 17/04/10 17571 7
71389 [일반] 현대기아, 세타2엔진 결함 자발적 리콜 결정에 관하여 [34] 여자친구13895 17/04/10 13895 26
71388 [일반] 중국, 미국의 북한에 대한 "액션" 동의 [121] aurelius22522 17/04/09 22522 5
71387 [일반] 중국의 지정학적 난관 그리고 패권을 드러내는 이유 [10] 테이스터9869 17/04/09 9869 10
71386 [일반] 일본 내에서 돌고 있는 트럼프-시진핑 김정은 망명제안설 [55] 군디츠마라18482 17/04/09 18482 1
71385 [일반] 미 칼빈슨 항모전단 입항과 중국 선양군 압록강쪽 이동 [56] 사고회로11077 17/04/09 11077 1
71384 [일반] 여론조사에 대한 오해 [7] 김테란7191 17/04/09 7191 12
71381 댓글잠금 [일반] 지루한 나라 : 한국 [711] 삭제됨26126 17/04/09 26126 7
71380 [일반] [책추천] "이슬람 제국의 탄생: In the Shadow of the Sword" [13] aurelius7447 17/04/08 7447 4
71378 [일반] 아마도 이러다 제 명에 못 죽을 것 같군요. [36] The xian15067 17/04/08 15067 18
71377 [일반] 개인적인 암 투병기 [20] Mighty Friend9559 17/04/08 9559 2
71376 [일반] [서브컬쳐] 2011년~2016년 일본 애니메이션 Best 20 [114] 이시스9449 17/04/08 9449 7
71375 [일반] 최근 받았던 대장내시경 경험 적어봅니다. [25] 공룡12704 17/04/08 12704 10
71374 [일반] 이번 트럼프의 시리아 공격을 보고 새삼 느끼는 무서움. [39] the3j11790 17/04/08 11790 1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