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02/18 04:07:30
Name aDayInTheLife
Subject [일반]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보고 온 후기 (스포일러)
맨체스터 바이 더 씨에서의 과거는 툭 던져집니다. 어느 순간 불현듯 갑자기 떠오르는 일들과 시간들인 셈입니다.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들과 현재의 순간들이 약간은 뜬금없이 교차합니다. 근데 영화 상에서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나 라는 질문은 중요한 듯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과거에 있었던 일이 남긴 여파들에 관한 이야기들 같거든요.

영화는 그래서 초반부의 갑작스러운 회상들에 비해 중반부 꽤 정리된 형태의 긴 회상을 보여줍니다. 그러고선 과거 이야기는 거의 없어요. ‘왜 저러지?’에서 출발해서 ‘그래서 그랬구나’가 중반부 조금 안되는 지점에서 밝혀지고 나면 남는 것들은 여파들입니다.

갑작스럽게 던져진 회상 속에서 ‘리 챈들러’에게 닥친 일들도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펼쳐진 일들입니다. 그 이후 챈들러는 견뎌내는게 방식이 되었습니다. 이렇다할 내색도 눈에 보이는 흔들림도 없이 최대한 견뎌내는 방식으로 버텨온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끝 직전에 견뎌낼 수가 없었다고 털어놓게 됩니다. 영화 상에서 다른 인물들이 상처가 없는 인물들은 아니겠지만 각기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이유는 그런 상처들을 견뎌냈기 때문은 아닐겁니다.

영화의 현재는 겨울이고 영화의 회상은 여름입니다. 정확하게는 행복했던 순간들은 여름이고 ‘그 사건’ 이후로는 계속 겨울로 묘사가 됩니다. 그리고 언 땅이 녹으면 형을 묻습니다. 7월이면 새로이 직장을 얻고 새로운 집에서 살게 될 겁니다. 시간이 흐르고 다시금 여름을 기다리는 겁니다. 다시금 봄이 오게 될지 아닐지는 솔직히 짐작할 수 없습니다. 그저 다시 인내하고 견뎌내는 게 전부 일수도 있겠죠. 맑은 날 출항한 배가 갑자기 사라지듯이 어떤 일은 어떤 실마리도 없이 갑자기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은 견뎌내야 하는 것들인 동시에 단순히 견뎌내기만으론 한계가 존재하는 일들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P.S. 농담 삼아서 애플렉 형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를 무기력해보이는 표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영화에서 케이시 애플렉은 다채로운 무기력함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끝끝내 무너지고만 그 순간까지 순간순간이 인상적이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7/02/18 06:21
수정 아이콘
듀나씨 말투네요.
aDayInTheLife
17/02/18 08:45
수정 아이콘
어 그런가요? 예전에는 종종 들르긴 했는데 안간지가 한참 되서.. 허허
Carrusel
17/02/18 10:05
수정 아이콘
저는 그냥 그랬습니다. 찬사가 끊이질 않아서 기대하고 봤는데 생각보다는 별로였네요. 다만 위와 같은 주제를 지루하지 않게 끌어나가는 것과 별다른 반전이 없었다는 것은 좋았습니다.
aDayInTheLife
17/02/18 10:33
수정 아이콘
어쩌면 이렇다할 힐링도 연대도 없이 그냥 담담하게 그려내는 영화인것 같습니다. 반전이나 신파없이 몰입시키는건 저도 참 좋더라고요. 근데 저도 그렇게 뜨거웠던 현지 반응에 비해선 좀 애매하긴 했습니다. 크크 그렇다고 나빴던건 아니지만..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0659 [일반] 미숙한 격투기 심판의 위험성... [16] Neanderthal7842 17/02/18 7842 1
70656 [일반] 가짜 뉴스의 위험성 [34] 홍승식9843 17/02/18 9843 25
70655 [일반] 요즘 소설가가 되자 소설 보는게 취미가 됐네요 [19] cluefake9067 17/02/18 9067 0
70654 [일반] 보수가 문재인을 두려워 하는 이유 [79] ZeroOne19488 17/02/18 19488 36
70653 [일반] 일관성없는 만화이야기 [34] lenakim7272 17/02/18 7272 0
70652 [일반] LCHF 다이어트? 혹은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넉달 반 후기 [34] 삭제됨9959 17/02/18 9959 4
70651 [일반] 서랍 정리를 하다 발견한 의문의 쪽지 [34] Jace T MndSclptr7501 17/02/18 7501 14
70650 [일반] 서울여행기 마지막 [2] 마제스티3515 17/02/18 3515 5
70649 [일반]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보고 온 후기 (스포일러) [4] aDayInTheLife3944 17/02/18 3944 0
70648 [일반] 연애가 귀찮다 [34] 설이10092 17/02/18 10092 27
70647 [일반] 주민센터에서 모르는 할머니 사진 찍어드린 이야기 [16] Jace T MndSclptr6338 17/02/17 6338 10
70646 [일반] 내가 보는 양병거 반대,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찬성하며... [286] 이아무개9084 17/02/17 9084 3
70645 [일반] 비정상적인 국정교과서. 결국 3년 전과 판박이입니다. [19] The xian6329 17/02/17 6329 22
70644 [일반] 어느 게임 회사 이야기 (9) [13] 삭제됨5939 17/02/17 5939 14
70643 [일반] 삼국지 - "너는 대체 어디에 있느냐" [23] 신불해11934 17/02/17 11934 37
70639 [일반] (펌) 썰전에 나온 이재명의 뉴딜정책 [216] 하늘하늘13764 17/02/17 13764 15
70638 [일반] 다음의 세 가지 상황에 대해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23] Neanderthal5582 17/02/17 5582 0
70637 [일반] 정말 말도 안되는 의견이라는 거 잘 알지만 [72] 산타의선물꾸러미10613 17/02/17 10613 18
70636 [일반] 2012년 민주당 총선 후보 김용민, 자유한국당 입당 [70] ZeroOne11511 17/02/17 11511 2
70635 [일반] 언제까지 기다려야하는 걸까요? [190] 델핑12760 17/02/17 12760 44
70634 [일반] 美, 대만 대표부에 해병대 병력 파견…中 반발 예상 [50] 테이스터8982 17/02/17 8982 0
70633 [일반] 안선생님...핸드폰을 싸게 사고 싶어요... [44] 이라세오날10047 17/02/17 10047 6
70632 [일반] 휴대폰 살때 현아가 싸다고 다가 아니네요 [87] 살빼요택짱13172 17/02/17 13172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